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6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63화(63/343)
63.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방.
지동화는 서바이벌 이후 처음으로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곤히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방 안으로 아주 조심스레 문이 열리고, 몸무게가 가장 가벼운 이현재가 까치발로 들어온다.
손에 들린 물수건을 조심스레 위에 얹어놓고, 다시 돌아간다.
그렇게 20분에 한 번꼴로 다른 멤버가 들어와, 이현재가 했던 것처럼 물수건을 갈고 이불을 고쳐 덮어준다.
그러다 석준이 들어와 물수건을 고쳐주는 순간, 지동화가 번쩍 눈을 뜨자 석준이 화들짝 놀라선 뒤로 몸이 넘어간다.
‘…절―대 소―리를 낼 수―는 없어!’라는 강박과도 같은 생각에 석준은 머리 쪽으로 손을 넘겨, 체조 선수처럼 몸을 아치형으로 꺾는다.
그걸 반쯤 몸을 일으킨 지동화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기나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뭐 해, 준.”
‘죄송―하지만― 소―리를 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석준은 그 상태 그대로 손과 발을 기괴하게 움직여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홀로 남은 지동화.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시 이불에 몸을 누이며 중얼거린다.
“…악몽인 걸로.”
같은 팀의 멤버가 바퀴벌레의 후손이라는, 절대로 믿고 싶지 않은 악몽인 걸로.
* * *
아픔은 익숙하지만, 보살핌은 익숙하지 않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내 머리 위에 놓인, 여전히 차가운 물수건을 들어 옆으로 옮겼다.
…이렇게 쓰러질 정도로 고생한 적이야 꽤 있었으니 익숙한데, 이 물수건은 도저히 익숙해지기 어렵다.
어렸을 때는 정신력으로 아픔을 참아내며 목화를 챙겨줬고, 그 이후에는 늘 혼자 살며 쓰러지면 쓰러지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곧 낫곤 했으니.
“…크흠.”
나는 잠긴 목을 기침 한 번으로 떨쳐내려 노력한다.
“…거기서 보고만 있지 말고 들어와도 괜찮은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건지는 모르겠다만, 평소라면 시끄럽게 난리를 치며 내 옆에서 온갖 말을 쏟아내야 할 놈들이 문밖에서 저러고 있는 꼴이 눈에 걸린다.
문을 살짝만 열고 위에서 아래로 고개만 내밀어 나를 살피는 멤버들의 모습은 기괴했으니까.
“…내일 연습엔 지장 없을 거야.”
내가 조용히 말하자 류이든이 퍼뜩 들어오더니 조용하게 소리쳤다.
“아니! 연습이 문제가 아니라! 네 몸이 우선이지. 너 연습하다 쓰러지느니 차라리 푹 쉬는 게 백번 낫지!”
하, 이 망할 강아지 놈. 누구를 몸 상태도 체크 못 하는 바보로 아는…….
흠…….
내가 바보였군.
반박할 근거가 없으니 이번엔 조용히 류이든과 다른 멤버들의 결정에 따라야겠다.
* * *
그렇게 나의 감금을 겸한 휴식기. 어제 아픈 대가로 오늘 하루는 멤버들이 연습하러 떠난 빈 숙소에 나 홀로 누워있었다.
…하, 머리 아파.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있다가, 선반에 넣어둔 전기 충격기를 꺼내 들었다.
‘…하나 사두길 잘했군.’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현관문에 다가가 걸쇠를 걸었다.
“지금 아무도 없는 거 맞아?”
“애들 다 연습실 갔더라.”
흠, 정말 귀찮아죽겠다.
나는 휴대폰으로 ‘사생 출몰 지원 요청’이라는 문자를 매니저님께 보내놓고 가만히 문 뒤에 숨었다.
‘쇠줄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침입 의도가 분명해진 셈이니, 전기 충격기로 지져도 되겠지.’
비밀번호는 또 어떻게 알아냈는지 마치 집주인인 양 당당하게 누르고 있다.
‘음, CCTV라도 설치해 놨나.’
덜컥, 문이 열리고 걸려있을 리가 없는 걸쇠에 당황했는지 소리친다.
“뭐야, 안에 누구야!”
그러면서도 여전히.
흠, 대단한데. 보통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당황하지 않으려나.
그때 누군가 팔을 들이밀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판례에 따르면, 이제 주거침입 기수범은 확정이군.’
마침 손에 있는 흉터를 보니 채하민에게 고백했던 그 인간이다.
“누구냐니까! 진짜 이런 장난 재미없어!”
그들은 정말로 안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쇠줄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전기 충격기는 쓸 일도 없겠군.’
나는 걸쇠의 내구도를 확인하고 발소리로 사람 숫자를 대충 세본 뒤, 결론을 내렸다.
‘…절대 못 부순다.’
이날을 대비해 사둔 이중 걸쇠. 벽을 몸으로 부수지 않는 한 들어올 순 없을 거다. 공성추라도 가져와서 찍는 게 아닌 이상에야.
그리고 그걸 확신한 순간, 긴장이 풀리며 안정이 되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때 두려워하는 건 시간 낭비니까.
…다만 아직 몽롱하긴 하군.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부엌으로 가 커피를 한 잔 탔다.
어제 읽던 호미 바바 책이나 다시 읽을까.
숙소 한편에 마련된 내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들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책을 몇 쪽 읽었을 때, 매니저님이 경찰과 함께 도착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문으로 가 걸쇠를 푼다.
강승원은 내 몸을 급히 살피더니 한껏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음, 어제의 여파로 여전히 머리가 아픈 것을 제하면 괜찮습니다.”
그때, 경찰분들께 붙잡힌 것들이 목소리를 냈다.
“동화야! 여기 한 번만 봐주라!”
“와! 팬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나는 시선을 주지 않고 강승원 매니저님에게 전기 충격기를 보여드린다.
“흠, 그냥 지져버릴 걸 그랬습니다. 입이 살아있는 걸 보니 자신의 삶이 어찌 망가지든 별로 관심 없어 보이니, 부디 합의 없이 진행되기를 저는 바랍니다.”
목이 아파서 여전히 손에 들고 있는 커피잔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판례상, 신체 일부가 주택 안으로 들어왔으니 주거침입이 성립됩니다. 고소 절차 진행하시는 데 도움되시라고 찍어두었습니다. 흉터로 동일인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강승원 매니저님은 다시 당황하시더니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나오면서 살펴보니, 저 위에 못 보던 카메라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설치한 것 같으나, 증거가 없다고 할까 봐, 집주인분과 옆집분께 허락을 받고…….”
나는 문 위쪽에 달린 작은 공처럼 생긴 것을 떼어냈다.
“방범용 카메라를 하나 설치해 뒀습니다. 이들이 설치하는 장면이 찍혔을 테니, 나중에 USB로 영상 드리겠습니다.”
나는 할 말을 다했더니 몸살기가 덜 빠졌는지 몽롱함이 차올라 인사를 드린 뒤 숙소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 이미 식은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한다.
‘…하, 드디어 돈값을 했네.’
방범용 카메라, 전기 충격기, 창문에 설치된 열림 방지 장치까지.
준성과의 대화를 마치고 하나하나 사둔 것들이 오늘 그나마 빛을 발했다.
저것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대비가 확실한 집에 또 침투할 생각을 할까.
…하, 그러면 다시 대비를 해야겠군.
* * *
연습이 끝날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멤버들이 모두 몰려들었다.
…만.
“일찍 왔네.”
내가 지나치게 평온한 얼굴로 늘 그렇듯 책이나 읽으며 맞아주니 자신들이 소속사로부터 들은 게 맞는지 의심하는 표정이 되어버린다.
“연습은?”
“오, 오늘 조금 일찍 끝, 아니 근데 동화야, 괘, 괜찮은 거야?”
채하민이 폴짝 뛰어선 내 앞에 다가왔다.
“이상한 사람들이 왔다며!”
“음…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지.”
“시, 심리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채하민은 직접 위로해 줄 인간이지, 다른 사람에게 상담받아 보라고 말할 놈이 아니다. 즉, 높은 확률로 장해진 팀장님이 지시한 사항일 것이다.
상태 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상담 자리를 잡아주겠다고.
그러나 걱정은 감사한 일이다만, 안타깝게도 이 정도 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진 않는다.
살면서 정신이 흐트러진 건 목화를 다른 집으로 입양 보냈을 때와 그 관련 기억에 잠식당할 때밖에 없으니까.
“음… 솔직히 말하면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는 천천히 걱정스럽다는 멤버들에게 내 생각을 들려줬다.
첫째, 아무도 없었다면 이중 잠금에 막히긴 했겠으나, 쇠줄 따위를 구해 와선 자를 수도 있다는 것.
둘째, 누군가 있어야 한다면 나나 류이든 중 한 사람이 있는 게 낫다는 것.
셋째, 그리고 애초에 나는 저런 것들이 몰려와도 대비만 철저하면 별로 두려워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결론적으로, 내가 남는 게 합리적.
“…합리적 같은 소리.”
내 말을 듣던 채하민이 조용히 중얼거린다. 얼굴을 살펴보니 분노가 어려있었다.
“어제만 해도 아파서 쓰러졌는데 뭐가 합리적이야, 동화야!”
나는 순간 당황해서 채하민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진지하게 분석하기 시작한다.
“…왜 자꾸 혼자 고생하려고만 해.”
…음, 그래도 스물아홉 살인데 너희들 등에 숨을 순 없으니 그런 거란다.
내가 말하지 못할 비밀을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리고 있을 때, 분노한 채하민은 화가 나면 눈물이 나는 부류였는지 눈물이 맺히더니 뒤돌아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렇게 채하민의 아마도 난생처음 보는 분노로 인해 싸늘한 분위기 속에, 류이든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뭐, 하민이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 동업자지 보호자는 아니니까.”
…그건 맞지만.
“그리고 이런 데서 멘탈 다칠 역할 하라고 리더를 뽑아놓고! 아주 그냥 혼자서 다 하려고. 그런 건 좀 나한테 의지해도 괜찮은데!”
류이든이 유쾌하게 분위기를 녹이려 한다. 석준과 이현재는 채하민의 내적 분노에서 우러나는 기백에 눌린 건지, 그제야 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쯤 떠오르는 문제, 채하민의 화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서술하시오.
* * *
그리고 그렇게 10분 동안 소파에 앉아서 머리를 굴리던 나는, 놀랍게도 단 한 줄도 답하지 못했다.
태생이 인간관계가 좁았고, 의도적으로 타인과 거리를 두다 보니, 화를 풀어주는 역학 과정 따위 내가 알 턱이 있나.
이럴 땐 사회성 담당의 강아지 한 마리가 필요하다.
식탁에서 샐러드를 먹고 있던 류이든을 길게 바라본다.
그러자 류이든은 능글맞게 웃더니 ‘파이팅!’이라고 입 모양으로 말한다.
도와줄 생각 없다는 거군, 망할 놈.
물론 이 상태로 오래가면 도와주겠지만, 기본적으론 도움 없이 도전해 보라는 거다. 사람 사이 분쟁에 함부로 개입했다간 일이 도리어 꼬일 때도 있으니까.
나는 우선 소파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채하민은 침대에 걸터앉아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고개를 푹 숙인다.
젠장, 어색해.
“음, 하민.”
“…동화야.”
나는 내 침대에 걸터앉으며 채하민을 바라본다.
“솔직히… 동화, 네가 우리를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정말 쓸데없이 눈치가 빨라, 하민.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거야 좋은 거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채하민은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오늘 일은… 조금 아니지. 너는 총알받이가 아니잖아.”
채하민은 또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또 긴 중얼거림을 이어나간다.
“작업도 그래. 조금 쉬라 그래도 맨날 무시하고. 누가 봐도 무리하는 거 보이는데 계속 희생하려고 하고. 힘든 일 있어도 같이 공유하지도 않고. 맨날 자기 혼자 해결하려고 하고. 도와주겠다고 해도 괜찮다고만 하고…….”
“…그건.”
나는 입을 열었다가 반박할 말이 없다는 걸 깨달아서 다시 다물었다.
“오늘도 그래. 뭐가 당연해! 우리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게 네 의무인 것처럼 얘기하면 어떡해.”
말을 마친 빨리 말하느라 가빠진 숨을 고른다. 이후 채하민은 힘 빠진 목소리로 한마디를 뱉는다.
“정말 가끔은, 동화… 네가 나나 다른 멤버를 믿어주지 않는 느낌이야.”
…그건 아니다.
특정 분야에선 못 미더운 게 사실이다만, 나를 제외하고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 다섯 명을 고르라면 들어갈 인간들이니까.
다만, 내가 멤버들을 서바이벌 때부터 목화랑 겹쳐 봤던 여파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겠지.
그래서 채하민은 묻고 있는 것이다. 왜 모든 문제를 혼자 감당하려는 것이냐고.
‘…망할, 결국엔 목화 때랑 똑같은 실수를 범할 뻔한 거군.’
“조금만 같이 고생해 주라. 혼자 하지 말고. 오늘처럼 우리 몰래 대비한 것도 너무 고맙긴 한데… 미안해서 미칠 거 같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