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Professor Moriarty’s Probability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 엔딩
샬롯, 교수님, 그리고 마지막에는 마이크로니 양 까지 난입했던 호텔에서의 그다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질척이는 하루가 지난지 몇주일 뒤.
– 두리번, 두리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샬롯이 편지에 실어 보낸 주소에 도착한 나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여긴… 평범한 주택 같은데.”
착정이 끝나자마자 감금당하리라 예상했던것과는 다르게, 나는 지난 몇주간 내 아지트에서 꽤나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분명히 내가 복귀했다는 사실이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돌아간 그녀들이 아지트에 들이닥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씩 내 심복들이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아지트에 들락날락 거리며 나를 경호해 주던가, 교수님이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잠시동안의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이곳의 주소를 담은 편지가 내 앞으로 도착한 것이였고.
‘당연히 함정이겠지.’
솔직히 말해서, 샬롯이 이곳에 나를 살가운 이유로 불렀을리가 없다.
비록 악마의 권능도 뱀파이어의 힘도 전부 잃어버린 몸이지만, 오싹한 기운이 내 앞에서 물씬 풍기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잘 알고 있으니.
아마, 저기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샬롯 한명이 아닐테지.
“후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순순히 찾아온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마음같아선 또 도망치고 싶지만.’
이미 한번 그녀들로부터 도망쳤다가 어떤 사단이 발생했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귀염뽀짝한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어딘가로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저 명백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지옥도가 되더라도 충분히 빠져나갈 자신 또한 있다.
‘요즘 내가 너무 숙인것 같은데… 다들 각오들 하라지…’
요즘은 꼴이 꽤나 우습게 되었지만 한때 국정원에서 범죄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던 이 몸을 무시하면 큰 코 다칠것이다.
물론 나는 해킹과 정보 조작 쪽으로 특화되어 있었긴 하지만, 아무튼.
이 정도 위기는 가뿐히 벗어날 수 있어야, 앞으로의 삶이 평화로워지지 않겠는가.
[뭘 그렇게 웃어요?]“…이따가 잘 부탁 드립니다.”
[에휴.]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던 나는, 이번 계획의 핵심인 시스템 양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리 속삭이고는 걸음을 앞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 똑똑똑…!
“계세요~?”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눈 앞에 있던 저택의 문을 호쾌하게 두드렸고.
– 들어와요.
그러자 잠깐의 정적 뒤에, 샬롯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그럼 사양 않고.”
– 끼이익…
그리하여 나는 살짝 두근거리는 심장을 품에 품은채로 조용히 현관문을 열어 안으로 발을 내디뎠고.
“…..그래서, 여기에는 어쩐일로 절 부르신 걸까요?”
이내 바로 앞에 있는 거실의 쇼파에 앉아있던 샬롯을 발견하고는,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걸 보여주려고요.”
그러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거실에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들어보이는 그녀.
“그건…”
그녀가 들고 있는것은 웬만한 남자라면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만한 물건이였다.
“두줄, 보여요?”
“…….”
“최고급 마정석을 사용한 최신제품이에요. 오진 확률이 0에 수렴하죠.”
하기야, 아무리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두줄이 뜬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가슴 한번 철렁하지 않을 남자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저 임신했어요.”
“아아…”
“이보세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이 첫경험이 아니였던 내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으니, 쇼파에서 일어난 샬롯이 천천히 나에게로 걸음을 옮긴다.
“당신의 아이가 이 안에 들어있다고요.”
“…….”
“몇주전에 제 안에 심어두신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니까요?”
그리고는, 나에게 배를 맞대고는 슬며시 내 눈을 올려다보며 그리 속삭이는 그녀.
“신기하네요…”
그런 그녀에게 나는 지금 느끼고 있는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물론 첫 아이를 임신한것은 교수님이였지만, 이렇게 임신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되는것은 샬롯이 처음이였으니까 말이다.
“그쵸? 신기하죠?”
“…네.”
“그럼, 아이 이름은 정했어요?”
덕분에 그녀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중얼거리고 있는데, 눈을 동그랗게 뜬채로 나에게 질문을 던져오는 샬롯.
“미래에 세상을 구할 아이인데, 좋은 이름을 줘야죠.”
“아… 그렇긴 해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콩닥거리는 심장박동을 애써 숨긴채로 태연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보니… 제가 미리 생각해둔 이름이 있긴 한데.”
“어머, 그런가요?”
“응,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개연성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끝낼 시간이다.
“…셜록, 이라는 이름은 어때?”
“흐음…”
애써 샬롯의 시선을 피하며 그리 속삭이니, 그녀의 입가가 별안간 살짝 위로 올라간다.
“생각해두시긴 생각해두셨나봐요?”
“…아하하.”
“전 언제까지나 당신이 무책임한 아빠일 줄 알았는데.”
이어진 그녀의 발언에 살짝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던 나는.
“그나저나 우연이네요?”
“응?”
“만일 제가 남자였다면 부모님은 제 이름을 셜록이라고 지으실려고 했거든요.”
“그, 그러게…? 하하.”
그녀의 은근히 찔러보는듯한 발언에,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샬롯의 시선을 피했다.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신기한걸… 하하…”
“…뭐, 언니가 말해주신 거겠지만 말이에요.”
“아… 그, 그래. 그게 맞아.”
그리고는 어떻게 해야 지금 이 상황을 그럴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샬롯이 나지막히 중얼거린 말을 덥썩 물어 그리 답했고.
“마이크로니 양이 저번에 지나가듯이 나한테 말해줬…..”
“오, 그렇군요. 역시 그럴줄 알았어요.”
“크흠… 뭐, 그렇게 된거야.”
“그런데 아직 임신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남자아이인지 아시는건가요?”
겨우 그녀의 유도심문에서 벗어나나 싶었지만, 이내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마치, 사내아이가 태어나리라 확신하시고 계시는 모습이에요.”
“…….”
“그러고보니, 전부터 당신에게는 이런일이 많았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존재는.
“갑작스레 일어난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가끔 터무니없는 실수로 모든걸 망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쨌든 얼렁뚱땅이나마 사건을 해결하기는 하고…”
아무리 친근해졌어도 결국 홈즈는 홈즈라는 것을.
“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제 솔직하게 털어놓을때가 되었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그녀가, 지금 나를 작정하고 심문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의 진정한 정체를요.”
– 꿀꺽…
절로 침음이 삼켜진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되는건가.
이러한 상황에서 괜히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것은, 오히려 악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서 모든것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이야기 하자면 길어.”
“…네, 그렇겠죠. 하지만 천천히 털어놓으셔도 괜찮아요.”
식은땀을 흘리며 그리 중얼거렸지만, 샬롯의 마음은 이미 확고해보였다.
“후회할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는데…..”
“…맞아요. 하지만 그래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와, 나는 끝까지 발언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당신의 아이를 품었는데, 그리고 이 순간을 지난 2년간 내가 얼마나 꿈꿔왔었는데.”
“………”
“이제와서 당신을 버리기라도 할 것 같아?”
그녀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꽂혀들어온 순간.
“그러니까 나에게 말해줘.”
“난…”
“…당신의 마지막 수수께끼를.”
지긋이 눈을 감은 나는, 결국 결론을 내었다
“나는…..”
“네.”
그동안 감추어오고 있던 진실을, 그녀에게 털어놓기로.
“…다른 세계에서 왔어.”
.
.
.
.
.
“그래, 이 정도면 됐으려나?”
애들러의 발언이 끝나자, 깊은 적막이 저택 안에서 흐르기 시작한다.
“흐응…”
그 적막속에서, 별안간 울려퍼지는 샬롯의 콧소리.
“저기… 홈즈 양?”
“…….”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싶은데.”
그럼에도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기에, 나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고.
“왜?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버리기라도 할까봐?”
“…우리의 관계는,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수수께끼 때문에 만들어진 관계였으니까.”
그제야 돌아온 그녀의 질문에,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답했다.
“푸흡.”
그러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응시하는 그녀.
“그건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전의 이야기고.”
그런 그녀가 이윽고 털어놓은 발언은.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원래 살던 세계로 도망쳤다가 향수병이 도져서 모든 힘을 포기한채 다시 복귀하는 머저리는 아니거든.”
“…….”
“…농담이야, 농담. 표정 좀 풀어.”
비록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이 여실히 느껴졌다.
“샬롯…”
덕분에, 꽤나 드물게 그녀의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른 나는.
“…사랑해.”
그제야 완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영원히.”
나는 이제, ‘홈즈’로서의 그녀가 아닌 ‘샬롯’ 그 자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물론 그것은, ‘제인’ 모리어티 교수님에게도 해당되는 일이긴 했지만, 굳이 그걸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나도.”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이내 돌아온 샬롯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였고.
“아이의 이름은 당신 말대로 셜록으로 할게.”
“……!”
“…남자 아이든지, 여자 아이든지 말이야.”
그 다음 순간, 지난 몇주간 간절히 기다려왔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셜록 홈즈 수정 완료!] [엔딩 분기에 도달했습니다!]그래, 결국 서로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확인했기에 이 엔딩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모든게 끝난것이 아니다.
[엔딩 보상이 지급됩니다.] [소원권 1개]앞으로 이어질 기나긴 결혼생활의 주도권을, 과연 누가 잡을지에 대한 마지막 대결을 진행해야 하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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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컥…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한 바로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온 저택의 문이 잠기는 소리.
“…이게 무슨 소릴까요?”
“글쎄요?”
그 소리를 들은 내가 태연히 질문을 던지자, 샬롯 역시 태연하게 그리 물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쥐라도 들어왔나?”
“어두컴컴해서 잘 모르겠으니, 불을 켜봐야겠네요.”
하지만 그녀의 페이스에 놀아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그녀의 능청스러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등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 딸깍…
“어머, 성질도 급하셔라.”
이내 깜깜하던 저택에 빛이 돌아오자, 샬롯의 웃음기 섞인 발언을 들으며 쓴웃음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
잔뜩 삐져있는 표정의 레스트레이드 경감, 그녀와 표정이 별반 다를 바 없는 세 심복들.
조용히 그 옆에서 권총을 장전중인 레이첼 왓슨과, 한줄이 떠있는 임신 테스트기를 든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이크로니 홈즈.
창틀에 걸터앉아 손에 조커카드 두장을 쥔채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괴도 숙녀와, 그녀의 그림자에 몸을 숨긴채 안광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최악의 연쇄 살인마.
어느새 내 그림자 뒤에서 불쑥 나타나 눈웃음을 치고 있는 뽀삐.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맨 앞에서 평소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양 옆으로 까닥이고 있는 교수님까지.
“하, 하하…”
그동안 내가 만들어온 인연인지 업보인지 모를 존재들이 총집합한 그 광경에, 나는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쥐들이 좀 크네요?”
결판을 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