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64)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64화(332/343)
왜 그때는 몰랐을까. 자신도 어렸다는 사실을.
자신에게도 버팀목이 필요했고, 정서적 지원이 필요했다는 것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건 단순한 확률론이니까.
만일 목화가 다른 집에 가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면, 자신은 그것 역시 후회했을 테니까.
유일하게 후회하는 게 있다면, 목화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던 것 하나다.
모든 정신적 외상은 씻어낸 줄 알았는데. 유일하게 기억하지 않았던 날이 이렇게…….
부모님과의 기억도 모두 떠올릴 수 있었다. 목화와의 기억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 하루, 그 생일날만큼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항상 이성적으로 살아야 하니까, 억압은 이렇게나 강렬하다.
“……하.”
숨을 내뱉었다. 상념이 끝난 이유를 찾으려 눈을 떴다. 아니, 귀를 기울였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아니, 여긴 또 어디지.
몽롱하다. 꿈결을 걷는 기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문을, 열어야 하니까.
그리고 마침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는 손에 힘을 줘 문을 열었다.
문고리가 돌아가고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역광 속에서 토끼 같은 얼굴과 개 같은 얼굴을 보았다.
* * *
“동화가, 아무런 반응도, 안 하는데.”
대책 회의가 끝나자마자 찾아가 노크를 했으나, 아무런 답신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건 무언의 거절인가, 아니면 답할 수 없는 상황인가.
채하민은 경악했다.
어떡하지. 솔직히 동화 몰래 스페어 키를 만들어두긴 했지만! 그건 너무 과보호가 아닌가 싶어서 비밀로 두었지만! 쓸까! 어쩌지!
“일단, 한 번 더.”
류이든은 채하민의 어깨를 잡으며 노크했다.
그러자, 비틀거리는 사람이 낼 법한 걸음 소리가 안에서 울렸다.
달칵, 짧은소리.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지동화가 보였다.
눈물이 흘러내린 얼굴, 힘없는 동공, 그리고 병약한 듯이 내뱉는 기침. 그런 모습으로 지동화는 우리를 보더니 눈에 힘을 주고는 화들짝 놀란 듯 덜컥 껴안았다.
“…늦었어.”
“어, 어?”
“더 일찍, 오지.”
지동화는 류이든의 멱살을 꽉 부여잡았다. 그 품에 고개를 묻었다. 덩치가 더 좋아진 류이든은 아무리 기대도 쓰러지지 않았다.
“…판단 미스.”
류이든은 짧게 답하고 손을 올려 지동화의 등에 대 보았다.
미약하게 떨렸다. 소동물 같았다. 어쩌지, 힘 주면 부술 수 있을 것 같아.
그 틈에 지동화는 멱살을 풀고 이번엔 채하민의 뺨을 한 대 툭 쳤다. 그걸 친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는, 너무나 연약한 타격이었다.
“늦어.”
“……미안.”
그리고 지동화는 쓰러졌다.
채하민이 비명을 지르며 부축하고, 류이든도 안아 들었다.
석준과 이현재도 뒤에서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지동화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 덕에, 지동화는 버티고 섰다.
“…정신 잃었어.”
“병원.”
류이든과 채하민이 침착하게 말하자, 석준이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이현재는 매니지 팀을 향해 달려갔다.
무겁고 두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생각이 가득했다.
뭘까. 어째서 지동화가 울고 있었을까.
빨리 왔어야 했다는 책망의 어투는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그런 의문이 가득했다.
* * *
잃고 싶지 않았다. 지동화는 그걸 소유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여겼다.
지나치게 많은 걸 잃은 채 살아왔다. 자신의 곁에 사람을 원했다.
소망이라 부르기엔 질척거렸다. 너무나 외로웠고, 너무나 쓸쓸했다. 정신을 잃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
그날, 소방관이 돌아왔을 땐 이미 지동화는 없었다.
책임져주지 못할 도움은,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건 앞으로의 해야 할 일을 모조리 계산해 버린 지동화 탓이었다.
혼자서 해 나가야 할 일의 크기를 알아챘을 때, 동정에서 비롯된 일시적 도움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데 익숙해진다면, 인간은 의지가 박약해서 더 큰 도움을 바랄 뿐이다.
새로이 맺은 인연을 영원히 가지고 싶다.
지동화는 그게 집착이라는 걸 깨달았다.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집착이었다.
그 네 마리도, 심바도, 다른 모두도, 도저히 잃고 싶지가 않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끝이 나면, 다시 시작하고 싶어.’
그들이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우리 그룹의 세계관 속 ‘이현재’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좌절해도 괜찮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면 괜찮으니, 곁에 있고 싶었다.
꼬리를 문 뱀처럼, 계속해서 반복하고 싶다.
이성이 한풀 꺾이자, 지동화의 머릿속에 억눌러왔던 소망이 범람했다.
더 어렸을 적에 그들을 알았으면 어땠을까, 상상한다.
채하민은 그때도 착해 빠졌을 테고, 류이든도 여전히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현재는 자신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고, 석준이 현실에 실망하지 않도록 벽이 되어주고 싶다.
그러나, 그러나, 전부 실현될 수 없는 소망에 불과하다.
지동화의 이성이 되살아났다. 서서히 의식을 되찾아갔다.
멍청하긴, 이별하기에 만남이 아름다운 것이다. 그건 이론적으로 마땅한 일이다. 경제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것은 없다.
헤라클레이토스부터 시작된 회의론은, 지금 와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만고불변의 진리는 없으며, 이데아는 가상의 것이다. 비틀어지는 구조와 그 속에서 유동하는 관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별은 수용하고 단념해야만 한다. 심바 씨에게 다시 보자고 했던 건, 멍청한 자신의 오만한 소망에 불과하니까.
지동화는 눈을 떴다.
“…하.”
상황을 파악하자. 이곳은 병원이다. 자신이 쓰러졌다는 소리니, 멤버들 전원이 염병이 났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쓰러질 것 같지는 않았는데.
몸 상태는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했는데.
[정신 상태 문제입니다.]……저런.
[일이 바빠 망가지는 걸 미처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뱀 한 마리가 죽었거든요. 죄송합니다. 도움을 드리려 했는데, 늦었더군요.]점점 알 수 없는 정보가 늘어나는군. 아이들과 함께 자연 교육에라도 나선 것일까. 그건 확실히 교육에 좋지.
짧은 기침을 한 번 했다. 이번에는 몸을 들어 올리려, 하자, 갑자기.
퍽, 손이 강제로 내리눕혔다. 살벌한 눈의 류이든이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과도한 스트레스.”
어투부터 살벌했다.
잘하면 죽겠는걸,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쓰러진 원인. 몸은 괜찮으나,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쓰러져 버린 것 같다더라.”
처음이네. 귀중한 순간이니 채하민이 보면 기념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될 때까지, 우리 중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책임을, 어떻게 질 거야.”
“……음.”
할 말이 없네. 솔직히 그런 상태인 줄도 몰랐다.
[원래 인간은 자기 정신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는 게 힘든 법입니다. 당신이 이상했던 거지, 지금이 정상입니다.]류이든은 굳건히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울었다.
“도대체 몇 년 전에 했던 얘기를 다시 하게 만들까, 똑똑한 동화 형이.”
“……미안.”
“나도 좀, 너한테 의지도 좀 되어 보고, 조언 같은 것도 좀 해보고 싶다, 동화야.”
음, 하잖아. 망할 놈아.
지동화가 고민 상담을 거는 인간은 딱 두 명, 류이든과 준성뿐이다.
지동화 자신도 많이 변했다.
“아니, 너 안 해.”
속마음 읽지 마, 미친놈아.
너희들이랑 있으면, 왜 거짓말이라는 게 발명되었는지 알 것 같다.
“방금도, 우리랑 더 일찍 만났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말했잖아.”
“……어?”
“왜 형은 이제야 나타나서 내가 의지하게 만드냐, 그게 더 악할지도 모른다. 이별하고 싶지가 않다, 영원히 함께이고 싶다.”
류이든은 끝없이 말을 이었다.
살벌했던 눈빛은 연기였다는 듯이 씨익 미소가 퍼져나갔다.
“정확히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너만큼은 아니어도 비상한 머리로 알아낸 비밀.”
웃음이 이어졌다.
“이거, 거의 사랑 고백 아니야? 동화는 죄가 많네. 네 명이나 사랑하다니.”
어딜, 감히, 자신을 파렴치한 인간들한테나 빗대다니.
“……닥쳐.”
“하하, 하하하, 으하, 아, 어떡해, 방금 병상에서 일어난 애를 놀리는 게 너무 재밌어서.”
뭐지, X발. 어떻게 알아낸…….
―영원히…….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동화의 목소리였다.
류이든이 든 핸드폰 안에선 지동화가 병약한 얼굴로 잠에 빠져 있었다.
“……세상에.”
“일단, 내 컬러링이야.”
시간, 되돌려. 어떻게 그런 개 같은 짓거리를.
몸에 기력이 없어 멱살을 잡지도 못했다.
“근데, 동화 형.”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숨이 멎었다. 언제인지를 묻지 않아서, 교묘하게 예의를 차린 발화 방식.
“……네가, 말해줄 수 있을 때까지, 난 기다릴 수 있거든.”
배려.
“어느 정도는 기대도 돼. 그래도 형은 형이니까.”
신뢰.
“물론, 네 뜻이야.”
그리고 존중.
하, 어쩌지, 정말. 이 개는 어떻게 이리도 사람 마음을 잘 파고드는지.
아무리 봐도 잘 때 약점을 흘린 게 분명하다.
아니, 아마도 진즉에 알고 있었겠지. 아니면 ‘○○에 대하여’라도 진행했거나.
“……앉아 봐.”
지동화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들어올렸다가, 다시 손에 밀려 쓰러졌다.
“미안, 오늘 네가 일어나면 다시 눕히기로 하민이랑 약속했거든.”
약속은 류이든에겐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동화에게 몇 차례 배신으로 호되게 당한 이후, 스스로 배신이라 판단할 만한 짓을 극도로 경계하며 곁을 지켰다.
지동화로서는 참 강인한 경비견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편일 때 한정이지, 반대편에 서 있다면 광견과 다름없다.
“하, 그래, 들어.”
지동화는 포기했다. 고개를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날이 떠올라서 그래.”
“……응.”
류이든은 진정하라는 듯이 일정한 박자로 지동화의 팔을 툭툭 쳤다.
“나도, 네가 어렸을 때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부모님, 강건하거든.”
“데려가서 살게?”
“당연하지.”
“뭘 믿고.”
“우리 집이 하민이만큼은 아니어도 재산 축적은 가능한 정도로 벌어.”
그 말이 아닌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군.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네, 나도. 그러면 더 너한테 의지하라고 계속 얘기해 줬을 텐데.”
“내가 가스라이팅 될 리가.”
“적어도 한 번은 생각해 줬겠지.”
류이든은 씁쓸해 보였다.
의지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더 그러길 바라는 마음은 정이겠지. 아니면 부모의 마음이거나.
점차 늙어가더니, 아저씨보다는 아버지에 가까워지는군. 물론, 지공우 씨가 더 훌륭한 아버지였지만.
지동화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미세한 떨림이 이어지는 걸, 류이든은 예민하게 느꼈다.
그나저나, 어쩔까, 이다음이 하민이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 몹시, 분노한, 유일한 인간이라고.
그러나 류이든은 조금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저 조금 더 의지되는 형으로 남고 싶은, 자기 욕심을 따라서 그는 지동화를 위로하는 데 전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