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67)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67화(67/343)
67.
기지생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모니터에 불이 켜지며, 기지생의 옆에 따라붙어 지금까지의 상황을 요약해 준다.
―…마지막으로 지동화의 심리적 동요가 1회 있었다.
‘…심리적 동요라고?’
지동화를 관찰하고 나서부터 심리적 동요가 보고된 것은, 목화 관련 사항과 채하민의 가능성 관찰 상황, 이 두 가지를 제하곤 없었다.
‘…누가 죽기라도 했나?’
그 정도 일이라면 몇 년을 유폐되든 시간을 되돌려 줄 의향이 있다.
빠르게 손짓을 몇 번 하자 의자와 다른 모니터들, 그리고 지구의 시공간에 있을 때부터 중독됐던 커피를 담아둔 컵이 앞으로 날아온다.
그리고 한참을 앉아 상세한 기록을 살펴보고 나서, 기지생은 속으로 욕을 뱉었다.
‘…지랄 났군, 아주.’
누구는 자기한테 정보 하나 넘겼다고 그 긴 세월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숫자나 세고 있었는데, 누구는 자신의 위치는 수호자가 아닌 동반자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내적 성숙이나 이루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지동화가 채하민에게 밀려 넘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기지생은 생각했다.
‘…성숙해졌으니, 축하 선물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그는 천천히 자리에 앉아 머릿속에 들어 있는 시운관 관리 규칙을 펼친다.
시공간의 비밀 정도야 지동화가 특수한 대상이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만, 가능성은 또 다른 얘긴가 보지.
‘…퀘스트 형식으로 시공간 부담을 줄여 눈을 속이는 편법도 이제 안 먹히고.’
규칙서의 빈틈을 계속 파고들다 보니, 카이로스를 비롯한 시운관 감시팀이 머리가 아프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 있는, 유일한 목표를 포기할 순 없다.
‘…알아서 시공간 개변의 부작용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으니, 그것 관련 선물을 줘야겠군.’
기지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모니터를 조작한다.
‘그러고 보면 곧 놈이 마약에 손댈 시긴가.’
지동화를 다른 가능성으로 옮기며 시공간을 리부팅 할 때, 약간의 안정화를 위해 지동화의 의식은 옮기지 않고 약 2년 정도 지동화의 성격을 본떠 만든 AI로 연습생 생활을 수행하도록 했다.
학교에서 소외됐던 것과 비슷하게, 정말 놀랍도록 연습생들 틈에서 왕따를 당하는 걸 보고 어쩜 저리 변하는 게 없는지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왕따라기보단 자기가 거리를 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러다 최적의 때라고 생각해 지동화의 의식 이전이 진행했던 때.
‘…그놈이 채하민 뒷담화를 하고 있던 걸 듣고, 하찮게 바라봤다가 말다툼이 났지.’
그러고 나서 말다툼이 격해져선, 이지현의 실수로 계단에서 밀려 떨어졌다.
‘아마도 실수겠지. 그 정도는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기도 하고.’
어차피 아주 작은 시공간의 아주 작은 사건. 기지생 본인이 이 시공간의 신과 같은 위치에 있긴 하다만, 사소한 인간 하나하나를 벌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초에 벌할 만큼 자신이 선한지 모르겠기도 하고……. 영겁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도 그의 근원은 인간이니까.
그리고 또, 다행인지 뭔지, 그때 의식 이전이 진행되는 도중이어서 육체 안정화 프로토콜 덕분에 큰 상처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내버려 뒀지.
그런데 이번엔 얘기가 좀 다르지.
그놈은 운이 없었다. 신격을 얻은 존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다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기지생은 새로운 알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괜찮아요, 형들?”
나는 무대 위에 누운 채 이현재의 목소리를 들었다.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큰 문제가 일어난 건 아닌 듯싶다.
“하민아! 너, 또!”
류이든의 허탈한 웃음 속에 터져 나오는 목소리.
서바이벌 때도 과속을 한번 한 적 있었다. 목화 관련 사건이라 방송엔 안 나갔지만.
채하민은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석준과 류이든에게 연행됐다.
문제는…….
“하, 하민아, 울어?”
토끼 놈이 울고 있었다.
놀랍군. 석준만큼이나 눈물샘이 자유분방한 줄은 몰랐는데.
“동화야! 감동, 감동이야!”
솔직히 내 말을 받아들이는 채하민의 뒷배경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도 하다. 토끼 놈 입장에선 멤버들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비치던 놈이, 함께하고 싶다고 얘기한 것이니.
다만 루미너스분들은 그걸 모르니, 과한 감성으로 보이지 않을까.
나는 재빨리 일어나 셔츠에 꽂혀있던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무대의상이긴 하다만, 눈물로 메이크업이 다 지워지는 것보단 합리적인 선택이겠군.
그런데 그 순간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석준만큼이나 채하민의 눈물샘이 자유롭다는 말은, 당연히 석준의 눈물샘 역시 자유롭다는 걸 의미하니까.
“혀… 형―님!”
석준이 눈물을 터뜨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음, 이성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판단해 보자.
그렇게 생각해 본 결과 내린 결론.
…망했군, 그것도 아주 과하게.
진지하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아직 뒤에 해야 할 곡이 세 곡 남았는데, 저러다 놈들의 분장이 지워져 난리를 치겠다. 흠… 어떻게든 달래줘야 하는데.
“뚝.”
내가 습관적으로 마이크를 들고 얘기하자 순간적으로 장내가 조용해진다. 석준과 채하민의 눈이 내게 모인다.
“…오늘은 루미너스 감사제 날이니까.”
그렇게 한마디를 하니 그제야 이곳이 무대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녀석들은 눈물을 그치고 내 손수건으로 꾹꾹 눌러 닦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관객석 쪽에서 소리가 울린다. 그러니까… 마치 감동한 듯한.
내가 정면을 바라보자 모두, 이런 단어를 붙이고 싶진 않지만 괴상한 소리를 내며 바라본다.
“와, 동화 형이 우리 좋아해 주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어?”
류이든이 능청스레 분위기를 전환한다. 스태프분이 조심스레 올라와 휴지를 건네고 사라진다. 이현재는 그 사이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정말 가끔, 나만 모르는 무언가가 일어난다는 느낌을, 블로센스에게서 받을 때가 있는데, 지금 역시 그러하다.
더 놀라운 건, 알고 싶지도 않다는 거겠지.
나는 그저 미소 지은 채 모든 걸 무시하고 자리에 앉아 양옆에서 아직 히끅히끅 하는 채하민과 석준의 등을 두드려줬다.
…빨리 그쳐, 망할 놈들아. 수치스럽잖아.
* * *
장내가 수습되고, ‘클라우디 블루’ 무대가 이어진 뒤, 쉬어가는 느낌으로, 5인용으로 편곡된 ‘절벽과 소년’을 불렀다.
그러나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편곡된 이후에도 류이든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류이든은 곡의 마지막을 부르기 전에 우리 모두를 한번 둘러보더니, 씩 웃더니 입을 연다.
먼 훗날, 함께 오르는 순간이
먼 옛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저런. 원래 가사는 ‘지금 오르는’인데 류이든이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랐는지 ‘함께 오르는’으로 바꿔 불렀다.
지금은 가사 수가 같았으니 망정이지, 실수하기 십상인 짓이다.
워낙에 자연스러웠기에 루미너스분들 중에서도 아주 일부만 바로 눈치챈 듯싶고,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나는 가만히 류이든을 바라보다가 그냥 고개를 한번 끄덕여 줄 뿐이었다.
“여러분! 어떠셨나요, ‘절벽과 소년’ 편곡 버전은!”
류이든의 물음에 ‘좋아!’라는 거대한 답변이 들려온다. 확실히 종교랑 비슷하다니까.
“여러―분, 아쉽―지만 이제 마지막 무대만― 남았습―니다.”
아쉬움의 탄식이 들려온다.
“마지막 무대는 더 특별하게 준비되어 있어요, 루미너스!”
“바로, 저희가 탄생할 수 있었던 서바이벌의 마지막 무대였던…….”
“‘수평선’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자 이전보다 더 큰 함성이 들려온다. 이현재에 따르면, 지금의 고급스러운 느낌도 좋지만 ‘수평선’ 특유의 청량한 분위기와 풋풋한 느낌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팬분들도 많다 했는데, 확실히 그런가 보다.
“그런데 ‘수평선’은 저희 다섯 명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무대인데, 동화 씨, 괜찮을까요?”
류이든이 능숙하게 연기를 하며 과장된 몸짓을 보인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든 씨. 이거 큰일입니다. 어찌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정말 대본대로 읽기 싫은 올드함이고 유치함이다. 어쨌든 내가 질문을 던지자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제가 왔어요! 블로센스 형들!”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며 김현진이 달려온다. 이미 대화 흐름상 예상할 수 있었던 게스트지만, 팬분들은 놀란 척 환호를 보내주신다.
우리는 대본에 따라 화들짝 놀란다. 그중에서도 이현재가 특히 과장된 몸짓으로 놀라더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나는 모르는 대사를 읊는다.
생각해 보니 우습기 짝이 없는 촌극이다. 실제로 이번 무대가 끝나면 류이든의 SNS에 네 명의 멍청한 행적이 영상에 올라갈 예정이니,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게 널리 알려질 예정이기도 하다.
“블로센스 형들이 감사제를 한다길래! 응원할 겸 왔는데 ‘수평선’을 부른다는 얘기가 들려서 도와주러 왔지!”
김현진은 자기가 말하면서도 우스웠는지 실실댄다. 아직 아이돌로서의 소양이 모자라네. 연기가 어색하다.
나는 마이크를 입에 댔다.
“그렇군. 고맙다.”
…누차 말했지만, 어색하다면 그건 대본 탓이다.
* * *
익숙한 비트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사이사이 코드가 바뀌거나 새소리가 추가되는 등의 변화가 알게 모르게 뒤섞여 있었다.
기왕 하는 거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동화의 뜻 때문이었다. 멤버들은 이미 충분히 좋다며 한번 쓰러진 전적이 있던 지동화를 말렸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무대.
이전과 같은 일자 대형, 채하민이 예전의 그 망원경을 들고 앞을 바라보다 흠칫하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채하민이 노래를 하는 동안 멤버들 역시 예전처럼 손을 이마에 대고 바라본다.
자, 떠나자, 저기―저 수평선 너머
자, 너와 나, 찾아―헤맸었던 곳
그 사이를 헤집고 나온 류이든.
넘쳐나는 불안감, 부족한 나 자신과
언제까지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 앞에 가득한 수풀을 헤쳐 가
류이든은 자신 있다는 듯 한쪽으로 팔을 접어 올려 반대쪽 팔로 어깨를 툭 치며 웃는다. 이전과 똑같은 퍼포먼스를 위해선 이현재가 이 팔에 매달려야 하지만, 그새 막내가 성장한 탓에 매달리지는 못하고 팔뚝을 한번 찰싹 때린다.
찾아낸 저기 저― 수평선―
그러자 반주가 잠시 잦아들고, 감각적인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지동화가 걸어 나오며 마이크를 입에 댄다. 나머지 멤버들은 왼쪽에 모여 꽃받침을 한 채 그를 지켜본다. 그걸 보는 지동화의 눈에 설핏 추억이 서린다.
I don’t wanna go upsta―ir―irs
그저 너와 함께 나아가고만 싶어
I don’t wanna beat ya yeah―e―yeah
그저 너와 함께 꿈을 꾸고만 싶어
지동화는 이후 다른 멤버들 쪽으로 달려가 몸을 던져 뒤로 눕는다. 그러자 이어지는 헹가래.
그리고 그 밑으로 슬라이딩하며 튀어나온 이현재와 김현진, 센터로 나온다.
저 너머로 갈 수만 있다면 (저기―저 수평선)
너와 내가 손을 맞잡는다면 (오, 저 수평선)
그러며 두 손을 맞잡고 위로 들어 올린 둘, 이현재는 마이크를 들어 청량한 고음을 날린다. 예전과 비교할 때 실력이 더 느는 바람에 그 시원함이 더욱 부각된다.
자 떠나자― 저기 저 수평선 너머로
후렴인 트로피컬 하우스의 멜로디. 여전히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최대 볼륨으로 듣는 듯한 시원한 멜로디였다.
이 비트에 맞춰 대형을 갖춘 이들은 김현진, 류이든, 채하민. 그들이 센터로 나오며 마지막 무대 이후 팬들이 조종대 안무라고 이름 붙인 춤이 이어진다.
곡의 말미 류이든이 손짓하자 뒤의 대형 스크린에 한 장의 사진이 떠오른다.
여섯 명이 함께 노을 진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그 사진을 무대 위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여섯 명의 사진이었다. 마지막 서바이벌 때 다 함께 사진을 보는 장면을 캡처한 사진.
그 사진에서는 마치 과거의 한때를 마지막으로 재현하는, 이별 여행을 떠나는 연인의 마지막처럼 애잔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곡이 차츰 마무리될 때쯤, 모두 뒤돌아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동화가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든다.
자, 떠나자, 저기 저 수평선 너머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도
그래, 너와 난, 함께 추억으로 남아
이제 영원히 기억될 테니
마지막으로 옛날의 그 무대처럼 지동화가 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는 순간, 적막 이후 함성이 찾아왔다.
이로써 블로센스의 첫 번째 감사제가 막을 내렸다.
* * *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김현진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우리를 껴안았다.
“와, 진짜, 너무너무 고마워요, 형들!”
뭐가 그렇게 고마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 감사제에 얼굴을 비친 게 그렇게나 좋나 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다른 그룹의 행사에 동원된 건데, 도리어 우리가 고맙게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도와줬다.
그걸 아는 류이든도 웃으며 김현진을 붙잡아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소리쳤다.
“우리가 고마워해야지. 부담될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는 부탁인데, 도와줬잖아.”
팔뚝에 머리가 잡힌 답답한 상황에도 김현진은 속 좋게 웃으며 그 양아치 같은 얼굴을 순한 양으로 바꿔버렸다.
“에이! 어차피 제가 데뷔하는 순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거든요, 형?”
호랑이 새끼였다, 이거군.
“그래, 그러니까 빨리 데뷔해 버려. 곧 데뷔 조 선정이라며?”
“네, 잘될지는 모르겠는데, 최선 다하려고요.”
이현재는 그런 김현진에게 달려가서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말하며 세뇌를 걸었다. 할 수 있다고, 반드시 데뷔해서 꼭 다시 같은 무대 위에 서보는 거라고.
김현진은 그 말 한마디 한마디를 천천히 따라서 말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툭― 하곤 흘렸다. 서바이벌 마지막 무대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이제야 터지듯,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하, 씨. 쪽팔리게.”
눈물을 닦으면서 김현진은 엉엉 울었다. 다시 무대 위에 설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마음이 무대 위에 서고 나서야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기지생, 계십니까.
[돌아왔습니다.]김현진이 더 좋은 가능성으로 돌아섰다는 말, 분명 책임질 수 있으십니까.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다시 감옥 가기는 싫지만, 네, 그렇습니다.]흠, 다행… 잠깐, 감옥이라고?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