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3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35화(303/343)
[믿을 수 없는 투어 프리뷰.JPG](지동화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범우주적인 의상을, 문자 그대로 우주를 담은 듯한 색채, 어떤 형태라고 정의할 수 없는 상의 ─ 한쪽은 반팔, 다른 한쪽은 긴팔이나 어깨에 근처 구멍이 있어 그쪽으로 손을 뺐다 ─ , 한쪽은 허벅지 절반까지 잘린 붉은색 가죽 바지, 그리고 공작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시스루 재질의 코트를 입고 풍선으로 만든 왕관을 쓴 채 워킹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미칠 듯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건 마치 당연한 거라는 듯이 오만한 시선 처리가 돋보인다.)
아?
─ 나는 이해를 조금 포기했어, 사실.
─ 제발 얘들아, 제발! X튜브 클립 만들기 너무 힘들어! 조금만 적당히 해 줘! 이거 다 편집하려면 현생을 포기해야 된다고!
─ 아, 이러고도 잘생긴 건 진짜 말이 안 된다 ㅅㅂ….
└ 얇은 듯 예쁜 몸선. 한 번만, 만져 봐도 될까. 경찰에 갈 각오는 마쳤어, 동화야.
└ 변태 같아 ㅋㅋㅋㅌㅋㅋㅋㅋㅋㅌㅋㅋ
─ 볼 때마다 느끼는데, 동화는 비율이 개사기다 진짜.
└ 광기에 묻힌 안타까운 몸선.
─ 왕의 품격을 자랑하는, 비공식 광기 1등 지동화, 그 머리의 왕관이 모든 걸 증명한다…
[믿을 수 없는 프리뷰 2.JPG](류이든의 워킹 사진. 류이든은 패딩으로 만든 핑크빛 반바지, 여기저기 찢어져 흘러내리듯 걸친 상의를 입고, 50센치미터는 넘어 보이는 모자를 쓴 뒤 그 위에 지동화가 만든 왕관을 고정했다. 류이든은 특유의 왕과 같은 위풍당당한 위엄이 돋보였다)
(채하민은 어째선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디자이너가 남성을 위해 디자인한, 남성의 몸선을 두드러지게 내보이면서도 치마 특유의 부드러운 우아함을 접목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디자인했다. 채하민은 야하게 생긴 인상에 더해 미칠 듯한 몸선 덕분에 은근한 색기를 뽐내고 있었다.)
아, 진짜 잘 모르겠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웃긴 건지, 감탄해야 하는 건지. 내가 덕질에 더 진심이 될 거라는 확신은 드는데 그 이유가 뭔지도 모르겠다, 진짜.
─ 이든이 표정이 존나 ㅋㅋㅌㅋㅋㅋ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ㅋ 이거 벌거벗은 임금 방송 가능 버전 그런 느낌이잖아 ㅋㅌㅋㅌㅋㅋㅋ
└ 근데 광기 1등 모자 쓰고 있는 게 ㅈㄴㅋ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ㅌㅋ 겁나 설득력 있는 코디잖아 ㅋㅌㅋㅋㅋㅋㅋㅋㅋ
─ 아, 얘네 이러고도 잘생겼다 세상 더럽게 불공평하네. 나는 외출 전 두 시간을 코디하는데 쟤네는 저런 거적때기를 입고도…. 하,..,.. 내 돌이지만 질투나 ㅅㅂ…..
─ 하민아… 지금 그 모습 그대로 무대 한 번만 서주라…
└ 변태 한 명 발견.
└ 아니 근데 쟤가 먼저!
─ 그래서 우리 꽃들 왜 이러고 있음?????
└ 포기하자.
└ 아 ㅅㅂ 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ㅋ 일단 포기하재 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이거, 대체 뭔데. 패션학과 졸업생이 졸업 과제를 제작하다가 세이브 파일을 날려서, ‘헤헤, 몰라, X발, 다 X까.’라는 느낌으로 만든 것 같은 옷은. 세상에 대한 온갖 분노가 담겨 있잖아.
이현재가 절망하는 나를 보며 옆에서 한 줄 한 줄 읽어 주는 코멘트는 절망감을 더욱 돋구고 있었다.
“형, 형. 형 다리 선이 팬분들이 본 어떤 다리 중에서두 가장 아름답대요. B2 사이즈로 고화질 인쇄해서 걸어둘 예정이라구 하십니다.”
“…그래.”
칭찬은 칭찬인데, 도저히 받아들일 힘이 들지 않았다. 시장에 내렸을 때부터 옆에 계시던 한 상인분께서 쌍욕을 박으셔서, 순간 멘탈이 흔들릴 뻔했다.
“저두 한 장 뽑을까 봐요. 티셔츠로 만들어서 준이 형 주면 고맙다며 잘 입을 텐데.”
네 손에 피를 묻힐 생각은 절대 없구나, 현재. 석준을 그런 데 이용하는 건 정말 옳지 못하다.
만약에 류이든이 이겼으면, 이것보다 심각한 벌칙을 했겠지. 승리해서, 정말, 다행이다. 류이든이 가위바위보를 공정하게 해 본 적이 없어 심리전에 약해서, 정말…….
류이든도 등신 같은 모자를 쓴 채 붉은 뺨을 착착 때리며 열기를 줄이려 노력했다.
“…한국이었으면, 못 했을 것 같아.”
“이것보다 심한 것도 있었어.”
“그 PD님은, 뭐 하는 분이야? 왜 그런 옷을 사서 모으고, 왜 그런 벌칙을 만드는지, 진짜 나는…….”
남의 험담을 뒤에서 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류이든이 먼저 나서서 의문을 표했다. 몇 번이고 동의할 수 있다.
“쫓아내야 한다니까.”
내 야망. 회사의 권력 따위 바란 적 없지만, 요즘에는 딱 하나 그 PD놈을 조지기 위해 권력을 얻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 중이다.
높은 확률로 지금도 방송 기획 중이겠지.
“근데, 그분 기획 팬분들이 엄청 좋아하시잖아.”
“경우 PD님이 붙고 나서 더 보완됐어, 망할.”
엿 먹이기 하나를 극도로 연마한 인간 주변에, 영상 전반에 유능한 PD놈이 붙었으니까. 이 무슨 환장할 노릇인지.
그때, 차 문을 열고 드레스를 입은 채하민이 들어왔다.
“흐하, 재밌는 경험이었다.”
“형, 금방 댓글이 달렸는데요, 형 사진 등신대로 만들어서 팔아주면 안 되냐고 하세요.”
“그럴까?”
뭐가 그럴까야, 이 수치를 모르는 족속아. 토끼 귀 달고 서울 거리를 걷는 건 수치스러우면서, 그건 괜찮다니. 나라면 차라리 고양이 귀를 달고 걷겠어.
[본인이 고양이임을 인정하시는 겁니까.]닥쳐, 기지생. 오늘만큼은 너한테도 욕할 수 있으니까.
[야만적입니다!]“…수치스럽지 않아?”
“어? 응. 평범하게 남성복이기도 하고?”
그거, 어딜 봐도 평범한 남성복은 아니잖아. ‘MAN IS THE NEW BLACK’이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새겨져 패턴을 구성하는 천으로 만든 그리스 신화에 나올 법한 원피스라니. 그게 평범한 거라면 나는 집에 있는 모든 옷을 가져다 버릴 거야.
“그리고 나 이 디자이너분 아는데, 꽤 유명한 분이거든. 이 옷도 좀 비쌀 거라고!”
채하민이 ‘좀’ 비싸다고 말할 물건이면, 무조건 ‘꽤’ 비싼 물건이잖아. 그런데 그런 옷을 왜 개인 사비를 들여서 샀고, 자기가 입는 것도 아니고 우리한테 입히려 하는지.
“그 PD놈은…….”
“그 PD님은…….”
나와 류이든이 동시에 중얼거렸다. 나는 망할 풍선 왕관을 벗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새끼, 언제부터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게 된 건지. 아니, 그보다, 팬분 제외 우리를 사랑해 주는 업계 사람들은 왜 다들 위험하거나 미쳐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건데.
“…만족해?”
나는 류이든에게 물었다. 이게 네가 원한 결말이 맞는지.
“…솔직하게 말해도 돼?”
“어.”
“너무 만족스러운데, 때리지만 말아줘.”
“나도 만족스러웠어!”
그래, 너희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게 아니라, 저승이어도 함께면 좋은 거구나.
“…그래.”
“형.”
“응.”
“제가 형들이 워킹하는 거 찍으면서 생각을 해봤는데요.”
“응.”
“아무리 봐두 형이 원인이에요.”
“그만.”
진실은 모르는 편이 내가 행복해, 현재. 이것들의 집단 광기가, 나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는 그 작은 진실을 몰라야,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사실 하민 씨가 당신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긴 했습니다.]그만. 오늘 욕할 거라니까.
“이거, 투어 무대에 어떻게 못 넣나, 이 의상? 한 번 쓰고 말기는 아쉬운데.”
채하민이 일상처럼 미친 소리를 지껄였다. 기지생의 입으로 진실을 듣고 나니, 속이 쓰려 죽을 것만 같았다.
“동화야, 우리 듀엣 무대…….”
“아니, 하민.”
“어?”
나는 한쪽만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테크웨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빨간 가죽 바지 따위, 다시는 입고 싶지 않다.
“형.”
“뭐, 개.”
“현재가 불렀을 때랑 반응이 너무…. 어쨌든, 내가 만약에 이겼으면.”
조용, 절대 이길 일 없으니까.
“이것보다 심한 것도 골랐을 거야.”
이게 우리 그룹이군.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정말 잘 알았다, 망할.
* * *
소위 블로센스 하이패션 사건이 끝나고 투어 일정은 이후 빠르게 진행됐다. 다른 촬영이 없으니, 동선 체크, 리허설, 무대, 다음 비행기의 반복이 될 예정이다.
“그러므로, 일을 할까, 현재.”
어떻게든 팬분들의 관심을 그 망할 사건으로부터 돌려야만 한다. 최근 카페든 개인 사이트든 SNS든 어딜 가든 그 망할 거적때기를 입은 세 인간에 대한 얘기밖에 없다. 도저히, 그건, 정말…….
W앱이나 안부 메시지, 어릴 적 사진까지 이용해서 돌려보려 노력했으나, 그 사진의 파괴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는지, 도저히 식지를 않았다.
“네?”
잼을 바른 빵을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씹고 있던 이현재가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일이요?”
끄덕.
“뭔데요?”
약간의 경계 어린 눈.
“듀엣 곡.”
“…그거 아직 작곡도.”
우유를 한 모금 마셔 목을 씻어내린 이현재는 마저 말을 이었다.
“다 안 했, 설마, 다 했어요?”
“응.”
“아니, 그거 얘기했던 게 일주일 전…….”
이현재는 새삼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래요, 다 했겠죠.”
그러고는.
“역시 광기의 원천.”
“현재.”
“우리의 뮤즈.”
플라톤은 예술의 발원을 광기 어린 열광 상태에서 찾았고, 훌륭한 시를 창작할 땐 뮤즈 여신이 잠시 접신하는 것과 같다고 보았다.
“음.”
그런 역사적 사실을 기반해서 나를 능욕하려 하다니, 기특하다.
“어쨌든, 가사만 같이 쓰면 어떨까 싶어서.”
“주제는 그때 얘기한 거랑 같은 거죠?”
“응.”
“그럼 제가 일단 골자는 잡아 뒀어요.”
세상에.
“남 말할 처지는 아니네.”
나한테 일에 미쳐 있다고 돌려 말했으면서, 자기도 마찬가지군.
“가사는 음절에 맞게 다시 써야 하니까 더 헛짓거리긴 하죠?”
우리 둘은 느긋하게 호텔 조식을 먹었다. 내일 공연이라서 리허설이 있으니 든든하게 먹어둬야 한다. 밤에는 뭘 먹지 못할 정도로 바쁠 테니.
“근데 무슨 얘기야, 그거?”
류이든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는지 ‘광기 1등 왕관’을 계약 기간을 초과해 쓴 채 나타나 내 옆에 앉았다.
“통계 조작할 때 듀엣곡 만들기로 한 거 아니야?”
“음, 그때긴 한데요, 얘기는 훨씬 일찍이에요.”
“응. 첫 공연 리허설 때.”
때는 바야흐로 첫 공연 리허설 날, 우리는 한 영상을 같이 모니터링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온 어느 교수님이 만든, 우리의 세계관 스토리를 간략하고 상징적으로 정리한 아름다운 영상.
거기에는 나와 이현재가 아무 말도 없이 7초 가까이 되는 시간 서로의 눈만을 바라보는 장면이 존재했는데, 그 화면의 창백한 색조와 소품들의 미장셴이 흥미로웠던 내가 이현재에게 말을 걸었다.
* * *
“어떻게 생각해.”
밑도 끝도 없는 문장이었지만, 이현재는 소설을 같이 읽으며 이미 이런 질문에 익숙해졌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글쎄요. 저였으면 옆에 있는 화분으로 저나 형 머리 둘 중 하나는 내리쳤을 것 같은데요.”
이현재는 사복을 입고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다.
“근데, 형을 죽이진 못할 것 같고, 제가 죽을 듯? 둘 중 하나는 죽어야 저 갈등이 끝나는 거잖아요.”
“그래?”
“네.”
단호한 이현재의 대답, 거기서 듀엣곡 아이디어는 애초에 나왔었다. 그저 류이든을 엿 먹이기 위한 미끼로 썼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