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71)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71화(71/343)
71.
나는 류이든과 식탁에 앉아 내가 아는 몇 가지 사실 중 일부만을 각색해서 알려줬다.
내가 본 미래에서 윤성호가 팀원의 마약중독을 알렸다가 이지현의 아버지에게 당할 뻔했다는 것, 그리고 그 아버지가 아마 마약 유통자일 거라는 사실 정도.
기지생이나 다른 가능성까지 알려주기에는, 시공간의 균열이나 안정성이 어떻다느니 하는 기지생의 말이 걱정돼서 관뒀다.
음,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길에 굴러다니는 도시 전설이 차라리 더 신빙성이 있겠군. 이걸 믿어주는 게 가능한 일일까.
“와, 예상보다 상황이 조금 심각하네. 너무 어둠의 조직이잖아.”
…정말, 대단하군. 예전에 어떤 사람이 자신은 인간보다 개를 더 신뢰한다고 했는데, 그 말은 틀림이 없다.
“…그렇지.”
“음, 너도 고생 많았겠다. 남한테 큰일 나는 미래를 자주 보는 거야?”
…글쎄, 과연 고생일까. 다만, 확실한 건 멤버들을 도와준 일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억이라는 점이겠지.
“…자주는 아니고, 형 것도 한번 본 적 있네.”
“오? 그래? 어땠어?”
류이든의 목소리가 상기된다. 한번 놀리고 싶군.
“치킨에 맥주, 그리고 담배를 하던데.”
“…뭐? 내가?”
“게다가 운동도 관뒀더라.”
류이든의 얼굴이 부서져 내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예상보다 반응이 격하군. 과연 저 인간에게 건강이란 대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 걸까. 나는 피식 하고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농담이야. 형이 그럴 리가.”
농담 아니지만, 내가 바꿨으니까 농담이랑 다를 바가 없지.
류이든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더니 본론으로 돌아선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성호한테 최대한 피해 안 가게 하고 싶다며.”
여기에 답하기 위해선 기지생의 정보가 필요하다.
기지생, 응답 바람.
띠링―!
[현재 사수와 일대일로 결판을 짓는 중입니다. 이 알림은 자동으로 보내진 것이며, 시간적 여유는 있다는 답변을 질문을 예상해서 우선 남깁니다.]…결판을 짓는 중이라고?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시 예상보다 더 무리하는 중인가.
…류이든에게 답부터 하자.
“…일단, 이지현이 언제 처음 마약을 하게 되는지 알고 싶어.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으니까.”
“누나 말로는 걔 유흥가에 자주 들락날락한다던데. 이미 접한 건 아니고?”
도대체 그 인간은,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는가. 진지하게 아이돌이란 직업을 준비한 이들에게 지나친 민폐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그럼 알고 나면?”
나는 류이든의 표정을 따라 하며 씨익 웃는다.
“이제 같이 고민해 봐야지.”
* * *
류이든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와, 드디어! 드디어 동화한테 형 노릇 한다!”
기자의 양심이라며 말하지 않으려 하던 누나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굴욕을 참았는지!
연예계 기자치고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길 좋아하던 누나는, 자질구레한 사생활보다 연예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밝혀내는 데 빠져 있다. 즉, 연예부보다는 사회부가 어울리는 사람이다.
갓에이 등 아이돌 몇몇이 뒷골목에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를 듣고 차근차근 자료를 모으고 있었고 류이든 본인은 지동화를 보고 윤성호 쪽이 아닐까 넌지시 의심했는데, 마침 지동화가 본 미래는 윤성호와 관련된 미래라니, 딱딱 맞아떨어진다!
마치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준비한 것만 같았다.
지동화가 정말 미래를 보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는데,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걸 보니 아마도 확실한 건가 봐.
‘…그나저나 아까 그거 농담 아닌 거 티 났는데 말이야.’
술 정도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담배랑 운동 관두기라니.
류이든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한 의지를 다잡았다.
지동화가 그런 류이든의 표정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한마디를 툭 남긴다.
“…나도 나름대로 의지하고 있어.”
그리고 지동화는 나중에 예지몽을 더 꾸면 얘기하자며 자리를 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예전에 했던 말 그대로 돌려준 거야?
“야! 동화! 형! 다시 말해봐! 빨리!”
류이든은 재빠르게 지동화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으나.
철컥.
따라올 거라고 이미 예상했는지 문은 잠겨있었다.
‘하, 이걸 녹음해 뒀어야 평생 놀려먹는 건데.’
지동화 놀리기에 상당히 진심인 류이든은, 아쉽게 놓친 기회에 아쉬워했다.
* * *
다음 앨범 준비 시작 전인 지금, 공식적인 휴가는 일주일이나 되었다.
그러나 틈틈이 류이든과 대화하고 준성의 앨범에 작곡가로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은, 목화와 만나 힐링해야만 한다.
목화와 함께 살던 집에 우선 들어가 끼고 있던 검정색 마스크를 벗었다.
망할 놈의 마스크. 연예인이 된 지 꽤 되었으나 얼굴의 절반을 덮는 마스크는 익숙해지질 않는다.
집에 오기 전 미리 장을 봐온 것들을 식탁에 올려둔다.
‘목화 데뷔조에 들었겠지.’
어제, 데뷔조를 뽑는 내부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작 휴가인데도 지금에서야 얼굴을 보게 됐다.
그런데 정작 망할 동생은 지금까지 자신이 데뷔조에 붙었는지 어떤지 얘기해 주지 않아 걱정된다.
‘…오늘은 그 입에서 답이 나올 때까지 괴롭혀야겠군.’
비록 등본상으로는 남이지만 보호자의 궁금함 때문에, 김현진에게 몰래 물었는데도 ‘죄송해요! 목화 형이 비밀이래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합격했겠지. 했으니까 비밀로 숨기는 거겠지.’
안 그래도 가끔 머리가 아픈데, 동생 걱정까지 더해지니 죽을 맛이다.
나는 앞치마를 꺼내 흰 셔츠에 뭐가 묻지 않도록 두르고 재료를 꺼내 주방에 선다.
만에 하나 떨어졌다면… 내가 위로는 해줄 수 있을까. 이럴 때면 위로하는 능력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형… 나 왔어…….”
그리고 이어지는 기죽은 목화의 목소리.
“…그래.”
나까지 목화의 분위기를 살피느라 목소리가 조용해진다.
‘…떨어진 거면, 숨길 이유가 합리적으로 없는데.’
목화는 나랑 닮은 듯 달라서 가끔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비합리적인 행위를 하진 않는다.
그때, 목화의 검지가 중지를 만지작대고 있는 게 보인다.
…연기군.
거짓말을 할 때 나오는 목화의 버릇. 누군가 지적하기 전엔 고치기 어려우며, 일부러 지적해 주지 않은 버릇이다.
어렸을 때랑 어떻게 이리 달라진 게 없는지, 감회가 새롭군.
그리고 그렇게 목화가 거짓을 말할 때 나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일부러 속아주곤 한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혹시… 떨어졌어, 목화?”
속아줄게, 망할 동생 놈.
내가 맞불로 침울한 목소리를 내주니 목화가 힘없이 나를 바라본다. 슬픈 얼굴이 눈에 띈다. 디오니 엔터에서 연기 수업을 받는다더니, 확실히 늘었어.
“…형, 나 배고파.”
“그래, 조금만 기다려.”
나는 힘없는 동생을 위로해 주려는 서툰 형을 연기하며 부엌으로 간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거짓된 식사를 한다라… 블러핑 게임을 하는 기분이군.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겁다.
목화가 좋아해 주던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대체재로 만들어 줄 버릇을 했더니 나중에 가서는 치킨을 사줬더니 닭볶음탕이 더 맛있다고 했지.
이 집 곳곳에 깃든 추억이 되살아난…….
띠링―!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아주 보기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당신은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누구는 동료들 전체를 대상으로 투쟁을 하고 왔는데 말입니다.]나는 내 눈앞에 갑자기 들이민 알림 창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내용을 읽자마자 놀라고 만다.
…싸웠다고?
나는 닭볶음탕이 졸아들길 기다리면서 기지생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니까… 정보 알려주려고 동료들 전부랑 싸웠다는 겁니까, 기지생?’
나는 오랜만에 기지생에게 존대를 하며 존경심을 표했다.
[제 동료들 작업실에 그들의 작업물을 망치는 장치를 설치하고 제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가동시켰습니다!]…대체 무슨 짓을…….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는, 소설 완성본을 첫 화부터 끝까지 중간 세이브 없이 작업하다가 저 때문에 컴퓨터가 강제 종료된 것과 비슷합니다.]하신 겁니까, 기지생.
[저는 그놈들한테 당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으니 걱정 마시길!]…이런 미친 인간, 아니 생물을 봤나. 당신의 동료가 더 걱정인데 무슨. 지나치게 비도덕적인 협박이 아닌가.
[인간의 도덕 따위 상당수 잊었습니다! 덕분에 양심의 가책 따위 전혀 없이 모두를 효과적으로 협박했답니다!]…이걸 칭찬할 수도 없고,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정신 차리자. 사람 목숨이 우주의 질서보다 중요할지 아닐지를 밝히는 것은, 칸트와 벤덤이 의견 합치에 도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테니.
두 달 뒤라… 하필이면 우리 컴백이랑 겹칠 시기군.
‘…일단 고마워, 기지생.’
[이만 저는 형벌을 받으러 가겠습니다! 시간선이 다르겠지만 계산해 보면 대략 3주 정도 연락이 안 될 수 있습니다!]‘…혹시 큰 벌인가?’
[말씀드려 봐야 죄책감만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그저 모르십시오.]그리고 침묵. 나는 기지생의 희생에 감사하며 닭볶음탕의 불을 껐다.
‘…일단 목화랑 하던 게임 먼저 끝내야겠군.’
닭볶음탕을 들고 가니 목화가 이미 테이블 세팅을 끝낸 상태였다.
아직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녀석은, 내가 닭볶음탕을 내려놓자마자 약간 표정이 풀어졌다가 다시 다잡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다음 데뷔조 오디션이나, 아니면 충원 같은 건 없어?”
“있긴 할 텐데, 나한텐 없어…….”
거짓말인 걸 몰랐으면 심장이 떨어질 뻔했겠군. 망할 놈. 누가 들어도 연습생 포기하겠다는 뉘앙스의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목화.”
“왜냐면 나 붙었거든!”
그러곤 급발진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곡을 틀더니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내가 예전에 오디션 때 쓰라고 줬던 곡에, 우스꽝스러운 모션을 더해 어반 댄스를 춘다.
…드디어, 목화가 미친 걸까.
나는 연기가 아니라 진지하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형, 완전 속았지! 빨리 축하해 줘! 나 거의 데뷔 확정이다,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짓고, 목화가 추는 춤에 맞춰 책상을 두드려준다. 아직 어리긴 하구나.
춤 실력이 많이 좋아졌군. 지난번에 채하민한테 배운 게 효과가 있었거나, 원래 재능이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이 집에 쌓였다.
목화는 나를 속인 게 그렇게 즐거운지 노래가 끝나고 나서도 리듬을 타며 수저를 들었다.
잘 먹겠다고 소리를 치는 목화의 앞접시에 닭다리를 두 개 올려준다.
“맞다. 이번에 준성 님 솔로 데뷔한다며, 형!”
예전에 곡 작업할 때 얘기해 준 걸 기억하곤 묻는다.
“…응.”
“나 준성 님 TOT 초창기 때부터 팬이었는데, 완전 기대된다.”
진즉에 말해주지 그랬니, 목화야. 말만 톱 아이돌이지 내 작업실에 사는 인간이라 미리 알았으면 한번 소개라도 해줬을 텐데.
나는 나도 밥을 한술 떠서 올리며 은근히 덧붙였다.
“…그분 이번 솔로 앨범 타이틀, 내가 쓴 곡으로 결정될 것 같아.”
그 순간, 목화가 숟가락을 떨어뜨린다.
칠칠맞지 못하게.
“…형, 갑자기 엄청 위대해 보여.”
웃음이 새어 나온다. 망할, 지나치게 행복하군.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