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41)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41화(41/343)
41.
밀가루를 치우고 멤버들과 맛없는 풀 쪼가리들을 나눠 먹은 뒤, 나는 눈앞에 놓인 퀘스트 창에 당황스러워하는 중이다.
‘이건 또 뭐야, 기지생 놈아.’
그러나 기지생은 대답 없이 올곧이 퀘스트 창만을 띄워줄 뿐이었다.
[긴급 퀘스트! ‘조금 더 가까이!’데뷔를 3주 앞두고 얻은 최후의 휴일! 이 휴일이 지나고 나면 지독한 연습만이 눈앞에 놓입니다. 그러니 이번 휴일 동안 모든 멤버들의 소망을 들어줘 더 가까워지세요!
완료 조건 : 멤버들이 당신에게 바라는 것을 1회 이상 들어주기.
보상 :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조각, 질문권]
…보상이, 상당히 가치 있어 보이는데.
…하, 생각해 보자. 대체 왜 기지생이 이 난리를 떠는 건지.
이 기지생 놈이 눈앞에 보상을 미끼로 흔드는 건 무조건 어떤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모르겠는데. 소원을 들어줘야 할 필요성도, 기지생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겠군.’
[당신이 더 잘되었으면 하는 생각뿐입니다!]하, 대체 이 정신 나간 존재의 정체는 뭘까.
아이돌 활동 끝나면 시공간에 대한 탐구를 마치고 기지생을 찾아가고 말지.
기지생의 조언은 대부분 결과적으로 옳은 일이 많았으니, 일단… 수행해야겠군.
‘소원은, 물어보면 되는 건가?’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습니다!]나는 한숨을 내쉬고, 앞에서 영양제를 멤버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류이든에게 말했다.
저 인간이 내게 하고 싶을 부탁. 뻔하지, 망할 강아지.
“…이든 형, 내일 운동 같이 갈까?”
그러자 류이든이 손을 멈칫하더니 나를 바라본다. 마치 바퀴벌레가 수학 난제를 풀어내는 것을 발견한 인간 같은 모양새군.
심지어 류이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멤버들이 나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뭘 봐, 동물농장 놈들.
“…동화 형, 어디 아파?”
“…당신이 원했던 것이잖습니까.”
“아니, 그건 맞는데, 너가 집에서 나갈 예정이라고? 심지어 운동하러?”
그걸 보고 있던 이현재가 조용히 석준에게 귓속말한다.
“준이 형, 동화 형이 형 눈사람 만든 거 보고 충격받았나 봐요.”
“귀여―웠지 않아―?”
조용, 연구 대상.
“동화, 드디어 건강을 생각하기로 했구나!”
류이든이 고민하던 와중에 스스로 내가 운동하려는 이유를 찾아냈는지 감격하며 소리친다.
아쉽게도 틀렸습니다, 이든 학생. 저는 건강을 신경 써본 적이 없답니다.
“내가 이번엔 진짜 제대로 운동 가르쳐줄게!”
‘하, 기지생, 부디 엿이나 먹기를.’
* * *
류이든과 함께 찾아온 헬스장. 매니저님께 말씀드리고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둘이서 찾아왔다.
류이든의 지도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나니 죽을 것 같다.
“…사실대로 말해보십시오. 저를 죽일 계획인 겁니까?”
“우리 회원님, 말이 많습니다! 팔 조금 더 벌려서 잡아야 근육에 자극이 제대로 가요!”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힘겹게 내렸다가 올리고, 바벨을 걸쇠에 걸어둔다.
류이든이 시범 자세를 보여준다며 몸을 움직이자, 나는 자세를 보는 척하며 기지생의 죽음을 기원하고 있을 때였다.
한 사람이 걸어 들어오더니 핸드폰 거치대를 설치하고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찍기 시작한다.
카메라의 렌즈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인간의 행동 양상은 정말로 복잡하군. 저건 무슨 의미가 있는 행위일까.’
“동화, 잘 봤지?”
아니.
“…응.”
“일단 한 세트만 해보자. 자세 봐줄게.”
하… 운동을, 하면 좋은 건 이해하는데, 안다고 행위로 이어지진 않는군. 아리스토텔레스가 옳았어.
“아니, 자세가 그게 아니야, 동화야! 조금 더 위로 누워야지.”
누구에게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누울 자유가 있을 텐데. 망할 독재자 놈.
“…자유의 탄압은 언제나 옳지 않습니다, 리더님.”
그러자 류이든은 씩 웃더니 답한다.
“여기에 온 건 네 자유잖아.”
…망할. 옳은 말이군.
* * *
그렇게 세 시간 정도의 류이든표 자기관리 체험을 마치고, 반쯤 죽어 있는 몸뚱이로 숙소에 돌아온 나는 몸을 웅크리고 이불 속에 파고들었다.
…이런 걸로 행복할 수 있다니, 운동의 의미는 이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내 방에 들어온 류이든이 파스를 몇 장 내민다.
“오랜만에 운동해서 근육 놀랐을 수 있으니까 챙겨둬.”
“…고마워.”
그때 석준이 갑자기 뛰어 들어오더니 소리친다.
“형님들!”
류이든은 멍하니 석준을 보다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시계를 한번 본다.
아, 그렇군. 너 학교는 어쩌고 지금 여기에?
“제가 조퇴를 하고 왔습니다! 제 소원이 있는데 들어주십시오!”
“준아, 왜 조퇴를…….”
흠, 말이 빠른 걸 보니 위즈니 관련이다.
“위즈니 관람회가 열리는데, 제가 연습 때문에 모르고 있다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와 함께 가주십시오! 혼자 가면 자제를 못 할 테니 옆에서 제어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슨 그런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제 통장이 모두 관련 굿즈로 전환되지 않게끔 감시해 주세요!”
내가 류이든을 바라보자 류이든이 진지하게 아쉽다는 듯이 말한다.
“나도 가고 싶은데, 오늘 나 어머님 뵈러 가기로 약속해서.”
…하, 석준한텐 그냥 위즈니 상품이나 하나 사주고 소원으로 치려고 했는데.
“…언제?”
“지금 가야 합니다!”
“…그래.”
제발 다음부턴 이런 일로 조퇴하지 말고.
* * *
…나는 지금 관람회장 앞에 서있다.
평일, 애매한 오전, 위즈니 관람회.
아주 당연하게도, 아이들과 그 부모님밖에 없었다.
…흠, 따지고 보면 나도 보호자 자격으로 온 거니 비슷한 처지인가.
석준은 이미 반쯤 몸이 관람회장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였기에, 나는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오, 아름답군. 저건 용인 건가.
들어가자마자 귀여운 용이 울부짖는 동상과 그 옆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입장료가 비싼 이유가 있군.
“형님! 너무 신납니다!”
석준은 눈밭을 달리는 개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작게 얘기해, 준.”
수치스러우니까.
“저건 형님과 제가 같이 봤던 프루츠 월드 실제 비율 피규어입니다!”
…그 세상을 구할 팬케이크?
“저 사진 좀 찍어주세요!”
석준이 자기 핸드폰을 건네며 해맑게 소리치며 알프레도 옆으로 달려간다.
옆에 있는 애도 침착하니 걸어 다니는데, 준.
…하, 소원이고 뭐고 도망치고 싶군.
석준은 자기 절반 정도 되는 알프레도 옆에 서서 해맑게 웃고 있는다. 키가 180이 넘고 덩치도 나름대로 좋은 녀석이라, 마치 협박하는 모양새였다.
“…웃어.”
“네!”
그렇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주로 내가 사진을 찍어주던 와중, 드디어 관람회를 다 돌고 마지막 굿즈 샵에 들어섰다.
그리고 석준은 원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곤 달려갔다.
“준, 실내에선… 하.”
그래, 네 마음대로 하렴.
“형님! 이거 살까요?”
“…너 숙소에도 있는 거야, 그거.”
“아! 그렇네요! 이건요?”
나는 순간적으로 얼굴에 피어오르려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굳세게 억눌렀다.
“…그것도 있어, 준.”
아마 얘는 위즈니에 둘러싸여서 뇌가 절반 정도 파괴된 상태인 것 같다.
위즈니 유해매체 지정이 시급하군.
그렇게 석준의 뒤를 따라다니며 ‘사고 싶어!’와 ‘안 돼’를 반복하던 중, 한 여성분이 지나가던 나를 갑자기 붙잡았다.
애써 선하게 짓는 미소와 해치지 않겠다는 뉘앙스, 그러나 눈에서 보이는 어떤 욕망. 그리고…….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라는 말까지.
…전도하시는 분인가.
“…도를 믿지 않으며, 경험론적으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갑자기 웃으시더니 답한다.
“아, 그런 게 아니라! 잠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저희 ‘생활이 좋다’에서 나왔거든요!”
…그게 뭡니까?
“위즈니 전람회 마지막 날이라 취재 겸 왔는데 인터뷰 좀 하려고요.”
그제야 나는 저 뒤에 카메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음, 이거 나가도 되는 건가? 아이돌이 길거리 인터뷰에 나오는 일은 들은 적이 없는데.
그렇게 내가 고민하던 순간, 눈앞의 여성분의 눈에서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열망을 발견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 뭐, 어차피 작은 프로그램에 짧은 인터뷰 나가는 게 큰 문제는 아니겠지. 나가는 게 확정도 아니고.
“…짧다면 하겠습니다.”
그러자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격하게 감사하다며 인사한다.
“우선 누구와 함께 오셨나요?”
…음, 뭐라고 할까.
친구라기엔 애매하고.
석준의 정신 연령과 내가 보호자로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어휘를 쓰고 싶은데.
“음, 아이와 함께 왔습니다.”
적절한 단어 선정이었다. 나는 만족스러워서 약간 미소 지었다.
그러자 여성분이 잠시 당황하더니 답한다.
“아이랑… 네, 오늘 어떠셨…….”
여성분이 말을 채 끝나기 전에 석준이 내게 달려오더니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물건을 내밀더니 소리쳤다.
“이거 사고 싶습니다!”
흠, 다 없는 거긴 한데, 물품이 너무 많군.
“…안 돼. 그중에서 딱 두 개만 골라, 준.”
“그런! 잔인합니다! 잔혹군주 지동화!”
…감히 그 호칭을.
“…나중에 또 살 거 생기면 어쩌려고. 정말 가지고 싶은 것 딱 두 개만 골라.”
그러자 석준은 한껏 울상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나는 여성분을 보며 고개를 잠시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무슨 질문 하시려 했습니까?”
“…저분이 아이신가요?”
나는 당연한 물음에 잠시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빠르다더니.”
잠시 멍하니 중얼거리는 여자와 웃음을 참고 있는 카메라맨이 보인다.
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실만 나열되어 있는데.
“…왜 오셨나요?”
“…음, 저 아이가 통장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막으러 왔습니다.”
“…저분은, 관계가?”
아, 이제야 이해가 됐다. ‘아이’라는 단어는 자식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는 단어긴 하군.
“…함께 데뷔할 멤버입니다.”
그러자 다시 화들짝 놀란 그녀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네! 혹시 데뷔할 팀명도 한번 알려주실 수 있나요?”
뭐지, 반응이 이상하군.
“…블로센스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방송에 나가실 수도 있어요!”
음, 이 재미없는 대화가 방송에 나올 수 있을까.
* * *
관람회장 운영 종료 알림이 떴는데도 떠나기 싫다고 소리치는 석준을 억지로 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젠장, 서바이벌 때보다 지치는군.’
“동화 형, 어디 다녀왔어요?”
아동 보호 봉사 활동.
“…준이랑 위즈니 관람회.”
그러자 교복을 입고 쉬고 있는 이현재는 화들짝 놀라더니 묻는다.
“형이 또 나갔다고요?”
…대체 너희들 상상 속의 나라는 인간은 어떤 존재지.
음, 그나저나 이현재는 뭐가 소원일까.
“…현재,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거 있어?”
그러자 이현재는 무언가를 읽혔다는 듯이 몸을 떨곤 나를 바라본다.
“…사실, 부탁드리고 싶은 건 있는데, 형, 너무 피곤해 보여요.”
…더럽게 피곤한 건 맞지만, 너희들이 더 환하게 빛나려면 일단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
이현재는 망설이다가 말한다.
“그게… 사실, 과외 숙제를 조금만 줄여주면 좋겠다는…….”
“기각.”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선을 넘은 요구다.
…내가 피곤한 게 문제인 이유는, 기분 나쁠 때 말하면 들어줄 리 없다고 생각해서군. 영리한 판단이긴 하지만, 기분 좋았다고 해도 절대 줄여줄 일은 없을 거다.
“…형, 진짜 저 이러다 죽는다고요.”
“…현재, 경험상 공부로 죽음의 문턱을 관측하려면 지금보다는 더 큰 노동이 필요해.”
“…그럼, 얼마나 하면 죽기 직전까지 가요?”
음, 스물네 살 때의 일이긴 하지만.
“…나는 메를로 퐁티가 쓴 논문이 흥미로워서, 4일 연속으로 내리읽다가 쓰러지듯 잠든 적 있어.”
그러자 이현재는 경기를 일으키더니 작게 소리친다.
“…형은 잔인해요.”
…들어본 패턴인데.
“…잔혹군주 동화 형.”
“…대신 그것만 아니면.”
그러자 이현재는 고심하더니 어렵게 답한다.
“형, 그러면, 미안한 부탁이긴 한데…….”
나는 말없이 이현재를 바라본다.
“내일… 학부모님 참관수업 때 대신 와주면 안 돼요?”
…하, 뭐, 이런, 해괴한 소원밖에 없니, 우리 멤버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