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81)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81화(81/343)
81.
내일은 류이든의 생일. 정확히는 30분 뒤였다. 우리는 그때를 맞춰 몰래 W앱을 시작했다.
“루미너스 여러분! 반가워요.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제목이 대답해 주고 있는데 하민아 ㅋㅋㅌㅋㅋㅋ
―아 여기 작곡 천재 납셨네~
―리다님 생신이시자너~~~~
음, 분탕질을 원하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끼어들었군. 안타깝게도 루미너스라는 어물장은 미꾸라지 한 마리로 흐려지진 않는다.
“…형.”
이현재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옷깃을 부여잡으면서 동시에 동공이 지진 나는 것을 보면, 루미너스보단 멤버들이 문제인 것 같군. 그러니 우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어준다.
내가 고작 저딴 말에 흔들릴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고아가 되었을 때 이미 무너져 내렸을 테니. 저 정도의 음해와 비난은 호흡하듯 넘기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별로 아무렇지 않다.
“오늘은 이든 형의 생일 바로 20분 전! 사실 회사 분들께 부탁해서 저희만 먼저 돌아오도록 했어요!”
평소에 W앱은 류이든이 진행을 주로 맡지만, 류이든이 없으니 채하민이 마이크를 넘겨받는다.
“그래서! 오늘 저희는 이든 형을 깜짝 놀래줄 계획이랍니다! 이 계획을 짠 현재 씨와 잠시 인터뷰를 나눠볼게요!”
“형! 제가 짠 게 아니구, 그냥 아이디어만 제공했는데 동화 형이 구체적으로 짠 거잖아요!”
어쩔 수 없었다. 그 강아지를 놀릴 합법적 기회는 많지 않으므로.
“…어쨌든 이번엔 뭘 할 거냐면요.”
이현재는 억울한 눈으로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한다.
* * *
류이든은 예상보다 늦게 끝난 상담에 진땀을 뺐다. 모든 멤버는 이미 퇴근했는데 자신만 늦게 퇴근하는 게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아… 이거 감이 오는데.’
공교롭게도 몇 분 후면 자신의 생일. 그리고 가기 전에 자기 휴대폰을 미리 가져갔던 석준. 모든 정황이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귀여운 놈들! 이 형님을 괴롭히려고 또 수를 짜고 있구만.’
지동화가 본다면 아저씨 같다고 깔끔하게 평가할 생각을 한다.
‘아, 데뷔 로망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숙소 멤버들이 생일 케이크를 들고 반겨주는 것. 이럴 땐 눈치챘더라도 당해주는 게 예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류이든은 싱글벙글 웃는다. 이런 일상적이면서도 가벼운, 그래서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의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 앞,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한다. 리액션을 잘해줘야 하니 연기력을 믿어야 한다.
자신의 휴대폰을 석준이 들고 간 것은 아마, W앱 같은 라이브로 생일 파티를 송출하는 중이라서겠지. W앱이 송출되고 있을 테니, 험한 말도 하면 안 되고.
근데 아무리 자기가 욕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는 해도, 이런 몰래카메라를 생방송으로 하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나 싶다. 케이크를 먹으며 꼭 지적해 줘야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모든 불이 꺼져있다. 당황한 척, 예상도 못 한 척.
“…얘들아? 다 자?”
그리고 이어지는 고요함. 기묘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원래 이쯤 케이크가 나와야 하지 않나?’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류이든의 마음에 불안함이 싹트기 시작한다. 뭘까, 분명 생일 파티일 텐데, 아닌가, 김칫국인가.
무수히 많은 생각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원래라면 느끼지 않은 서운함까지 느껴질 때, 그는 포기하고 발을 안으로 옮긴다.
‘아침이 오면… 축하 소리는 듣겠지,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며 발을 걸을 때, 류이든은 아직 눈이 암 적응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툭.
무엇인가 떨어졌다. 당황스러운 류이든은 그것을 줍는다. 잘 보이지 않아 더듬어보니, 어떤… 손 같은…….
손 같은?
공기가 움직이는 걸 멈춘 듯한 감각이 이어진다. 손에 약간 힘이 풀리고, 손에 들려있던 미확인 물체가 다시 떨어진다.
“…얘들아?”
그리고 그때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콕콕 누르는 손길이 느껴진다.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뭐야, 장난치지 마. 나 이런 거 무서워하는 거 알잖아.”
블로센스 팀 내 가장 큰 덩치를 보유하고 있는 류이든이지만, 채하민급으로 무서운 걸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루미너스들도 알고 있는 명확한 사실.
만약에 이게 공포 영화였다면,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에 귀신이 있겠지만, 돌아본 곳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거실 불을 빨리 켜봐야겠다는 생각에, 류이든은 손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는다.
그리고 스위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위치에 손을 올린 순간, ‘물컹―’ 하고 닿아 오는 감각.
류이든은 비명을 지른다. 두 번 다시 만지고 싶지 않은 기묘한 감각이었다.
“얘들아, 내가 미안! 뭔지 모르겠는데! 동화 형! 미안해! 나 진짜 잘할게! 비너슈니첼 사줄게!”
그런데도 고요한 거실. 류이든은 다시 한번 물컹한 것 위에 손을 올려 불을 켠다.
그리고 환한 불에 감았던 눈을 뜨는 순간, 류이든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귀신 같은 얼굴의 한 남자와 눈을 마주친다.
너무 놀라면 어떤 비명도 나오지 않기 때문일까, 류이든은 입과 동공을 확장한 채, 아무 말 없이 경악한다.
그리고 천천히, 그 남자가 입을 연다.
“형―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익숙한 석준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류이든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스르르 벽을 따라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쓰러질 때 눈에 들어오는 케이크. 초에 불은 붙어있지 않았지만, 건강을 끔직히 생각하는 자신을 배려한 듯 고구마케이크였다.
“와… 지동화, 이 씨.”
그렇게 중얼거리며 헛웃음을 흘릴 때, 지동화가 방에서 나오더니 답한다.
“비너슈니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초를 켜더니 우아한 손짓으로 초에 불을 켜더니 웃는다.
“그리고… 이 계획 현재가 짠 겁니다.”
오랜만에 보는 지동화의 환한 미소였다. 물론 뒤이어 등장한 이현재가 시집으로 지동화의 옆구리를 꾹 누른 건 비밀이었다.
* * *
나는 고구마케이크를 상자 속에서 꺼내며 계획의 전말을 말해줬다. 대충 생일잔치일 걸 예상하게 하고 어둠 속에서 방심하게 만든 뒤, 동선을 예측해서 장치를 설치하고 석준은 애초에 어두운 천 속에 숨어있었다는 이야기였다.
“W앱은……?”
“계획만 말씀드리고 껐어. 몰래카메라를 생방송으로 할 순 없으니.”
그 말을 들은 류이든이 착잡한 표정으로 고구마케이크의 빵 부분을 약간 퍼 올린다. 이유는 예상할 수 없으니 생각지 않기로 했다.
“…근데 동화, 사람 움직이는 걸 어떻게 예상해?”
“예상보다 인간은 습관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
집에서 말없이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된 내 입장에선 집에 들어온 멤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게 말이 돼?”
류이든의 멍한 물음에 이현재가 웃는다.
“형, 동화 형인데 뭔들 못 하겠어요.”
“…알고 있는데도 당황스러워서 그렇지.”
민간신앙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 말하면 수치스러운데. 이건 대부분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해 주고 싶지만 믿을 성싶지는 않았다.
“그보다 준이, 너는 그 역할에 만족한 거야?”
“네―! 제가 먼저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위즈니에 나오는 악역 같은 느낌! 얼마나 멋있습니까!”
그러니까 본인이 정신적으로 괴상한 취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인간의 범주에서 설명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존재라는 거다.
나는 생일이기에 제한이 풀린 사과주스를 한 잔 마시며 음미했다. 음, 달콤한 승리의 맛.
그런 나를 보던 류이든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추악한 패배의 맛을 곱씹고 있는 듯싶군.
그러므로 류이든은 화제를 전환한다.
“그나저나… 동화, 이번에 곡 엄청 잘 나왔더라.”
“멤버들이 가사를 잘 썼으니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사실을 말한다.
최근 문장을 활용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이현재, 그리고 랩 메이킹을 하는 석준과 함께 가사 작업까지 마쳤다. 개인적으로 곡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생각한다.
다만… 콘셉트가 약간 걸릴 뿐. 뱀을 콘셉트로 한 앨범이라, 잘 통할지 모르겠다.
“에이, 동화야,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케이크 먹어.”
채하민이 케이크 조각을 내 앞에 들이민다. 자기 접시엔 케이크가 없는 걸 모르나 보다.
“…너도.”
나는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여전히 달콤한 승리의 맛.
* * *
미니앨범 2집의 제목은 ‘2nd, Snakes in Me’로 정해졌다. 타이틀곡 이름과는 무관하지만, 앨범 콘셉트는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이다.
그렇기에… MV와 그 사이사이 스토리를 연결하기 위한 콘셉트 필름 촬영을 위한 세트장은 문자 그대로 뱀판이 됐다.
“…환상적이야, 내 새끼들.”
채하민이 그런 현장을 보고 중얼거린다. 뱀에 미친 인간의 말로다.
“하민, 너는 대체… 뱀이 왜 좋아.”
류이든이 한껏 경직된 채로 중얼거린다. 덩치가 용기의 근거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팀에서 석준 다음으로 겁이 많다.
“비늘이… 허물이… 다 너무 아름답잖아. 멋있어…….”
“하민아, 너 캐릭터 이상해진 거 같은데.”
…그건 그렇고 이 멤버 놈, 왜 내 뒤에 숨어서 그리 말할까, 어깨가 아프다.
“…이든 형, 꺼져.”
“동화 형, 너는 저거 안 무서워?”
나는 오늘 우리의 악몽으로 출연해 줄 귀하신 몸들을 바라봤다.
“독 있는 종은 아무것도 없고, 뱀한테 물리면 옆에 있는 의료팀이 살려주시겠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놈 좀 봐! 무슨 크기가!”
나는 류이든의 무례한 손가락 끝에 놓인 오늘의 배우, 뱀을 보고 답해준다.
“아, 저 정도 크기면 팔 정도는 부러뜨릴 수 있겠네.”
나는 큼직한 뱀 한 마리를 가리켰다. 채하민과 함께 뱀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저 정도 크기면 허리는 모르겠으나 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동화야, 장난이지? 장난이라고 해줄래? 아니면 나 촬영하다가 뛰쳐나갈 것 같아.”
“믿고 싶은 대로.”
물론 뱀에 관한 전문가가 두 분이나 와계시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와… 그러면 사육장 시설에 이 목재를 써도 괜찮은 거네요?”
“네, 멋은 없어도 실용적일 거예요. 이 아가는 서식지가 특이해서…….”
그리고 그 전문가들은 채하민의 과외 선생님 노릇을 하고 계신다. 나중에 사과라도 깎아서 전해줘야 할 노릇이군.
세트장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폐허 하나. 건물의 잔해들 사이사이로 틈이 있어서 그곳에서 뱀들이 출몰할 예정이다.
지난번 뮤직비디오에서 이현재의 내면으로 내가 들어가는… 걸로 추정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그 내면 속 풍경이 이 폐허,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는 다섯 명이었고.
아마도 뱀은 이현재가 지닌 아픔과 고통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조용히 세트장을 둘러보고 있는 내 옆으로 이현재가 오더니 조용히 묻는다.
“…형, 뱀이 제 내적 상처인 거 같죠?”
“…이유는?”
“제 내면이 폐허, 그 틈에서 나오는 뱀.”
이현재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한 단어씩 뱉는다.
“폐허가 허무한 내면의 상징이라면, 그 속에서 나오는 뱀은 부정적 의미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제 허무한, 텅 빈 내면에서 우러나는 부정적인 심리 같은.”
훌륭한 성장이다. 바람직하고 장하다. 나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러나…….
“상징은 주변부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의 관습적 의미도 중요해, 현재.”
이현재는 눈을 꼭 감고 내 말을 곱씹는다.
“…저 뱀들이, 제 상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나요?”
나는 순간 말을 잃는다. …최소한 이현재의 부모님께 약속드린 지성의 함양은 이룬 것 같군.
“…훌륭해. 지금 주어진 정보로 가장 합리적인 해석 중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