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5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55화(55/343)
55.
[오늘자 케이넷 주요 포인트]1. 하이식스 공식 활동 일정 마무리 무대
2. 블루잭 드디어 뮤비 의상 소화 끝남
3. 블로센스 류이든 절벽과 아이 무대
수정) 필자 루미너스 맞음.
댓글
―블로센스 얘네는 누구길래 하이랑 블루랑 같이 언급됨?
└생신인.
└…?
└더 넥스트 니체 서바이벌로 데뷔한 팀이고 TOT 소속사 후배 그룹입니다! 클라우디 블루도 노래 몽환적이고 진짜 좋으니까 많관부!
―절벽과 아이 시발 존나 1년 내내 생각날 때마다 들을 듯
└클라우디 블루도 들어주라 ㅠㅠㅠㅠ 내가 무릎 꿇고 머리 박을게 ㅠㅠㅠㅠㅠ
―아 ㅅㅂ 왜 내 돌엔 지동화 없냐 열받네
―블로센스 분위기상 신인상 확정일 듯 ㅎㅎ
└궁예질로 분탕 치지 말기로 해~
└“우리는 이걸 어그로라 부르기로 했어요.”
―야 팬덤명 루미너스… 약간 오글거리면서 예쁘기도 하고 그렇네…
└멤버가 정한 거라 루미너스는 닥치고 따를 것을 저희끼리 합의 봤습니다 ^^
생방송 진행 전, 커뮤니티는 오늘 방송의 포인트라는 요점 정리 글이 관심을 끌었다.
예상보다 어그로가 쏠렸는데, 지난주 블루잭의 컴백 이후 이렇다 할 이슈가 없었기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렸다.
[절벽과 아이 ㅅㅂ 음원 존나 좋더라]이게 확 명곡이다! 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 익숙하다! 이것도 아닌데
흔한 것도 아니고 특출한 것도 아닌데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좋으니까 열받네
댓글
―(루미너스가 이걸 욕해야 할지 호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게시글입니다)
―그러니까 좋다는 거지?
―제발! 절벽과 아이 듣는 김에 클라우디 블루도 들어주세요!
그리고 시작된 생방송 무대. 류이든이 중간 의자에 앉고, 멤버들이 뒤에 놓인 벤치에 앉아있다.
약간 해진 셔츠에 반바지라는 단출한 의상을 한 류이든과 비슷하게 입은 멤버들.
피아노와 바이올린, 바람 소리로 구성된 독특한 전주가 흐르고, 류이든은 천천히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오 잘생겼네
―아 ㅅㅂ 의상 좋다… 위험한 상상을 불러일으킴
└(신고 사유 : 위험한 인간)
류이든이 입을 열고 노래를 부르자, 사람들은 잠시 감상하면서도 댓글질을 멈추지 않는다.
―오… 얘가 메보임?
└ㄴㄴ 춤 멤버임
└…? 근데 왜 개인곡…?
└얘네 팀원 중에 작곡 가능 멤버가 리더한테 선물한 곡이라는데
―아 화음 개좋다
―노래 괜찮게 하네 근데 완전 잘하진 않는 듯
└이건 맞음 ㅇㅇ 노래 존잘이다 이건 아닌데 그냥 좋음
그리고 노래가 중반부를 흘러 클라이맥스로 올라갈 때, 댓글이 잠시 멈춘다.
―아 ㅅㅂ 먼지 들어갔나 눈물 왜 나고 ㅈㄹ?
―이건… 작곡을 존나 잘한 거 같네 얘한테 딱 맞춰서 작곡한 거 티 날 정도
―방금 틀었는데 얘네 그룹명 좀
└블로센스 ㅈㄴ 많은 관심 부탁~
마침내 노래가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갈 때, 자기 돌 무대 아니면 별달리 관심 없었던 이들이 조금쯤은 블로센스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아 ㅅㅂ 이게 얘네 곡이었음?](‘클라우디 블루’ 캡처본)
아 공부하다 카페에서 듣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신인 자작곡일 줄은 몰랐다 진짜
댓글
―국어 시간에 짧게 들어서 몰랐는데 존좋이네
―아 ㅋㅋ 블로센스 곡인 줄 몰랐는데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네
* * *
무대가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오는 길, 류이든이 날 보며 작게 소리친다.
“하, 동화 형, 나 잘했지?”
…작곡가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구야 알겠다마는.
“…그거 몇 번째야, 망할 형.”
“내가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거야, 우리.”
류이든은 무대가 끝나고 지금까지 계속 헤실거리고 있다. 라디오 때보다 노래를 잘 부른 게 마음에 들었나 보군.
“그런데 너 그거 진짜 하게?”
“…뭐?”
“W앱 콘텐츠로 월간 지동화 하는 거.”
음, 그게 뭔, 잡지 이름 같은.
“…월간 지동화가 뭔데.”
“너 멤버들마다 개인 곡 하나씩 만들어주는 거 W앱 콘텐츠로 냈잖아.”
아, 그거?
“…어차피 나는 말을 잘 못하니, 작업한 거 들려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자 류이든은 뭔 소리냐는 표정으로 답한다.
“…네가 말을 못한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말해도 직설적인 어투는 예상치 못하게 불쾌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제일 말 잘하는데?”
“…내가 루미너스분들이랑 논리적인 토론을 하려는 게 아니잖아.”
“사실 나는 네가 유튜브 자체 콘텐츠로, 인문학 소개 시간 같은 거 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거든.”
그러자 옆에 있던 채하민이 소리친다.
“오, 진짜 잘 어울릴 것 같다. 그치, 현재야.”
“…루미너스분들이 사인회 오실 때 외울 내용이 늘겠네요.”
…그건 조금 재밌을 것 같은데. 사인회에서 인문학에 관한 토론을 나눌 수 있다면, 꽤 좋지 않을까.
“음― 세―상 모든 사람―이 동화 형님 같은 분―은 아니잖습니까.”
“…의외로 많은 분이 공부하길 좋아하지 않아?”
내 질문에 채하민이 썩는 듯싶은 표정을 짓더니 아차, 하고는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나는 많은 쪽에 속하진 못하나 봐, 동화야.”
…진즉에 알고 있었어, 하민.
* * *
장해진 팀장은 A&R 김 팀장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니, 그럼 너도 몰랐어?”
“일반적인 곡은 아니니까. 이 정도로 뜰 걸 누가 예상할 수 있을까.”
“하… 내가 막귀라 진가를 못 알아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거네.”
“그나저나 그 프로그램 들어온 건 어쩔 거야?”
“…그러게 말이다.”
“교양 예능이랬지?”
장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연예인의 공부 시간이라는 콘셉트의 ‘모든 것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 줄여서 ‘모모지’에서 들어온 캐스팅 제의.
일단 신인이니 어디든 나가는 게 무조건 좋지만, 아이돌이 이런 캐스팅을 제의받는 게 처음이라 매니지 팀과 기획팀 모두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 무슨 일을 해달라고 온 거야?”
“음, 연예인이 주제 중에 하나를 정해서 5분짜리 영상으로 강의를 찍는 거.”
“…흠, 동화 씨면 무슨 주제가 나와도 괜찮은 거 아닐까.”
“에이, 그래도 아직 스물이잖아. 엄청 똑똑하긴 해도 그렇게 넓은 분야를 알겠어?”
‘모모지’는 과학, 철학, 심리학, 경제학 등 별의별 영역을 다 다루는 프로그램이니까.
* * *
“…그래서 여러분에게 의견을 물으려고 합니다.”
음, ‘모모지’는 예전에 본 적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꽤 유익한 내용이 많았던 기억이 나는군.
“모모지는 아무래도 프로그램 특성상 연예인이 직접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 신인이라 스케줄이 적긴 해도 지금 행사도 여러 개 잡힌 상황이라,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그 프로그램이 뒤에선 출연자를 갈아 넣고 있을 줄은 몰랐군.
“저희는 강요하진 않기로 했어요. 어디든 나가는 게 좋은 건 맞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 작가진이 꿀 빤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잘 안 도와준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내용에 심각한 하자만 없으면? 출연진 대우는 좋은데 그만큼 일이 많은 거죠.”
장해진은 한숨을 내쉰 뒤 말한다.
“…그래서 오늘 숙소에서 논의해 보시고, 의견 정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 *
우리는 숙소에 모여 모모지를 최근 화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 강의 형식이 엄청 자유롭네.”
사람마다 교수법이 다 다르니까.
“나가는 것 자체는 상관없는데, 잘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고생만 하고 얻는 건 없을 것 같구요.”
다들 과연 이게 투자 대비 효용이 나올지, 고민 중인 듯싶다.
나는 그런 분위기 속에 입을 열었다.
“…그러면 우리끼리 한 편 만들어보고 정하는 건 어떨까.”
“음?”
“어차피 지난번에 자체 콘텐츠로 인문학 소개 찍자는 얘기도 나왔으니, 한번 시험 삼아 해보고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
* * *
그렇게 시작된 블로센스의 고대 그리스 철학 강의 영상 제작.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1화로 종영될 예정이다.
나는 현재 그리스 시대를 연상케 하는, 반팔에 천으로 된 케이프를 둘러맸다.
옆을 보니 채하민이 소크라테스 특유의 낡은 모포를 입고 신기하다는 듯이 둘러보고 있다.
“동화가 대본 작성부터 열심히 했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촬영하자!”
채하민이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부유한 귀족 집안의 복장을 하곤 소리쳤다.
…예상보다 일이 커진 것 같군. 그냥 멤버들끼리 공부하고 짧은 강의를 찍을 생각만 했는데, 어쩌다 분장을 하고 스튜디오까지 빌린 건지.
“근데 소크라테스면 나 주인공인 건가?”
채하민의 해맑은 질문.
“…그렇지.”
이후 자신의 옷에 한껏 묻어있는 때를 보며 웃고 있는 디오게네스, 아니 류이든을 바라봤다.
…내가, 플라톤이라니.
* * *
류이든이 자리에 누워 한 손에 오렌지주스 병을 들고 있다. 그러곤 마치 한량처럼 오렌지주스를 꿀꺽꿀꺽 마시더니 ‘캬― 좋다, 좋아’ 같은 해괴한 소리를 냈다.
…그거 오렌지주스라며.
그러자 임시 알렉산드로스인 채하민이 다가가 조용히 묻는다.
“음, 자네는 누구인가?”
“난 귀여운 강아지, 디오게네스입니다, 멍.”
젠장, 저건 내가 쓴 게 아니라 류이든의 애드립이다. 수치심도 없냐고.
채하민은 힘겹게 웃음을 무표정으로 참아내더니 묻는다.
“…대왕인 이 몸이 당신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네. 무슨 소원을 들어드릴까?”
그러자 류이든은 씨익 웃으며 오렌지주스를 마저 털어 넣곤 옷 속에 손을 넣어 배를 긁적이며 자리에 누우며 말한다.
나태함 그 자체로군.
“음, 그러면 햇빛 가리지 말고 좀 꺼져주실래요?”
채하민은 옆으로 한 걸음 옮겨 가더니, 자리에 쪼그려 앉아선 물었다.
“…그런데 왜 개인 겁니까?”
“나는 밥 주면 꼬리 치고 아니면 물거든.”
채하민이 뒤에서 빵을 한 조각 꺼내자 류이든이 벌떡 일어나더니 공손하게 앉는다.
“손.”
그러자 류이든이 퍼뜩 손을 얹어준다.
“멍!”
…저것도 내가 쓴 게 아니라, 류이든이 낸 아이디어다. 이래 놓고 루미너스분들껜 내가 쓴 대본이라고 난리 치겠지, 망할 놈.
이제 저기에다가 디오게네스의 사상에 대한 내레이션이 들어갈 예정이다.
“자! 다음 플라톤 준비하실게요!”
하… 그래, 해야지.
* * *
의자에 올라서 아고라 한복판에서 박수를 치며 호객을 하듯 소리치는, 나.
“자, 날마다 오는 강의가 아닙니다. 여러분 이데아를 믿으시나요? 이데아를 믿으셔야 합니다.”
플라톤은 절대 사이비 교주가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현재가 소리친다.
“이데아가 뭔가요, 플 선생님!”
“이데아는 사물의 본질입니다. 이 세상, 저 너머, 이데아가 모여있는 세상이 존재하죠.”
이현재는 책상을 가리키더니 묻는다.
“책상에도 이데아가 있나요?”
나는 자애로운 교수를 머릿속에 그리며 말한다.
“물론. 책상의 책상성이 존재하죠. 그 책상성이 책상의 이데아입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허름한 옷으로 달려오더니 소리친다.
“우우―! 살면서 이데아 따위는 본 적도 없다! 우우―!”
“이 세상은 거짓이고 허상입니다. 진실은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 밖에 존재합니다. 여러분의 육체적 한계를 벗어나 이데아를 인식해야 합니다.”
“우우―! 그렇게 좋으면 먼저 죽어라! 우우―!”
…저 망할.
나는 의자를 들고 류이든을 쫓아갔다.
“이 망할 강아지 놈, 내가 오늘 손봐 주겠습니다!”
류이든은 도망치면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 소리쳤다.
“네가 만든 아카데미로 꺼져라, 플라톤!”
그 순간 PD님이 슬레이트를 내린다.
“컷―! 아, 좋았어요, 화면 역동적이고. 플라톤 다음 장면 바로 이어서 갈게요!”
…정말, 좋았습니까?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