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60)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60화(60/343)
60.
숙소로 가는 차 속에서 나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한숨만 내쉬고 있다.
죄책감, 미처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까.
자는 멤버들 틈에서 내 한숨 소리를 듣고 있던 이현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참고서를 내려놓고 묻는다.
“동화 형,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요?”
하기야… ‘나는 도둑놈이다’를 세 번 말한 직후, 쓰러지듯 자던 인간이 깨어나선 계속 한숨만 쉬고 있으면, 나 같아도 호기심이 동하겠군.
“…현재, 네가 병뚜껑을 던져서 길에 가던 사람이 맞으면 네 책임일까.”
뜬금없는 질문에 이현재가 당황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히 그렇겠죠……?”
“그러면 던진 병뚜껑이 아래 있던 고양이의 엉덩이를 치고 그 고양이가 놀라서 뛰쳐나가다가 지나가던 사람이 심신미약 때문에 차도 쪽으로 쓰러져서 마침 지나가던 차가 그 사람을 피하려다 전봇대에 부딪히면, 그건 네 책임일까.”
길고 장황하게 쏟아지는 질문에 이현재가 나한테 왜 그러냐고 따지는 듯한 눈빛을 보내온다. …미친 사람을 보는 눈빛이지만, 사실을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
“…그걸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그렇군요.”
더 말했다간 진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냐고 물어볼 것 같으니 자중해야겠군.
그렇게 한참을 침묵을 지키던 이현재가 문득 대답한다.
“…흠, 제 생각엔 책임이 없다고 보긴 힘들 것 같아요.”
그걸 또 진지하게 고민해 주다니, 고맙기 짝이 없군.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현재.”
그래, 내 책임이 있지. 다만, 대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할지를 모르겠을 뿐이다.
나처럼 무능한 인간이 대뜸 윤성호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정신 나간 인간들이 마약을 하지 못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마약을 하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 그리고 그 증거를 가지기 전까지는 신고를 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게다가 무턱대고 신고하면 윤성호까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니.
‘…원래 남한테 최대한 영향 안 주고 사는 게 신조였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껏 개입해 버렸군.’
그것도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젠장할.
* * *
윤성호는 숙소에서 기묘한 눈총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신을 제외하곤 모두 갓 엔터 출신의 멤버들.
그 사이에 끼어든 자신을 굴러온 돌처럼 여기는 분위기를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다.
‘…블로센스 애들은 사이좋아 보였지.’
이기적이게도 ‘만일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았다면’이라는 생각이 가끔 머릿속을 찾아오곤 했다.
그건 결국 ‘누군가를 떨어뜨렸다면’이라는 생각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차라리 눈에 띄게 폭행이라도 당하면 난리라도 칠 텐데.’
아무런 폭행도 없이 그저 소외될 따름이기에, 그는 외로울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굴러온 돌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니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윤성호, 화장실 비었다.”
“아, 고마워! 근데 나중에 쓸게.”
윤성호가 멋쩍게 웃자 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누웠다.
그래, 그나마 같은 방을 사용하는 호연이 자신을 별 감정 없이, 편하게 대해줘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장 편해야 할 숙소에서조차 단 한마디도 못 하는 날 역시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하다 보면, 멤버들도 좋게 봐주겠지. 굴러온 돌이 껄끄러울 수도 있긴 하니까.’
지동화가 봤다면 ‘자기 문제가 아닌 걸 자기 문제로 여기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아둔한 짓거리’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을 생각을, 윤성호는 요즘 들어 자주 하곤 했다.
윤성호는 다시 자리에 누워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호연은 애초에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방 안에 고립된 윤성호는 SNS를 보는 걸 낙으로 삼았다.
아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긍정적인 성격을 잃고 우울해질까 봐, SNS를 보는 걸 습관으로 삼았다.
오늘도 늘 그렇듯, 자신의 이름과 써방용 이름을 검색해 들어가 여러 칭찬과 비난을 읽는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나온 라디오에 관한 글이 눈에 띈다.
‘…‘절벽과 소년’, 노래 좋다.’
류이든에게 물어본 결과, 지동화가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준 노래라고 그렇게 자랑했다.
그 말이 사실인 게 맞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류이든의 음역, 실력, 감정선 등의 고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해서 맞춤옷을 만들 듯한 짜임새가 보였으니까.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건 자신의 부족함이다. 그렇게 좋은 팀에 들지 못한 건 재주가 모자라서다. 그러나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부럽다.’
그리고 곧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진 윤성호는, 이불을 파고들어 휴대폰을 만지작댔다.
‘어, 문자… 동화 씨가 보냈네.’
그는 재빨리 문자 내용을 확인해 본다.
[고민 같은 거 있으시면 언제든 상담 신청해 주셔도 좋습니다. 시간 내서 이야기 들어드리겠습니다.]‘…아니, 왜?’
아무런 맥락도 없는 지동화의 문자에, 윤성호의 의문은 깊어지기만 한다.
* * *
나는 길을 걸으며 휴대폰을 확인한다.
[어… 고마워요, 동화 씨!! 근데 갑자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동화 씨?]윤성호의 답장을 본 후 나는 다시 한번 타이핑을 한다.
[무슨 고민 생기면, 언제든 제가 들어드릴 수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 주십시오.]그러곤 깔끔하게 휴대폰을 닫고 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식으로 보내놓으면 마약 사태를 알게 됐을 때, 자기 혼자 행동하기 전에 최소한 한 번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게 대상이 나라면 책임을 질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는 취한 셈이다.
“동화야! 편의점으로 탈출하니까 좋지!”
“…탈출이라기엔 너무 단순한 외출이잖아, 하민.”
현재 우리는 멤버들끼리의 외출이 엄금된 상황이라 매니저님을 대동한 상황이긴 해도, 늦은 밤에 만끽하는 자유가 즐거운지 채하민이 실실 웃고 있다.
아까 방에서 누워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던 내게 채하민이 방문을 벌컥 열더니 내게 소리쳤다.
“편의점행이 결정됐어, 동화야.”
거기엔 그 어떤 내 동의도 없었고.
“…매니저님은?”
소소한 내 반항 따위는…….
“죄송하지만, 부탁드리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
“…그래, 그럼.”
사뿐히 지르밟고 지나가신다.
그렇게 밤 10시경 시작된 편의점행. 채하민과 내가 앞서 걸으면 매니저님이 뒤에서 따라 걷고 계신다.
…하, 은근히 불편하군.
안전하기 위해서 자유를 포기하는 선택은 인류의 역사에서 흔히 등장하지만, 그걸 두 눈 뜨고 내 몸으로 겪고 있자니 답답한 감이 있다.
‘…아마도 계속 이렇게 생활해야겠지.’
아이돌이란 직업의 큰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지점일 테니.
3분 정도 걸은 끝에 편의점에 들어서자 채하민은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편의점을 활보한다.
꽤 규모가 큰 편의점에서 채하민은 주로 모둠버섯 한 묶음과 당근주스를 사곤 한다.
…대체 저런 입맛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뭘 살 생각이 없던 나는 채하민을 따라다니며 늘 변함 없는 헛소리에 하나하나 답을 해줬다.
그렇게 살 물건을 모두 고른 채하민이 카운터로 갔을 때, 점원분께서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네?”
“…자주 오셔서, 관심 생겨서 그런데 버, 번호 좀.”
…흠.
“아! 정말 죄송합니다.”
채하민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곤 울기 시작한다.
과하게 움직이는 어깨로 추측하건대 우는 척이다. 근육의 움직임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흠.
나는 그녀의 손목에 있는 흉터와 얼굴형을 빠르게 머릿속에 저장해 둔 몽타주와 대조한다.
“아, 어! 음, 저, 괜찮으세요?”
그러나 심성이 지나치게 착한 채하민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앞주머니에 있는 볼펜 좀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멈칫하더니 나를 바라본다.
“…왜요?”
“…경찰 부르는 것보다야 깔끔하게 카메라 부숴버리고 가는 게 피차 편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대체 이게 왜 들키냐는 표정을 지었고, 뒤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매니저님이 퍼뜩 표정을 굳히곤 앞으로 나선다.
“…잠시 저랑 대화 좀 나눠주시죠.”
‘…잘 해결해 주시겠지.’
더 신경 쓰기엔 졸리고 피곤해서, 나는 그냥 채하민을 끌고 밖으로 나온다.
“뭐, 뭐야, 동화야? 카메라? 무슨 소리야?”
“…저 사람이 그 사생이라고 규정된 분 중 한 명이야.”
예전에 류이든과 함께 습격당했을 때, 여러 특징을 외워서 정리해 두길 잘했다.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으나, 뭐.
“…와, 동화야, 나 좀 무서운데.”
하기야 일거수일투족,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이가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이긴 하지.
“…동화, 혹시 너 전직 경찰이야?”
…음, 잠깐. 무서운 대상이 사생이 아니라 나인 거야, 하민?
“너 앞에선 절대 실수하면 안 되겠다, 동화야.”
…그래.
그렇게 말하고 나서 채하민은 다시 한번 말을 잇는다.
“이번에도 또 도움만 받았네, 미안하게.”
“미안할 건 또… 그런데 이번에‘도’?”
“음, 동화, 너 데뷔하고 나서 제대로 쉬는 날을 본 적이 없는 거 알아?”
…흠, 아직은 젊은 몸이라 이 정도로 굴려도 할 만한데.
채하민은 슬프다는 얼굴로 말한다. 사생에게 몰래 영상 찍힌 일이 방금 있었는데도 놀랍군.
“너무 혼자 무리하는 거 같아서 도와주고 싶어도 작곡은 전혀 모르고.”
“…작업실에 자주 와서 작업한 거 듣고 피드백해 주잖아.”
“그거라도 안 하면 미안해 죽을 거 같아서 그렇지! 멤버 중에서 제일 고생하는데.”
그렇게 말한 채하민은 웃으며 말을 마무리 짓는다.
“계속 혼자 노력하기보다는, 음 뭔가 같이 상의하고 그러면 좋을 거 같아. 서바이벌 때 했던 것처럼!”
내게 답을 받고야 말겠다는 채하민의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러는지 그 사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걱정된다는 건 알겠으니.
“…그래.”
그나저나 인지도가 늘면 늘수록 저런 것들이 더 활개를 치는 건가. …준성한테 팁 같은 걸 좀 얻어봐야겠군.
* * *
내 작업실에 널브러진 톱스타 준성이 쉽다는 듯 대답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 직업 특성상 개인 생활도 공개될 수밖에 없으니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든 직업엔 일장일단이 있으니, 무턱대고 불평만 할 수도 없고.
“사실… 연예인 친구 중에는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애들도 많긴 한데, 다들 자기 꿈이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 나도 그렇고.”
그러고 나선 웃으며 다시 답한다.
“뭐, 사랑받는 대가긴 하지. 원래 모든 것엔 비용이 있는 법이니까.”
준성은 표정을 찌푸리곤 소파에서 일어나 앉는다.
“그런데 가끔… 그게 너무 심하니까 문제인 거고. 결국 최대한 무시하고 참아야 해. 소란 일으키면 우리가 손해 보는 경우가 더 많거든.”
즉, 뾰족한 해결책 따위는 없다는 거군.
하기야 있었으면 진즉에 사생이라는 집단이 다 사라졌겠지.
“…그러면 일단은 사건이 터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최선인 겁니까?”
“그렇지. 팬이라기엔 범죄자에 더 가까우신 사람들이니, 죄책감 없이!”
…우리 멤버가 상처받지 않도록 소속사도, 나도 신경 좀 쓰긴 해야겠군.
준성은 심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광기 어린 미소로 돌아와선 나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아직 1집 활동 끝나기도 전인데 곡을 들려준다는 건 무슨 소리야, 후배님.”
“…문자 그대로입니다. 기본적인 샘플링만 몇 개 만들어놨는데, 마음에 드는 분위기 골라보시겠습니까.”
“아니, 동화 후배… 하루를 몇 시간으로 사는 거야.”
완성본은 아니지만 공식 스케줄을 제외한 시간은 독서 아니면 작곡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