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64)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64화(64/343)
64.
강승원 매니저는 말했다.
“우선, 숙소를 옮기는 건 확정입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한동안 제가 직접 숙소 앞에 차를 대놓고 거기서 잠을 자겠습니다.”
팀장의 강력한 선언에 매니지 팀과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범죄자들에겐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아 달라고 법무팀에게 얘기하고 오는 길입니다. 관련 요청이 있을 수 있으니 지동화 씨는 가능한 한 협조해 주시면 됩니다. 만일 답하기 힘들다거나, 정신적으로 괴로우시다면 거부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 뒤 나를 쳐다본다.
“지동화 씨가 준비한 것들, 법무팀에서는 증거로 활용할 만하다고 얘기했습니다. 혹시 예상하신 겁니까?”
그 순간 채하민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오른쪽 뺨에 꽂히는 게 느껴진다.
‘예상했으면 우리랑 같이 공유해야지! 대체 왜 동화, 너는 자꾸 혼자 하려고 그러냐.’
…라고, 말하는 눈빛.
놀랍게도 채하민이 같이 고생하자고 말하는 순간에 소속사의 호출이 있어서 아직 채하민의 화는 덜 풀린 상태였다.
“…네, 어느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밤에 나와서 새벽에 작업하고 매니저님과 함께 집에 들어갈 때, 문 앞에 사람이 오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강승원은 엄격한 표정으로 답한다.
“…우선 저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점은 사과드립니다만, 저희 매니지먼트 팀에 알려주셨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도리어 알려주시는 것이 맞습니다. 아티스트가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게끔 하는 것이 저희 일이니까.”
결국 채하민과 같은 맥락에서 혼이 나는 중인 거군.
오케이, 확정. 기지생, 시공간을 되돌리는 법을 알려줘. 두 시간 전의 나를 죽일 수 있도록.
띠링―!
[남은 질문권이 없습니다!]‘…장난이었어.’
“다음부턴, 이런 일이 예상되시면 꼭 저희 매니저 팀에게 말해주십시오. 방범용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매 및 설치 모두 저희가 할 테니.”
“…알겠습니다. 다음부턴 반드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제야 강승원 매니저님의 표정이 평상시의 무심함으로 돌아가고, 채하민도 안도의 한숨을 한번 짓는다.
하, 그렇군. 저 둘의 은근한 분노를 겪고 나서야, 아이돌이란 직업은 애초에 혼자서 고민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화 때 했던 실수를 그대로 답습한 나의 멍청함과 아둔함을 직시하며, 나는 고개를 숙였다.
동료라든지 친구라든지 익숙해져야 할 텐데,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는지.
* * *
“하민, 미안.”
나는 침대에 누워 사과했다. 사과하는 일은 익숙지 않아서 어색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생각이 짧았어. 믿지 않는다든가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고생하는 게 낫겠다 싶었을 뿐이야.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
미리 적어서 외워 온 사과문을 빠르게 낭독하자 그걸 가만히 듣고 있는 채하민.
그리고 마침내 모든 말이 끝났을 때, 채하민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쫙 펴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이제 알겠지?”
채하민이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 좀 의지해도 괜찮다는 거.”
“…그래.”
“물론 믿고 의지하기엔 내가 좀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편하게 마음먹었으면 좋겠다, 동화야.”
그제야 채하민은 늘 그렇듯 바보 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화해한 기념으로 내가 요리해 줄게!”
그래, 그 정도 형벌은 달게 받으리.
* * *
사생으로 인한 사건이 이후에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특히 이사를 통해 새로 도착한 숙소는 보안이 더 훌륭해서, 따로 감시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소속사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는 생기는 순간이다.
룸메이트는 이전과 그대로지만, 룸메이트와 함께 방에서 노닥거린다는 개념이 없을 만큼, 바쁜 일상 속으로 다시 휘말려 들어갔다.
“왜, 지금이 음방 때보다 더 바쁜 느낌일까요, 이든 형. 일 없는 것보다 낫긴 한데.”
이현재가 중얼거리자…….
“자컨 촬영이랑 무대 연습 병행하니까 조금 힘들긴 하다, 그지?”
류이든이 능글맞게 웃고 있다.
정작 저 말을 하는 당사자인 류이든은 평소부터 틈틈이 단련한 강철 체력 덕분에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아, 맞다. 얘들아. 이번에 예상보다 인파가 많이 몰릴 것 같아서 감사제 무대 장소 바뀐다더라. 약간 널찍한 곳으로.”
“그나저나 동화 형은 왜 이렇게 아무 말도 없어?”
나는 류이든의 물음에 입을 열었다.
“…궁금해서.”
“뭐가?”
“왜, 인간은 번지점프 같은 극단적이며 위험하며 동시에 아무런 실용적 가치도 없는 것을 만들어냈을까.”
오늘의 자체 콘텐츠 촬영 마지막 부분, 하루 종일 진행한 게임의 결과에 따라 최하점을 받은 멤버는 번지를 뛰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게도 그 꼴등이 바로, 나, 가 아니라 류이든이다.
“이야! 꼴등이라니 참 아쉽다! 그치, 동화야!”
류이든이 나를 흘겨보며 어깨에 얹은 손에 약하게 힘을 준다. 그에 나는 류이든에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원래 인간은 쉽게 믿는 게 아니야.”
인간 혐오자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니까.
* * *
이번 자체 콘텐츠는 두뇌 게임이라는 콘셉트로, 보드게임을 조금 더 다이내믹하게 개량해서 게임을 진행한 뒤, 총점을 비교해 벌칙을 준다는 것.
“참고로 벌칙은 번지점프입니다!”
저런 번지점프같이 무용하고 가치 없으며 시간 낭비인 일을 내가 하고 싶지는 않군.
…절대로 두려운 게 아니라, 다만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며 치밀한 분석 끝에 갖게 된 생각일 뿐이다.
어떻게든 1위를 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을 때, 우리를 앞에 놓고 PD님은 얘기하시길…….
“그런데 여러분! 거짓말이나 속임수 같은 걸 해도 막진 않는데, 정정당당하게 게임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음, 그러니까 피도 눈물도 없이 속이라는 건가.
“게임 이름은, 블로센스와 밀수꾼입니다.”
게임 룰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한 명씩 돌아가며 돈에 눈먼 감시원이 되고, 나머지는 물건을 수입하여 돈을 벌어 오는 게임.
개인 주머니 안에 일곱 개까지의 수입할 품목을 넣고 감시원에게 제출하면, 그는 주머니 속을 검사할지 말지를 결정하면 된다.
만약 검사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이 수입이 진행되고 곧 돈을 벌게 되며, 검사를 할 때 주머니 속에 불법적인 물건이 있었다면 제출한 사람이 벌금, 없었으면 감시한 사람이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감시원에겐 뇌물을 줄 수 있으며, 이때 뇌물이 받아들여진다면 지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켜야 한다.
나는 게임 룰을 듣고, 내가 첫 번째 감시원인 걸 확인하자마자 다른 멤버들 몰래 류이든에게 다가가 설득했다.
“게임에서 총 세 번 감시관을 맡으니까, 우리가 각각 감시원일 때는 전부 밀수품으로 가득 채워서 점수를 얻으면 돼.”
류이든은 그 순간 의심쩍은 눈으로 날 보며.
“에이, 우리 팀에서 게임 중에 제일 못 믿겠는 게 넌데?”
“흠… 그럼 게임 시작하자마자 3금화부터 줄게.”
“…그래? 진짜지? 믿는다?”
그리고 위의 과정을 모든 멤버에게 반복했다.
“오! 동화야, 그럼 비밀 연합, 뭐 그런 거네?”
채하민.
“…형, 저 믿어도 되는 거 맞죠?”
이현재.
“좋―습니다! 형님!”
석준.
그리고 첫 감시관 차례 때, 모두 밀수품을 뇌물 없이 통과해 줬고 내 말이 사실이라 생각한 멤버들이 각자 감시관 차례 때 나를 통과해 준 뒤, 다음으로 내가 감시관에 들어섰을 때였다.
모든 멤버의 물품 제출이 끝나고, 나는 선언했다.
“모두 검사하겠습니다.”
게임 룰 중 가장 재밌는 부분은, 벌금은 검사관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것.
“…와, 이 씨.”
그 순간 달려와서 내 어깨를 붙잡고 돈 돌려내라고 소리치는 류이든.
“동화야! 너 진짜, 너는, 진짜! 진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더듬는 채하민.
“…하, 반응 보니까 저한테만 한 거 아니었네요.”
예상은 했는데, 예상보다 규모가 큰 사기극이라는 사실에 감탄하는 이현재.
“와― 형님, 배신이라니! 멋집니다―!”
그리고 미친 석준.
나만 가만히 그 혼돈 속에 서서 무표정으로 서있었다.
잠시간의 소란이 끝나고 주머니를 활짝 열어젖히며 한가득 들어있는 밀수품을 꺼낸다.
그 순간 울리는 사이렌 소리.
“…이렇게 불법을 많이 저지르시다니, 감시원으로서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 상인분들.”
내가 밀수품을 두들기고 미소 지어줬다.
“저로서도 안타깝지만 법은 법이니, 벌금을 받겠습니다.”
“동화야…….”
내 말에 허망한 표정을 짓는 채하민과, 능글맞음을 잃고 투자에 실패한 40대 가장과 같은 표정이 된 류이든.
“…뭐 하십니까? 돈 내셔야 합니다.”
이후의 게임은 단순했다.
이미 점수 차는 벌어질 만큼 벌어졌으니, 이후부터 나는 단 한 번의 거짓말도 없이 일반 수입품만을 제출해 ‘정직하게’ 돈을 벌었다.
다만, 부수입이 조금 있었다.
류이든의 마지막 감시원 차례 때, 모두가 주머니를 제출한 뒤 류이든이 나를 흘겨보며 묻는다.
“동화… 이번엔 뭐 수입했어?”
“…사과 네 박스, 입니다, 감시원 님.”
사실대로 얘길 했는데,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조금 빼고 약간 더듬었더니.
“음… 이번에 검사 한번 해야겠네?”
평소의 류이든이라면 이런 잔재주가 통할 리가 없는데, 어지간히 내가 얄미웠는지 한번 골탕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넘어가 버린다.
“…뇌물로 3금화 드릴 테니 이번엔 그냥 넘겨주십시오.”
뇌물 3금화 주는 건 별것도 아니고, 만약에 검사하면 더 이득이 될 테니, 일부러 뇌물을 준다고 얘기하자, 류이든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친다.
“검사하겠습니다!”
그러면 내 주머니 속에 사과 네 박스가 들어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저런, 제 말을 믿지 못하시다니.”
“…동화, 너! 이젠 거짓말도 연기하는 거야?”
거짓말을 연기했다기보단 류이든의 의심을 이용한 거지만, 뭐.
“검사로 제가 심적 상처를 입었으니, 손해배상금, 주십시오.”
“아오! 진짜, 너무 얄미워, 진짜.”
그렇게 류이든이 나로 인해 꽤 큰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무난하게 게임이 흘러가서, 내가 1등, 류이든이 꼴등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 * *
번지점프장에서 재개된 촬영.
우리는 뒤에 거대한 호수를 배경으로 일렬로 섰다.
“자! 게임 결과, 류이든 씨가 번지점프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박수를 치며 내가 이뤄낸 결과를 만끽했다.
“그런데 혼자 뛰면 외롭잖아요?”
…잠깐, 뭐라고 하셨습니까, PD님.
PD님의 선언에 기묘한 불안함을 느낀 나와…….
“와! 혹시 1등이랑 같이 뛰나요?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벌어질 일이 너무 기대된다는 표정의 류이든.
PD님은 발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게임 시작할 때,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기억하고말고.
“되도록 정직하게 게임하는 걸 권장드린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뉘앙스가 그게 아니었잖습니까, PD님. 속이라는 뉘앙스였잖습니까. 제가 학술적으로 증명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내 내적 외침 따위 관심도 없을 PD님이 선언했다.
“꼴등 하신 분이 한 분 골라서 같이 뛰시면 됩니다!”
“와! 권선징악! 타도! 잔혹군주 지동화!”
다른 멤버들이 박수치는 사이에서 류이든이 반쯤 미친 사람인 양 날뛰었다.
“루미너스 님들! 동화 표정 좀 보세요! 부정부패를 일삼은 지동화의 몰락을 지켜봐 주세요!”
내가 말없이 PD님을 바라보자 PD님은 그저 웃으면서 ‘파이팅!’이라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그럼 류이든 씨, 누구와 함께 뛰실 건가요?”
“말해 뭐 합니까! 우리의 공식 부정부패에 찌든 감시원, 우리 팀의 유일한 고양이! 지동화 씨와 함께 뛰겠습니다!”
…하, 망할.
“불공평합니다!”
내가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관심 따위 주지 않았다.
“봤냐! 지동화! 이게 정의라고 하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읽어본 적 없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