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4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45화(313/343)
정문사집단 2차 집회.
작곡 여행에 출연했을 때 만들었던 팀 이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집단적 단체’의 줄임말이었다. 그때에는 식견이 모자라 그 선구적이고 예언적인 작명을 올곧이 수용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보니.
“드디어 차를 샀어요. 핑크색으로 도색했고. 차 위에 말갈기도 달아뒀지. X발, 상상해 봐! 내가 차를 탈 때마다 마차를!”
네스퀵 씨가 하시는 말만 봐도 이름에 부합하잖아.
“인생이 X나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 이렇게 예능 촬영하고 있는 것도 참…. 이게 다 여러분들 덕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저희요?”
“그치. 나 아직도 작곡 여행 클립 잘 봤다는 말 가끔 듣거든? 여러분들한테 유입이 생기면 나까지 이득을 보는 구조인 거지.”
네스퀵 씨는 다리를 꼬며 의자에 몸을 한껏 기댔다. 삶에 찌든 공주가 나오는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심각한 골초라는 점까지 하면 더없이 완벽하다. 최소한 풍자극이겠지.
그리고 흘러나오는 그녀의 이야기.
“인생 역전, 감동 실화. 나는 이렇게 잘 풀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적당히 밥만 처먹고 사는 게 목표였지, 벽에 똥칠을 하고 살아도 혈연한테 손만 안 벌리면 그만이잖아?”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행복해 보였다. 그 기준, 괜찮은 건가. 예전이었다면 나도 어느 정도 동의했겠지만, 지금은 벽에 그 짓을 하기 전에는 손을 벌리는 편이 맞지 않나 싶다.
“근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일이 잘 풀린단 말이죠. 혹시 여러분들이 요정 같은 건가 의심했다니까. 신데렐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데서 나오잖아.”
“오로라 키워준 세 요정은─, 실사 영화에서는 좀─.”
“그렇지? 난 항상 그게 불만이었어. 그 할머니들 애니메이션에선 푼수 같은 맛은 있어도 능력 확실하고…, 아니, 잠만 준아! 이건 나중에.”
오타쿠의 지독한 버릇.
“어쨌든, 그래서 이렇게 성장하고 나서 한 번쯤 더 인사드리고 싶다, 생각해서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적 부친 얘기도 대충 전할 겸.”
짝짝, 채하민이 격하게 두 손을 부딪쳤다.
“아버님이랑 화해하신 거 축하드려요!”
“아이 또, 화해라기는 좀 그렇고, 최소한 자기 혈육의 직업이 딴따라라는 걸 어렵사리 인정한 거지, 뭐.”
“제 아버지도 그러셨는데, 결국엔 자식이 이겨요!”
“그래도 나는 아직 집에 들어가긴 껄끄럽더라. 그래서 꿀만 빠는 중이야. 춘광이도 그렇고. 우리 막내만 이제 공부 열심히 하는 중이지.”
본인은 춘희 씨라고 부르면 멱살을 잡을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지만, 자신의 동기에게는 가차가 없다.
저게 일반적인 남매 관계라고 하던데, 류이든네도 그랬었지.
“아버지랑 화해한 것도, 어떻게 보면 너희 덕 아닐까?”
“…글쎄요.”
그건 아버님이나 네스퀵 씨 둘 중 한 사람, 혹은 모두의 배려가 만들어낸 것 아닐까요. 화해는 심지가 곧은 사람이 먼저 건넬 수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목화가 대단한 겁니다.]그렇지.
“모르겠어, X발. 작곡 여행 이후로, 예상보다 너무 잘 되니까. 경연 나가서 상 탈 줄도 몰랐고, 광고 찍을 줄도 몰랐고 말이야…….”
네스퀵, 아닌 춘희 씨는 방송할 때는 유지하려 노력은 하던 격식 같은 걸 모두 치우듯 흐트러졌다.
“존나 위즈니 같아…. 꿈꾼다고 이뤄지다니…….”
그녀는 담배를 쥔 듯 검지와 중지를 입술에 댔다.
“너희들도… 알지 않아? 너무 황송해서 이게 꿈이어도 그러려니 할 것 같은…….”
춘희 씨는 우리 한 명 한 명의 눈을 보며 물었다.
“꿈이면─, 다시 잘 겁니다─.”
가장 먼저 석준이 느긋하게 답했다. 뭐 그렇게 당연한 걸 묻느냔 듯이 자연스레 영원히 자면 된다고 답했다.
그다음 채하민은 갸웃, 그러고는 자기 뺨을 한 대 찰싹. 그러고는.
“다행히도 아니에요!”
순서상 나도 무언가 대답해야 하나. 하지만, 정말 모르지. 이게 꿈일지도.
[닥치세요. 제 계획을 고작 당신 머릿속 망상 따위로 치부하다니.]그러게, 내가 어딜 건방지게. 하지만.
“저도 가끔 그럽니다.”
“그지? 신기하다니까, 인생이…. 어찌 됐든 살고 볼 일이야. 그렇게 X같았는데, 밤에 작업할 때마다 다 찢어발기고 싶었는데 참…. 위즈니 읽길 잘했어. 요정 할머니도 와주고 말이야.”
비록 좁은 식견이지만 석준과의 잦은 대화를 통해 추측하건대, 요정 할머니는 장소로 갈 수 있게 도와줄지언정 절대로 걷는 법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왜 내가 봤던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걸었다는 사실은 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뼈에 새기고 사는 걸까.
“요정 할머니, 좋지 않아, 준아?”
“네! 어딜 가든 주변 좋은 일만 해 주니까!”
“그럼 동화 형님을 제일 존경하겠구만.”
역시, 일단 내 얘기였군. 네스퀵 씨가 무엇을 들었는지 그 세부 사항은 잘 모르겠지만, 그 망할 광신도 집단이 실존하는 이상 누가 무엇을 듣든 다 그럴 만하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럭저럭 맞아도 요정은 아니지 않나. 이렇게 흉악하게 생긴 요정이 있다면 석준도 위즈니 덕질을 관둘 것 같은데.
석준이 쑥스럽게 형들 전부를 존경한다고, 하물며 막내도 존경한다는 얘기를 하는 동안, 채하민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봤다.
뭘 봐, 토끼 놈. 네 눈이 그런 상태일 때마다 불안해, 망할.
“……요정, 할머니!”
황금 왕관에 은이 섞였는지 점검하는 방법을 깨달은 듯이 지껄이지 말아 주겠니.
“내가, 평생 찾은 동화의 정체성!”
아무리 토끼의 지능이라도, 나랑 보낸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길다는 것쯤은 계산할 수 있지 않나, 하민.
“……어쨌든,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하신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힘을 얻었습니다.”
나는 놀랍도록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고 네스퀵 씨의 말을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누구에게나 말했듯이, 예언과 친해지고 나서도 굽히지 않았던 단 하나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 * *
[오늘자 공주님이 연 티파티 속 블로센스]내 반응
1. 아 추억 돋는다… 데뷔 초에 뭐 이상한 사람이랑 같이 무대하냐고 뭐라 했는데 지금 최애 무대 중 하나고…
2. ….?
3. …………..????
영상 끝.
댓글
─ 저 온점에서 읽히는 수많은 번뇌들… 룸넛들 공통이다 ㄹㅇㅋㅋㅋㅋㅋㅋ
└ 그러니까… 우리가 앨범 사고 굿즈 사서 멤버들 노후에 같이 살 숙소에 보탬이 되었다…. 이거잖아….? 아니 이거 느낌 너무 묘한데 진짜 ㅅㅂ
└ 할머니! 할머니는 젊었을 때 뭐 했어? / 다섯 명의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해 노력했단다… 껄껄…
─ 세 명 조합이 굉장히 기묘함 ㅅㅂ ㅋ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ㅋㅌㅋ 일단 동화가 준이랑 하민이한테 뭘 하든 관대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토크가 몹시 자유분방함 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 존나 격하게 공감해서 꺾꺾 울고 갑니다…
└ 저 얘기 처음 꺼낸 거 이든이었으면 이든이가 먼저 동화랑 눈 마주치면서 씩 웃었을 듯
(그저 고양이 귀를 끼고 팬사인회에서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는 지동화 사진)
아…. 지동화 시바 진짜… 과하지 않냐…? 방송에서는 멤버들 전부 환멸하는 눈초리로 보면서 뒤에서는 연 끊으면 찾아가서 죽일 거라고 협박하는 거…. 존나 과하지 않냐고…?
댓글
─ 지동화 제외 형들 전원 형 취급 제대로 안 해 주면서 뒤에서는 그 저주 평생 유효한 거냐고 울면서 묻는 이현재도…. 존나…. 과하다 ㅅㅂ!
└ 난 그 독백 뮤비 보면서 현재 연기력 개쩐다 하면서 봤는데 알고 보니 그저 동화 얼굴 보면서 형들이랑 같이 활동하는 게 너무 좋았을 뿐이었고…
─ 아니 그걸 촬영해서 티비로 틀 생각하는 류이든도 진짜 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 얘네는… 뭘까….
└ 차라리 한 가족이라고 믿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이건 아무리 봐도 멤버들이 동화를 녹인 거다]다 지나서 하는 말이지만 동화 서바이벌 처음 보면 하민이 제외 거의 짐승이나 무생물 보듯하는 눈빛이었는데…. 어느새…
댓글
─ 이게 맞다 진짜 어떻게 그러냐 사람이 말도 안 된다
─ 하민이랑은 같은 소속사 출신이라 이미 녹았나 봄 아,,, 이 남자 한국대 철학과 출신,,,,, 비율 좋고 잘생겼는데,,,, 오랜 시간 지내지 않으면 곁을 내어주지 않는
└ 더 해주세요 더 정리해 주세요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입으로 토할 것 같아요.
“……이건, 거짓입니다.”
이현재는 비장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보며 소리쳤다.
하필이면 ‘네스퀵의 우아한 티타임 : 블로센스 편’이 공개되는 날 개인 W앱이 예정되어 있었던 이현재, 그리고 막내에게 깜짝 놀라는 기쁨을 만끽해 주게끔 하려고 당일까지 ‘이현재의 눈물’에 관한 비하인드를 풀었다는 사실을 숨겼던 멤버들.
그렇기에 자연스레 W앱을 켰던 이현재는 폭격을 맞고 말았다. ‘오늘도 유효하냐’라는 댓글의 파도. 상황 파악을 위해 5초 간 가만히 댓글 창을 보던 이현재는 탄식했다.
‘이거, 누가 먼저 꺼낸 얘기예요? 하민이 형이죠?’
어떻게 알았냐는 말에 이현재는 이를 악물었다. 감히 자신의 치부를. 차마 팬분들에겐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이렇게!
그래서 이현재는 방송의 제목을 곧바로 수정했다.
‘이현재의 폭로사무소.’ 마치 지동화가 나왔던 해결사무소를 패러디한 듯한 제목, 그는 지금 익명 팬페이지를 보며 차근차근 답변을 시작했다.
“동화 형이 처음에 저희를 무생물이나 짐승 정도로 본다구 하셨는데, 완전히 아니에요. 동화 형은 지금두 저희를 짐승으로 보구 있답니다. 비밀인데요, 동화 형이 일기 같은 글을 쓸 때는 멤버들 이름을 ‘토(兎)’라거나, ‘구(狗)’라거나 하는, 한자로 적어요. 토끼, 개라는 뜻입니다. 준이 형은 용(龍) 자를 쓰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준’이라고 적는 게 더 간단하거든요? 그런데두 그냥 그렇게 적어요!”
─ 아니 왜?ㅌ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ㅌㅋㅋㅌㅋㅋㅋㅋ
─ 거짓말이지????????
“동화 형이 사람보다 동물을 더 좋아해서요! 이상한 인간인 거 모르셨죠! 더 말해 드릴까요?”
이현재는 입에 자물쇠가 풀린 듯 폭로를 이어 나갔다.
“하민이 형은요! 진짜 진짜! 착하거든요.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이상해질 때가 있어요. 여러분, 황금률이라구 혹시 아세요? 자기가 대우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는 격률 같은 건데, 하민이 형은 그게 몸에 밴 사람이란 말이죠? 그런데 하민이 형 취향이 이상해서 이상한 대우를 해 버리는 거죠.”
옆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데뷔 초에, 여러분들, 동화 형이 모든 음식을 다 잘 먹는데 버섯을 못 먹는 건 유명하잖아요? 근데 하민이 형이 제일 좋아하는 식재료가 버섯이란 말이죠. 그러니까 데뷔 초에 동화 형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를 때 하민이 형이! 버섯을! 동화 형한테 몇 번이나 사주기두 하구요!”
한 번 더 한 모금.
“그 유효하다, 그것두! 이든이 형은 그걸 저를 놀리려구 써요. 그래서 평범하게 좀 때리구 싶다, 라는 감상뿐인데, 하민이 형은 진심으로 저를 아끼구 사랑해서 그 단어를 쓴단 말이죠. 정말! 그럴 때마다 제가 얼마나! 솔직히 기쁘긴 해두!”
이현재는 약간 악에 받쳤다. 막내라는 위치다 보니 아무래도 이래 저래 설움이 많은 듯이.
그의 폭로 행진은, 류이든이 진정시키려 커피를 사 들고 오기 전까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