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4)
괴식식당-114화(114/613)
114화. 베이징 시 (1)
최근에는 보기 드물었던 연합 작전.
그것도 퍼스트 오더 25명이 동원된 대규모의 작전이다.
제트 항공기에서 내리는 순간 국가 단위의 환영 행사가 있었다.
레드카펫이 깔리고 웅장한 노래가 울려 퍼지며, 수천, 수만 명의 행렬이 물결쳤다.
중국 당국에서 준비한 환영식이다.
“으리으리하네. 베이징 공항을 통째로 전세 낸 기분이야. 조금 과하지 않아?”
“과하긴 하지만 여긴 중국이니까요.”
이런저런 잡음이 많지만 경제대국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 못 하는 일이다.
그런 경제대국의 한복판에 SS랭크 오버의 최대 규모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여유 있고, 통 크게 보여야 위신이 살죠. 중국은 체면을 목숨보다 높게 생각한다고요.”
“그, 그래? 그거 되게 안 좋게 들리는데.”
어째 강혁의 옛날 신조 같았다.
‘내가 목숨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하며 미친놈처럼 살던 시절의-!
“어쨌든 장난이 아니네.”
세상 무서운 거 모르고 막 살던 백강혁조차도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강혁이 내린 제트 항공기를 시작으로 사방팔방에서 항공기들이 도착했다.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탑 티어의 퍼스트 오더들의 등장이다.
손을 흔들며 환호성에 답하는 그들을 보며 강혁이 혀를 내둘렀다.
“랭크 33위 파동의 호우엔, 랭크 47위 백룡 사이시. 우와, 15위 자이언트 킬러 우 차이리까지!? 중국 출신의 퍼스트 오더는 전부 소집되나?”
지현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자국의 위험을 좌시할 사람들은 아니죠. 중국계는 다 온다더군요.”
“중국인들이 애국심이 강하던가?”
“섣부른 일반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강해요, 굉장히.”
“그래, 그럼 중국 애들이 알아서 잘 하겠네. 난 관광만 해도 되겠다.”
낄낄 하고 강혁이 웃자 씩- 하고 지현도 웃었다.
응, 그럴 줄 알았다.
황지현이 한층 더 화사하게 웃었다.
“그런 우리 오더에게 특별 지령입니다~”
“특별 지령? 누, 누구의 지령인데. 대머리?”
“네, 대머… 아뇨, 이정훈 지부장님이요.”
“대머리가 내린 지령이 뭔데?”
“SS 오버 랭크의 던전이니 레벨 업은 쉬울 것으로 판단. 무조건 살아서 돌아오고 레벨은 5개 이상 올릴 것.”
“5개 이상?! 장난해!?”
레벨 5개가 우습게 보이나?!
강혁이 버럭 소리를 지르니, 잠시 연주가 멈췄다.
그리고 일제히 수십의 음악대가 그를 봤다.
이어서 뒤따르듯이 수천, 수만의 관중들의 시선이 강혁을 향했다.
“우, 우와.”
지현은 살짝 뒷걸음질 쳐 강혁의 뒤로 물러났다.
눈치 빠르게 강혁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숨어버렸다.
혼자 남아 시선을 독차지하게 된 강혁은 땀을 뻘뻘 흘렸다.
그가 아무리 타고난 관심 종자라고 해도, 이런 시선은 위가 따끔-따끔하게 아파오는 것이 부담스럽기에 딱 좋았다.
지현이 조곤조곤 말했다.
“이 사람들이 진짜로 관중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전부 당에게 고용된 바람잡이예요.”
“내, 내가 그걸 알겠냐…….”
“오더가 소리쳤으니 자신들이 뭔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한 거고, 그러니까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거죠.”
“냉정하게 그러지 말고, 이거 어떻게 해?”
“몰라요.”
강혁은 어쩔 줄을 몰라서 당황하다가 멋쩍게 웃으며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계속하세요…….”
그러자 연주가 다시 시작됐다.
수천, 수만의 관중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그 모습에 강혁은 중국 땅에 내려온 지 10분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이곳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 * *
퍼스트 오더를 위시한 ISAC의 지원 병력이 환영 행사라는 이름의 위력 시위에 쩔쩔매는 동안.
승우는 한발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는 ISAC 총장의 보증서가 달린 협력자로 왔으며 오늘의 동행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발걸음이 평소보다도 빨랐다.
‘나비나 영식이, 은하가 없는 게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지.’
한국을 벗어나서 녀석들을 데려오는 건 문제가 많았다.
영식이는 일단 몬스터고, 나비도 고양이형 수인이지만 중국에서는 몬스터로 친다.
몬스터 테이머로 직업을 해놨으니 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다.
‘중국인은 바퀴 달린 거 빼고는 다 먹는다니까.’
중국 요리는 세계 3대 요리다.
세 나라 중 하나라는 소리인데, 딱 하나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라 자타공인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몬스터 요리.
중국의 헌터들은 비위가 없냐 묻겠지만, 그런 건 중국에서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먹거리에 있어서는 도전 정신이 넘치며 바퀴 달린 거 빼고는 다 먹어치우는 중국인들에게 몬스터는 그냥 새로운 요리 소재에 불과했다.
헌터의 징크스?
몬스터가 문화를 가졌을 가능성?
중국인들에게 그런 건 의미가 없었다.
아무튼 바퀴가 없잖아.
먹어야지.
‘바람직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역시 좀 과하긴 해.’
그런 중국인이니 영식이는 슬라임 냉채의 재료로 보일 것이고 나비는 탕의 재료로 보일지도 몰랐다.
그 두 녀석이 남에게 당할 녀석도 아니고, 특히 나비는 퍼스트 오더가 덤벼도 한 방에 날려 버릴 실력이 있지만 번거로운 건 사절이었다.
맞아도 곤란하고 때려도 곤란하다.
그렇게 모든 아이를 두고 오랜만에 혼자가 된 승우는 살짝- 흥분 상태였다.
“중국. 음식의 본고장!”
승우는 중화요리 애호가이기도 했다.
중화 식도와 웍은 폼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다.
모처럼 본고장에 왔으니 그 맛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일하러 온 것도 맞고 헌터들을 보조하러 온 것도 맞다.
하지만 아직은 작전이 개시되지 않았으니까!
“일단 먹어야지.”
이곳은 중화요리의 중심이라 불리는 북경요리의 시발점.
베이징이다.
먹어볼 요리가 많다.
“베이징 덕이나 빠오쯔, 꿔바로우는 꼭 먹어봐야겠지.”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승우는 번화한 시내를 걸어가며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베이징 덕 명가라 적힌 식당은 매우 깨끗했다.
정통파 레스토랑에 가까운 인테리어와 깔끔하게 나눠진 파티션.
상당한 돈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환경이다.
하지만 손님은 없었다.
승우는 순간 아직 오픈 전인가 싶어서 입구에 적힌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고 있으니 한 남자가 말했다.
“영업 중입니다. 들어오셔요!”
덩치가 꽤 크고 투박한 인상의 남자였지만 표정만은 순했다.
그는 따뜻한 손수건을 가져오며 말했다.
“텅 비어서 놀라셨죠?”
“조금요. 다들 밥도 안 먹고 뭐 하는지 모르겠네요.”
승우가 싱긋 웃으면서 능숙하게 말했다.
번역 마법의 도움이 없어도 중국어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 깨끗한 발음에 놀라면서 주인이 말했다.
“오늘은 큰 손님이 온다고 해서 그런가 봐요. 다 공항으로 가던데…….”
“아, 아아.”
공항에서 하던 그 행사를 말하나.
승우가 으쓱하니 주인이 사람 좋게 웃었다.
“그럼 뭘 드시겠습니까?”
“밖에서 보니 베이징 덕 명가라고 적혀 있더군요. 베이징 덕으로 하죠.”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다들 그걸 먼저 주문하시죠. 에휴, 그런데 제일 작은 A세트를 시켜도 무려 3인분입니다만.”
“3인분이라도 괜찮습니다. 보기보다 많이 먹거든요.”
덩치가 큰 주인, 장 우이는 고개를 숙이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필시 승우를 헌터라 단정 지으며 들어갔을 것이다.
헌터가 좀 많이 먹나?
이리 자신 있게 말하니 분명 헌터겠지.
승우는 살짝 고개를 까닥였다.
‘사장이 요리도 하고 접객도 하나?’
드문 일은 아니다.
주방은 가게의 중심.
주방의 장은 가게의 장.
주방장이 직접 주문을 받는 건 신뢰를 쌓는 기초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영식이와 나비를 종업원으로 쓰고 있지만 승우도 종종 스스로 접객을 받지 않던가?
하지만 마지막, 주인장의 반응도 이상하고…….
이곳의 인테리어는 그 행동과는 좀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그리고 베이징 덕의 명가라고 해서 베이징 덕을 시켰더니 한숨이라니?
‘이거 어째 못 먹을 게 나오는 거 아냐?’
텅 빈 가게, 이상한 반응의 주인.
맛없는 요리의 확정 공식이다.
승우가 살짝 걱정을 하면서 기다리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이번엔 종업원이 다가와서 주문한 음식을 내려놓았다.
노릇하게 구운 오리 고기, 주인공인 베이징 덕과 다양한 곁가지 음식들이다.
요리를 보는 순간 승우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보기만 해도 실력이 느껴졌다.
‘괜찮은데?’
베이징 덕은 어려운 요리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실력 없는 요리사가 만들면 전기 그릴 치킨만도 못한 요리가 나온다.
오리의 손질부터도 귀찮은데 물갈퀴와 내장을 적절한 수순으로 제거해야 하고, 그렇게 손질이 끝난 오리에게 빨대를 꽂아서 공기를 주입한다.
풍선처럼 된 오리는 껍질과 고기 사이에 공기층이 생성되는데, 이게 껍질을 바삭하게 만들어준다.
물에 데치고, 맥아 엿으로 코팅하고 말리고, 각 가문의 비전 양념을 첨가한다.
그리고 손님상에 올라갈 그때까지 며칠에 걸려서 천천히 말린다.
이게 준비 과정이다.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조금만 실수해도 오리 고기는 상하고 비려지며, 질겨지고 껍질이 망가진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냐. 껍질 상태가 아주 좋아.’
베이징 덕은 껍질을 먹는 요리다.
고기는 그 부속품일 뿐이다.
메인은 아주 조금 있는 오리의 겉껍질!
껍질의 상태가 곧 베이징 덕의 상태였다.
“맛있겠네요.”
“잘라드릴까요?”
“예. 부탁드립니다.”
종업원이 베이징 덕을 자르기 시작했다.
껍질의 맛을 최대한 즐길 수 있게 세심하게 결을 따라 커팅하는 실력이 마음에 든다.
‘그나저나 아주 사치스러운 요리야. 예전에는 껍질만 먹었다지?’
저 큰 오리에 조금 있는 껍질만 먹고 속은 버리던가, 탕으로 해먹었다니.
과거 베이징 시민들의 사치와 향락은 꽤 대단했던 것 같다.
‘어디 먹어볼까.’
껍질을 그냥 무작정 먹는 게 아니다.
껍질과 고기를 살짝 첨면장에 찍는다.
그리고 같이 나온 밀전병에 올린다.
‘여기에 파채를 조금 넣고, 둘둘 말아서 한입에-’
합-!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던 승우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아주 실력이 좋은 곳이다.
밖에 적힌 베이징 덕 명가라는 마크가 허명은 아니었다.
밀전병은 눅눅하지도, 부서지지도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부쳐졌다.
본래 밀전병은 지나치게 얇게 만들면 부서지고, 부서지지 않게 하려고 두껍게 부치면 밀 맛이 강해진다.
그러니 이만큼 얇게 부치는 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솜씨가 좋은데?’
캐슈넛과 고추로 만든 소스에 새우를 넣은, 궁보하도 굉장히 맛있었다.
이 요리는 단맛과 매운맛의 완급 조절이 생명인 요린데, 그 완급 조절이 가히 달인의 솜씨다.
우연하게 만들어지는 맛이 아니라 철저한 노력과 경험, 연습이 빚어내는 맛!
그러니까 오히려 의구심이 생겼다.
‘이만하면 명인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데, 뭐가 문제지?’
손님이 너무 없다.
공항에 사람이 몰렸다고 해도 정도가 있다.
지금 시간이라면 반 이상은 차야 한다.
‘이상해.’
요식업은 단순하다.
맛있으면 번창하고 맛없으면 망한다.
그런데 맛있는데도 망한 집이라니?
이런 경우엔 승우의 상식으로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가격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하지만 이곳의 가격은 오히려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니 승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례지만 좀 묻겠습니다.”
“예?”
“여기 뭔 사고라도 터졌습니까? 손님이 너무 없는데요.”
“으, 으음…….”
“무례한 질문이지만, 저도 요식업을 하기 때문에 궁금하네요. 이런 품격 높은 요리를 하는데 손님이 없다니요.”
종업원을 향해서 말했지만, 다분히 저편에 있던 주인을 의식해서 한 말이었다.
그는 신문을 보면서 안 듣는 척 하다가 기어코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맛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맛있다니까요?”
“고객의 입맛이 변했나 보죠.”
“먹는 사람의 입맛은 안 변합니다.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이 변하는 거지. 이곳의 요리는 이런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거, 오지랖 한번 넓은 손님이군.
장 우이는 ‘네가 들어서 어쩌게’라는 생각과 ‘짜증나는데 말이나 해볼까’ 하는 상반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한편에는 ‘맛있다고 해주니 기분은 좋네’ 같은, 칭찬을 들어서 기쁜 마음도 있었다.
장 우이가 떨떠름하게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헌터…….”
“아,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편하게 말해주시죠.”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말하겠습니다. 이유라 했습니까? 당연히 이유야 있지요. 헌터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헌터요?”
그가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