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84)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84화(84/343)
84.
모든 것은 예정된 대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지금쯤 이지현은 강남의 ‘FFF 클럽’이라는 명칭만으로도 대체 뭘 하는 곳일까 싶은 곳에 들르겠지.
그러고 나면, 류이든의 누님과 그 동료 셋이서 그 클럽 속에서 마약을 밀매하는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자 사회의 특성상 경우의 수는 세 가지 정도로 나뉠 것이다. 그중에서 누님의 성격상 선택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이는 대로 일이 이뤄진다면…….
“하! 동화! 봤어? 내가 또 이겼지!”
…아주 난리군.
여긴, 카페라는 말을 사교 현장이라는 의미로 붙인 건지, 아니면 멋이 나서 붙인 건지 헷갈리는 명칭의 보드게임 카페.
류이든이 게임에서 승리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며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금광에서 채굴한다는 식으로 주머니 속에서 금을 꺼내거나 폭탄을 꺼내 점수를 내는, 운으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게임이다.
분명히 얻을 점수와 폭탄이 나올 확률을 계산해서 더 높은 쪽으로만 선택을 했는데, 시행 횟수가 모자란 건지 아니면…….
“아주! 어? 머리 쓰는 게임 할 때 이겨서 좋았지? 운은 엄청 없구나!”
…운이 없는 건지.
운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머리가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 잘못이다.
망할, 운발 망겜. 이현재가 이렇게 쓰는 단어라고 가르쳐 줬다.
* * *
이지현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FFF클럽 VIP룸을 잡고 미칠 듯이 들이켜는 술. 즐거움에 몸부림까지 쳐진다.
그리고 그는 이곳의 VIP이기에 알고 있다. 이곳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을.
호기심. 인간이 파멸하는 경우는, 대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현아…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에이! 여기서 4년 넘게 유통된 거 보면 모르냐? 안전해! 너희랑 형도 궁금하다며.”
그리고 오만함.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 중 많은 것들은 자신은 괜찮다는 착각에서 기인하는 일은 흔하다.
“…야, 궁금하긴 해도 직접 하는 건 좀 다르잖아. 위험하다니까.”
“그리고! ×발! 요즘 블로센스 그 새끼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나 받잖아! 딱 하루만 스트레스 풀자니까?”
다음은 열등감.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독소 중 하나다.
“나만 믿으라니까? 안전해! 여기서 걸린 놈이 없다니까?”
최종적으로는 우월감. 열등감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성능 좋은 가면을 쓴다.
그리고 한 집단의 우두머리는 그 집단 구성원의 거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한 번쯤은…’이라는 생각을 품고, 가득 쌓인 술병, 그 중간에 놓인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 * *
여전히 보드게임 카페. ‘운발 망겜’으로 규정된 금광 찾기는 집어치우고, 나와 윤성호는 장기를 두기 시작한다.
류이든과 호연이 어쩐지 의기투합해서 과일 다섯 개가 나오면 종을 치는 게임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는 바람에 둘이서 할 만한 게임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다.
“동화, 장기 잘 둬?”
“…기본적인 것만.”
“이 형님이 또 장기 잘 두지! 내 할아버지가 동네 내기 장기 1등이셨거든. 내가 오늘 꽃돌이 브레인 이기는 거 보여줄게.”
안타깝게도 승부욕이라는 개념이 없는 내겐 그런 도발 따위 통하지 않는다.
다만, 나도 지고 싶지는 않다.
장기는 아직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뒀던 게임이니까. 대략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와 장기로 그날 설거지를 누가 할지 정하곤 했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홀로 장기판 위에서 대국을 펼치곤 했다. 아마도 나름대로 아버지를 추억하는 방식이었나 보다.
시작된 대국. 윤성호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기물들을 움직이고 있다. …내기 장기는 이런 식으로 두는 걸까. 상대방을 흔들려고 하는 모습이 쉽게 보인다. 약간은 오만한 수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윤성호가 공격적으로 파고들면, 내가 천천히 대응하며 이뤄지는 대국. 윤성호는 내가 은근히 놓아둔, 먹기 좋아 보이는 졸을 마로 잡으며 들어온다.
단 한 번의 큰 실수. 이 한 번의 오만한 선택이 윤성호의 패배를 확정 지었다. 총 8수에 걸쳐서 이어지는 내 장군과 윤성호의 방어 그리고 외통수 위치에 놓인 궁. 결국 이 모든 것이 윤성호가 졸과 말을 교환하게 만든다.
“…잠깐. 뭐야, 지금? 잠깐만.”
장기를 헛으로 배운 것은 아니기에, 윤성호도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0에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자신이 둔 수들을 천천히 돌이켜 보던 윤성호는 깨달았는지 입을 천천히 벌리며 탄식을 뱉는다.
“…아, 그러면 이거 8수 전에 마 한 번 잘못 움직인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거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준다.
“당장의 이득은, 전체 결과로 손해일 수 있으니까.”
“…이건, 진짜 예상도 못 했네.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내가 은근하게 함정을 파뒀으니까. 8수 정도를 예측하면서 움직이긴 힘들기도 하고.”
“아니, 동화. 너는 봤잖아. 기만자야, 진짜.”
나는 거기에 미소 지으며 응했다.
“한 수 앞만 바라보면 안 돼, 성호.”
인간의 삶은 그 한 번의 수로 어그러질 수 있는 거니까.
그때 휴대폰에 진동이 울린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서 무표정으로 내려놓은 뒤, 윤성호에게 말을 건넨다.
“한 판 더 둬볼래?”
“와, 질 것 같긴 한데… 해봐.”
그리고 내가 내려놓은 휴대폰에는, 류이든의 누님에게서 문자가 한 통 와있다.
―얼음 섭취.
이지현의 외통수였다. 이제 게임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치욕스러운 교환을 하는 수밖에 없겠군.
* * *
과연 이지현은 알았을까.
류이든, 지동화, 그리고 류이든의 누님이 여러 정보를 취합하며 어떤 룸을 주로 활용하는지 확인했다는 사실을.
그 방 안에 지동화가 익명으로 의뢰한 흥신소의 사람이 카메라를 설치해 뒀음을.
그리고 그 룸에서 일하던 웨이터가, 류이든의 누나 쪽 사람이 위장으로 잠입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과연 그 모든 것을 알았다면 마약에 손을 댔을까.
애초에 FFF 클럽은 마약 거래를 뒤쫓던 경찰들이 예의 주시를 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류이든이 직접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었기에, 그 클럽을 경유하여 마약이 유통되는 것 같다는 추측을 아버지를 통해 전달한 순간, 경찰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움직였다.
룸 안에서의 더러운 생활 모습도 분명 연예인으로서는 치명적이겠지만, 그의 품에서 마약이 나오는 것까지 기록됐다.
다음 날이 되면, 익명의 이름으로 갓 엔터테인먼트에 그 영상이 전송될 것이다. 아직 공개할 생각은 없다는 얄궂은 문장과 함께.
지동화의 예측에 따르면, 이때 갓 엔터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이지현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익명의 송신자를 찾기 위해선 경찰에 영상을 보여줘야 하니까, 제정신인 이상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으므로 얄궂은 문장을 우선은 믿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길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지현은 우두머리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모두 이지현을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이지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지현의 성격을 차근차근 분석한 지동화는 몇 가지 경우와 각각의 확률을 추측해 보았다. 그리고 대략 87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이지현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이다.
타인의 권력에 기댄 인간은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울부짖는 게 습관이 된 경우가 많으므로.
그러므로 발생하는 문제, 이지현의 아버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 *
여전히 보드게임 카페, 1시가 될 때까지 우리는 건전하게 콜라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옆에선 대략 20분째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서로의 카드를 빼앗는 류이든과 호연의 자존심 싸움이 진행 중이다.
반면 나와 윤성호는, 이제는 내가 윤성호의 장기를 가르쳐주는 것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그러면 동화야,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해?”
윤성호가 몇 수를 되돌려 패착이 됐던 곳을 재현한다. 자신의 중요한 기물인 차가 적진 한복판에 고립되어 있다. 윤성호는 저 마를 구해내려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려, 마와 포를 내주고 말았다.
이럴 때 가장 합리적인 수는…….
“포기해야지.”
잘라내는 것이다.
“구해낼 수는 없는 거야?”
“…구할 수는 있지. 다만 질 뿐.”
어떤 문학 평론가가 ‘몰락의 에티카(윤리학)’라고 이름 지은 것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한 가지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의 대부분 사람은 하나의 가치를 포기함으로써 모든 걸 지키는 길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음… 그렇네. 그게 맞긴 하겠다. 만약에 마를 구해낸다고 쳐도 잃어야 하는 게 너무 많긴 해.”
“다만, 마를 잃었다고 대국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
나는 몇 수를 움직인다. 둘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수만을 두며, 최종적으로는 윤성호의 말로 장군을 만들어낸다. 한 수 한 수 천천히 되새기던 윤성호의 눈이 커지더니 감탄 소리가 나왔다.
“이겼네. 마를 버리고 차로 들어가서…….”
조용히 중얼거리며, 대국을 복기하는 윤성호의 눈이 반짝인다.
“장기를 둘 땐, 어느 경우에서든 무언가를 잃고 나면 다시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니까.”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윤성호가 부디 포기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마도… 일주일쯤 지나면 사건이 터지긴 할 테니까.
띵―!
그리고 울리는 종소리. 호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소리도 없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꽤 큰 덩치, 완벽한 무표정, 의미를 알 수 없는 춤사위,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한쪽 손에 묶여있는 빨대. 어느 것 하나 놓칠 새 없이 혼란한 상태다.
그 앞에서 패배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류이든. 최종적인 과일 뺏기에서 호연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행위 예술이 펼쳐지고 있다.
놀랍게도 보드게임 카페에서도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벗은 상태. 간간이 사인을 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간대가 시간대다 보니 팬분들도 그저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였다.
저 광란의 흥겨움을.
“인정해, 형은 과일을 지키지 못했어.”
“…인정할게, 역시 과수원집 아들은 못 이기나 보네.”
호연이 과수원집 아들이라는 하등 쓸데없는 정보를 배운 유익한 시간이었다.
“…진짜, 하얗게 불태웠다. 돌아가자, 이제.”
류이든이 패배자의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30분 넘게 한 싸움에서 패배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밥을 먹고 8시쯤 들어와서 새벽 2시까지 이곳에서 놀았으니, 돌아갈 때는 되었다.
그러나 그 전에 잠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모여봐.”
내 부름에 모두, 보드게임 카페 안 벽면에 걸린 시계 앞에 모였다.
찰칵―
이 사진은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무수한 목격담과 함께 윤성호와 호연을 지켜주겠지.
마치 장기에서 얽힌 두 개의 기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