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70)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70화(70/343)
70.
“…하민 형, 혹시 무례한 질문이라면 죄송하지만, 미각에 약간 문제가 있나요? 일부러 이렇게 만들기도 힘들 것 같은데.”
“…미안, 현재야. 설탕이 소금인 줄 알고.”
“저는― 계란프―라이가 단―것도 좋―습니다.”
류이든은 자기 몫의 계란프라이를 먹고 뱉을 뻔한 걸 참으며, 지동화를 유심히 살펴봤다.
지동화는 표정을 애써 무표정으로 유지하며 아무 말 없이 꾸역꾸역 씹고 있었다.
‘쟤는 꼭 저렇게 다 먹어준다니까.’
그리고 문득, 새벽에 봤던 지동화의 모습을 떠올린다.
‘…동화가 괜한 소리를 할 놈은 아니지.’
미래를 본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근거 없는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나나 우리 팀 관련이면 말하는 게 옳을지 고민도 안 했을 테고. 완전히 남 일이었어도 말하는 데 문제는 없었겠지.’
그러니까 우리 멤버는 아닌데, 우리 멤버와 관련된 사람의 미래를 본 건가?
가령… 성호나 현진이 같은.
그러고 보니 갓에이 쪽에서 들리던 소문이 좋지 않았다. 그 팀 리더, 이지현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
“…뭘 봐.”
지동화가 류이든의 시선에 고개를 돌려 한마디 툭 던진다.
“그냥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서.”
그리고 도와주고 싶기도 하고.
지동화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다시 밥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조심히 한술 떠 입에 넣었다.
‘…아, 모르겠네. 내가 생각한 게 맞으려나.’
류이든은 자신을 똑똑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하는 추측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동화가 생각을 정리하고 모든 걸 결정한 뒤 행동한다면, 자신은 우선 행동에 옮기는 게 익숙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류이든은…….
‘…누나한테 연락해 봐야겠네.’
누나라는, 자신과 눈만 마주치면 다투는 혈육에게 손을 벌리는 것도 빠르게 결정한다.
원래 가족의 도움을 받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동화한테 입은 은혜가 있는데 신념 따위.
* * *
밥을 먹고 나서, 나는 잠시 머리를 식히려 작업실로 왔다. 채하민의 요리 실력이 늘었는지 나름대로 먹을 만한 밥이었다.
공백기라고 해서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행사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고, 나 같은 경우에는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도 완성해야 했다.
게다가…….
“아이고, 우리 후배님! 아니, 이제 작곡가님인가?”
시끄러워, 준성.
“우선… 저번에 들려드렸던 걸 선배님과 대화를 나눈 대로 수정을 좀 봤습니다.”
“오, 내가 진짜 괴상한 얘기를 했던 기억은 나는데.”
“…아시니 다행입니다.”
사실 활동하는 틈틈이 준성과 만나 어떤 곡을 가지고 싶은지를 수시로 얘기했다. 더해서 준성의 무대를 여러 번 보며 음색과 음역 등을 분석했다.
“내가 광기가 느껴지면서 섹시하고 신나는데 왠지 슬픈 곡, 그러면서도 듣기에 좋은 곡이라고 했던 것 같네.”
미친놈 아니랄까 봐, 아주.
처음 들었을 땐 준성이 뭔 헛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던 기억이 나는군.
“사실 그런 곡이 나올 거라곤 기대도 안 했어, 작곡가님. 그냥 작곡가님이 내 니즈가 뭔지 계속 물어봤으니까 얘기한 거지.”
“…일단 들어보십시오.”
나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걸 알고 있어서 곧바로 곡부터 틀었다.
그러자 사이렌 소리가 툭툭 끊기듯 새어 나온다. 마치 누군가를 붙잡으려다 놓친 도시의 밤 같다.
‘건물을 폭파하고 홀로 탈출하는 빌런을 모티브로 쓴 부분.’
“…와, 영화 OST 같은걸.”
준성이 들으면서 조용히 중얼거린다.
준성은 실력이 좋기도 하지만 무대 위에서의 표현 능력이 좋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단순히 듣기 좋은 곡보다는 뮤지컬처럼 스토리를 담아낸 곡이 좋겠지.
거기에 더해 요구 사항, 광기와 섹시, 신남과 슬픔 같은 양가적인 성질을 한곳에 담아내기에 빌런만큼 좋은 소재가 없을 것이다.
신나게 달리던 곡은 약간 서정적으로 변한다. 코러스 전의 쉬어가는 파트이자, 빌런의 자기성찰 시간 혹은 계획 시간.
늘 혼자라는 외로움을 은근하게 견뎌내던 빌런은 코러스에 와서 그 광기를 터뜨린다.
신디사이저가 웃음소리 같은 멜로디를 연주한다. 모든 것을 부수면서 미친 듯이 웃어대는 듯한 사운드.
그리고 그렇게 화려하게 일을 벌인 직후, 코러스가 끝날 때 한숨 소리와 함께 웃음이 멎는다.
그리고 곡의 완급 조절이 빌런의 심리처럼 움직이며, 한 편의 뮤지컬과 같이 전개된다.
그리고 모든 곡이 마무리되고 맴도는 침묵. 나는 입을 열었다.
“…일단 이런 느낌의 곡입니다. 아직 세부 조정이 남았고, A&R팀분들과도 협의를 해야 합니다만, 이런 분위기의 곡을 드릴 생각입니다.”
미안하지만, 지금 와서 곡이 별로라고 해도 반품은 사절이다. 준성의 곡을 처음부터 다시 썼다가는 또 과로로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지나치게 조용한 분위기에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더니, 준성이 말한다.
“아무래도 내가 인복이 좋긴 한가 봐, 후배님.”
“…괜찮습니까?”
“응, 이제 나도 이든이한테 자랑할 거 생겼네. 고놈 아주 그냥 만날 때마다 자기는 곡 받았다고 자랑을 그렇게 해대더라니까요, 후배님!”
준성은 신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음, 류이든이 그런 자랑을 하고 다닐 줄은 몰랐는데.
“아주 그냥 자기랑 딱 맞는 곡이라고 자랑을 그렇게 해대더니, 이제 나도 자랑할 수 있다!”
“…그렇습니까.”
어쩌라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기뻐하는 것 같으니 장단 정도는 맞춰줄 수 있다.
준성은 한번 더 듣고 싶다며 음악을 틀게 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체 작곡은 어디서 배웠어? 예전 기획사는 그런 기반 마련이 잘 안 돼있을 텐데.”
제길, 하필이면 그런 예민한 곳을. 연습생 생활을 했던 2년 정도의 기억은 내게 없으니 답할 수가 없다.
“후배님? 작곡가님? …어, 동화 님? 혹시 답하지 못할 일이야?”
“…아닙니다. 아마도 작곡은 어머님의 수첩을 보고 배웠을 겁니다.”
“어? 그건 대체 무슨 소리야, 아마도라니.”
“어머님께서 작곡을 하시던 분이라.”
‘아마도’라는 말에 의아해하던 준성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든 나는 이 곡 진짜 마음에 들어. 다른 사람 주면 안 된다, 작곡가님?”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맞춤 정장을 체형이 다른 사람에게 입힐 수야 없는 노릇일 텐데, 이 인간은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참 괜한 걱정입니다, 선배님.”
일단 A&R팀으로 가서 곡을 들려드려야겠다.
* * *
사흘 후, 나는 회사의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준성 솔로 앨범의 1차 회의 현장.
준성의 활동과 마지막을 겹치며 곧바로 우리 팀 활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니 공식적인 공백기는 약 두 달. 빠르게 이 앨범에서 할 일을 마치고 멤버들을 위한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앨범을 만드는 것과는 다르게 준성의 앨범에 스태프로 참여하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다.
가령, 타이틀 선정을 공식적인 회의로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8할은 결정된다든지.
“그러면 이거 타이틀로 생각하고 작업해요? 타이틀로 가면 전체 앨범 분위기 잡기 좀 까다로워질 것 같은데.”
사진 및 이미지 작업을 담당하고 계신 분께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자…….
“근데 그것만큼 준성이 무대 살릴 곡도 없긴 합니다. 준성이 약간 광기 어린 콘셉트 잘 어울리잖아요?”
장해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완곡하게 꺼지라고 한다.
“음, 장 팀장님, 그건 욕인가요, 칭찬인가요?”
“당연히 칭찬이죠, 준성.”
이어서 A&R팀장도 비록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의 곡이라 그렇지, 곡 자체는 좋은 곡이라고 동조해 줬다.
‘타이틀곡이 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는데, 망할. 너무 부담스러워.’
이게 다 저 셰퍼드 닮은 인간 때문이다. 자기는 이거 타이틀곡으로 할 거라고 얼마나 떼를 쓰는지, 다 큰 성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미성숙한 모양새였다.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하면서 조심스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 우리 작곡가님 의견도 들어봐야지.”
준성이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한다. 눈에 희망이 들어차 있는 게, 그 희망이 사라지는 모습이 보기 좋을 것 같다.
음, 죄송하지만, 당신 의견에 반대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록곡이 옳아 보입니다. 제 곡보다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되는 코드로 만들어진 곡이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해야 할까 싶습니다. 애초에 저도 수록곡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어?”
“네?”
정작 곡 주인인 내가 반대하자 준성과 장해진이 당황한 목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지금 있는 이들 중에서 내 곡에 꽂힌 건 이 둘인 모양이다.
“동화 후배, 지금 있는 곡 중에서 유일하게 내 색채라고 할 만한 게 네가 쓴 곡인데?”
“그건 맞아요, 아무래도 나머지 곡은 TOT가 기존에 했던 콘셉트랑 겹치는 느낌이긴 하죠.”
“게다가 동화 후배가 써준 곡으로 솔로 데뷔라니, 화제성도 충분하단 말이죠?”
“맞아요, 준성. 블로센스가 다음 앨범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곡이 좋다니까. 그냥 끌려! 왠지 이거 타이틀 안 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동화 후배.”
그래, 이런 식으로 발언권이 큰 인물 두 명이 모이면 나 같은 작곡가는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배운 것이다.
결국 회의는 이미 발언권을 가진 이들이 개인적으로 결정한 사안을 집단에 합법적으로 승인받는 창구가 될 뿐이군. 건강한 의견 교환을 중시했던 하버마스가 봤다면,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욕 한마디 날릴 테다.
“혹시 애초에 두 분이서 정하고 들어오신 겁니까?”
그러자 준성이 자랑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지. 원래 사회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후배님?”
그런 와중에 조용히 A&R팀장이 손을 들더니 말한다.
“저도 미리 정하고 왔습니다, 동화 씨.”
“…그렇습니까.”
결국 나는… 회의의 사적 권력화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 * *
숙소에 돌아오니 류이든이 문 앞에 마중을 나와있었다.
운동복 차림인 걸 보니, 방금도 운동하고 온 건가, 운동 중독자 놈.
“동화, 회의는 잘하고 왔어?”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는 나를 보며 씨익 웃는 게 더럽게 미심쩍다. 뭔가 내가 잘못한 게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니까, 저건.
…혹시 작업실에 있을 때 밥 먹으라고 챙겨준 돈으로 책 산 거 들켰나. 그것도 정신의 양식이니 밥이라는 점에선 결국 통하는 건데, 야박하기 그지없군.
“동화, 아주 큰 일을 숨기려고 했더라?”
“음, 관점 차가 아닐까.”
누구한텐 밥 한 끼가 중요할지 몰라도, 내겐 한 끼 정도는 안 먹어도 되는 건데 말이다.
그러자 류이든은 표정이 한껏 굳어선 날 바라본다.
“이게 어떻게 관점에 따라 숨기고말고가 정해져.”
…뭔, 밥 한 끼가 그렇게 중요할 리가 없는데. 지금 우리가 같은 주제로 대화하고 있는 게 맞을까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갓에이 리더가 너 계단에서 밀었다며.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더 신경 써서 커버 쳐줬을 텐데.”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아. 채하민도 잘 모르는 일인데.
류이든은 내 표정에 깃든 의아함을 알았는지 웃으며 말을 잇는다.
“우리 누나가 연예부 기잔데, 이번에 그 팀에서 구린내 난다고 파보고 있다더라?”
‘…연예부 기자?’
그보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안 걸까.
“게다가 누나 성격이 조금 이상해서, 연예부면서 사회부처럼 현장 취재를 그렇게 한다더라고. 꽤 열정적이지? 나름대로 살아있는 기자의 양심이야.”
그런 내 반응을 보고 즐거워진 듯, 류이든이 활짝 웃으며 말한다.
“또 우리 아버님 경찰에서 한자리하고 계신다? 지금은 내가 가수가 되느라 사이가 조금 서먹하지만…….”
‘…기자와 경찰.’
결국 내가 말없이 류이든의 자기 PR 시간을 들으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류이든이 멋쩍다는 듯 휴대폰을 손바닥에 몇 번 툭툭 치더니 조용히 말한다.
“그래서… 네가 본 그 미래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망할, 고작 강아지 한 마리 끼었다고 짜증 날 정도로 안심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