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4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43화(43/343)
43.
때는 한 시간 전, 파충류 농장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채하민과 함께 이런저런 뱀과 도마뱀을 구경하며 있을 때, 한 사람이 걸어와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관리하는 김민석입니다.”
…삼촌 지인이라기엔 꽤나 젊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민석이 형!”
“어우, 하민아, 데뷔 전에 와줘서 고맙다.”
김민석은 목에 카메라가 한 대 걸려있다는 점을 빼면 평범했다.
간단한 일상 대화를 주고받던 둘의 대화는 갑자기 급물살을 타더니 이상한 주제에 안착했다.
“형! 저희 사진 찍어주세요!”
…음, 뭐, 사진 찍는 것 정도야.
그런데 도리어 김민석이 당황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돼? 너 아이돌로 데뷔하잖아, 이제.”
“그럴 줄 알고 매니저님께 여쭤봤는데, 그 정도는 상관없으시대요!”
“아, 진짜? 나야 영광이지! 이런 피사체 찍을 일이 많지도 않고.”
나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물었다.
“…하민, 무슨 얘기야?”
“아! 이분이 사진사로도 활동하셔.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시는데, 뱀이랑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인 거지.”
“오! 재밌겠다.”
…그래, 많이 찍으렴. 나는 저 옆에 누워서 잠시 잠 좀 잘 테니.
그렇게 내가 어디 누울 곳이 없는지 물색하고 있을 때, 채하민이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동화야, 나랑 추억 남기러 가자.”
나는 갑작스러운 전개에 멍하니 있다가 답한다.
“…나까지?”
“응! 젊은 시절 친구와의 추억!”
* * *
원래는 채하민이 사진 찍자는 걸 거절하려고 했다만, 그랬다간 또 서운함에 몸서리칠 것을 알았기에 하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찍는 거 대충 찍고 말려고 했던 나와는 달리, 채하민은 꽤나 진심인지 가방에서 머리와 얼굴을 치장할 것들을 한가득 들고 왔고, 그 결과 나는 현재 한껏 꾸민 상태로 사진을 찍는 중이다.
심지어 삼촌의 지인분도 상당히 진심인 건지 세트장이 사진 스튜디오와 맞먹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흰 조명을 받으며 블랙 킹스네이크를 손에 감고, 정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와, 정말, 멋지네요, 동화 군.”
“동화야! 흰 배경에 검은색 옷, 검은 머리, 검은 뱀이라 엄청 멋져.”
“역시 동화는 잔인한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니까.”
…됐고, 이제 끝이지?
나는 손에 들린 ‘루시’를 조심스레 사육 통 안에 돌려놓았다.
“동화 군! 개인 샷 한 장만 더!”
…이거 돈 받으시고 하는 것도 아닌데, 열의를 불태우실 이유가 있습니까?
“이번엔 볼파이톤이랑 한 장 찍어봐요!”
“동화야! 나랑도 같이 찍어야 해!”
…와, 정말 다 사라져 줬음 좋겠군.
* * *
그렇게 개인샷과 단체샷을 몇 장 더 찍고, 사육장 밖으로 나서는 길에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꾸역꾸역 눌러 참았다.
[긴급 퀘스트 ‘조금 더 가까이!’ 완료!당신은 놀라운 인내력을 발휘하여 멤버들의 바람을 이뤄주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당신도 어느 정도 멤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긴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방구석 생활의 청산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다음의 보상이 제공됩니다.
보상 :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조각]
…비꼬기 위해 최선을 다한 문장이라는 것만은 알겠군.
너도 즐겼으면서 왜 자신을 죽이니 마니 이야기하냐는 항의 표시인 건가?
“동화야! 이것 봐, 우리 사진 잘 나왔지?”
채하민은 오늘 찍은 사진을 자신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서 보여준다.
둘이서 등을 맞대고 앉아 각각 손에 감긴 뱀과 눈을 맞추고 있는 사진.
흠, 잘 나왔긴 했는데, 정말 추억을 남기는 것 말곤 별다른 의미가 없는 건가.
…기지생이 제시한 퀘스트 중에는 처음으로 그 의도가 이해하기 힘든 퀘스트군.
“…하민, 멤버들이랑 먹을 거 사 갈까.”
“오! 좋다. 열량 많이 안 나가는 것 중에 뭐가 있지?”
…그래, 뭐, 진짜 사이를 가깝게 하려는 거였어도 나쁠 건 없지.
* * *
일주일 후, 하나의 방송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지동화의 팬은 오늘도 어김없이 리얼리티를 복습하며 데뷔 날짜만을 기다리며 생활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물이나 마시러 부엌으로 가는 길, TV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아이와 함께 왔습니다.
‘…동화?’
내 돌에게 숨겨둔 자식이라도 있는 건가.
그녀는 놀란 마음에 TV로 달려가 어머니 옆에 앉았다.
“아이, 젊은 애가 애도 있구만.”
‘있으면 안 돼요! 엄마!’
그러자 TV 자막엔 [곧 아이 출현할 예정]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아이랑… 네, 오늘 어떠셨,
리포터가 질문을 하던 때 갑자기 석준이 달려오더니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물건을 내민다.
[아.이. 등.장.]―이거 사고 싶습니다!
[떼 쓰는 아이와]그러자 지동화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더니 말한다.
―…안 돼. 그중에서 딱 두 개만 골라, 준.
[단호한 어른]―그런! 잔인합니다! 잔혹군주 지동화!
[잔…혹 군주…?]그러자 지동화는 표정이 하나도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말한다.
―…나중에 또 살 거 생기면 어쩌려고. 정말 가지고 싶은 것 딱 두 개만 골라.
그러자 석준이 울상 지으며 돌아섰다.
지동화는 숨을 한번 짧게 내쉬고 리포터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묻는다.
―…죄송합니다. 무슨 질문 하시려 했습니까?
그리고 지동화의 팬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옆에서 어머니가 깔깔 웃으며 말하길…….
“어우, 쟤네들 웃긴 애들이네. 아이돌 데뷔 예정이란다, 얘.”
‘그리고 제가 팔 아이돌이에요!’
그녀는 비실비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생활이 좋다’의 위즈니 관람회 에피소드에서, 지동화와 석준의 정신 나간 대화가 방영되었다.
다 큰 석준을 아무렇지 않게 아이라고 부르는 지동화와 실제로 아이 같이 구는 석준의 모습과,
물건을 사지 말라고 하자 울분에 가득 차선 ‘형님은 잔인합니다.’라고 말하는 석준,
그리고 그런 석준을 단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지동화가 연출하는 기묘하게 웃긴 상황이 나름대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로 석준의 ‘형은 잔인합니다!’라고 외치는 짤과, 지동화의 단호한 얼굴이 일종의 밈처럼 퍼져 나가자 그 게시글에 블로센스의 팬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왜 제 아이돌이 여기에 있죠?
―ㅋㅋㅌㅋㅋㅌㅌㅋㅋㅋㅋ 아니 ㅅㅂ 아이돌 멤버임 얘네?
―아 이건 좀 당황스럽네 ㅋㅋㅌㅌㅋㅋㅋㅌ
―ㅋㅋㅌㅋㅋㅋㅋㅌㅋ 아니 뭔데 ㅋㅌㅌㅋㅋ 대체 왜 지동화가 보호자 포지션인데 ㅋㅌㅌㅋㅋㅋㅌㅋㅋ
―형님은 잔인합니다 ㅋㅌㅌㅋㅋㅋㅌㅋ 아이고 준아 ㅋㅋㅌㅌㅋ
―포브스 선정 가장 단호한 아이돌 1위
그리고 때마침 올라온 SNS 인플루언서 김민석의 보정 사진이 다시 타오르는 화제에 기름을 부었다.
(지동화가 블랙킹 스네이크와 함께 정면을 바라보는 사진)
(채하민이 보아뱀을 목에 감고 해맑게 웃는 사진)
(둘이 등을 맞대고 각각 뱀을 바라보는 사진)
멋진 친구분들 사진 찍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 블로센스 # 지동화 # 채하민 # 김민석 파충류 사진소 # 파충류 # 뱀
기본적으로 김민석의 SNS가 팔로워가 많은 데다가, 거기에 지동화와 채하민의 분위기 있는 사진이 더해지며 ‘단호좌’라 불리는 지동화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단호좌 이분은 여기서는 조금 분위기가…
―ㄹㅇ 여기서는 진짜 마피아 지능파 보스 같으시네…
―와, 사진 잘 봤어요 (웃는 이모티콘) 근데 저 해맑게 웃는 분 성함이 뭐예요?
―하민아… 하민아…!!
그리고 블로센스가 나름대로 화제에 오르자, 이번엔 한 운동 크리에이터의 V―log가 재발굴되었다.
운동하는 사람 뒤로 지동화가 가만히 카메라를 바라보며 류이든의 말을 흘려듣고 있는 모습이 나온 것이다.
―4:55 이분 단호좌 아니신지
―맞네 ㅋㅌㅌ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 잔인좌 앞에선 단호하지만, 저 사람 앞에선 짜증좌가 되어버리는 당신…
―남자입니다… 5:00에서 단호좌랑 아이컨택 하고 설렜습니다…
―ㄹㅇ 왜 나랑 눈 마주침?
―와 운동시켜 주는 분 자세 완전 정석이다… 골격도 좋아 보이고…
―반할 뻔.
―아니 파충류 사진에선 엄청 귀족 같았는데 여기선 왜 이리 초라해 보여 ㅋㅋㅌㅋㅋ
―이분은 뭐 하는 분이길래 이렇게 여러 곳에서 보이나요?
―블로센스라고 이번에 데뷔하는 아이돌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지동화와 다른 멤버들의 기이한 행적을 모두 모은 글이 커뮤니티에 퍼졌다.
[블로센스 데뷔 전 활동 모음 및 결과.jpg]이현재 학교 참관수업 (링크)
류이든의 일일 헬스클럽 (링크)
생활이 좋다 인터뷰 활동 (링크)
SNS 스타 사진사 모델 활동 (링크)
이 모든 게 연달아 터지면서 나타난 결과 : 더넥니 마지막 화보다 인터넷에서 화제 됨.
이게 소속사가 시킨 게 아니라면 지동화가 또 지동화한 거라고 봐야 한다.
댓글
―ㄹㅇㅋㅋ 지동화가 지동화한 거라고 봐야지
그렇게, 지동화가 궁금해했던 행위의 의미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궤적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황을 커뮤니티에 정리하던 한 블로센스의 팬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블로센스 휴일 요약](개 네 마리가 각자 여러 방향으로 달려가자, 중간에서 지겹다는 표정으로 목줄을 잡고 있는 견주 사진)
* * *
그렇게 휴일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 다시 계속해서 연습만 하고 있던 때, 이현재가 쉬는 중 폰을 보다가 놀라 소리친다.
“혀, 형들! 저희 실시간 검색어 올라와 있어요!”
“어? 왜?”
채하민은 멍청한 소리를 냈고…….
“아니, 왜? 누구 사고 쳤어?”
리더가 된 뒤 걱정만 는 양반이 헛소리를 했다.
…음, 갑작스럽긴 하군.
우리가 한동안 활동한 건 없으니, 혹시 니체 회사 부도 위기 같은 거라도 뜬 건가.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이현재에게 다가갔다.
“…좋은 일로?”
이현재는 빠르게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보세요!”
흠, 인터넷 기사군. 그런 내 옆으로 다른 멤버들도 달려오더니 같이 보기 시작한다.
[실시간 검색어 ‘블로센스’는 대체 누구?]‘생활이 좋다’ 이번 주 방영 회차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위즈니 관람회에서 다 큰 남성을 ‘아이’라 칭하며 무엇을 살지를 골라주는 모습이 소소하게 웃음을 자아내던 중, 이 둘의 외모가 주목받으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후 이 둘이 한 팀으로 데뷔할 아이돌 팀 ‘블로센스’의 멤버들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더 큰 화제가 되었다.
(중략)
이뿐만 아니라, 한 운동 유투버의 브이로그 화면에서, 한 학교의 공식 동영상 사이트에서, 그리고 한 사진사의 SNS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 사람 누구예요’라는 반응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 대상은 모두 블로센스의 멤버들이었다.
(후략)
‘후즈 더 넥스트 니체’를 통해 걸성한 블로센스는 2주 후 쇼케이스를 거쳐 데뷔할 예정이다.
나는 읽을 때마다 당황스러운 것투성이라 잠시 호흡을 멈췄다.
…기지생, 이런 거였냐.
[주의! 말했듯 신뢰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나와 똑같이 어안이 벙벙한 채로 있던 류이든이 중얼거렸다.
“…와, 그러니까 동화가 간 곳마다 카메라가 있었고, 그 결과 화제가 됐다는 거야?”
그러자 채하민이 소리쳤다.
“동화가 귀인이 맞긴 한가 봐!”
“역시 우리의 군주!”
* * *
홍보팀장 이관우는 지나치게 정신이 없었다.
“대체, 아직 데뷔도 안 한 팀인데…….”
기자들한테 뿌릴 정보를 정리하고, 기사에 들어갈 단어와 아닌 단어를 모두 골라서 보내는 걸 지휘하느라.
어째서 갑자기 블로센스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단 말인가?
이관우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그 이유야 어찌 됐든 지금이다. 이건 무조건 다음 주 디텍션에 블로센스가 나온다는 걸 지금 터뜨려야 한다.
장해진이 홍보팀에게 넘겨준 자료를 토대로 이미 배포할 기사와 기자는 컨택이 끝난 상태.
지금 이 타이밍, 방영까지 남은 기간이 10일 정도고 실검에 오른 상황.
이관우는 전장에 투석기를 발사하는 장군의 심정으로 기존에 협의했던 홍보물 배포일을 조정하려고 방송국 쪽에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