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5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58화(326/343)
선생님과 함께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봉주는 조금 놀랐다.
가끔 교수님을 따라 연회장 같은 곳에 갈 일이 있는데(교수님의 총애지만, 봉주는 모르고 있다) 그곳만큼이나 화려한 것 같았다.
“…하, 걔는 돈을 무슨.”
선생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인지 짧게 혀를 한 번 찼다. 선생님은 별말 없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봉주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안으로 이끌면서.
“동화 잡아!”
그때 류이든의 목소리로 간결한 명령이 터져 나왔다.
지동화는 예상했다는 듯이 곧장 몸을 돌렸으나, 뒤에는 어느새 와 있었는지 석준이 두 팔을 벌려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망할 것들, 또 뭘 꾸미려고.”
익숙하다는 듯이 지동화는 포기한 채 얌전히 양쪽에서 달려드는 채하민과 이현재에게 팔을 붙잡혔다.
뒤이어 도착한 류이든이 두 발을 들자, 지동화는 공중에 붕 떠 실려 가고 있었다.
“…선생님?”
봉주가 멍하니 중얼거리자,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주는 지동화. 그러나 공중에 누운 채 고개만 돌려 웃는 미소라, 조금 미묘했다.
뭐지, 영혼이 끌려가는 와중에 괜찮다고 손짓하는 어르신을 보는 듯한…….
머릿속에 저절로 레퀴엠이 흐른다. 봉주는 움찔거리다 말려야 하나 싶어 손을 뻗으며 천천히 다가갔지만, 언제 다가온지 모를 석준이 어깨를 부여잡아 멈추고 말았다.
“준이 형…….”
“봉주, 동화 형은 좋은 곳으로 갈 거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준이 형. 무슨 진짜 죽는 사람 같잖아요.
“좋은 곳, 이요?”
“응, 저기.”
석준이 가리킨 곳에는, 아름답게 치장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어디 왕실에서 쓸 것만 같은 사치스러운 의자였다.
동화 선생님이라면, 절대 저런데 자진해서 앉지 않을 것이며, 강제로 앉히더라도 금방 일어날 것이다.
연행의 이유를 깨달았음에도 봉주는 의아했다. 대체 어떻게 저기에 계속 앉혀 두려는 걸까?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지동화는 의자를 보자마자 진저리를 치며 입을 열었다.
“감사를 이딴 식으로 표현하는 관습은 적어도 한국엔 없지.”
“자본주의 사회에는 돈이 최고의 감사 표시인 법!”
그러나 류이든은 그런 건 관심도 없다는 듯이 지동화를 앉혔다.
곧바로 일어나려는 지동화를 채하민이 나서 양어깨를 꾹 눌러 부여잡았다.
철컥, 철컥,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몇 번 울렸다.
“봉주 앞에서 욕하게 만들지 마.”
“그럴 줄 알아서 더 데려오려고 노력했어.”
지동화는 한숨을 푹 내쉬다가 석준과 대화를 나누며 이쪽을 불안하게 쳐다보는 봉주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 망할 것들은 나중에 조지면 되지만, 시간 내서 놀러 온 아이는 즐거운 기억만 가져야지 않겠나.
“다 됐다!”
지동화는 류이든의 말에 제 몸이 어떤 꼴인지 잠시 둘러보았다. 허리와, 발목에 자물쇠로 잠긴 구속 장치가 보였다.
이 정신 나간 것들이…….
절로 튀어나오려는 욕지기를 억누르며 깊게 한숨을 한 번 또 내쉬었다.
“음식은 어떻게 먹어.”
감사 현장이라며. 묶어놓고 너희들만 처먹는 게 은혜를 갚는 방식은 아니겠지.
“이게, 내가 주문 제작한 건데…….”
채하민은 별말 없이 뒤에서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의자 채로 스르르 밀리는 것이 아닌가.
“휠체어 같은 거야, 일종의. 오늘 하루는 네가 가자는 대로 내가 다 움직여줄게!”
“이딴 걸, 주문 제작했다고.”
“응. 해외 배송이라 시간이 좀 걸렸어.”
……정말,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병원으로 가, 제발. 어느 미친놈이 감사 표시로 육체의 자유를 빼앗아.
지동화는 겉으로 드러날 노골적인 짜증을 갈무리했다. 채하민의 눈빛을 보자마자 봉주한테 맛있는 거나 먹이는 훈훈한 식사 자리가 되지는 않으리라 예측했지만, 상상보다 심각하다.
“그래서, 이게 뭔데.”
지동화는 휘황한 의자에 앉아 고개를 까딱이며 물었다. 얼른 설명을 내놓으라는 제스처였다. 그게 너무나 잘 어울려 정말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보였다.
채하민은 자신의 미적 감각에 찬사를 보냈다. 직접 디자인하면서 무엇이 동화에게 더 잘 어울리는 색일지, 그리고 보석일지 어찌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그는 박수와 함께 답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자리가 사람을 만든대.”
자리가 물리적인 의자를 칭하진 않아, 멍청한.
그리고 채하민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고 싶기에 이딴 자리를 마련했단 말인가.
허리와 다리가 묶이는 자리라니, 인권을 허락하고 싶지 않다는 건 알겠다.
채하민이 손에 힘을 주자 매끄럽고 안정적으로 의자가 앞으로 나아갔다.
승차감, 이라는 용어는 부적합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타고 있기 나쁘지는 않았다.
이쪽을 괴상한 것 보듯 서 있는 봉주의 앞에 도달해, 지동화는 모든 감정을 씻어내리고 상황을 받아들인 채,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됐어, 봉주.”
이해해 주겠니. 이놈들은 내버려 두면 가끔 이상한 짓을 하거든.
움찔, 일렁이는 동공으로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지 고심하듯 시선이 이리저리 튀었다.
“어, 음, …그렇게 됐군요. ……푸흡.”
이윽고 찾아낸 단어들의 조합은 선생님을 흉내 내듯 튀어나왔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웃음을 미처 참아내지 못하고 ‘푸흡.’이라는 괴상한 소리를 만들고 말았다.
그러고는 스스로의 무례에 놀라 입을 톡 쳤지만, 이후에도 웃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훈훈한 광경, 류이든은 눈을 휘게 웃으며 지동화의 옆에 다가가 속삭였다. 봉주 앞이니 이렇게 허용 범위가 늘어난다면, 자기도 준비한 선물을!
“아, 맞다. 혹시 몰라서 왕관도 만들었는데…….”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동화가 만들어 준 ‘광기 1등 왕관’을.
그 이후로도 몇 차례 진행된 설문에서 지동화와 류이든이 번갈아 우승하며 둘 다 그 왕관을 써보았지만, 류이든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자신이 만든, 위즈니 공주들이 쓸 법한 왕관만 지동화에게 씌울 수 있다면……!
“그만.”
그러나 그런 희망은 지동화의 짧은 대답에 부서지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 지동화는 류이든의 손등에 검지를 붙였다 떼며, 당연하다는 듯이 모스 부호를 남겼다.
‘ㄷ, ㅏ, ㄱ, ㅊ…….’
닥쳐, 그 두 글자만으로 더 건드렸다간 봉주 앞이건 뭐건 뒤집어엎겠다는 의사가 분명해졌기에, 류이든은 왕관을 채하민 머리 위에 얹었다.
“…너라도 써.”
“어? 뭐야, 왜 나한테 선물을 줘. 오늘 동화 감사절인데!”
그러고 채하민은 제 머리 위 왕관을 그대로 지동화에게 얹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을 빼든 이현재가 찰칵, 사진을 남겨, 지동화가 왕관을 벗기 전 증거물을 남겼다.
모든 게 물 흐르듯, 마치 계획한 것처럼 짧은 시간 안에 벌어졌다.
‘……어?’
류이든은 순간적으로 뒤로 몸을 피했다.
분노를 참지 않겠다는 듯이 벽돌 쿠션을 한 손에 든 지동화가 류이든의 멱살을 잡으려 시도했으나 허무하게 허공을 가른 건 거의 동물적인 감각 때문이었다.
이내 사태를 파악하고 곧바로 세 걸음 물러났다.
억울해. 물론 지동화가 자신을 높이 평가해 준 건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억울한 건 억울한 거였다. 이런 계획은 세우지도 않았다고!
“이든.”
“동화 형! 이건 진짜 억울해!”
지동화는 듣지 않았다. 류이든의 말은 일에 관한 게 아닌 한 주의 깊게 들을 이유가 없었다.
“하민.”
“응.”
“쟤한테 가줘.”
“알겠어. 잡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힘낼게!”
봉주는 서른 줄의 사내들이 한바탕 추격전을 하는 걸 어처구니없이 보았다.
이게……, 연예인의 어둠? 게다가 선생님은 마치 우아하게 앉아서는 한 손에 벽돌을……. 대체, 뭘까, 이곳은.
가끔 보던 선생님과 그 친구들은, 다들 멋있는 어른이었는데.
지금도 당장에는 봉주가 시끄러운 걸 싫어하니 입 닫으라고 조용히 경고하는 선생님은 참 멋있는 어른이었지만, 행색이 저래서는.
“봉주야, 이것 좀 봐.”
이현재는 그런 봉주에게 재밌다는 듯이 다가가 핸드폰을 건넸다. 그 안에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예민해 보이는 눈초리로, 아름다운 의자에 구속돼 공주님의 티아라를 착용한 선생님이 있었다.
이게 뭐냐고, 정말.
푸흡, 절로 나오는 웃음은, 점차 소리를 참을 수 없는 웃음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소란을 만드는 걸 싫어하는 봉주는 입을 틀어막고 꾸역꾸역 웃음을 삭혔다.
“그냥 크게 웃어, 참지 말구. 몸에 안 좋아.”
“크흡, 안, 안 돼, 흐업, 안 돼요.”
고작 그 ‘안 돼요’ 세 글자 뱉으면서도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얘도 어지간한 미치광이가 아니구나, 이현재는 속으로 납득했다.
하긴, 동화 형이 가르쳤는데 안 이상해지고 배기나.
“이건 춘희 누나 보내줘야지…….”
이현재는 그런 풍경이 너무나 평화롭다는 듯이, 핸드폰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딸기 우유, 새우를 올린 전채 요리 옆에 비치해 두기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 딸기 우유를 하나 들고 봉주에게 건넸다.
“마실래?”
“아, 크흠, 흠, 감사합니다.”
“좀 있으면 다른 분들두 오시거든? 어색하면 나한테 와. 동화 형은 파티 주인공이라 아무래두 바쁠 테니까.”
“누가 또 오나요?”
“응. 너는 연예인 관심 없겠지만, 일단 동화 형 동생이 오구.”
“아, 그분은 한 번 뵀어요.”
“다행이네.”
이현재는 찬찬히 누가 오는지 얘기해 주다가,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봉주 얘는 연예인 모르잖아? 그러면 차라리 주의할 인간 명부만 작성하는 게 실용적이겠다.
“그리구 이제 예언이 형이라는 사람이 있거든? 조심해.”
“어…, 혹시 엄격하시다든가?”
봉주는 그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반문했다. 조심할 사람이면 동화 선생님이랑 친할 리도 없지 않나, 라는 합리적인 의심 때문이었다.
“아니, 제일 성격이 이상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구 할까.”
그리고 그때.
“내가아?”
예언의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울렸다. 얼굴보다도 목소리에 더욱 첫인상이 좌우되는 봉주로서는 급격히 호감도가 오르고 말았다.
“내가 그런가, 현재야아.”
이현재는 기름칠 못 한 기계라도 되는 양 뻣뻣하게 고갤 돌렸다. 그곳에는 눈이 안 좋아져 안경을 쓰고 느긋하게 웃고 있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귀여워 보일 정도로 관리를 잘한 예언이 있었다.
그것도 자기 어깨 바로 위에.
“나는, 정말 상처받았어, 현재!”
예언은 안경을 벗어들고 손끝으로 눈물을 툭 튕기더니 웃었다.
저 사람, 진짜 울었어.
예언을 처음 본 봉주는 그게 연기인 줄도 모르고 당황해 버렸다.
이거, 뒷담화잖아. 그래서 그런가.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봉주를 잠시 보더니 가늘어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구나, 주인님의 애제자가.”
…주인님?
“집사를 뒀으면 제자 교육도 맡겨야 하는데, 정말 서운하지 않아? 그렇지 봉주 씨.”
가련한 사람처럼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봉주는 예언을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 어물댔다.
“나아는, 봉주 씨랑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주인님이 막더라고오! 정말, 내가 아무리 자유를 모두 그분께 맡겼대도, 이건 참…….”
음, 이상한 사람 같아.
봉주는 그제야 진실을 간파하고 도움 요청을 위해 이현재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현재는 이미 일찌감치 자리를 피해 딸기 우유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봉주를 구하기 위해 류이든을 붙잡는 것도 포기하고 달려온 이가 있었다.
“뭐해, 형.”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얼른 떨어지라는 듯이 눈으로 욕을 하고 있는, 의자에 묶인 지동화였다.
……의자에 묶인.
예언은 정작 자유를 빼앗긴 게 누구인지 확인하자마자 폭소를 터뜨렸다.
“뭔, 아니, 목소리는 그렇게 장엄한데, 꼴이 왜 그 모양이야!”
아까 전의 가련하고 여린 듯한 분위기는 어디 갔는지, 거기에는 광인의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누구야? 이 기발한 거, 누가 생각했어! 당장 나와, 내 카페 자유 이용권 줄게! 이야, 후배님한테 잘 어울리는 의자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그러고는 지동화의 손이 닿지 않을 거리에 서서는 한껏 비웃기 시작했다. 마치 그걸 위해 사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