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6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68화(68/343)
68.
블로센스의 첫 번째 감사제는 무대의 퀄리티나, 사이사이에 보여준 영상의 영상미 등 많은 것들이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아직 공식 계정에 편집본이 올라가기 전인데도, 공연 직후 팬들의 직캠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그 와중에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히 지동화의 3년 후의 꿈에 관한 답변이었다.
[무대 위에서 다른 멤버한테 뛰어드는 아이돌.gif]는 블로센스. 일단 짤 먼저
(채하민이 지동화한테 달려들어서 뒤로 넘어가다가 지동화가 낙법으로 안전하게 몸을 눕히는 짤)
이게 앞뒤 맥락 없으면 위험하게 저게 뭔 짓인가 싶겠지만 (그리고 사실 알고 봐도 위험한 짓이 맞긴 함)
맥락 알고 보면 개감동 ㅠㅠ
저기 뒤로 넘어가는 애가 3년 후에 이루고 싶은 꿈이 뭐냐라는 질문에 ‘존나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몹시 중요한 포인트임.) 멤버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식으로 대답함 ㅠㅠㅠㅠㅠ
평소에 팀 안에서 냉정하고 단호한 이미지였던 애가 저렇게 말하니까 팬들도 감동 먹고 쟤도 감동 먹어서 달려든 거
혹시 시간 나면 블로센스 이번 감사제 영상 함만 보고 와주라 진짜 무대 좋은 건 둘째 치고 은근히 웃기고 감동스럽고 난리남…
댓글
―옼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ㅌㅋ 근데 지동화 존나 평온하게 떨어지넼ㅋㅌㅋㅋㅋㅋㅋㅋ 누가 보면 침대 위인 줄 알 듯
―블로센스 의문의 개그캐답다… 지난번 자컨 아직 재탕 중 ㅋㅌㅌㅌㅋㅋㅋㅋ
―아니ㅋㅌㅋㅋㅋㅋ 그냥 지동화라고 해도 알아들을 듯 저 멤버라고 안 해도 ㅋㅋㅌㅌㅋ
└ㄹㅇ 신인 아이돌 중 아이돌 커뮤니티 인지도 원 탑이다 진짜
바로 제1회 감사제에서 했던 지동화의 발언이었다. 평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하는 말을 수십 번도 넘게 점검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지동화의 말은 팬들에게 단순한 대본이 아닐 거라는 확신을 주었다.
또한 블로센스 덕질을 ‘찍먹’ 해보고 있던 이들도, 이 발언에 치여 루미너스판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채하민과 석준의 눈물, 이현재와 지동화의 페어 파트 등 루미너스 떡밥 필수 영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떡밥 중, 지동화의 3년 후 꿈을 바짝 따라붙어 언급되는 것이 바로 류이든의 가사 바꿔 부르기와 지동화의 반응이었다.
[무대 위에서 자기가 쓴 곡 가사 다르게 부른 거 알아챈 아이돌 멤버](지동화가 류이든 바라보다가 남이 보기엔 온화하게 미소 짓는 짤)
지금 커뮤에 자주 올라오는 그 ‘함께라면’ 맞음 ㅇㅇ
자기가 멤버 위해 선물한 자작곡 가사 마지막 줄 다르게 부르니까 알아채서 바라보는 거임
근데 왜 저렇게 온화해 보이냐!
지금 유행 중인 ‘함께라면’ 이후인데 노래 부르는 멤이 ‘지금 오르는’을 ‘함께 오르는’으로 바꿨음… 존나 감동 그 자체지 않아?
댓글
―감동이고 뭐고 저분 이름 좀요 미소에 좀 치였거든요?
└활동명은 동화! 본명은 지동화! 블로센스 작곡과 리드 보컬입니다!
└동화… 진짜… 저 웃음… 존나 기억 왜곡 개쩐다 진짜… 학창 시절에 본 거 같애…
└제 철학 과외 선생님입니다만?
└…?? 블로센스 문화 아직 신인인데도 공부할 게 좀 많을 예감이 드네요…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이현재는 놀라워하며 말한다.
“…형, 형이 ‘뚝’이라고 말하는 거 짤로 쓰이고 있는데요?”
지동화는 자신이 단호한 표정으로 ‘뚝!’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네모난 틀에 갇힌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돌이키기엔 멀리 왔지.”
그렇게 답하면 이현재는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리며.
“…동의해요.”라고 답할 뿐이었다.
* * *
감사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기계적인 알림이 울린다.
띠링―!
[서브 퀘스트 ‘나만의 작은 콘서트!’ 완료!당신은 팬들을 위한 감사의 뜻을 담은 무대를 성공적으로 올렸습니다. 이로 인해 1,000명의 팬을 비록 만든 것은 아니지만, 만들 가능성을 높였으므로 다음의 보상이 제공될 예정이었습니다.
보상 : 사소한 미래의 조각]
…예정이었습니다?
물론 보상을 보고 한 일은 아니었다만, 약속한 물건을 주지 않는 건 의아한 일이긴 하다.
[가능성의 조각을 주는 방식을 바꿀 필요성이 발생하였습니다!]흠… 필요성이 발생했다는 건, 이전처럼 퀘스트 방식으로 주는 게 외부적 요인이 발생했다는 거군. 예전에 말했던 시공간 균열의 부작용 같은 건가.
[비슷합니다만, 망할 놈들이 자꾸 귀찮게 굴기에 더욱 은밀한 방식을 채택하기로 하였습니다!]…음, 각자의 문제가 있는 것이니 이건 일단 넘어가자.
그나저나 어느 순간부터 사적인 대화도 용인됐는데, 괜찮나?
[이 정도 수준의 균열은 제 능력으로 감당이 가능합니다.]…그렇군.
그런 내 눈앞에 새로운 보상이라는 알림이 울린다.
[보상이 변경되었습니다. 오늘 밤, 꿈에서 뵙겠습니다.]…대충 예상 간다. 가끔 가다 석준처럼 꿈에서 다른 가능성을 보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그걸 노릴 셈이군.
그런데 그런 얄팍한 수가 통한단 말인가. 아까 망할 놈들이라고 하는 걸 보니 어떤 집단에 소속된 일원 같은데, 대체로 전능한 이들의 집단이라면 이 정도 눈속임은…….
[의외로 멍청합니다. 차라리 당신이 더 현명할 겁니다.]‘차라리’라는 단어는 왜 굳이 넣습니까, 기지생.
현명하지 않은 건 나도 알지만, 면전에서 지적하는 건 무례하다.
[꿈에서는 일인칭 시점이 강제됩니다. 이 점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흠, 무시하는군.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동화야, 왜 갑자기 고개를 끄덕여?”
그 꼴을 보는 채하민이 얼빵하게 물으면…….
“…리듬 타.”
자연스레 거짓을 입에 올린다.
* * *
숙소에 도착하고 나는 피로한 몸을 씻은 채 일단 침대에 누웠다.
오늘 감사제를 끝으로 블로센스의 공식적인 공백기가 시작된다. 감사제 이전도 공백기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고작 3주 정도의 시간이었다.
이번엔 다음 앨범이 준비되기까지 W앱 정도의 라이브만 예정되어 있을 뿐.
나는 공식적인 첫 앨범 활동의 마무리를 되새기며, 채하민에게 사과했다.
“…미안.”
침대에 앉아서 흥얼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대고 있던 채하민이 갑작스러운 사과에 멈칫하더니 고개를 든다.
“왜? 뭐 잘못한 게 있었나?”
“…못 믿는 것처럼 보인 거. 내 잘못이야. 다만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
못 믿은 게 아니라 나를 과하게 믿은 거다. 목화 때부터의 생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그게 오만이 되었지.
“…아니, 동화야, 그건, 음, 다 지난!”
채하민이 웅얼거리면서 답하는데,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먼저 잘게.”
기지생이 준비한 선물을 보러 갈 시간이다.
* * *
눈을 뜬다. 여기가 어디라고 해야 할지 모를, 생경한 공간.
오로라가 펼쳐진 남극 하늘의 한중간에 떠있는 기분이다.
…신비로워.
“아, 반갑습니다, 동화 씨.”
나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곳엔 모니터 세 대가 결합한 형태로 각각 눈과 입을 담당해 표정을 띠고 있었다. ‘―_―’와 유사한 표정.
“우선 본모습으로 나타나면 그 망할 놈들이 지랄 날 게 분명해서 모습을 조금 바꿨습니다. 귀엽지 않습니까?”
…하, 확실히 정상은 아니군.
“…기지생?”
“물론입니다. 지금 당장은 무기물덩어리라 생명체는 아니지만, 문학적 알레고리라고 이해하시길.”
“…확실히 기이하고 지적이군.”
그런 모니터 놈의 한쪽에 달린 전선이 스르르 일어나더니 모니터 앞에 놓인다. 그리고 기울어지는 모니터. 아마도 유럽 신사의 인사를 재현한 것 같다.
“우선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당신이 사는 시공간의 관리자, (―――――)입니다. 아마도 방금 제 이름은 음 소거 됐겠지만, 별수 없습니다. 말하는 순간 시공간이 무너지거든요.”
그리고 다른 쪽에서도 전선이 튀어나오더니 뒤이어 기지생의 뒤쪽으로 화면이 하나 뜬다.
“우선, 정신적인 성숙을 축하드립니다. 원래의 가능성에선 이루지 못한, 타인과 함께하는 미래를 각성하셨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비록 예상할 수 있었다지만.
“…이전 가능성에서 난 독거노인이었군.”
“정확합니다. 그건 제가 확실히 보증해 드릴 수 있습니다. 생생히 지켜봤으니.”
“…목화는?”
“지금 눈앞에 둔 목화가 그 목화인데 뭘 또 신경 쓰십니까? 저도 한때 인간이었으나, 꽤 예전인지라 공감해 드리긴 어렵겠습니다. 다만, 마지막 순간에 지니고 있던 소망이 지금 당신에게 펼쳐진 모종의 기적을 가능케 했다는 건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래, 알고는 있다. 지금의 목화가 이전 가능성의 목화라는 걸. 다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도 가끔은 낯설게만 느껴지곤 하니까.
“…그래서 직접 행차한 사유는?”
“흠…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일단 제가 처한 상황에서 출발해야겠군요.”
이후 이어진 기지생의 상황은 단순했다.
내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요구를 들어줘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그걸 설명하고 이번 퀘스트의 보상을 지급하려 한다.
나는 그런 기지생을 천천히 바라본다. 저 모니터,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기지생이 말하는 ‘시운관’의 존재 이유는 뭘까.
여러 의문을 품은 채 하나의 정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기지생의 움직임과 발화, 모든 것을 꼼꼼하게 보고 듣는다.
그런 나를 보던 기지생은 ‘ㅗ ^_^ ㅗ’를 얼굴에 띄운다.
“아! 분석하려는 시도는 잠시 멈춰주십시오. 당신이라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러면 정말 큰 일입니다. 그러면 그 (―――――)라는 미친놈을 제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본능이지.”
“음, 당신의 본능에 더 가깝습니다만. 가끔은 그런 본능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아르놀트 겔렌에 대해서 알지 않습니까?”
인간이 자신의 본능을 억누름으로써 자신의 생존을 도모했음을 주장했던 학자다. 살고 싶으면 욕망을 억제하라는, 은근한 협박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제 퀘스트의 보상으로 가능성의 조각을 드리는 대신, 제가 꿈을 드릴 겁니다. 예전에는 가능성의 조각으로도 다 속아 넘어갔는데, 제 사수가 눈치가 워낙 빨라서 말이죠. 그리고 꿈에서 보여드릴 가능성은 지동화 씨가 정말로 보고 싶은 미래의 가능성으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윤성호 관련이겠군.
그리고 기지생은 뒤의 화면을 바꾼다. ‘꿈에서 유의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조금 주의하실 점은, 꿈의 특성상 일인칭이라 직접 정보를 취득하셔야 하고, 꿈이다 보니 꿈의 상징체계를 잘 해석해 내셔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꿈, ‘윤성호는 괴물이 무서워요’를 시작하겠습니다.”
…뭐?
그 순간 기지생이 사라지고 공간이 변질하더니 다른 곳에 서있음을 알린다.
그곳엔 윤성호가 사각형의 우리 속에 갇혀있었다. 그 속에서 윤성호는 굉장히 허름한 차림새였다.
우리에 묶인 쇠사슬이 길게 늘어지더니 내 발목에 묶인다.
‘…내 죄책감의 표상이군.’
이 정도 상징은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윤성호를 우리 안에 집어넣은 것으로 보이는 남자, 얼굴에 하늘을 담은 듯한 구체를 달고 그 하늘 속에 이지현을 품고 있는 남자가 서있다.
그의 머리엔 뿔이 달려있었는데, 아마도 저게 괴물이라는 상징인 듯싶다.
그리고 목에는, 사람의 얼굴을 본뜬 장신구가 얼음을 물고 있는 목걸이를 매달고 있다.
…하, 기지생. 이런 사건이 발생할 거라고는 한마디 얘기도 없었잖아.
그 괴물은 나를 보더니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이 아이를 구하러 온 거냐!”
“…시끄러우니 그 역겨운 입 좀 닫아주십시오.”
나는 남자를 무시하고 꿈의 상징체계를 하나씩 분석하며 발을 옮겼다. 윤성호를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우리에 다가선다.
그리고 우리 속엔 한 사람이 더 들어가 있었다. 내 발에 그와 연결된 쇠사슬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내 죄는 아닌가 보다. 혹시 윤성호와 같은 멤버인 건가.
펼쳐진 모든 상징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하, 이지현의 아버지가 마약 유통자라는 건 너무 큰 사건 아닙니까, 기지생.”
나는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