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69)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69화(69/343)
69.
“…하, 이지현의 아버지가 마약 유통자라는 건 너무 큰 사건 아닙니까, 기지생.”
나는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해석이 옳은지 등의 여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이렇게 노골적인 상징체계로 꿈을 보여줬으니, 무의미한 제약이다.
얼굴은 필로폰의 견본, 얼음은 필로폰을 의미하는 은어. 그렇지 않다면 얼음을 문 인간이니 마약중독의 상징일 수도 있다.
그걸 목걸이처럼 장식하고 있다는 건 그걸 통해 부를 창출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상황상 합리적이다.
다음으로 저 인간의 얼굴.
얼굴의 하늘은 전통적으로 부계 질서를 상징하는 원형이고, 그 속에 품은 이지현은 보호와 억압을 동시에 의미하는 표상.
따라서 이지현의 아버지다.
나는 윤성호가 수감된 우리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고개를 든 윤성호. 얼굴에 큼직한 상처가 놓여있다. …연예인에겐 치명타겠군.
“…너 때문이야.”
죄책감의 표상인가.
“너, 너가!”
가능성과 내 무의식이 뒤섞인 건가.
“너가 이렇게!”
다만, 아쉽게도 난 이 정도로 흐트러질 정신이 아니다. 어차피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
그리고…….
“죄송하지만, 제가 관찰한 윤성호란 인간은 그럴 인간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도리어 뒤에 있는 당신의 친구를 보호하려 했을 테니. 제 무의식 주제에 고깝게 제 이성을 이기려 들지 마십시오.”
차근차근, 내 무의식은 억제하고 가능성만을 남겨봐야겠군.
그러자 공간이 한번 일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꿈의 질서가 흐트러진 조짐이라고 보면 되나.
“…괴물이, 너무 무서워.”
나는 가만히 경청한다.
“…괴물이, 나를, 우리 가족을 어떻게 할까 봐 너무, 너무 두렵다고.”
그런 당연한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니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주변에서 무수히 많은 앙상한 가시나무가 돋아나더니 윤성호를 휘감는다.
옆에 있던 인간이 등을 돌리더니 뭐라고 윤성호에게 속삭이자, 윤성호는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젓기만 한다.
분명히, 그 인간은 ‘네 잘못이 아냐, 멍청한 인간아.’라고, 속삭였는데 말이다.
가시나무가 점점 윤성호를 옭아맨다. 곧이어 가시나무는 녀석의 목으로 올라가 숨통을 조인다.
‘…자살을, 의미하는 건가.’
나는 아무 말 없이 속으로,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그렇게 되뇌었다.
그걸 두 눈으로 끝까지 지켜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쓰레기가 입을 연다.
“그러게, 왜 왕자의 뜻을 거슬렀느냐, 우매한 천민.”
…하.
“반역을 일으킨 이들에게 남은 것은 지옥뿐이리! 개구리가 눈을 뜰 때, 그대들의 피로 금잔화를 피우겠다.”
그만, 충분하니까.
이제 이 거지 같은 곳에서 나가고 싶군, 기지생.
[아쉽지만, 꿈은 깨고 싶다고 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망할.
* * *
내가 눈을 떴을 땐, 새벽 5시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 침대에서 자고 있는 채하민을 바라본다.
생기는 의문점, 대체 왜 채하민의 가능성에선 보이지도 않던 인간이 등장한 걸까.
시간이 흐른 후에 도출한 답은 꽤 단순했다.
저놈의 아버지는 재벌가. 뒷세계에서 한자리하는 인간이라도 건들기 쉽지 않은 위치니.
‘…아마도 채하민 아버지의 성격상, 이지현 집안을 가만두진 않았겠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베란다를 열고 새벽의 공기를 맞으며 생각한다.
‘…개구리가 눈을 뜰 때니, 3월. 금잔화의 꽃말은 비애. 가시나무의 상징은 죄악. 그걸로 목이 졸리면서도 받아들이니 죄책감으로 인한 좌절 혹은 우울증. 만약 더 심각하게 상황이 전개된다면 자살까지도 해석될 수 있는 상징 요소.’
즉, 아마도 내년 3월, 지금 현 상황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윤성호는.
도대체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은 얼마나 큰 태풍을 몰고 왔는지.
“…하, 망할.”
남을 돕겠다는 생각이, 결국 타인의 불행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건…….
“뭐 해, 동화 형.”
류이든이 운동 갈 시간인가 보군. 나는 인사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표정 왜 그래.”
나는 그제야 내 표정이 지나치게 굳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있긴 해.”
단 세 글자. 그 세 음절이 입에서 나서는 순간,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있어. 큰일.”
그렇게 네 음절을 내뱉는 순간, 깨닫는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남에게 직접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털어놓는 게 처음이라는 사실을.
“와, 이번에 드디어 형 노릇 한번 하겠네.”
류이든은 운동복을 입고 베란다에 다가와 나와 나란히 선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미친 소리지만, 미래를 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놀린다. 아마 난생처음 있는 일인 것 같군.
그 순간 류이든이 멈칫하더니 조용히 묻는다.
“…그래, 어떤 미래였는데?”
음, 믿을 리는 없으니, 미친놈 취급일까.
“…믿어?”
“네가 그런 표정으로 말할 때 거짓말한 적은 없으니까? 뭐야, 거짓말이야?”
…나는 순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약간 흘렸다.
강아지의 신뢰는 정말 대단하군.
그걸 보는 류이든의 표정이 약간 굳는 걸 보니 장난이었다고 오해하나 보다.
“…진짜야. 다만, 말하는 게… 좋을지 아닐지를 모르겠네.”
“흠, 그래? 하긴 미래라는 게 막말하긴 좀 그렇겠네.”
“…그런데 믿고 있는 거 맞아?”
류이든은 내 말에 웃는다.
“아니, 그렇게 미친놈 보듯 보지 마. 예전에, 네가 가는 데마다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걸 보면서 혹시 얘가 미래라도 보나… 싶었거든. 그땐 장난 삼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진짜였던 거니까.”
나는 류이든이 흥겹게 웃는 걸 본다.
류이든은 나름대로 믿을 만한 인간이다. 무심코 지켜온 비밀이 입에서 새어 나온 건 내 실수다만, 나라면 미친놈 취급했을 소리를 나라는 이유로 믿어준다.
“…형도, 제대로 미친 인간이야.”
“에이, 나 정도면 정상이지. 어제 공연장에서 사생들 얼굴 외워서는 저 사람들 주의하라고 스태프분들한테 알려 줬던 너보단.”
…위험한 것보단 낫잖아.
류이든은 실실 웃더니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리더지만,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어.”
“낯간지러우니까 닥치십시오.”
“역시… 동화 형. 너는 이런 데 면역이 전혀 없더라.”
류이든이 손가락으로 내 귀를 가리킨다. 예의 없이 삿대질이라니.
“어쨌든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의지하려거든 해도 된다는 거지. 어제 하민이한테도 사과했듯이.”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그래, 조금만 더 정리되면 꼭 말할게.”
* * *
채하민은 평소에 요리를 하는 나와 류이든을 대신해서 오늘은 자신이 우리 모두에게 요리를 해주겠다며 주방으로 떠났고, 방 안에는 나 혼자만 있는 오전 11시경.
그러니 정리 시간이다.
첫째, 나는 마약 유통자를 무너뜨릴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가.
한낱 아이돌인 내게 그깟 권력 따윈 없다.
그러니 만일 내가 윤성호를 돕는다면 마약 근절 같은 주제넘는 짓거리는 생각조차 말자.
마약이 사회를 좀먹는다지만, 그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정부가 해결할 일이다.
그저 윤성호와 누군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인간 하나를 도와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 그렇다면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가.
개구리가 눈을 뜨는 경칩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남아있지만, 가능하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서 윤성호가 받을 괴로움을 줄이는 게 낫다.
그러니 일단 전지적인 기지생이 내 쪽에 붙어있으니, 정보를 뜯어내서 이지현이 언제 마약을 처음 하는지 알아내는 게 좋겠지.
[도둑놈의 심보입니다.]쉿, 기지생. 비록 도둑놈일지라도 의적이라 할 만하니까.
어쨌든 그렇게 언제 처음 마약을 하는지를 알면 그때를 기준으로 한 달 후에 신고하면 된다. 윤성호가 직접 움직이기 전에 재빠르게.
다만, 나와 우리 팀에 피해가 오지 않도록, 즉 나인 걸 추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신고해야 한다. 기자나 경찰 쪽에 인맥이 있다면 좋겠으나… 그런 걸 내가 가지고 있을 리는 없으니 패스.
이건 차차 머리 굴려보는 것으로.
마지막 셋째, 후속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갓에이는 필연적으로 파국을 맞게 되어있다. 이지현 홀로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집단으로 마약을 했다고 뉴스에 나왔으니.
다만, 그 시기가 동일한지의 여부는 모르겠으나, 갓에이를 곁에서 바라봤을 때, 이지현이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무리의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는 개인이 우월함을 보이기 위해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 집착하며, 함께 향락을 즐기게 함으로써 충성심을 확보한다.
그러므로 높은 확률로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마약에 빠져들게 되겠지. 추측건대 대략 80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꿈속에서 감옥에 갇혀있던 둘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다만, 확률이 높다고 무조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것도 기지생에게 물어봐야… 하, 기지생한테는 정말 미안하군.
어쨌든 갓에이가 몰락하면, 윤성호는 계속해서 아이돌 생활을 해나가기 힘들 것이다. 최소한 그러니 도와주고 싶다.
꿈보다야 목숨이 소중하다지만, 그건 미래를 본 내 입장이지 그저 평범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윤성호의 입장은 아니며, 되도록 계속해서 꿈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건 같잖은 동정 따위가 아니라, 석준을 유일하게 감싸줄 그에 대한 내 동경이자, 나로 인해 죽을 가능성에 놓였던 것에 대한 나름의 사과다.
…지금 당장은 뭘 해줄 수 있는지 모르겠군.
어쨌든 지금은 불확실한 정보를 확정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기지생, 이지현과 그 외 멤버들이 마약을 접하는 시기는, 질문권으로 해결 가능해?’
[질문권은 일반적인 지식이지만 알기 힘든 대상에 한합니다. 특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위험합니다.]불가능하다는 거군.
하긴, 그렇다면 가능성의 조각, 아니 이제는 가능성의 꿈이 무색해지겠지.
‘…알려줄 수는 없을까.’
그리고 침묵의 시간. 기지생이 말을 걸어온다.
[언제는 저한테 의지하지 않으시겠다고 했잖습니까.]‘사람 목숨이 걸렸는데 그깟 자존심.’
그러자 기지생은 여태껏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모두 해결하려는 속셈인지 곧바로 여러 알림 창을 보낸다.
[성공적인 삶을 누리며 화해한 동생과 행복하게 사는 게 보고 싶었는데, 괜한 일이었습니까.]‘…그건 도리어, 구원이었지.’
[누군가가 계속해서 전교 1등을 독점해서 전교 2등이 자살하면 그것도 1등의 책임입니까?]즉, 윤성호가 탈락한 게 내 개입 때문이라지만 이후의 길을 결정한 건 윤성호 본인의 문제인데 왜 신경 쓰냐는 건가.
“…몰랐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
윤성호가 어떤 위기에 처하는지 그리고 어째서 그런 환경에 놓였는지, 원래 겪어야 할 일은 무엇이었고 바뀐 가능성에서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지.
그 모든 것들을 몰랐다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테다. 인간은 무지함으로써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만일 기지생이 거절하더라도.
“물론 사정이라는 게 있을 테니 알려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고. 홀로 노력해 볼게.”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공기가 무겁다. 아마도 거절할 것 같…….
띠링―!
[사실 이미 알려드릴 예정이었습니다!]…다행이고, 또 고맙군. 그런데 누가 봐도 거절할 흐름이 아니었나.
[정신적 성숙을 이룩한 대가로 드릴 선물이었습니다. 질문은 그냥 궁금해서 드린 것입니다. 저도 인간이었던지라 호기심이 많아서.]…날 구원한 이유도 호기심 때문이야?
[비밀입니다.]하여튼… 이해하기 어렵군.
[정보는 드리겠습니다만, 말씀대로 저도 사정이라는 게 있다 보니까 바로 드리기는 어렵습니다.]‘…정말, 기지생.’
어떻게든 기지생에게 보답하고 싶은데, 저런 존재에게 하등한 내가 보답한다는 개념이 성립할 수나 있을까.
그리고 그 순간 밖에서 채하민이 문을 열곤 소리친다.
“동화야! 밥 다 됐어. 먹으러 나와! 오늘은!”
* * *
기지생은 카이로스의 방에 찾아가며 생각했다.
‘…보답은 무슨.’
우습기 짝이 없다. 이미 보상은 충분히 해주고 있는데 말이야.
“카이로스, 제가 범죄를 하나 저지르려 합니다.”
“…뭐?”
시계 위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카이로스는 갑자기 찾아온 미친놈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기지생은 그런 카이로스를 보며 해맑게 웃으며 답한다.
“미래의 정보를 직접 알려주려고 합니다. 제 생각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차원의, 정지한 물체 기준으로 1000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이면 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너, 이, 미친놈이!”
“참 야박하십니다. 몰래 숨기려다가 카이로스를 생각해서 자진 신고하는 건데.”
“아니, 이런! 이!”
카이로스는 시계 위에 일어나서는 소리친다.
“너, 이 가시나무 같은 놈이!”
그 목소리엔 거역할 수 없을 것 같은 위압감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저런… 팔레스타인 지역에 근거를 둔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는 건 그리스 시대에 존재했던 당신에겐 어울리지 않는군요.”
기지생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허락할 수 없다, 이 미친놈아!”
“그럼 지금부터, 시운관 전역에 설치해 둔 시간 교란 장치를 켜도 되겠습니까? 제가 직접 개발한, 한 번의 교란만으로 시간선을 꼬아 온갖 가능성을 뒤틀어 놓는 장치인데.”
카이로스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대체 저 미친놈은 언제 또 그런 해괴한 장치를 만들어서는.
“너, 이 개자식, 이리로 와봐! 새끼야!”
그렇게 기지생과 카이로스의 시운관 전역을 배경으로 한 술래잡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