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3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38화(306/343)
“아침은 유효해, 막냉이?”
“보구 있자니 성질이 나서 그러는데, 맹견용 입마개 하나 착용시켜 드려두 될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막내!”
“닥치라는 거죠.”
이현재는 그날로부터 아직 저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맞아, 이든.”
“형두 똑같아요! 어느 인간이! 그런!”
편을 들어주는데도 벌떡 일어나는 막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천천히 고조되는 분노가 밭은 숨소리에 묻어나왔다.
“확실히…, 그걸로 그런 걸 만들 줄은 나도 몰랐지.”
“네가 만들어 달라며.”
“그 정도는.”
이현재의 그날 밤 발언, ‘저주, 유효한 거죠.’라는 멘트가 너무나 귀여웠던 우리는 영상에서 소리를 추출하고, 피치 보정, 소음 보정 등을 하여 메신저 알림음 등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류이든이 계획하고, 내가 실행했다. 장인의 정신으로, 심지어 기지생과의 과외도 하루 쉬어가면서, 저주 알림음을 메신저용, 통화용으로 각각 만들었다.
메신저용은 짤림 효과음 이후 ‘유효한 거죠.’라는 말이 나오고, 통화용은 ‘저주, 유효한 거죠.’라는 문장 자체에 음정을 조금씩 조절하여 반복적인 멜로디로 만들었다.
이현재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살인 교사의 법적 처벌을 실제로 실행한 이의 형량과 같다는 법조문도 있을 정도로 시킨 놈이나 한 놈이나 동등한 정도로 잘못했다고 보는 건 상식적이니까.
그러나 이건, 사정이 좀 다르다.
어느 예술가가 미술 전공자 학생을 고용하여 어떻게 그려야 할지 전부 지시했고 직접 그리지는 않았다면,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누구의 것으로 보아야 할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보통은 그 사람의 것이라 보는 게 일반적이다(사실 그런 설정 자체가 하나의 아이디어라 그렇게 보는 경향이 더 크지만, 생략한다).
그러므로…….
“닥쳐요! 형이 제일 나빠요! 미친 사람!”
“현재…….”
눈을 꼭 감고 폭탄이 터져 나오듯 뿜어져 쏟아내는 목소리.
정말, 귀엽다는 말밖에는. 평소에 욕을 할 때도 언어를 가다듬어 정제된 문장을 쓰려 노력하던 그가 이렇게까지, 정말.
“복수, 복수할 거예요.”
나를 노려보다니, 이것 역시 새롭다.
“응.”
즐겁지.
“나도 도와줄게, 막냉이!”
“닥쳐요, 형두!”
그러고는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탈력감, 전력 질주를 마치고 쓰러진 단거리 선수처럼 몸에 힘이 빠진 것 같았다.
‘유효한 거죠?’
마치 짠 듯이, 이현재가 지쳐 쓰러져 고요해진 방 안에 작은 알림음이 울렸다. 본래 무음으로 해 두는 게 습관인 나의 핸드폰은 아닐 테니.
“아, 내려오래.”
“형.”
“응?”
“지금 당장 무음으로 바꿔요.”
“에이, 리더라 계속 연락받아야 하는데?”
“그럼 바꾸든가요! 제 손으로 형 배에 칼침 놓기 전에! 형이 평생을 쌓아온 그 근육이 한순간에 무능해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거니까!”
저런, 어쩜 저리 고상한 언어들인지.
“우리 막냉이, 많이 싫어?”
류이든이 진지하게 물었다. 사실 이미 내가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묻긴 했다.
“…아니,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런 개같은 소리가 들리는 게 싫은 거죠.”
그럴 때마다 이현재는 은근히 붉은 뺨으로 말을 돌렸다. ‘싫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끼리만, 공유하면 안 되냐’라는 투의 답이 돌아왔다. 아마 자기 목소리를 형들이 모두 알림음으로 쓰는 것 자체는 부끄러우면서도 흡족한 일인가 보다.
정말,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이건 도저히, 어떻게 언어화할 수가 없다.
셰익스피어 정도가 되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서라도 글로 적어냈겠지만, 나는 그저 ‘현실에 대한 이중적 인식과 그 간극으로 인해 정지되는 사유’에 대한 인지가 유발하는 ‘정서적 유대를 소망하는 인간의 본원적 안도감에서 오는 이완’과 ‘동결된 역사에 빗댔을 때 오는 쾌감’이라는 길고 긴 문장 말고는 토해내지 못하겠다.
사실, 우리랑 친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막내가 참 귀엽다, 라는 말로 축약하면 그만이긴 하다.
띠링─!
[제가 아는 이현재는 저렇진 않았는데, 참 많이 변했습니다.]나이가 훨씬 어리니 그런 것이 아닐까.
[당신을 일찍 만나니 저런 변화도 생기는군요. 어쩜, 제가 또 자랑스러워집니다.]확실히 그렇지.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텔 밑으로 내려가려고 나가자 채하민과 석준이 방밖에서 옷을 갖춰 입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야, 아침은 유효해?”
유효하다, 블로센스 내에서 인사말로 통하는 중이다.
“하민이 형, 저는, 정말…, 너무 고맙긴 한데요.”
이현재도 사람을 가린다.
류이든처럼 속내가 능글맞고 상대를 골리는 데서 쾌락을 얻는 못난 형과는 달리, 채하민은 진심으로 그 말이 너무 사랑스러워 사용하는 중이라는 걸 알기에 차마 닥치라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
즉, 내 취급이 류이든과 유사하다는 소리다.
세상에, 정리하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군. 채하민이나 석준만큼은 아니더라도, 류이든과 같은 취급이라니.
“하…, 유효해요. 형은요?”
“나도!”
막내와의 아침 인사에 낙천적으로 헤실거리는 채하민,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불만스럽다는 듯이 바닥을 쿵쿵 치는 이현재, 그 옆에서 그걸 지켜보며 그걸 사진으로 찍고 있는 류이든.
“잘 주무셨나요, 형님.”
“응, 준. 너는.”
“저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이현재가 이 말을 진정으로는 좋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굳이 사용하고 있는 석준까지.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인 아침의 시작은 이렇게 상쾌하게 시작됐다.
* * *
투어의 성과는 사실 자본이다.
회사가 부유해지고, 투자 대비 성과를 내면, 이후에 더 큰 자금을 끌어 모으고 더 좋은 퀄리티의 앨범과 무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블로센스, 월드 투어 이후 귀국, 그 성과는……]이라는 어그로성 표제와 실정 들어가 보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나 ‘공연장의 규모 및 현지 반응은…….’라는 칭찬의 문장밖에 없는 기사조차도 실질적으로는 명성을 끌어올리고, 더 확고한 자리매김에 도움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건 자본주의적 얘기고, 한 개인의 관점에선 그런 것보다 팬분들과 만나 좋은 무대를 보일 수 있어 뿌듯했다는 짧은 감상이 전부다.
사실 그런 면에서 난 팬 사인회나 W앱 같은 직접적 소통 창구가 더 맘에 드는 점도 있다.
“이젠 저희가 1군이래요.”
“유효해?”
“네, 유효하죠. 물론 개소리 말라고 분쟁이 많긴 하지만. 근데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요. 객관적 기준이나 정량화 정식도 없는 분류 따위. 팬분들만 스트레스받으실 것 같아요. 명칭이 이렇게 붙으면 다툼만 느니까……. 이런 글 토하는 분들 중 구 할은 분탕 치려는 의도 같기두 하구…….”
반복되면 무감해져서 그런가, 이현재는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이를 살짝 악물었을 뿐 찬찬히 수다를 이어갔다.
이현재의 말 그대로다. 애초에 그런 기준이나 정식이 있다 한들, 의미가 없다. 나아가 비윤리적이다.
누가 1군이라 주장한다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얼마나 무례한 일인가. 마치 바람직한 삶의 기준을 면밀히 적는 행위가 폭력적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솔직히,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잖아.
블루잭과 TOT가 단체 활동을 줄이고 개인 활동에 집중하면서 생긴 빈자리에 머리 들이미는 격이다.
“에이, 그냥 계속 활동하면 되지. 그건 신경 쓰지 마, 막냉이. 그건 안 유효해.”
“닥치라구 했죠.”
“너무해! 동화는 넘어갔으면서!”
“형은 그 눈빛이 너무 얄미워서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어요. 아니면 제가 직접 시신경에 문제 좀 일으켜 드려요?”
“미안!”
류이든이 저렇긴 해도 하는 말 자체는 옳다. 남들이 뭐라 칭하든, 그저 활동해 나가면 그만이다.
“일주일 쉬는데 이제 뭐 할 거야, 얘들아?”
“일단 휴일 마지막에 목화 만나러 가는 것 제외 미정.”
채하민의 질문에 내 간략한 답에 이어 멤버들도 한 마디씩 답했다. 다들 제대로 된 일정이 없었다.
이놈들, 일만 하느라 친구를 만난다는 간단한 선택지는 떠올릴 수도 없는 상태가 된 건 아닐까. 정말 그게 맞다면, 나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 사흘 뒤에 우리 별장에 놀러 갈까? 아버지가 귀국 파티 열어주신대.”
부르주아 놈. 물론 나도 이제 쁘띠부르주아 격은 돼서 할 말은 없다.
“……와, 잠깐만요. 파티요?”
나는 별장에 더 놀라는데. 인간에게 필요한 집은 한 채잖아.
“말이 파티지 작게 여신대.”
이현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언어의 주관성은 놀라울 때가 있다. 방금 사용된 ‘작다’라는 단어는, 우리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겠지.
내 머릿속 파티는 네 가족이 모여서 작은 케이크를 먹는 것이지만, 채하민에게 파티란…, 솔직히 무엇일지 감도 오지 않는다.
“정장 같은 거 입어야 하나요?”
“그러게. 나 엄청 예전에 맞춰둔 거라 지금은 가슴 쪽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이현재와 류이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 보다. 나도 동의의 뜻을 담아 가만히 채하민을 쳐다봤다. 그저 석준만이 ‘음식…….’이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우리끼리 모여서 식사하는 건데, 왜?”
“아니, 형은 파티 기준이 좀 다르잖아요.”
“나도 사람인데 뭐가 달라.”
토끼잖아, 어딜 눈에 훤히 보이는 거짓말을.
“…편하게 가면 되나요?”
“응!”
“정말 편하게 가요, 저?”
“응! 편하게 와. 쌀쌀해서 안 입겠지만, 민소매에 돌핀 팬츠도 괜찮아!”
그래, 돌핀 팬츠는 편한 옷인지 의문이 좀 있긴 하지만, 어쨌든.
* * *
차에 타고 내렸을 때, 나는 정원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단독 주택. 딱 봐도 부유한 사람이 살 것 같은 외양, 혹은 대기업에서 임원 연수를 위해 택할 것 같은 숙소.
그런 비주얼인데도 사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게 더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관리하면서, 사람이 평소에는 살지도 않는다고.
“여기가 내 아지트거든, 사실.”
그래, 다를 줄 알았다, 망할. 아지트라는 단어조차도 채하민한테는 기준이 다르구나.
숙소 처음 봤을 때 ‘대체 어떻게 여기 다 모여 살까.’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게 대단하다.
류이든과 이현재는 시골에 있는 별장이라는 말에 정말 놀러 가듯 편안한 차림새를 한 채 3층짜리 ‘아지트’를 쳐다봤다.
“…혹시 혁명군이 쓰는 아지트인가요?”
“응?”
“…아니에요. 격식 없는 인간은 돌아서라는 아우라가 느껴져서요.”
나는 그래도 포멀한 패션을 선택한 나 자신을 칭찬하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여기는 손님들 놀러 왔을 때 노는 곳인데.”
긴 식탁에 놓인 수많은 음식과 얼음에 담긴 샴페인.
이 무슨, 낭비인가.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예전에 미술관에 갔을 때 우리를 안내해 주셨던 비서님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오는 길은 편안하셨나요. 제가 직접 운전해 드리려 했는데, 여기 준비가 먼저라.”
“괜찮아요!”
채하민은 집 앞 편의점을 갈 때 입을 법한 캐주얼한 차림으로, 정장이 아닌 옷을 입으면 문전박대를 당해도 할 말이 없을 만한 곳에 바로 발을 옮겼다.
“들어와, 얘들아! 내 아지트 구경하자!”
채하민의 드림 아지트, 채하민의 모든 취미가 곳곳에 물들어 있는 그만의 파라다이스에, 우리는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