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8화(38/343)
38.
나는 제인이 끌려가면서 지동화, 너는 똑똑한 바보라고 발악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흠, 재밌군.’
“…죄송합니다. 제가 추리를 이상하게 했나 봅니다.”
견훤은 두 손을 젓더니 소리친다.
“아냐, 아냐. 나도 말 듣고 동의한 거니까, 우리 책임이지.”
“맞아! 나는 제인이 죽는 것도 예능적으론 그림 괜찮다고 봤거든. 지금 봐, 되게 혼란스럽고 좋잖아?”
…들어보니 1차 투표는 보통 건너뛴다던데, 내가 몰아가 버린 셈이군.
“제인이, 나의 제인이, 그래! 나를 죽이려 할 리가 없어!”
채하민이 기쁨에 차며 소리친다.
컨셉상 네가 애인을 사형대에 올린 건데 기뻐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민.
그러자 견훤이 씩 웃더니 말하길…….
“이제 제인도 없겠다, 우리 결혼할까, 하민?”
“오, 견훤, 내 아픈 마음을 당신으로 씻어내도 괜찮을까요?”
…셰익스피어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군.
“…마담, 잠시 생각하십시오.”
그러자 채하민은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입을 틀어막곤 숨을 들이켠다.
“우리 둘은 아니니까… 견훤, 준성 둘 중에 범인이!”
“견훤 형이 범인이네요! 확정됐네!”
준성이 활기차게 말한다.
“에이… 준성, 내가 아니니까 너지.”
“견훤 형, 제가 아까 비명 듣고 올라가다가 형이 4층 근처에서 서성이는 거 봤는데?”
그리고 견훤과 준성은 서로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피식 하곤 웃더니 서로 고개를 돌린다.
“동화야, 우리가, 우리가 범인을 찾아야 해!”
“…그러게.”
다행히 내가 실수한 건 넘어가 주는 것 같군. 빨리 문제나 풀어야겠다.
* * *
# 가편집본
지동화가 바쁘게 돌아다니며 문제를 풀고 있다.
‘…흠, 독일어.’
지동화는 아무렇지 않게 연습실에 비치된 서재에서 독일어로 적혀있는 책 한 권을 꺼내 들더니 읽기 시작한다.
‘…이걸 읽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을 텐데.’
[…제작진은 아무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흠,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군.’
짝사랑에 가슴 앓다가 자살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
‘…….’
지동화는 한참이나 그 책을 보더니 책을 덮곤 거기에 머리를 기대며 조용히 읊조린다.
‘…마담.’
그리고 전환되는 화면.
준성이 작게 웃으며 종이를 뒤지고 있다.
‘이야, 이번 게임에서 동화 후배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봐요.’
종이 중 한 장을 들어 올린 뒤 이어 말한다.
‘저는 동화 후배가 저렇게 실수하는 거 처음 보거든요. 원체 똑똑한 친구기도 하고.’
그러곤 종이를 빠르게 훑어낸다.
‘그나저나… 견훤 형이 범인인 증거를 어서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래야 우리 후배님들이 의심을 풀어줄 텐데…….’
그러던 준성은 한 오래된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기 시작한다.
‘…오른쪽은 늘 거짓을 고하리.’
[준성이 발견한 의문의 문장…!]준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더니 카메라를 보고 말한다.
‘이야, 이게 무슨 헛소리일지 아는 시청자분?’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더니, 견훤의 모습이 비친다.
‘하, 퍼즐 너무 힘들어. 동화 씨는 거의 뭐 덧셈 문제 풀듯 풀던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야?’
견훤이 10분 동안 고민하며 문제를 풀다가 마침내 답을 알아냈는지 상자를 연다.
그 속에서 나오는 작은 공책 한 권.
‘이게… 무슨 책이야.’
견훤은 빠르게 글을 훑기 시작한다.
‘이야… 우리 사랑 관계도가 완전 콩가루였네.’
그는 소휘의 편지를 카메라에 보이며 싱긋 웃는다.
‘소휘는, 자신이 프리마돈나가 된다면 제인과 다시 만나 주겠다는 편지를 부쳤네요.’
[제인과 소휘가 완전히 헤어진 것이 아니었다?]* * *
나는 눈앞에 가득 쌓인 증거들을 사람별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옆에서 촬영 스태프가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일단 무시하자.
우선 준성부터. 나는 누군가에게 브리핑을 하듯 정보를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한다.
“…준성은 평소에 배우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갖은 고생을 했습니다. 특히 제인과 소휘는 준성을 쥐잡듯 잡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민, 제인, 소휘에 대한 살해 동기는 존재하는 거죠.”
그리고 나는 준성의 필체로 적혀있는 연애편지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놀랍게도, 준성과 견훤은 견훤과 하민이 바람을 피우기 이전에 원래 연애 중이었습니다.”
…정말 개방적인 프로그램이군. 놀라워, 이게 몇 각 관계인지.
“관계도를 정리해 보면, 하민과 제인은 표면적으로 알려진 연인 사이고.”
나는 종이에 관계도를 스케치하며 중얼거린다.
“견훤과 준성은 사회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연인 사이라 비밀 연애 중이었습니다.”
나는 관계도를 완성해 내고 카메라에 슥 보여준다. 견훤과 준성, 제인과 하민 사이에 귀여운 하트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견훤이 하민과 바람을 피웠습니다.”
견훤과 하민 사이에 하트가 그려진다.
“동성애를 하던 이가 이성애로 돌아서면, 꽤나 격분할 수 있습니다. 평소 소심한 성격 탓에 억누르고 있던 피해의식이 그 사건으로 인해 촉발됐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나는 자료를 끌어모아 앞주머니에 넣는다.
“즉, 제가 보기엔 견훤보다도 준성이 범인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런데… 왜 저를 죽이려 하는지를 모르겠어서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작은 한숨.
“아까 같은 실수를 할 순 없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왼손으로 모노클을 만진다.
* * *
준성은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견훤을 만난다. 그 순간, 준성은 비참한 표정을 짓더니 묻는다.
“…자, 자기, 아까 하민에게 한 결혼하자는 말 진심인 거야?”
견훤은 순간적으로 올라오려 하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느라 입꼬리가 움찔한다.
“집중해요! 형! 나도 하기 싫다고!”
그러자 견훤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묻는다.
“…말했잖아, 준성. 우리 공연장에 프리마돈나를 묶어두기 위한 거라고.”
“…저는, 저는 가끔 당신이 미워요, 사, 사랑하는, 푸흡!”
그러자 견훤도 웃음이 터져선 깔깔거리기 시작한다.
“아, 오늘 약간 사랑에 미친 컨셉밖에 없어서, 몰입이 힘드네.”
“그런데 형, 제인 누나는 그래서 형이 바람피운 사실 아는 걸 왜 숨기려 든 거예요?”
그러자 견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이상하긴 해. 그리고 범인이 너인 건 확실한데, 왜 동화를 죽이려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겠어.”
그러자 준성은 씩 웃더니 말한다.
“저도요, 형. 형이 범인인 건 확실한데, 왜 저를 죽이려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애인을.”
준성은 얼굴에 꽃받침을 한번 해 보인다.
견훤은 그에 미간을 찌푸렸다가 컨셉이 기억났는지 표정을 푼다.
“아, 그나저나 너 그건 알아? 소휘가 제인과 과거 연인 사이였잖아, 그런데 최근까지도.”
“형, 이만 포기해요. 어차피 지금 형이 절 안 죽이는 건 죽여봤자 우리 후배님들한테 바로 시민 투표 받을 테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나의 피앙세.”
그러자 준성은 다시 한번 폭소를 하곤 뒤돌아 나간다.
“어디 한번 잘해봐요, 우리 사이에 있는 빨간 끈은 이제 끊어지겠네요.”
그리고 홀로 남은 견훤. 견훤은 무엇인가 미심쩍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갸웃하곤 방에서 나간다.
“…보통 준성이가 범인이면 저런 식으로 나오진 않는데.”
* * *
# 가편집본
4층 창고로 돌아온 견훤. 무엇인가 찾으려는 듯이 이곳저곳을 뒤적인다.
그리고 벽에 걸린 수사슴 박제의 코 부분을 한번 매만지더니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입을 연다.
‘와, 오랜만에 소름 좀 돋네. 이걸…….’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려 문 쪽으로 가려는 순간…….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먼저 들린다.
견훤이 고개를 휙 돌리자, 화면은 갑자기 암전된다.
정확히는, 공연장의 전기가 나간 듯 모든 전등이 한 번에 꺼져버렸다.
* * *
채하민은 공연장의 전기가 모두 꺼지자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는 무언가 자꾸 거슬렸다.
‘…동화가, 왜 어떨 때는 왼손으로, 왜 어떨 때는 오른손으로 안경을 만지는 걸까.’
그리고 평소의 지동화와 달리, 지동화가 틀렸다.
채하민에게 지적인 영역에선 거의 완벽한 이미지였던 지동화가 틀렸다는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원래라면, 확실해지기 전까지 어떤 말도 하지 않을 텐데.’
…왜 자꾸, 동화가 의심스러울까.
“와아아, 여러분, 이거 정말 너무 힘들어요. 연기는 할 만한데, 머리 쓰는 게 도저히…….”
그래도 채하민은 어둠 속에서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발견한 이 힌트가 조금 중요한 정보인 것 같아요! 역시 프리마돈나, 이 시대 최고의 여배우인 저답죠?”
하민은 모자를 머리라도 되는 양 한번 찰랑이고 말한다.
“예전에 준성 씨가 저한테 자기네 회사랑 계약을 맺자고 한 적이 있거든요. 소휘랑 제인도 있는 회사고, 지금 회사보다 더 잘 밀어주겠다며!”
그러곤 손에 들린 종이를 어둠 속인데도 카메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펄럭인다.
“그런데 이 종이에 따르면, 그게 제인에게 소휘가 부탁하고, 제인이 준성에게 부탁해서 그랬던 거래요!”
그러던 채하민은 갑자기 시무룩해지더니, 말한다.
“그런데 이게 누가 누굴 죽인다는 증거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러곤 씩 웃으며 말한다.
“하여튼 저는 그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어요. 왜냐하면 제 매니저가 밑바닥에 있을 때 저를 캐스팅해서 최고의 오페라 배우로 만들어줬어요. 물론… 껄끄러운 일도 있었지만요. 매니저가 저한테 고백한 적이 있거든요.”
그러고 나서 채하민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동화의 일기장을 꺼내 보인다.
“동화 일기장인데, 읽어 보니까 마음이 많이 아팠나 봐요. 저한테 차이고, 제가 다른 회사 계약 제의를 받고, 이럴 때마다…, 엄청 상심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그렇게 채하민이 주절주절 자신의 컨셉에 대해 늘어놓은 지가 3분쯤 되었을 때, 성우분의 음산한 목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두 번째 살인 발생! 장소는 4층 창고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들어오는 조명. 채하민은 벌떡 일어나더니 치맛자락을 부여잡으며 소리친다.
“동화야, 어딨어!”
‘그래, 동화는 분명 첫 번째 살인 때 내 옆에 있었어! 동화 말곤 믿을 사람이 없지.’
그러곤 4층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 * *
사건 현장에 모인 준성, 채하민, 그리고 나. 견훤의 복장을 한 마네킹의 배에 칼이 꽂혀있다.
준성은 컨셉 때문인지 반쯤 우는 표정으로 견훤의 마네킹을 끌어안는다.
나는 칼에 새겨진 ‘J’ 이니셜을 보며 조용히 읊조린다.
“…준성 매니저, 아직 저를 죽일 이유는 못 찾았지만, 현재로선 당신이 이 살인의 범인이라고밖엔 생각할 수가 없겠습니다.”
“잠깐, 침착해 봐. 내가, 내가 내 연인을 죽일 리는 없잖아. 그리고 상식적으로 견훤을 죽이면 나는 이길 길이 아예 없어지는데.”
“둘이, 연인이었어요?”
역시나, 문제를 제대로 못 풀었나 보군.
물론 준성의 말은 맞는 말이다.
준성이 범인이라면 나나 채하민 중 하나를 죽이고, 마지막에 견훤을 몰아가는 것만이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맞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뒤틀 수 있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
나는 천천히 증거 자료를 하나씩 꺼내며 입을 연다.
“제인과 소휘는 당신을 늘 심부름꾼 취급 했고, 하민과 견훤은 당신의 사랑을 절망으로 이끌었습니다.”
나는 잠시 숨을 들이쉬고 말한다.
“그리고 이 칼엔 당신의 이니셜인 J가 적혀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며 말한다.
“…대체 저는 왜 죽이려 하신 겁니까? 마지막이니 그냥 말씀해 주십시오.”
“아니, 동화 후배님! 내가 아니라니까. 나도 견훤 형이 죽어서 지금 머리가 엄청 복잡하다고!”
그러자 채하민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한다.
“준성, 당신이 예전에 저를 자기 회사로 끌어들이려 했던 것, 기억나요?”
“…기억나요, 마담.”
나는 무표정하게 그 둘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다.
“그때, 저는 지동화 매니저가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그 제안을 거절했죠. 자신의 사업이 확장되는 걸 방해한 우리 매니저에게 앙심을 품었다면…….”
채하민은 드디어 알겠다는 느낌으로 박수를 한번 치더니 말한다.
“와! 그럼 동화야, 너를 죽일 이유도 있는 거잖아!”
“아니, 그건 제인이 시킨 일이야. 왜 시켰는진 모르겠지만. 사업을 확장할 의도는 애초에 없었어.”
흠, 시킨 이유는 내가 알고 있지만. 말할 필요는 없겠군.
나는 조용히 주머니에 있는 증거들을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일단, 시민의 판결대로 갑시다.”
드디어, 끝이군.
* * *
# 가편집본
채하민과 지동화가 한 팀이 되고, 준성이 반대 팀이 되어선 심문과 답변을 이어나간다.
‘아니, 그럼 우리 둘 중에 범인이 있어야 하는데, 준성이 형, 우리 둘은 첫 번째 살인 때 같이 있었잖아요.’
‘나도 그게 의문이야. 내가 아니니까 둘 중에 범인이 있어야 하는데. 혹시 첫 번째 살인 현장에서 이상한 거 없었어?’
[절대 범인이 아니라는 준성]채하민이 고개를 젓는다.
‘아무것도 없었어요. 석궁은 분명 그냥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요.’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첫 번째 살인 사건의 의문]그때 지동화가 입을 연다.
‘…저는 마담보단 당신이 범인이라고 보는 게 정황상으로는 더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그러자 준성이 한숨을 쉰다.
‘네 말이 맞지. 내가 네 입장이어도 그렇게 말했을 것 같고. 그런데 내가 아닌 게 문제라고. 나는 내 사랑 견훤을 죽일 생각도 해본 적 없어! 견훤은 내게 언제나 믿음을 줬으니까.’
준성은 숨을 한번 고른다.
‘그리고 칼에 적힌 이니셜이 J라는 건, 나 말고 동화, 너도 범인일 수 있는 거잖아.’
그러자 채하민은 그럴 리 없다며 고개를 젓곤 말한다.
‘게임 룰상 사람이 살해되면 30초 내로 알림 방송이 나가잖아요? 그런데 동화는 저랑 10분 넘게 같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두둥, 하는 효과음과 함께 자막이 올라온다.
[선택의 시간]지동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채하민을 바라보곤 말한다.
‘마담, 이번에 누구도 투표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살인범의 승리입니다. 그러니, 저를 믿으십시오.’
그러자 채하민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매니저! 나는 첫 번째 살인 때부터 너만은 믿기로 다짐했어!’
그러자 준성이 미치겠다는 듯 몸을 비튼다.
‘아아! 아! 아! 범인 진짜 소름 끼치네, 진짜. 첫 번째 살인부터 이 그림까지 계획한 거야? 동화 후배, 너지! 너가 그런 거잖아!’
그러자 지동화는 느릿하게 오른손으로 모노클을 한번 끌어올리곤 답한다.
‘…죄송하지만,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준성은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숨을 들이켠다.
‘너, 너, 왼손잡인데, 오른손, 오른쪽은 거짓을 고하리…….’
준성의 작은 중얼거림, 그러나 그 순간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채하민은 미처 듣지 못한다.
‘두 번째 시민의 판결입니다. 준성은 사형대로 올라갑니다.’
준성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동화를 바라보다가 안내 요원의 이끌림에 허탈하게 밖으로 나선다.
지동화는 올곧은 자세 그대로 준성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채하민은 드디어 이겼다는 만족감에 방방 뛰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민의 판결 결과입니다.’
채하민은 환호할 준비를 하며 두 손을 끌어모은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와― 아?’
환호하던 채하민은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거기엔 지동화가 평소처럼 냉정한 얼굴로 서있다.
‘도, 동화야?’
몸을 채하민 쪽으로 돌린 지동화는 오른손을 왼가슴에 올리곤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마담.’
그리고 오른손으로 외투를 들어 올리더니 왼손을 옷의 안쪽 주머니에 넣곤 한 자루의 권총을 꺼낸다.
채하민을 겨냥하는 총구. 채하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아니, 어떻게, 도, 동화야.’
카메라가 지동화의 상반신을 클로즈업으로 당긴다.
채하민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지동화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며 작은 미소를 짓더니 읊조린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마담.’
그리고 울려 퍼지는 총성. 화면이 검게 물들더니 잠시 침묵만이 흐른다.
이후 화면은 전환되며 조용히 홀로 객석에 앉아 무대를 응시하는 지동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손에 들린 총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지동화.
그러곤 조용히 읊조린다.
“…마담.”
카메라는 조용히 무대 위를 비춘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총성. 그 아래로 조용히 자막이 올라온다.
[그는 어떻게 첫 번째 살인 때 하민의 곁에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