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5화(35/343)
35.
‘지동화 후배는 재능은 넘치는데 사회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야.’
준성은 답장 없는 문자 창을 보며 생각했다.
준성은 느낌이 왔다. 지동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면, 무언가를 할 리가 없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곡에서 묻어나는 자기 특유의 감성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요구하면 딱 맞게 뽑아줄 것 같단 말이지.’
지동화가 3차와 5차 경연에서 보여준 곡들은, 각 멤버들의 색깔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고민한 흔적이 뚝뚝 묻어났다.
준성은 자신의 솔로 앨범에 자신의 색채가 가득 들어가길 바라서 직접 여러 작곡가의 곡을 들어봤는데, 꽂히는 곡이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성공보다 자기가 원하는 걸 하는 게 더 즐거운 인간한테 꽂혀가지고.
‘하, 한번 꽂힌 건 이뤄야만 발 뻗고 잘 수 있는 성격인데, 이를 어쩐다. 어떻게 목줄을 채울 순 없으려나…….’
그때, 전화가 왔다.
자기가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디텍션’의 장 PD님.
“네, PD님, 어쩐 일이세요?”
―준성, 혹시 주변에 머리 좀 똑똑한데, 우리 프로에 나온 적 없던 신선한 캐릭터 없어? 2주 후 촬영인데 원래 나오기로 한 배우가 음주 운전 터졌단다.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리고 순간, 준성은 답을 찾은 것 같은 감각에 몸을 떨었다.
‘하, 일단 찾았다… 일회용 목줄…….’
“예, PD님, 저희 회사 이번에 신인 내는데, 진짜 괜찮은 후배 하나 있어요.”
―…신인? 흠,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긴 한데, 믿을 만해?
“네, 저희 프로 나오면 정말 잘할 것 같아요. 한국대 합격생이고! 데뷔 서바이벌 출연도 해서 캐릭터 확인 가능하실 거예요.”
―오, 한국대? 그건 망가져도 나름대로 그림 괜찮겠는데. 그러면, 일단 우리도 좀 알아볼게.
그렇게 대강의 통화를 마치고 준성은 곧바로 류이든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 어쩐 일이에요?
“이든아, 동화 후배를 설득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 하나하나 전부 털어놔 봐.”
* * *
그리고 다음 날, 준성은 지동화가 독점했다고 소문난 작업실 앞에 섰다. 흠, 흘러나오는 곡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걸.
그리고 준성은, 지금 미지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라면 신인에게… 예능 출연은 거절당할 리가 없는 제안인데, 왜 동화 후배는 아무렇지 않게 거절할 것만 같을까.’
준성은 어제 류이든의 팁대로 신인에게 예능 출연이 가지는 메리트에 관한 이유를 총 13가지로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서 외워 왔다.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득하려면 논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니…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득을 못 하면 그것도 슬프겠다.’
그리고 준성은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열리며 지동화의 냉한 얼굴이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등장했다.
‘와… 왜 내가 긴장되니.’
* * *
작업실에서 목화에게 선물로 줄 곡의 나머지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흠, 이현재인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지동화 후배님! 오랜만입니다.”
…와우, 준성 씨잖아. 잠깐, 이 인간, 어제 문자 보낸 거 진심이었나.
“제가 지나가다가 아주 우연히 곡을 들었는데, 후배님 스타일의 곡이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다음부턴 음악을 들을 때 소리를 줄여 들으라는 교훈, 감사합니다.
“들어보니 데뷔할 그룹 곡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날 위한 곡인가 싶어서 찾아와 봤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준성과 얼굴을 마주하는 건 처음인지라, 인상이 은근 위압감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류이든이랑 비슷한 강아지상이긴 한데, 류이든이 골든 리트리버라면, 얘는 셰퍼드에 더 가까운 인상이라 그런가.
…확실히 강아지보단 개 같군.
“…실례가 안 된다면, 왜 제 곡을 원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오, 좋은 질문.”
그러곤 준성은 씩 웃더니 답한다.
“그룹이 평생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죠?”
…음, 몰랐는데.
“저 정도 연차가 되는 아이돌들은 그룹 활동 이후에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도 아실 테고요.”
…세상에, 그러면 블로센스도 평생 갈 순 없는 건가. 은근히 충격적인걸.
“저는 솔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기왕이면 실력 있는 사람이랑 오래 보면서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단 말이죠.”
그러던 준성은 박수를 한 번 딱 친다.
“그런데, 후배님의 곡을 듣는 순간, 제가 꽂혀버렸지 뭐예요?”
…혀가 길군. 결론만 간단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아, 이 사람이 날 위해 만들어준 곡으로 무대에 서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순간 끝난 거죠.”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준성 씨. 이제 나가주시겠습니까?
“물론 맨입은 아니고, 당연히 작곡료 드릴 거고. 또 후배님이 아이돌이니까 드릴 수 있는 특혜도 있죠!”
그러더니 준성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가령, 제가 몸담고 있는 프로그램에 섭외해 달라고 PD님께 간곡하게 청을 드린다든가.”
…하, 미친놈 같은데, 얘도.
대체 나의 뭘 보고 이렇게 투자를 할 결심을 했단 말인가.
이렇게 나오니 그 저의가 너무나 의심스럽군. 무조건 거절이다.
“제가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갑자기 결원이 생겨서 말이죠. 그래서 동화 후배님이 저와 했던 과거의 약속을 지켜주시면! 제가 선물로 블로센스에게 예능 출연 기회를 드리려 합니다. 굉장한 제안이죠?”
…음, 잠깐, 이거.
“…선배님이 하시는 프로그램명이 무엇입니까.”
준성은 머릿속의 대본을 빠르게 훑으며 곧바로 입을 연다.
“물론 거절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설득하기 위해 13가지의 논리를… 네?”
논리는 무슨 논리야.
“…프로그램명 말입니다.”
“디텍션이라고, 나름대로 매니아층 있는 프로…….”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끌어모아 내뱉는다.
망할, 기지생.
“…같이 작업하겠습니다.”
그러자 준성은 약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묻는다.
“일단 논리를 들어주세요, 동화 후배! 지금 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인이 예능에 출연해서 얻을 득과 실을 논리적으로 제가 비교해 왔다니까요!”
…미친 사람 확실히 맞는 것 같은데. 최소한 정상의 범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 * *
준성을 빠르게 돌려보내고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하… 기지생, 퀘스트 완료.’
[긴급 퀘스트 ‘출연!’ 완료!완료 조건 : 블로센스가 ‘디텍션’에 출연 제의를 받을 것
보상 : 기지생의 응원]
…망할 놈, 저런 것도 보상이라고. 블로센스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안 했으면 눈여겨보지도 않았을 것을.
‘기지생, 저 셰퍼드 닮은 인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블로센스에 도움이 된다는 거, 사실이겠지?’
[주의―! 지속적인 불신은 옳지 않습니다.]…이건 불신이 아니라 신중함이라 불러야지, 기지생.
* * *
니체 엔터 A&R팀장은 지동화의 자작곡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세련됐어.”
지동화의 자작곡은 놀랍게도 공부한 티가 난다. 그것도 꽤나 깊이 있게… 그런데 정작 대학교를 철학과로 갔다니, 대체 어느 틈에 이 정도로 교육을 받았는지.
“내 자식도, 딱 이 절반만 똑똑하면 좋겠군.”
“…김 팀장님, 애인조차 없으시잖아요?”
“…쉿.”
“그리고 누가 이런 신나는 노래 들으면서 커피 마셔요.”
“…곡에 담긴 깊은 의미를.”
“네, 그래서 이번 앨범 타이틀은 동화 곡으로?”
조금 들어나 주지, 김 팀장은 중얼거리며 자리에 똑바로 앉는다.
“이 정도 퀄리티는 조금만 손 보면 타이틀로 밀 만하지. 기획팀에서 얼추 준비하고 있는 예산 규모면 때깔 좋게 뽑겠는데?”
“근데, 팀장님 그거 들으셨어요?”
“…뭐?”
“하이식스랑 블루잭, 블로센스 데뷔할 때 컴백한다는데요?”
“…저런, 기획팀은 어쩌려나. 지금보다 당기기는 무리고, 미루기도 좀 그럴 텐데.”
김 팀장은 잠시 눈을 감고 장해진 기획팀장이 어떤 반응일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지금쯤 기도하고 있으려나.”
독실한 신자가 다 되었던데.
* * *
기획팀 회의실,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신은 역시 죽었다니까! 니체가 옳았어!”
“장 팀장님! 진정! 진정하세요!”
명실상부한 대형 남돌 하이식스와 블루잭의 컴백 일정을 업계 동료로부터 전해 들은 후부터, 장해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전차가 된 상태다. TOT와 함께 탑 3 중 두 팀이 함께 컴백을 하면 아이돌판의 모든 이슈는 거기로 몰릴 수밖에 없으니.
“어떻게! 왜 하필! 나름대로 이슈도 몰았는데, 승산이 있을 리가 없어!”
“팀장님! 일정을 미루는 건!”
“이 대리, 안 되는 거 알잖아. 우린… 망했어. 나름 TOT 후배 그룹이고, 서바이벌도 했겠다, 빈자리만 잘 노리면 데뷔 1위도 가능은 하겠다 싶었는데… 그래서 사장님한테 예산도 엄청 따놨고!”
그리고 장해진은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며 거의 울부짖었다.
“아니! 분명 지난번엔 한 분기 더 있다가 컴백이랬는데, 친구라고 있는 것들이 제대로 된 정보는 주지 못할망정! 그 자식들 믿고 예산 끌어모은 내가 등신이지!”
“…1위가 곧 성공은 아닌 것, TOT를 길러낸 팀장님이 제일 잘 알잖습니까. 데뷔 2년 만에 1위하고 지금은 탑 중 하나니까.”
“알아, 아는데, 신인치곤 투자 비용이 큰 거 다들 알잖아! 이러면 평타를 쳐도 손해라고. 데뷔 때 완전 빈자리인 줄 알고 영혼까지 끌어모았는데, 다른 놈들 컴백에 휘말려서 커뮤니티에 언급은 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안 들어.”
그리고 책상에 고개를 파묻으며 중얼거린다.
“데뷔도 안 한 신인이 화제 될 만한 게 뭐가 있어……. 하늘에서 갑자기 예능 프로그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
장해진은 사장님에게 대차게 까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깊게 한숨을 내쉬곤 허공을 바라본다.
“담배… 같이 태우러 갈 사람?”
그러자 기획팀원들은 한숨을 내쉬곤 말한다.
“우리 팀 흡연자 팀장님뿐이잖아요…….”
회한의 담배 시간이 끝나고, 망연자실해 있던 장해진이 컴퓨터에 앉자, 강승원으로부터 사내 메시지가 한 통 와있다.
‘긴급, 디텍션 팀에서 지동화 포함 2인 캐스팅 왔습니다. 제3회의실로 와주십시오.’
장해진 팀장은 한번 눈을 비빈다.
…잠깐, 이게 뭐지.
마치 뇌가 일하기를 멈춘 것 같다.
‘하늘에서, 왜… 예능이 떨어져?’
그녀는 이전의 강승원처럼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수첩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 * *
멤버들끼리 거실에 모여 하루를 마무리할 겸 내가 작곡한 곡을 들려주고 있을 때였다.
“어, 팀장님한테 전화 왔어.”
“…여기서 받아, 음악 끌게.”
“응, 동화 형.”
그리고 잠시 전화를 나누는 류이든.
“…네?”
뭔가 신비한 소리라도 들었다는 듯 화들짝 놀라더니, 나를 바라본다.
‘…뭘 봐, 강아지.’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데리고 갈게요.”
아, 소집 명령인가.
모든 멤버들이 류이든이 하는 말을 관심 있게 쳐다보고 있다.
“지금 오라셔?”
류이든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답한다.
“예능 출연 제의가 왔대.”
아, 준성이 말한 그건가 보군.
음, 예능에 나 같은 인간이 나오는 건 들은 바가 없으니, 채하민이나 류이든인가.
* * *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장해진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답한다.
“동화 씨랑 한 명 더해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어요. 믿기지 않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아직 데뷔도 하기 전인데, 케이블이라 해도 방송에 나올 기회는 정말, 정말 말도 안 되는 기회예요!”
…예능이라는 게, 웃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심각하게 결격 사유가 있는데, 대체 왜.
장해진은 모두에게 종이를 한 장씩 보낸다.
“이번에 제의가 들어온 방송은 ‘디텍션 : 범인은 누구’입니다. 추리 형식 예능인데, 사실은 더 어렵고 스케일 큰 마피아 게임 한 판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마피아 게임은 또 뭐람.
“…저처럼 사회성 없는 사람이 예능에 나가면 도리어 실이 되지 않겠습니까?”
“음, 아마도 방송 프로그램 자체가 머리 쓰는 방식이라. 예능감 있는 한 명이랑 같이 머리 좋은 사람인 동화 씨를 보내달라는 거죠.”
…세상에나, 사회성 따위 문제가 안 된다는 거군.
“3일쯤 후에 회의할 거고, 2주 후에 실제 촬영 들어간다고 합니다. 일정이 좀 급박한데, 왜 그런지 좀 알아봤어요. 원래 다른 분이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음주 운전이 터지셨다네요?”
그러곤 두 손을 모아러 마치 하늘에 기도를 하는 듯이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번쩍 고개를 든다.
“그래서 그 빈자리에 우리 블로센스를 준성이가 엎드려 빌듯이 강력하게 추천을 했고, 방송국도 일정이 급하다 보니, 신인이긴 해도 지동화 씨 캐릭터가 나쁘지 않겠다 싶었던 거죠.”
…와우, 그 인간, 확실히 정상 아니야. 내 속에서 준성에 대한 평가가 세 단계 하락했다.
장해진 팀장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여러분, 이건 하늘이 내려준 기회입니다. 꼭 부여잡아야 해요! 마침 동화 씨가 재능 발휘하기 좋은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데뷔 1주 전에 방영이니까, 데뷔랑 시간 차도 별로 안 나서 홍보하기도 좋고!”
그러더니 모여있는 다섯 명을 쓱 훑더니 묻는다.
“그래서, 동화 씨랑 같이 나갈 분을 뽑아야 합니다, 예능감 좋은 친구로. 누가 나가는 게 블로센스에게 가장 좋을까요?”
…하, 내가 나가는 건 역시 확정인 거군. 그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들어가야 하다니, 세상에.
그렇게 내가 다가올 미래에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나머지 멤버들은 잠시 서로 바라보다가 류이든이 손을 들었다.
“음, 하민이가 좋지 않을까요, 팀장님?”
“이유는요?”
“일단 남들한테 사랑받는 성격이잖아요?”
음, 호구라는 뜻이군.
“그리고 그런 예능에선 하민이 같은 캐릭터가 도리어 먹힐 때도 있고.”
이건, 멍청하다는 뜻이고.
“그리고 하민이는 처음 보는 사람이랑도 쉽게 친해지니까, 동화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좋고요.”
…흠, 지금 말한 것 모두 류이든도 해당하는 것 아닌가.
“저도― 그렇습니―다. 하민 형님은― 예능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저 빼곤 다 잘할 것 같아요. 저는 머리가 일단 안 좋아서…….”
그렇게 분위기가 채하민이 나가는 것으로 합의되자, 채하민은 멍하니 있다가 활짝 웃더니 소리친다.
“저 추리 영화 완전 좋아하는데. 동화랑 같이 추리 영화 한 편 찍는 거죠?”
…그런 거 아닌 것 같은데, 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