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41)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41화(309/343)
“모두 취미 방 하나씩 있고, 각자 방도 있어.”
채하민은 심통이 난 이현재를 뒤로 하고 희망찬 세계에 빠져 소리쳤다.
“여기가 동화 방이고!”
문을 열면 보이는 단정한 방. 내 취미를 고려한 듯 거대한 책장이 텅 빈 채 놓여 있다. 심지어 침대랑 이불도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는 이든이 형!”
간단한 덤벨이 정리된 단상.
“운동 기구 큰 것들은 미리 취미 방에 넣어뒀고!”
돈을, 물 쓰듯. 경제 관념이 없는 만큼 물욕도 없던 채하민이 작정하고 돈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준이 방은 따로 준비한 건 없지만, 취미방에 전시장을 만들었지. 현재는 보드게임 플레이룸을 따로 만들었고…….”
“형, 돈이 썩어 넘쳐요? 저희 정산금이 큰돈이긴 해두, 여기 리모델링 다 하구, 그런 것까지 할 정도가…….”
거기까지 말하던 이현재는 스스로 납득했다.
그렇겠죠, 썩어 넘치겠죠. 문장이 표정에 새겨져 있었다.
거기에 채하민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저 웃을 뿐이었다.
“어때, 여길 앞으로 가꿔 나가는 거야. 돈 모으면 나중에 주변 건물도 매입해서 아예 단지화해 버리는 거야! 동화의 소망을! 우리 손으로!”
난 그런 소망을 품은 적 없단다, 토끼 새끼. 내가 꿈꾼 우리의 실버타운은 그 정도 규모가 아니라 더 소박한 거라고. 그저 한 건물에 살면서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
“……나쁘지 않은데, 진짜.”
그러나 한참을 말없이 거실을 둘러보며 서성이던 류이든이 채하민에게 동조했다. 눈에 서서히 빛이 들어찼다.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현될 때 류이든이 보여주는 눈빛이다.
“그래, 괜찮다.”
그러고는 능글맞은 웃음.
“설득당했어?”
“어.”
우리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류이든은 세 표 정도는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제적인 억압이 아니라, 멤버들이 스스로 류이든의 결정을 신뢰하고 따르는 자발적 위임이다.
“난 여기서 살래.”
“…음, 가족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건물 하나는 더 겸비하긴 해야겠네.”
나나 이현재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걸 진즉에 확인했다. 이현재는 자신이 보았던 연인 관계가 그 모양이었고, 나는 그 사람을 최우선으로 중시할 자신이 없었다.
다른 멤버들이 혹여 가정을 구성할 때를 위해서 주변 건물을 사는 건, 꽤 매력적인 제안이네.
“미래에 뜰 기업 같은 거 없어?”
“그런 거에 내가 관심을 가졌을 것 같아?”
그리고 알더라도, 가르쳐 주겠니. 내가 할 말인가 싶긴 하지만, 그건 너무 비윤리적이다.
* * *
이야기를 마치자 목화는 잠시 말을 잃은 듯 젓가락질조차 멈춘 채 굳었다.
“아니, 형들은, 항상 왜…….”
목화는 닭볶음탕을 한입 먹으며 중얼거렸다. 어제 블로센스 실버타운, ‘꿈속 터전(채하민 작명)’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목화와 휴가를 보내러 옛집에 왔다.
내가 블로센스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줄 때면 늘 목화는 저런 표정을 짓곤 한다. 자기 그룹도 화목한 편이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집안 꼴을 보면 더 이해가 안 될걸.”
거기에 업적이 뛰어난 위인이 죽으면 열리는 사진전 같은 게 있거든.
“그래서, 거기서 살 거야?”
“그래야겠지.”
“아니, 어떻게 형은 노후 살 곳을 계획하면서 나랑은 상의가 한 번이 없어!”
합리적인 비판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실버 타운이 이렇게 일찍 실현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나는 한 사십쯤 되어서 아이돌로서의 수명이 끝장날 때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었거든. 이것들이랑 있으면 일이 계획대로 되는 꼴을 못 본다.
“방 하나 비나?”
“아마.”
“아, 근데 그건 또 좀 그런데.”
자신도 거기서 사는 삶을 잠시 상상해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목화.
이상할 건 또 뭐람. 그 정도 크기의 건물이면 몇 명은 더 들여와서 살 수 있을 듯싶은데.
“하, 이걸 서운해하는 게 맞나 싶고……. 그나마 그 근처에 자리 잡는 게 낫겠다.”
형제가 나란한 건물에 각각 사는 거, 동화에서나 볼 법한 훈훈한 풍경이지. 원래부터 실버타운 근처에 집을 마련해 주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화도 괜찮나 보다.
“예언이 형도 알면 그 근처로 올걸?”
그건, 참, 그런 동화가 있으면 내 손으로 찢어 버리고 싶어.
“아직도 그 괴상한 모임 나가?”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은 당연히 내가 예언이 형의 카페에 가볼 일이 없어 모르겠다.
“응. 얼마나 좋아, 형을 응원하는 사람 모임이라잖아.”
“예언이 형이랑은 친해지지 말고, 꼭.”
“…….”
대답해, 목화. 그 미친놈이랑 친해져서는 안 돼.
목화는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있다 약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눈빛에 담긴 심려를 보았음이 틀림없다.
“미안, 늦었어.”
그 망할, 내 동생한테 마수를. 그 인간은 나와 친밀한 건 괜찮지만 가족과 가까이 지내게 두고 싶지 않은 인간이다.
“우리 다 모이면 일단 ‘동화에게 감사한 하루!’라고 외치고 커피 마셔.”
“…그건 종교잖아.”
“그리고 예언이 형이 제사장이지. 그 모임에 있으면 친해지는 게 불가피한 존재야, 형.”
무겁디무거운 한숨이 폐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기어 올라왔다.
그 새끼, 분명 나한테 그런 헛짓거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사장이라 부르는 주제에 명령은 제대로 이행하지를 않으니, 해고할 수밖에 없겠다.
“예언이 형도 늙은 형이랑 관련 있어?”
“응.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 형은 잘 지내는지 늘 궁금해. 직접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까.”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봤다. 가끔 목화와 통화를 하다가 자기 얘기가 나오면 격렬하게 메시지를 보내왔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다른 일이라도 하고 있는지 별다른 알림도 오지 않았다.
“오늘은 바쁘대?”
“아무 말도 없어.”
“하, 진짜, 내 형들은 왜 하나 같이 이럴까. 맨날 일하고, 바쁘고, 제 몸 생각은 안 하고……. 그러면서 자기 신경 쓰면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고.”
당연히 원래 하나니까, 목화야.
“지금은 많이 나아졌잖아.”
“헛소리하지 마, 형. 투어 다니면서도 계속 작업했다며. 그게 인간이 할 짓이야?”
쓰러질 확률을 생각해 보면 인간이 할 짓은 아니었다고 보는 게 보통이겠지만.
“음.”
목화는 어느새 한 공기를 다 비우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요즘 식단 관리를 한다더니, 먹는 양이 확 줄었다.
“…하, 형이 두 명이라니. 늘 어렵다. 걱정할 사람도 두 명이고, 보고 싶은 사람도 두 명이고.”
그걸 먹고도 배가 부른지 통통 치며 의자에 몸을 눕히는 목화.
대체 기지생 선생은 무엇을 하고 있기에 목화가 걱정하는데도 나오질 않는지.
“형.”
“응.”
“꼭 늙은 형한테 엿 먹여 줘야 해. 내 기억도 이어져야 해. 그래야 내가 패지.”
목화는 진지했다. 내게 몇 번을 얘기해도 모자라다는 듯이, 자신의 유일한 소원은 이제 그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이.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기지생과의 과외를 통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찬찬히 이해하기 시작했으니.
목화와 나 사이의 규칙, 절대로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목화를 다른 집에 입양될 수 있게끔 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규칙이다.
그러니 쉽게 담을 수 없는 말이다. 단 한 번이지만, 규칙을 어긴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너무 자명했다.
그러므로.
“나보다는 세게 때려, 목화.”
지켜야지.
“서바이벌 끝났을 때 말하는 거야?”
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 지점으로 기억이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참, 아팠지. 그렇게 손이 매서운지도 몰랐고, 춤을 추며 그 정도로 튼튼한 팔을 얻었는지도 몰랐으니까, 정말 교통사고 같은 충격이었다.
“응.”
“그땐, 그렇게 세게 때리진 않았잖아?”
아니야, 목화.
“하루 내내 아팠어.”
“…그럼 더 세게 때리면 죽는 거 아냐?”
“아니, 좋아할걸.”
내가 그랬거든. 아플 때마다 네가 곁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되새길 수 있어서.
비정상적이지만, 실제로 그때 심정이 그랬다.
꿈만 같은 일이 있을 때 뺨을 친 후 남아 있는 고통이 현실임을 상기시켜 주듯, 그때 고통이 내게는 그랬으니까.
“차마 내가 형한테 뭐라 하지는 못하겠는데, 좀…….”
그러니 언제든 때려도 괜찮다. 기지생도 좋아할 것이 분명하고.
* * *
“개소리를 잘도.”
누가 아픈 걸 좋아한다고. 기지생은 걷는 와중에도 불평을 늘어놓았다. 오늘은 상사에게서 상담을 받을 예정이라 답장은 못했지만, 조금 억울했다.
“우리 원생들이 어쩜 이리 활기찬지.”
이 관리소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인 기지생이 만든 악마 자식들. 어떻게 처리하라고 여기저기서 원성이 자자했으나, 그 누구도 기지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상한 놈. 규칙을 가볍게 여기는 놈. 언제든 와서 자기가 관리하는 세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고, 복수를 하려고 해도 사무실에 다가갈 수조차 없게끔 방비해 둔 놈.
그런 놈이 만든 것들이니, 자기 사무실에 와서 교란 폭탄을 터뜨리고 가도 손조차 쓸 수가 없었다.
기지생은 가볍게 상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오자마자 터져 나오는 짜증 섞인 호통.
“너는! 애들 관리를! 어떻게 좀!”
“조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애들이 놀 곳이 없어 자기 사무실을 제외한 전체를 놀이터로 써도 된다고 했을 뿐인데, 이걸 납득하지 못하다니.
“네 끝에 대해 듣고 최대한 모든 편의를 봐준 게 나다. 그러니 청컨대, 제발 자중을 하게끔 해다오.”
“아픈 곳을 찌르시네요.”
기지생은 의자에 앉았다.
“그래, 얼마나 남았나.”
“제가 관리하는 곳 기준으로 한 세기 정도? 물론 예측입니다. 잘 살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도 있긴 하고.”
“그렇게 관리하기 어려운 게 뭐가 좋다고 네 손으로…, 목숨까지 걸었는지 나는 참…….”
“여기가 비정상인 겁니다. 정해진 궤도를 반복해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저 사는 거지. 원래 고등 생물은 주어진 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상사는, 원래 인간이 아니었기에 인간에 관해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릴 수 있는 그는, 참 속 편하게 지껄였다.
“너도, 주어진 걸 받아들였잖느냐.”
기지생은 웃었다. 정말, 찰나의 시간만이 남았다, 이제.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너무 짧은 생애다.
“제가 선택한 걸 받아들이는 거죠.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상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그건 계획했던 건가?”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지동화가 이곳에 왔을 때, 기지생이 저질렀던 수많은 업보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줄 이들(다섯 마리의 유치원생들)도 만들었고, 그들과 대화할 수도 있으니 감정이 닳는 일도 없을 것이다.
모든 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기지생은 달게 받아들일 뿐이다.
“계획대로, 라고.”
“네.”
모든 건 계획대로 흘러가야만 한다. 그건 기지생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니까.
한 치 앞을 모르더라도 가능한 한 예측한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