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4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45화(45/343)
45.
MV가 시작되자, 푸른색 계통의 색채가 짙게 깔린다.
그 위로 흰색 글씨로 ‘Cloudy Blue’가 적힌다.
카메라가 줌아웃 되자 드러나는 하나의 푸른 눈동자, 곧이어 이현재의 얼굴이 나타난다.
정면을 응시하던 이현재가 눈을 슬며시 감자 화면이 전환되곤, 콘셉트 포토의 그 장소에 앉아있는 지동화가 클로즈업된다.
그때 흘러나오는 감각적인 느낌의 신스. 마치 지동화의 주변을 환상의 동물이 파도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지동화는 고개를 약간 미소 짓고는 입을 연다. 속삭이듯 허밍 하듯 퍼지는 목소리.
파도의 속삭임, 푸른빛의 향기들
새파란 구름의 틈에서 만난 우리들
하늘 위의 바닷속을 함께 헤엄치며
Oh, In the Cloudy Blue
노래가 잠시 멈추고 파도치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지동화가 눈을 한번 감았다 뜨자, 카메라도 함께 눈을 감았다 뜨듯 푸른 화면이 물결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자 지동화는 하늘 위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자신의 머리 위에 보이는 바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동화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위쪽으로 바닷속으로 풍덩 하고 빠진다.
화면이 전환되고 본격적인 비트가 흘러나오며 예전의 신스가 몽환적이면서도 시원한 분위기를 만든다.
누워있는 지동화 곁으로 나머지 네 명의 멤버가 쿡쿡 찌르며 지동화가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움찔하며 일어나는 지동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멤버들이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노래가 시작된다.
파도의 속삭임, 푸른빛의 향기들
새파란 구름의 틈에서 만난 우리들
하늘 위의 바닷속을 함께 헤엄치며
Oh, In the Cloudy Blue
멤버들은 구름이 흘러가는 바닷속을 걸어가며 한 무너진 성터에 도착한다. 당황하는 지동화를 이현재가 조심스레 이끈다.
무너진 성벽 위를 자유롭게 걸어가는 류이든과, 밑에서 그를 따라가는 멤버들.
주변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는 환상적이면서도 어딘가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워서 마치 멸망한 뒤의 세상 같았다.
반쯤 부서진 왕좌에 몸을 앉힌 류이든이 장난스럽게 씨익 웃는다.
그러자 밝은 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푸른빛의 틈으로 황금빛이 은은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시원한 듯 몽환적인 신스가 파도처럼 드럼에 얹혀 신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류이든이 왕좌에 장난스럽게 누워 빛줄기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노래한다.
잿빛의 세계 속 푸른 건 이곳뿐인걸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인걸
그리고 장면은 전환되며 채하민이 바다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한다.
아침과 밤의 경계, 구름 낀 파도 위,
그 아랜 모두 검게, 오직 우리들만이
이현재가 하늘에 떠있는 작은 테이블에 홀로 앉아 청량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Cloudy Blue― 서로에게 섞여들어
다른 모든 것들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아
Cloudy Blue― 우린 이제 하나인걸
함께 있어주겠니, 이 무너지는 성채 위에
배 위에 홀로 앉아 새들을 어깨와 머리에 올려둔 석준. 그 뒤로 한 마리의 고래가 물을 뿜어댄다.
이현재의 프리코러스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신스만 남고 모두 사라진다. 통통 튀는 신스 속에서 석준이 낮은 목소리로 훅을 부른다.
Blue― 무너진 세상 속 우리뿐
But― 다른 것들은 모두 무시
Bloom― 구름이 피어나는 바다
Bet― 우리만으로도 영원히 (쉿―)
석준이 검지를 들어 올려 입에 올리자, 잠시 음악이 끊겼다가 다시 시작된다.
이제 멤버들은 폐허에서 류이든과 별이 뿜어내는 빛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서로 즐겁게 장난치는 사이에서 지동화 홀로 동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사이사이 삽입된다.
그리고 곡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석준의 훅이 이현재의 애드립과 함께 흘러나올 때였다.
멤버들이 서로 대화하다가 푸른빛만 남은 공간에서 하나둘 누워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두 잠든 사이로 이현재가 홀로 걸어 나온다.
그리고 그런 이현재를 자는 척하며 지동화가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현재에게 클로즈업되는 화면, 이현재가 눈을 지그시 감는 순간 화면이 다시 푸르게 가득 차며, MV가 끝이 났다.
* * *
쇼케이스 전날, 마지막 연습을 하다가 공개된 뮤직비디오를 함께 모니터링하는 중, 나는 생각했다.
‘…돈을 얼마나 부어 넣은 거지.’
촬영할 때만 해도 별것 없었는데 말이다. 솔직히 볼품없었지. 내가 하늘에 빠지는 장면은 사실 기계장치로 거꾸로 의자에 앉아있다가 그냥 떨어진 거다.
후속 작업으로 CG를 입히자 몽환적이고 청량한데 그러면서도 어딘가 위태로운 장면이 완성됐군.
MV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치며 영상미 예쁘다고 주절대기 시작한다.
그러다 석준이 문득 묻는다.
“근데― 우리들 뮤비― 대체 무슨 내용―인 겁니까?”
“스토리 작가님께서 형 노래 가사 들으시더니 기존에 짜고 있던 스토리 버리셨다고 했죠? 동화 형은 혹시 들은 것 있어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내가 직접 짠 스토리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내가 현재 정신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 같아.”
영상미학은 공부가 얕아서 잘 모르지만, 저 화면은 이현재의 내면을 표상한 것이 아닐까.
“오, 왜 그렇게 생각해, 동화 형?”
“…첫 장면에서, 눈감는 장면이 연속되고 있잖아.”
눈을 감는 행위 이후 장면이 전환되는 건, 그 시야로 카메라가 흡수되는 걸 보여주는 기법으로 흔히 쓰인다.
그러니 저 영상에서 나와 이현재는 마주 보고 있던 거고, 그 이후 내가 하늘로 빠지는 것은 이현재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걸 상징화하는 것 아닐까.
“그러면 동화야, 현재 내면에 나랑 이든이 형이랑 준이는 왜 있어?”
“…나도 모르지.”
지난번 제작 회의에서 시리즈처럼 스토리가 앨범마다 이어진다고 했으니, 이후에 나오는 영상을 보면 더 알 수 있겠지.
뮤직비디오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고 류이든이 분위기를 정리한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연습하고 올라가자, 얘들아!”
* * *
기자 쇼케이스까지 남은 시간은 약 한 시간.
이현재와 채하민이 옹기종기 모여선 손을 떨고 있다.
“…형, 저 엄청 떨려요.”
나는 꿀을 탄 인삼차를 이현재의 손에 쥐여줬다.
“…연습량 생각하면 실수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나는 채하민한테도 한 잔 따라준다.
“아는데도, 서바이벌 무대 설 때도 떨리긴 했는데 비교가 안 돼.”
채하민이 따스한 차를 두 손에 꼭 쥐곤 중얼거린다.
“…데뷔하나 봐, 우리 진짜.”
그때 관계자분에게 일정에 관해 듣고 온 류이든이 말한다.
“얘들아, 리허설 때 음원 이상한 건 말씀드렸고, 기자분들 예상 질문 목록 딱 한 번만 더 보면 되겠다.”
…미안한데 그건 이미 다 외웠어, 강아지. 혹시 몰라서 너희들 것까지.
멤버들이 기자의 질문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눈을 돌려 석준을 바라봤다.
석준은 혼자서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눈물을 흘린다.
아니, 뭔데, 대체 무슨.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인삼차를 한 잔 따라서 내민다.
“감사― 흐읍, 합니다.”
“…왜 울어?”
“같이 데뷔한다니까 갑자―기, 흐읍.”
…무슨 소리야.
“꿈에서, 흐, 꿈에서.”
나는 말없이 옆에 앉아서 가만히 녀석을 토닥였다. 그러자 곧 진정된 녀석은 조용히 입을 연다.
“형님―”
“어.”
“제가 방금― 꿈을 꿨―는데, 제가 지금과―는 다른 사람―과 데뷔―하는 꿈이었습니다.”
…흠, 가능성의 조각이랑 비슷하군.
“…그래?”
“저는― 지금 멤버―와 데뷔할―수 있어서― 너무, 너―무 좋습니다.”
“…그래.”
그러자 석준은 투명하게 웃는다.
나는 어서 메이크업을 수정받으라고 석준의 등을 떠밀었다.
…방금 석준의 눈에 서린 감정은 분명히 안도의 정서인데.
나는 기지생을 호출했다.
‘기지생, 혹시 꿈을 통해 자신의 다른 가능성을 보는 일이 가능한가?’
[가능하며, 도리어 그런 경우가 더 일반적입니다.]…하, 혹시 서바이벌 참여자 중에 인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놈이 있었나.
* * *
MMS 연예부 기자실, 블루잭과 하이식스의 컴백으로 인해 미칠 듯이 바빴다.
하지만 신민수 기자는 오늘 블로센스라는 한 신인 그룹의 쇼케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나왔다.
‘하… 나도 블루잭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아까운 내 조회수…….’
“그래, 기왕 나온 거 이슈 될 만한 거 하나 정도는 물어 가야지.”
공연장에 들어가 지정된 좌석에 앉아 무대를 살펴본다.
“오, 돈 좀 썼네.”
티 세트와 테이블이 하늘에 떠있고, 약간 폐허의 잔해 같은 것들이 무대 주변을 채우고 있다.
어차피 방송도 제대로 타지 않는 무대에 돈 쓰기 쉽진 않은데, 소속사에서 밀어주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다.
‘블루잭이랑 하이식스랑 데뷔가 겹친 신인한테 돈을 쓴다라… 왜 그런 짓을.’
차라리 다음 앨범을 노리고 일찍 활동을 접는 게 낫지 않으려나.
‘그러고 보니 얘네 바이럴 마케팅도 엄청 하던데. 잘될까 몰라.’
시작 시간이 되자 공연장 조명이 낮아지며, 무대 위 화면에 뮤직비디오로 보이는 영상이 시작된다.
‘…뭐야, 왜 곡이 좋아.’
몽환과 청량 사이 그 어디쯤에서 은근하게 신나는 곡이다. 터지는 느낌보단, 여름밤 한 시에 해변을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듣기 좋은 음악이었다.
특히 중간에 신스 라인만 흐르며 싱 랩으로 구성된 훅이 흘러나올 땐 리듬감이 확 살아서 중독적이다.
그는 작곡가가 누군지 확인하려고 빠르게 사전에 보내준 앨범 정보를 훑어본다.
지동화? 잠깐… 지동화면, 자작곡이잖아. 심지어 편곡에도 지동화 말고는 눈에 띄는 이름이 없었다.
‘영상미는 또, 아니 대체 돈을 얼마나 바른 거야?’
신민수는 재빨리 타자기 위에서 손을 놀렸다.
[블로센스, 자작곡으로 던진 출사표]화제의 신인 블로센스가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후략)
환상적이면서 위태로운 동화 같은 분위기의 영상이 끝나자 멤버들이 올라와 인사한다.
“to be Blooming, 안녕하십니까, 블로센스입니다.”
두 손을 꽃처럼 한번 돌리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기자 쇼케이스 특유의 무뚝뚝한 반응 속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만 울려 퍼진다.
멤버들은 준비해 온 멘트를 하고 나서 곧바로 무대 대형으로 선다.
지동화가 센터에 서고 나머지 멤버들이 주변을 둘러싸자, 흰 의상 때문에 구름 속에 포근하게 안긴 것처럼 보였다.
무대가 시작되자 지동화가 멤버들에게 몸을 기대며 조금씩 뒤로 눕는다.
파도의 속삭임, 푸른빛의 향기들
새파란 구름의 틈에서 만난 우리들
하늘 위의 바닷속을 함께 헤엄치며
Oh, In the Cloudy Blue
‘오, 음색 미쳐. 얘가 지동화지?’
멤버들은 지동화의 목소리에 따라 흘러갈 듯 몸을 움직이며, 마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움직인다.
지동화는 그 구름 위에 반쯤 누운 채로 나른하게 미소 짓는다.
중간중간에 서로 기대거나 몸을 의지하는 안무. 그 속에서 감각적인 동선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파도치는 듯한 안무네. 조지기 쉬워 보이는데, 이걸 잘도… 특히 쟤, 채하민.’
키 순서대로 대각선 대형으로 서서 순차적으로 웨이브를 타는 안무는 몰아치는 파도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웨이브를 탄 류이든이 중앙으로 나와 석준의 손을 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노래한다. 다른 멤버들은 손을 이용해 날개를 형상화한다. 마치 류이든이 하늘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잿빛의 세계 속 푸른 건 이곳뿐인걸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인걸
이후 이현재의 고음으로 고조되는 분위기. 무언가가 터질까 싶을 때쯤, 곡은 도리어 신스만 남으며 순수한 느낌이 강해진다.
Blue― 무너진 세상 속 우리뿐
But― 다른 것들은 모두 무시
Bloom― 구름이 피어나는 바다
멤버들은 신스에 맞춰 리듬을 타다가 한 명씩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며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석준 홀로 중앙에 섰을 때.
Bet― 우리만으로도 영원히 (쉿―)
검지를 입술에 대고 고개를 한번 까딱인다. 아직 어리지만 선이 굵은 얼굴이 쉿 소리를 내며 웃자, 나머지 멤버들이 손을 툭 떨어뜨리며 고개 역시 푹 숙인다. 마치 잠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시 곡이 흘러나오자 고개를 위로 들어 서로를 바라본 뒤 밝게 미소 지으며 다시 신나게 무대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곡이 끝날 때 마지막으로 석준의 훅이 이현재의 애드립과 함께 터져 나올 때, 멤버들은 이현재를 중간에 두고 모여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 졸린 듯 잠에 빠져든다. 이현재만 홀로 정면을 바라보고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가사가… 나름대로 괜찮네.’
우리가 모여 회색 도시 속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파란 존재가 된다라… 사랑보다는 우정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기자 쇼케이스답게 박수갈채 따위는 없다는 듯 작은 소리의 박수가 흘러나왔다.
‘…근데 평소보단 조금 큰 것 같은데.’
* * *
‘들은 대로 더럽게 반응이 없는 편이군.’
나는 무대를 마치고 숨을 몰아쉬었다.
준성이 기자 쇼케이스에서 반응 없다고 무대를 망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적응하지 못했을 거다.
‘…팬분들께 얼른 보여드리고 싶군.’
…예전이었으면 무대에 서는 것도 싫어했을 텐데, ‘얼른’ 보여드리고 싶다니.
…나도 변하긴 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