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8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83화(83/343)
83.
연예인의 가장 큰 단점은 당연하게도 사생활의 문제이다.
공인에 포함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헷갈리지만, 일반적으로는 공인으로 분류되는 연예인은 사생활이 사람들에게 알려져도 문제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와, 야 씨, 지, 동화.”
그렇기 때문에…….
“덕계못 반례 나왔다, 씨. 지동화, 씨.”
마스크나 선글라스 없이…….
“…쟤네 블로센스 아냐?”
지나다니다 보면…….
“이든아… 사인 좀!”
곳곳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동화 형, 예상보다 지나치게 많이 몰린 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많은 사람이 왔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명백한 내 실수다. 오후 7시라는 시간대를 무시한 패착일까. 이렇게까지 평일 오후 홍대에 사람이 많은지 몰랐다.
“실장님이 화 좀 나시겠는데, 이거?”
“…사람 목숨보다는 그게 더 낫긴 하지.”
우리는 지금 수많은 인파를 간신히 뚫고 재빨리 카페 안으로 도주한 상태. 윤성호와 그의 친구가 올 때까지 우선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
“근데 갓에이들 오늘 공식 휴일인 건 예상한 거야, 아니면 예언한 거야?”
“…예측한 거야.”
예언에 비해서 비록 초라할지언정 사실이다. 나 자신은 엄청나게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이런 노력이라도 해야 하니까.
* * *
윤성호는 오랜만의 외출에 신이 났다. 역겹고 외롭고 기댈 곳이라고는 한 명밖에 없는 숙소를 벗어났으니까.
“호연아, 내 친구들 만날 생각 하니까 설레지 않냐?”
“아니.”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호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감정 변화가 0에 수렴하는 친구니까 무시해도 될 것이다.
“…오늘 만나는 애들, 블로센스?”
“응! 어제 갑자기 거기에 동화라는 친구가! 연락을 해서!”
윤성호는 그렇게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지동화에게 고민 상담을 여러 번 청했다가, 드디어 오늘 함께 놀자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원래 막 친한 친구보다 적당히 친한데 고민을 털어놓기 좋은 건지, 요즘 다른 멤버들이 놀러 다니는 것까지 술술 불고 말았다.
게다가… 어디 놀러 가는지까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약간 세뇌당한 기분인데.’
윤성호는 스스로 생각해도 왜 모든 정보를 털어놨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지동화와 문자나 전화로 몇 번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지동화의 물음에 답을 하다 보니 뭔가를 자꾸 털어놓고 말았다.
‘…뭐, 기분 탓이려나.’
윤성호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해맑게.
“근데, 성호.”
호연이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묻는다.
“나 어색해.”
정말, 호연이, 이 친구는 진짜 다 좋은데 말을 약간, 잘 못하는…….
윤성호는 익숙해질 듯 익숙해지지 않는 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걱정 마. 여기 친화력 하나는 만렙 찍은 놈 있잖아.”
“…믿어.”
“사실 나도… 조금 의아하긴 한데. 너랑 친해지고 싶은가 봐!”
지동화의 성격을 아직 눈치 못 채고 있는 윤성호는 지동화가 ‘친한 친구 한 명만 데려와서 같이 놀면 좋을 것 같지 않냐’라고 제안한 걸, 지동화가 친구를 늘리고 싶어서라고 손쉽게 오해했다.
정작 지동화 본인은 절대 그럴 리가 없는 성격이지만.
그리고 약속 시간 10분 전, 만나기로 했던 카페로 가는 길.
윤성호와 호연은 멈칫해 버리고 만다.
* * *
“…왜, 마스크, 안…….”
카페에 도착한 윤성호와 옆에 처음 보는 호랑이 닮은 인간이 우릴 어이없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카페 창문에 지나가던 분들이 가끔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게 보였다. 평소 성격이었으면 스트레스를 받았겠으나, 사람 목숨보다 내 정신 건강이 중요하지는 않으니 가만히 있었다.
“반갑습니다. 블로센스의 동화입니다.”
나는 처음 뵙는 호연이라는 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유는 모르겠으나, 당황한 호연이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중얼거린다.
“…동갑.”
이 호랑이 놈… 인간과의 소통을 위한 언어생활을 포기한 건가. 타인을 이해시키려는 어떤 배려도 존재하지 않는 답변이다.
그래도 이해 못 할 말은 아니다.
“…동갑이지만, 초면이니.”
“슬퍼.”
…웬 미, 아니 초면에 무례한 생각이군. 나는 석준 이후 오랜만에 이해하기 힘든 인간인 듯싶다.
“흐하, 호연이가 조금 이래요.”
윤성호가 웃으며 변호해 주자…….
“…동갑?”이라고 중얼거리는 호연.
아마도 ‘너도 지동화 씨랑 동갑인데 아직 존댓말하네. 동화 씨는 절대로 말을 놓지 않는 거야? 나 조금 슬퍼.’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그거를, 동갑, 두 글자로 줄이는 건 상당히 과한 측면이 있는데.
“응, 동갑이긴 한데, 아직 말 놓지는 않았어. 동화 씨가 예의 바른 성격이라. 상심할 필요는 없을걸?”
그걸 또 알아듣고 대답해 주는 윤성호도 대단하다. 대체 이 둘은 무엇을 함께 겪어왔기에 언어 너머의 무언가로 소통할 수 있는 걸까.
“반가워요! 류이든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통성명을 나누고 잠깐의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우리는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피곤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모든 대화는 윤성호와 류이든이라는 사회적인 놈들이 도맡은 덕분이다.
“와, 그럼 이제 컴백 2주 남은 건데, 오늘 나올 수 있었어?”
“동화가 기획팀원님들 어떻게 설득했는지, 하루 쉬게 하시더라.”
그건 전부 날조된 거짓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구차스러운 과정은 생략하더라도, 컴백 2주 전에 오후 시간이지만 휴가를 얻어내는 건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이번에도 블로센스는 완전 치고 나가겠지? 부러워, 아주 그냥.”
나는 윤성호가 말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분석한다. …질투는 섞여있지 않아서 우선은 다행이다.
“갓에이도 신인 중에선 나름대로 선방한 편 아니야?”
“그건 맞는데, 음, 그게, 그러니까.”
윤성호가 뭐라 말을 하려다가 멈칫하고는 날 흘깃 바라본다.
…뭘 보는지.
어쨌든 아마도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둘이서 다 했죠.”
호연이 빨대를 들고 접으면서 ―대체 왜 접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행위 예술의 일종인 것 같다― 답한다.
“호연아! 그렇게 말하면…….”
“틀리지 않아.”
호연은 이번엔 빨대 밑 부분을 빨대 윗부분에 끼워 넣어 원형을 만들고 팔찌로 끼며 답한다.
…뭘까, 저건. 석준에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낯설고 불가해한 존재와 대면한 내 이성이 흔들리는 기분이다.
“…호연아, 아무리 그래도 같은 멤버인데 그런 거 따지면…….”
“너만.”
오, 감동적인 대화군. 너만 같은 멤버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사 표현인가 보다.
놀랍군. 이게 일반적인 형태일까. 하긴 인간이 다섯 명 넘게 모인 집단에서 이런 종류의 공적 논쟁이 빠질 수 없기도 하다. 고작 학교 교실을 청소할 때도 기여도로 싸우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 이렇게 또 한번 인간 심리의 한 측면을 관측하다니, 꽤 흥미롭다.
“…갓에이는 그룹 분위기가 별로인가 봐?”
“…좋진 않지. 우리 둘이 약간 겉도는 것도 있고.”
윤성호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목소리를 낮춘 채 말한다.
“왕따지.”
호연은 팔찌를 감은 손을 빙빙 돌리며 평소랑 똑같은 목소리 크기로 말하고 있고.
“둘 이상이면 왕따는 아니, 가 아니라, 호연아! 제발! 입! 조심!”
그걸 들은 윤성호는 화들짝 놀라며 호연의 어깨를 두드려댔다.
흠, 확실히 공공장소에서 할 만한 소리는 아니긴 하다. 구설수에 오르기 쉬운 주제기도 하고.
“우울한 얘기는 됐고! 이제 놀러 가자. 동화, 너도 우리랑 이제 말 놓고! 원래 놀 때는 말 놔야 편한 법이니까.”
…급전개로군. 무슨 논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호연이 약간 밝아진 표정이 돼선 말한다.
“동갑이네.”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래서 왜 홍대까지 부른 거냐, 이 꽃돌이들아~ 너희 숙소면 강남 쪽이 더 가깝잖아.”
그건 다 이유가 있다만 말할 만한 것도 아니니, 나는 그저 미소 지어주며 답했다.
“살면서 홍대 처음 와보거든.”
이건 진실이다. 그 말을 듣고 윤성호는 뭔가 홀로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마스크를 두고 온 거구나!”
이건 거짓이다. 그저 충분한 관심을 받아야 했을 뿐이니까.
* * *
갓에이의 리더, 이지현은 지금 기분이 좋았다. 은근하게 겉돌면서도 인기는 많아서 꼴 보기 싫었던 두 놈이 함께 밖으로 나갔으니까. 이렇게 기분이 좋은 날에는 멤버들과 함께 놀러 가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갓에이의 권력 구도는 이지현과 네 명의 부하 대 2인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일방적인 왕따와 더 유사했다. 회사에서도 채하민의 삼촌인 실장님을 제외하곤 갓에이 멤버들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갓에이의 멤버들은 대부분 아직 어린 나이다. 다들 끽해봐야 20대 초반밖에 안 되는 나이였고, 그중에서 이지현은 집안이 훌륭한 덕에 돈이 많은 금수저였으니까. 그렇기에 어린놈들을 구워삶는 건 이지현의 입장에서 별로 힘든 일도 아니었다.
반면에 두 놈. 그 두 놈은 돈이든 권력이든 엿도 관심 없다는 태도였고, 한 놈은 뭘 생각하는지조차 모르겠는 놈이고, 다른 한 놈은 제발 방황하지 말아달라고 몰래 찾아와선 부탁할 정도의 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지현은 그 두 놈이 거슬렸다.
윤성호는 굴러온 돌이었기에 거슬렸고, 쓸데없이 잘생겨서 인기가 많은 것도 달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쓸데없이 착한 척하는 건 덤이었고.
호연, 그놈은 윤성호보다 일찍 들어오긴 했지만 데뷔조에 들어온 건 나중이었으니 마찬가지로 굴러들어 온 돌이었고, 또 윤성호한테 착한 척 구는 것도 더럽게 거슬렸다. 대체 저희가 뭐가 그렇게 선하다고 자신을 나쁜 놈 취급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그 모든! 거슬림에서 해방된 오늘! 이지현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렇기에 그는 숙소에서 자고 있는 멤버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오늘 놀러 가자!”
이런 날에는 술이 제격이다, 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원래도 먹으러 가려 했지만 더 즐거우니까.
“가자, 강남으로!”
그렇게 이지현은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클럽으로 발을 옮겼다.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의 근원인 아버지의 덕을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