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6)
괴식식당-116화(116/613)
116화. 탕추리지 (1)
탕추리지는 리지(里脊), 돼지고기의 등심으로 만드는 요리다.
하지만 굳이 돼지고기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중국은 식문화의 대국이고, 몬스터 고기를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국가다.
그러니 시장에서도 쉽게 몬스터 고기를 구할 수 있다.
“돼지고기보다는 몬스터 고기가 더 쓰기 쉬운데, 혹시 몬스터 고기도 있습니까?”
“싫다고 해도 계속 당에서 보내오니, 냉장고 구석에 꽤 많을 겁니다.”
“그래요? 어디 보자…….”
냉장고를 뒤지던 승우가 한 고기를 들어 올렸다.
썩은 듯한 갈색의 고기였다.
“이 고기의 이름을 아십니까?”
“아마 카이로돈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카이로돈?”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견된 신종 돼지 몬스터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더군요.”
이건 승우로서도 처음 보는 고기였다.
‘테라의 것이 아닌 다른 세계의 몬스터인가?’
승우는 살짝 고기의 끝을 잘라서 냄새를 맡아봤다.
돼지고기 특유의 노린내, 웅취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오래 썩힌 듯한 기름 쩐내가 났다.
이런 냄새라면 웅취가 차라리 훨씬 낫다.
“으, 이거 원래 이런 냄새가 났습니까?”
“그렇더군요.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대체 그걸로 뭔 요리를 하라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될 정도였죠. 그런 고기를 보내면서 생색은 어찌나 내던지! 알고 보니까 시장에서도 거의 내다버리는 싼 고기였습니다.”
“가격이 많이 싼가 보네요.”
“카이로돈의 분쇄육으로 만든 사료는 개도 안 먹습니다. 그걸 누가 비싸게 팔겠습니까.”
개도 안 먹을 정도라고?
승우는 호기심에 생고기를 씹어 먹어봤다.
한 입 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불쾌한 맛!
식감은 마치 응고된 라드를 씹는 것처럼 눅진눅진하며 찐덕, 이빨 사이로 들어가는 느낌이 꽤나 더럽다.
“어, 이거 제법…….”
맛없는데?
장 우이는 자기가 더 쏠린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그 또한 명인의 한 사람.
세상에 못 먹을 식재료는 없다는 마음에 카이로돈의 생고기를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그 맛이란 정말이지.
다시 생각하니 더 역해졌다.
“그걸 또 직접 드셔보시다니 어지간하십니다.”
“요리사로서 당연한 일이죠.”
“그거야 그렇지만, 어휴. 저는 그거 먹고 양치질만 8번을 했습니다. 속이 뒤집혀서 2일은 아무것도 못 먹었고요.”
“하하하, 결국 드셔보셨네요?”
“말씀하신 대로 요리사라는 게 다 그렇죠.”
맛으로만 치자면 대략 레드 스타 2성 정도, 일반인에게는 견디기 힘든 맛없음이다.
거기에 다른 고기에는 없는 필살기가 있었다.
아주 더러운 식감!
삼겹살을 굽는 동안 종이컵에 모아둔 돼지기름을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식히고, 그걸 생으로 씹어 먹는 듯한 몹시 더러운 식감!
고기의 탱글탱글함과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식감은 가히 필살기라 부를 만하다.
따라서 보너스를 좀 더 준다면 레드 스타 2.5성은 줄 수 있지 않을까?
‘꽤 잠재력이 있는 고기로군.’
마음에 들었다.
승우가 카이로돈의 고기를 들어 올렸다.
“이걸로 하죠.”
“농담이시죠?”
“한 배의 탔다고 생각하고 딱 저만 믿어보세요.”
우이의 눈에 불신이 깃들었다.
저런 돼지고기로 뭘 만들려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이 사람의 실력도 본 적이 없었다.
자기 말로는 요식업 종사자라고 해도 세상에 믿을 게 어디 있나?
하지만 우이는 승우를 막지 않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종의 자포자기였다.
그간의 일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으며 어차피 이미 망해 가는데 더 망할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
당의 중앙위원을 정면으로 들이박은 덕에 이미 인생 막장 열차를 탄 상태다.
더 망할 일은 없겠지.
우이는 그렇게 한걸음 물러서서 승우의 일을 방해하지 않았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승우가 움직였다.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헌터들의 욕지기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니 말이다.
‘일사천리, 단숨에 만들어주지.’
콩기름을 두른 웍은 이미 최고로 가열된 상태.
승우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해동도 안 된 카이로돈의 고기를 넣었다.
그리고 넣은 채로 대강 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턱을 괴고 있던 우이의 팔이 미끄러졌다.
“뭐, 뭐 하는 겁니까?!”
요리의 기본도 모르는 무참한 행동이었다.
탕추리지를 만든다면서 튀김 물도 안 만들고, 그냥 고기를 기름에 던져?
그것도 던져놓고 썬다는 무식한 방법에다가 해동도 하지 않았다.
태클을 걸자면 순식간에 수십 개는 걸 수 있는 행동이었다.
“지켜보시면 압니다. 하하하하.”
그런데도 태연하고 여유작작한 저 모습이란-!
우이의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당에서 보낸 암살자인가?
그도 아니면 겉모습만 그럴듯한, 잘생긴 정신병자인가!
‘요, 요리사치고 너무 잘생기긴 했다고 생각했다만!’
우이는 충격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승우의 팔은 움직였다.
어느새 웍 안의 고기는 손가락 굵기로 잘려 있었고, 고기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었다.
분명 칼솜씨 하나는 대단했다.
해동도 안 된 고기를.
그것도 웍 안에 넣고 저렇게 자를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둘도 없으리라.
“자, 이건 보통은 추천 안 하는 방법이니 따라하시면 안 됩니다.”
승우가 웍 안에 빵가루를 뿌렸다.
이미 구워진 고기에 빵가루를 뿌리면 어찌 되겠는가?
탄다.
새까맣게 타들어가서 잿더미가 되고 만다.
우이는 당연한 상식을 떠올리며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결과물은 아주 달랐다.
“어? 어어어어?”
“자, 다음은 계란물.”
“어어어? 이게 말이 돼?”
승우가 빵가루를 뿌리고 계란물을 뿌리자, 어째선지 모르지만 고기가 튀겨지고 있었다.
우이의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굽고, 빵가루를 뿌리고 계란 물을 뿌렸는데 어떻게 고기가 튀겨지지?!”
“사장님이 하시면 절대로 이렇게 안 됩니다. 거듭 당부하는데 흉내도 내지 마세요.”
“이걸 어떻게 흉내 냅니까!? 대체 어떻게 한 거죠?”
헤스티아의 서에는 요리의 수순을 무시하고 만들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비법과 마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물론 일부 요리에 한해서지만, A, B, C, D의 순서를 무시하고 C, A, B, D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이 술식에 통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몇몇 요리의 조리 순서가 무의미해진다.
어쨌든 D라는 결과에 도달하기에-!
“기업 비밀이라는 말밖에는 못 드리겠네요.”
“세상에…….”
마법 같은 결과였다.
마법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2분도 안 지났지만 그렇게 카이로돈 튀김이 완성되었다.
“다음은 탕추.”
탕추, 설탕과 식초를 사용한 소스.
탕추리지의 맛은 탕추의 맛에서 나온다.
승우는 설탕과 식초를 넣고 우이도 깜짝 놀랄 만큼 정통파의 탕추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강 국자로 퍼 올린 식초와 설탕은 정확하게 계량되어 있었다.
살짝 풍기는 이 알싸하면서도 달착지근한 향!
우이는 내심 감탄했다.
‘멋을 부리지도 않았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어. 아주 정통파의 요리야.’
지금까지 수순을 무시한 게 거짓말처럼, 깔끔한 탕추였다.
지글지글하고 설탕이 녹아 캐러멜화하여 식초와 어울려 있다.
저 탕추는 분명히 새콤하면서 달콤하겠지.
이상적인 탕추다.
‘흉내 내지 말라고 한 이유는 알겠군.’
정통파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논리와 기술을 초월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요리사, 승우의 솜씨는 눈길을 잡아두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것은 독이었다.
흉내 내고 싶어진다.
따라하고 싶어진다.
저 기술을 내 몸에 새기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잘못 물들었다가는 내 평생의 기술을 잃을 수도 있다.’
잘못된 버릇이 들었다가 교정하는 것은 수백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이는 마른침을 삼키며 승우를 보았다.
그가 괴물, 내지는 악마로 보일 지경이다.
탕추와 고기 튀김이 완성됐다.
나머지는 함께 볶고 깨를 뿌리는 정도의 과정만이 남은 상황.
그런데 그가 느긋하게 말했다.
“사장님은 악마의 요리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악마의 요리요? 으, 으음.”
“깊게 생각하실 거 없이 당장 떠오르는 걸 말씀하시면 됩니다.”
악마의 요리라.
우이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우선은 맛있겠죠. 악마란 매력적이어야 하는 법인데, 맛없는 요리는 매력이 없으니까.”
“그렇지요. 그리고?”
“몸에 나쁠 거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요리라는 게 약선일체 아닙니까.”
약선일체(藥線一體).
먹는 것과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은 하나.
한국어로 말하자면 ‘밥이 보약이다’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악마의 요리라는 게 있다면 몸에 아주 나쁠 겁니다. 맛은 있고 몸에는 나쁘니까 매력적이고, 그러면서 하등 도움은 안 되는…….”
“정답입니다. 역시 명인이시네요.”
승우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가 만들 요리는 맛있는 탕추리지가 아니다.
악마의 탕추리지다.
“지금부터 할 일은 안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사장님에게는 보여드릴 광경이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솔직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만…….”
보면 안 된다.
봐서 좋을 게 없는 일임이 틀림없다.
우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승우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만들어진 탕추를 튀김 위에 뿌렸다.
‘그럼 해볼까.’
승우가 쥔 웍 위로 마법의 문자가 떠올랐다.
이번에 새기는 술식은 ‘반전’.
반전은 역전, 뒤집기, 혼돈의 주문이다.
무는 유로, 유는 무로.
동전의 앞과 뒤가 바뀌는 술식.
‘이 술식으로 카이로돈의 맛을 반전시킨다.’
본래부터 맛없음으로는 2성, 식감까지 포함하면 2.5성은 되는 고기다.
반전되어 이것이 올바른 맛으로 바뀐다면 천상의 맛을 내는 고기.
이올라비스 돼지고기만 못하더라도 그 발뒤꿈치에는 닿을 맛이 난다.
‘다음의 술식은 강화.’
새콤달콤하게 만들어진 탕추와 반전된 카이로돈의 고기 튀김을 버무려 볶는다.
이 과정에서의 화학작용을 술식으로 강화시킨다.
강화는 날카로운 검을 더 날카롭게.
단단한 주먹을 더 단단하게, 두터운 갑옷을 더욱 두껍게 만드는 술식이다.
이렇게 강화된 튀김과 탕추는 그야말로 악마적인 맛을 자랑할 것이다.
맛을 즐기는 요리로서는 이 단계에서 완성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의 비법을 더한다.
‘헤스티아의 책은 맛있으면서 효과가 좋은 요리를 목표로 하고 있어.’
맛있으면서 효과가 좋은 요리.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그녀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반전 술식이었다.
반전으로 몬스터 식재료가 가진 맛없음을 뒤바꿔 준다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겠는가?
성공한다면 완벽한 해결책이며 답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었다.
반전은 문제가 많은 술식이었다.
맛없음을 맛있음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이 생겼다.
맛이 반전됨에 따라서 효과도 반전되는 경우도 있으며, 지속시간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겉모습이 바뀌기도 했다.
따라서 헤스티아는 식재료의 효과라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술식을 조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
‘사악한 솥의 술식.’
좋은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한 거지만, 실패한 술식!
반전으로 발생하는 효과 중 ‘나쁜 효과’만 유지하는 술식이다.
승우는 이 ‘사악한 솥의 술식’을 이용하여, 탕추리지의 맛을 맛있게 유지하는 한편 효과는 악랄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됐다.’
웍 안에서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하던 술식의 기운들은 탕추리지 안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그렇게 갈색의 탕추를 뒤집어쓴 고기 튀김.
악마의 탕추리지가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냈다.
* * *
당의 헌터들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는 하나같이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다.
금연이라는 표시가 눈앞에 있지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꽤 기다리게 하는데, 엎어버릴까?”
“그것도 재미있겠지만 먹고 나서 엎는 게 정석이지. 양 위원님은 스마트한 일 처리를 좋아하신다. 괜히 꼬투리 잡힐 일 하지 마.”
“하긴, 진짜 효과가 있는 음식일 수도 있지. 진작 협조적이었으면 좀 좋아.”
어찌 됐건 효과가 없다면 항상 그랬듯이, 한두 입 먹고 엎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뭐라고 난리를 치면 한 대 쥐어박으면 되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늦어. 늦다고.”
헌터가 테이블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 종업원이 짜증날 정도로 잘생겼기 때문이다.
“사장은?”
“사장님은 잠시 전화 통화 중이십니다.”
“전화? 싸가지하고는 확 그냥-!”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잘생긴 종업원은 쫄지도 않고 음식을 내려놓고는 물러섰다.
“저놈 봐라?”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네.
한바탕 엎어 버리려는 찰나, 동료가 제지했다.
“일단 먹고 나서 엎어.”
“아, 그래그래.”
남자는 한 손으로는 검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대강 탕추리지를 집었다.
그리고 입에 넣는 순간.
“어헉-!”
머릿속에 폭죽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