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4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43화(311/343)
지동화와 류이든이 가위바위보를 하는 장면과 그로 인해 벌칙을 수행하는 장면까지 업로드되고, 룸넛들은 아찔해졌다.
타팬마저 자주 챙겨 볼 지경이 되어 버린 자체 컨텐츠, 알고리즘의 축복도 받을 지경이 되어 버린 광기의 행진.
어느 대학교의 작업실, 작업하라고 놔둔 개인용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한 남자가 몹시 냉정하고 지적인 어조로 슬며시 카드를 한 장 내밀고 있었다. 배경 음악도 없이, 얼굴만이 클로즈업된다.
어조에 맞는 얼굴, 천천히 떨어지는 입술.
‘이건, 가위야.’
그리고 이어지는 괴상한 소리. 고작 가위바위보를 할 때 쓸 만한 편집도 아니었고, 가위바위보를 할 때 풍길 법한 분위기도 아니었으나, 분명히 가위바위보였다.
“…이 형은.”
가끔 보면, 미친 건가 싶어.
팬사인회에 갔을 때, 가장 침착하고 이야기를 듣길 좋아하며 고민을 말하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상담해 주는 사람이 동화 형인데, 왜 X튜브나 다른 방송에 출연하기만 하면 가장 이상해지는 걸까.
그는 옆에 영상을 틀어놓고 태블릿 펜을 만지작댔다. 뭘 그릴지 고민하며 영상을 시청하던 중, 시장 한복판을 하이패션으로 워킹하는 멤버들이 드디어 등장했다. 사진으로 보긴 했지만, 편집까지 더해지니 순수한 광기의 결정체를 목도하는 것만 같았다.
특히 채하민이.
남성용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해도, 수치스러울 만한 복장을 입고 슈퍼모델에 빙의한 듯 매혹적인 자태를 뽐냈다.
심지어 옷에 강박적으로 새겨진 ‘남자가 새로운 유행이다.’라는 뜻의 영어 문장. 남성을 위한 원피스를 만들어서 그 위에… 새긴 문구가…, 그런데 잘 어울려서 더 어이가 없다.
남자인 자신이 봐도 징그럽다기보다는 감탄스러운 감이 있었다. 본래라면 꼴이 우스울 법도 한데, 자신감과 그럴 만한 라인을 뽐내니, ‘음, 멋있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장면 그릴까.”
아름다운 건 그려서 남겨야만 한다. 그는 태블릿의 펜을 집어 들고 대충 스케치를 잡았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자 자동 재생으로 나오는 건 ‘독백(Dualogue) MV’이라는 제목의 영상.
어, 공식 계정인데 공개가 십 분 전이네. 신곡 발표 계획 같은 건 없었는데.
그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도 전에 조금 놀랐다. 청각적으로는, 생활 소음이 그대로 들려서.
저벅거리는 작은 발소리, 옅은 숨소리. 그리고 시각적으로는 정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만 있어서.
‘내가 뮤직비디오에 편견이 있었나.’
뭐야, 이 행위 예술 같은 건. 실제로 이런 퍼포먼스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오마주인가?
두 사람에 온전히 집중하라는 듯이 그저 하얀 벽지일 뿐, 소품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의자 두 개에 앉은 양복 입은 지동화와 구속복을 입은 이현재만이 앉아 있었다.
자신들을 보라는 어떤 강요도 없었지만, 저절로 시선이 이끌렸다.
우아하고 세련된 듯 초라한 영상 속에, 아까 전 시장 길을 괴상한 차림으로 걸었던 사람이 저렇게 차려입고 앉아 있는 게 낯설었다.
‘어렵다, 진짜. 미친 사람들 같다가 본업만 하면 항상 이래…….’
어쩜 이렇게 시시각각 이미지가 달라지는지.
컷은 총 세 개, 전체 씬, 두 명의 얼굴 클로즈업 씬. 단조롭다. 심지어 두 명의 클로즈업 장면은 가끔 한 번씩 나올 뿐, 대부분은 더 단조로운 전체 모습이었다.
이런 침묵은 원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연주를 시작하더라도 그 잔재는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차갑고 뜨거웠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미운 것도 같았고, 사랑스러운 것도 같았다.
‘…애증.’
가사와 곁들이면 더 그럴듯했다.
아버지랑 아들의 대화를 담은 것처럼 들리는 가사, 처음 미술을 배우겠다고 선언했을 때 자신과 아버지가 나눴던 대화를 회상케 했다.
서로를 아끼기에 자신의 뜻을 전하고 싶지만, 서로의 가치관이 너무나 달라 다투는 게 일상이었지.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상세 정보에 있는 작곡가와 작사가 목록을 확인했다. 너무나 단출한 목록, ‘동화’와 ‘현재’ 두 개의 단어로만 차 있었다.
그건 정말 독백이었다. 서로가 하는 말을 이해 못 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기에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면…….’
꼭 부모―자식이 아니더라도 뭐든 가능할 것 같다. 하물며 친구 사이에도 이런 일은 있을 법하지.
지루한 듯 지루하지 않은 듯, 그저 흘러가는 영상. 잘게 움직이는 손, 고개의 떨림을 세세하게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영상의 후반부, 가장 큰 변화가 갑작스레 찾아왔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게, 처음엔 무엇인지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눈물, 그러면서도 입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어서 정말 애처로웠다.
알 것 같았다. 상대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프고 날카롭게 느껴지지만, 그 뒤에 있는 깊은 애정을 확인할 때 차오르는 눈물.
그걸 보자, 끝까지 녹지 않을 것 같았던 지동화의 동공이 흔들렸다.
마치 뻗고 싶은 손을 꾸역꾸역 참아내는 것처럼, 그러니까, 지금 따스하게 대했다간 절대로 설득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는 ‘으어.’라는 괴상한 신음을 내며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개멋지다, 이런 순간마다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인간을 덕질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이 형들은 본업할 때 가장 멋지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무대 위, 무대 아래, 이 크나큰 차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더 정확히는 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각 멤버의 개성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어렵다, 정말.”
덕질이 어렵다. 어떤 캐릭터인지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가끔 터져 나오는 기상천외한 모습들 때문에.
정말 덕질이 어려워. 이현재가 눈물 흘리고, 지동화가 그걸 보고 잠시 동공이 흔들리는 것도 그려야 하니까. 내일 제출할 과제도 있는데.
형들은 이 공백기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상한 방송이라도 좋으니,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쉬면서,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대학원생 연구실에서 반쯤 썩어가다 친구 따라 과실에 들어왔던 한 여성이 지켜보고 있었다.
‘……세상에, 금손이, 우리 학교에.’
말을 붙이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지. 그녀는 조심스레 친구의 옷자락을 잡았다.
“…저분, 혹시, 너랑 친하니.”
“아? 인호?”
그러고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그녀의 친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덕질 관뒀다며, 바빠서.”
“닥쳐, 현장만 포기한 거니까.”
저 영상을 봐. 너라면 저런 남자 포기할 수 있냐고. 심지어 졸업 논문 읽고 후기 남겨주기로 했다고.
“아, 제발, 빨리, 컴백, 아니 이상한 방송도 괜찮으니까, 제발.”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 * *
“X튜브 기획이라 욕해도 괜찮아요, X발, X랄. 물론 세 분은 안 되겠죠? 아이돌이니.”
화려한 드레스 자락, 그리고 그에 어울리지 않는 언어 선택.
“저는 뭘 해도 되죠.”
고풍스럽고 세련된 찻잔 세트. 정장을 입은 여성분이 우리 앞에 차를 따라주셨다. 방송국 말단 스탭으로 일하면, 정말 별짓을 다 해야 하는구나.
‘네스퀵의 우아한 티타임’, 프로그램 제목부터 기묘하다.
초코 우유를 연상하게 만들면서도 이런 고급 찻잎을 우려 마시는 시간을 촬영하고 있으니.
게다가 배경도 잘 관리된 정원에, 드레스를 화려하게 차려입고, 욕을 뱉으며 앉은 자세도 단정하진 않은 사람이 진행자이니, 적절히 잘 지은 이름 같긴 하지만.
“오랜만이네요. 제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 오랜만입니다!”
“하, 또 우리 위즈니 동지가! 이 드레스는 누가 입은 걸까요!”
“신데렐라 1998년 작 결혼 후 착장입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을 꽉 쥐며 말하는 석준.
“맞아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자랑하듯 자리에서 걸어 나와 한 바퀴 휙 돌아 주는 네스퀵 씨.
익숙하네. 이 모습. 덕후 두 명이 모이면 어떻게 되는지 절실히 알게 된 날.
“…오랜만입니다.”
“저도요!”
나와 채하민도 예의 바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런 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네스퀵 씨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 까딱이 편해요.”
그리고 석준은 말이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물었다.
“이것도, 이것도 직접 만드셨나요!”
“와 씨, 그럼요. 제 몸에 걸치는 건 누구한테도 못 맡기죠! 고증 오류라도 나면 어떡해! 돈을 아무리 벌어도! 절대!”
“여전히, 여전히 제 롤모델 중 한 분이에요!”
롤모델은 무슨, 준. 정작 바느질도 못 해서 내가 네 옷 단추 새로 달아 준 게 몇 번인데.
“하, 오프닝도 안 찍었는데 벌써부터.”
네스퀵 씨는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우리에게 앉으라며 의자를 권했다. 그러고는 드레스 자락을 정리한 것이 무색하게 털썩 앉아 다시 흐트러졌다.
어떻게 이렇게 그대로일 수가. 시간의 흐름을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제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은 지금 미친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분들! 블로센스의 세 분, 동화, 하민, 준 씨가 저와 차를 즐길 겁니다!”
그러고는 우아하게 소리 나지 않는 박수. 미묘하게 조정한 억양도 몹시 고풍스러웠지만.
“근데 미친, 여러분들 투어하셨잖아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저는 째질 것 같은데. 투어 결정되면 그날로부터 한 사흘은 정신 잃고 졸도할 것 같아요. ‘X랄, 이게 현실 맞아? 내가 이걸 누려도 돼?’라면서.”
우아한 티타임이라고 들었는데, 분명.
‘우아함’이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
“와, 저도 꿈꾸는지 의심스러워서 동화한테 벽돌로 때려달라고 했어요.”
닥쳐, 하민. 이 우아한 곳에서 그런 미개한 내 모습을 폭로하다니.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방송용 단어로 번역하려 용쓰는 것도 관두고.
“어머, 벽돌로요? 저도 와인병으로 친 적은 있는데, 벽돌은 괜찮나요?”
손끝을 입술에 얹어 입을 막는다고 우아해지는 게 아니잖습니까, 네스퀵 님. 저게 농담이라는 건 알지만,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동화는 친절해서요! 엄청 살살 쳐요.”
안 쳐, 미친놈아. 류이든 말고 누구를 때린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아, 총에 살살 맞으면 덜 아프다, 뭐 그런 거야?”
아니요. 총은 조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렇죠!”
아니라고. 달라, 망할.
“이렇게 대단한 분들, 사실 섭외 요청을 드렸을 때 걱정이 많았어요. 급이 좀 다른데, 나 같은 년이 불러도 괜찮은가? 싶어서.”
“네스퀵 선배님도 팬분들 많으시잖습니까.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딱딱한 말투는 여전하네, 진짜!”
챙겨 보진 못했지만, 서바이벌에 나와서 준우승한 후 이곳저곳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도 알고 있다. 이상하게도 개인 기획사를 차렸다는 것이 마지막 소식이었지만.
“뭐, 그리고 맞아요. 아버지랑 화해하고 돈방석에 앉아서.”
그거, 말해도 괜찮습니까. 아무리 봐도 비방용인데.
“어머.”
다시 우아한 손짓.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니 긴장이 풀렸나.”
그러고는 자기 뺨을 한 대 큰 소리가 나게 후려친 후.
“편집 부탁드릴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것까지, 격식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