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8)
괴식식당-118화(118/613)
118화. SS 오버 게이트
SS 오버 랭크의 게이트는 베이징 시 한복판, 천단 공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탓에 중국정부는 정말이지 비명을 지르면서 난리를 칠 정도였다.
천단 공원은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승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통의 명승지가 아니었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관광청에 소속된 위원회, 국가관광경관지역품질평가위원회에서 관광명소의 품질을 A부터 AAAAA등급까지 평가한다.
그리고 천단 공원은 중국에 단 12개뿐인 5A.
AAAAA등급의 명승지다.
그런데 그곳에 게이트!
그것도 SS 오버 랭크라니!
“급을 나눠서 차별을 하는 게 떼놈들 특성이라더니. 별걸 다 등급을 나눠놨군.”
중국 정부가 난리가 나건 말건, ISAC는 일을 시작했다.
천단 공원 인근 10㎞ 내의 모든 사람을 대피시키고, 임시 기지를 세웠다.
생각보다 반발은 적었다.
중국 시민들은 이런 강압적인 상황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기보다는 복종하는 면이 강하다.
어떤 사건을 빌미로 목소리를 크게 낼 사람들은 이미 숙청당했으니까.
“신기한 일이지. 내 모국의 사람들이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당장에라도 ‘레볼루숑’해 버렸을 거야.”
본 작전의 해결을 위해서 차출된 전직 프랑스 육군 장성.
시라노 베르그송 장군이 보고를 받으며 비웃었다.
이런들 저런들, 중국을 좋아하는 나라는 상당히 적었다.
시라노는 자신이 가진 경멸을 숨기지도 않고 말했다.
“덕분에 일처리는 쉬워지는군. 척후병은 뭐라던가?”
“다른 게이트와는 확연히 양상이 다르다고 합니다. 던전 형태가 아니라, 탁 트인 평야에 가깝고 몬스터는 삼삼오오 모인 수준이 아니라 군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군대로군?”
“그렇습니다.”
시라노는 턱수염을 긁으며 감탄했다.
게이트에 대해서 감탄한 게 아니다.
ISAC의 총장에게 감탄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를 이곳으로 불러온 거군.”
시라노 베르그송.
현 시대의 군사 전문가 중 ‘능력자를 활용한 집단전’ 이론과 실적에 대한 최고 권위자.
그와 비견되는 이는 미국의 육군참모총장, 유진 리 대장 정도라 알려져 있다.
유진 리는 ISAC에 묶인 몸이 아니니, 사실상 시라노 베르그송이 ISAC에서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패였다.
“딱 나를 위한 무대로구만, 하여간 그 망할 사기꾼은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예지능력자가 아닌가 싶어.”
“사기꾼? 총장이 말입니까?”
“사기꾼이야, 사기꾼.”
부관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총장에 대한 개인사를 들어볼 기회는 흔하지 않다.
“어떤 부분이 사기라는 겁니까?”
“가령 놈이랑 복싱으로 내기를 한다 치자. 그럼 어떻게 될 것 같나?”
“총장이 복싱도 잘하던가요?”
“모르지, 어디까지나 예시니까 깊게 생각하지 말게. 중요한 건 놈이 복싱을 못 하더라도 내기는 놈이 이긴다는 것이야.”
“어떻게 말입니까?”
“링에 오르기 전에 약이 든 음료수를 먹여서 배탈을 낼 수도 있고, 심판을 매수할 수도 있지. 그도 아니면 놈이 낀 글러브가 아티팩트였다던가? 복싱 링 자체가 버프 주문으로 떡칠된 특제 링일 수도 있지.”
배탈 유도, 매수, 불법 장비, 장소 조작.
그건 죄다 사기잖아?
부관이 침을 삼키자 시라노가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사기꾼이라는 거지. 그놈이랑 일해 보면 누구나 알아. 머리도 좋고 센스도 좋은 놈이 그런 개짓거리까지 하니까 놈과 내기를 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시라노는 예전에 한 내기를 떠올리고는 치를 떨었다.
수백억이 걸린 가상현실 게임에서 한쪽 군대의 책임자로 있던 시라노는, 주혁진에게 그야말로 발린 적이 있었다.
전쟁이 아니라 전쟁 외적인 수단으로 말이다.
그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야기가 샛길로 빠져버렸군. 보고를 계속하게.”
“옙. 몬스터의 군대는 이미 편성을 마치고 대기 중입니다. 그들은 게이트를 향해서 진군 중이입니다만, 일정 거리 이상으로는 다가오지 못하더군요.”
“일정 거리?”
“게이트로부터 5㎞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곡괭이를 들고 허공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맞춰보지. 곡괭이로 허공을 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놈들이 게이트로 다가오고 있지?”
“그렇습니다!”
시라노는 턱수염을 긁었다.
허공을 공격하는 의문의 행동과 느릿하지만 전진하는 몬스터의 군대.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군. 허공에 존재하는 벽, 우선 임의로 그것을 차원의 벽이라 하지. 보고를 계속하게.”
“옙. 그 속도면 게이트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데 약 3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하는군요.”
3시간이라, 시라노는 살짝 운을 뗀 후에 눈을 감았다.
그는 이러한 일에 경험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서 상식을 벗어나는 작금의 행태.
상상과 망상의 영역에 속하는 게이트와 몬스터에 대한 추리와 추론을 현실에 경지에 끌어내는 것에 익숙했다.
이 사태를 단숨에 정리하자면.
“원인은 모르겠지만, 게이트를 넘어오기 위해서는 저 차원의 벽을 부숴야 하나 보군. 우린 그걸 세이프티 존으로 이용하면 될 것 같고 말이네.”
“세이프티 존? 군사안전구역 말씀이십니까?”
“이 경우에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 쪽에 해당한다네. 스폰 킬을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된 장소를 말하지. 차원의 벽부터 게이트까지 5㎞. 이 공간을 우리는 세이프티 존으로 보고 이용하는 거야. 게이트 안쪽에 진지를 구축하고 전투를 준비하도록 하게. 몬스터들이 지구로 넘어오기 위해서 벽을 부수는 동안이 기회야.”
“하, 게임입니까.”
부관이 살짝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시라노는 그런 부관에게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세계의 유수의 전략가들이 괜히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 게임 제작자들을 자문위원으로 쓰는 게 아냐. 현재의 상황은 게임과 영화가 차라리 더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지. 자네도 한 명의 군사전문가라면 게임과 영화를 보고 공부 좀 하게.”
“으, 으음. 옙. 죄송합니다.”
“쯧. 어쨌든 내 예측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전략을 구상해 보자면, 흠. 이거 재밌군.”
“……?”
시라노는 힐끔 부관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부관에게도 말할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으로서 말할 수 있는 건 몇 개 없었다.
“어쨌든 이번 일의 의의는 녀석들이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넘어오려 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라네. 녀석들도 준비가 필요했다는 거지. 이건 아주 중요한 발견이야. 9년간의 게이트 관측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예전이라면 게이트를 발견하지도 못하고 버벅거리다가, 게이트를 넘어오는 몬스터의 대군에 문명이 유린당했을 것이다.
“좋았어, 그럼 이쪽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서 적을 몰아내야겠군. 한 놈도 지구로 넘어가지 못하게 말이야. 일이 아주 좋게 진행되는구먼그래.”
시라노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웃었다.
“이거야 원, ‘진짜 전쟁’ 같지 않나?”
“즐거워 보이십니다?”
“훈장을 하나 더 달 기회인데, 즐겁지 않을 수가 있나. 다만 그러려면 이겨야 하고, 단 한 명의 퍼스트 오더도 잃으면 안 되겠지.”
퍼스트 오더뿐인가.
헌터들도 소중한 인재다.
사망자는 적을수록 좋다.
“그렇다는 건 역시 안전하게 정공법으로 가야겠군. 각 오더들과 헌터 중 발 빠른 자를 선별해서 선발대를 준비하게.”
“예!”
그렇게 작전이 시작됐다.
* * *
통상의 게이트 소멸 작전이 아니라, 대규모 섬멸.
돌발사태지만 ISAC와 중국 정부는 잘 대처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대규모 인원을 상정하고 모였기 때문이다.
퍼스트 오더 25인은 인간이 아니라, 전술병기로서 특별히 관리받았다.
그렇기에 중국과 인근에서 모인 헌터들이 병사가 되었다.
병사들은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순조로웠다.
“독, 독, 독. 망할 독.”
베네치아에서부터 차출당한 불사신 아왈트가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의 몸은 이미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다.
본래부터 머리털 하나 없었던 매끈한 머리는 부분, 부분 녹아내려서 흉측하게 변해 있었다.
“빌어먹을 독! 그놈의 독!”
적의 독 때문이다.
뱀처럼 생긴 적은 거침없이 독을 사용했다.
그들의 전투 교리는 지극히 단순했다.
적이 관측된다.
그렇다면 독을 뿌린다.
자신들에게도 독을 뿌리고 적에게도 독을 뿌린다.
그렇게 독의 안개를 도처에 만든 후에 달려든다.
“치사한 새끼들.”
전쟁, 싸우는 상대로부터 치사하다는 말은 최고의 칭찬이다.
아왈트가 기탄없이 적을 칭찬하고 욕할 만큼 최적의 전술이었다.
독은 지구인에게는 그저 독이지만 녀석들에게는 식사이자 힐링 팩터, 회복제였다.
헌터들이 독으로 괴로워할 때 녀석들은 빠르게 치료됐다.
“공방일체의 능력이라니 너무 치사한 거 아냐?”
그 결과 전선은 고착 상태였다.
방독면의 보급은 부족하지 않지만 방독면을 보충하는 동안 적도 전력을 보충한다.
그래서 더 나아갈 수 없는 소모전이 이어졌다.
“쯧쯧, 그러게 독 내성 스킬도 안 얻어두고 뭐 했냐?”
강혁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가 승우의 음식으로부터 얻은 스킬은 독 내성, 화염 내성.
그리고 화염 방출이었다.
입에서 화염을 내뿜는 화염 방출이야 레벨도 낮고 어째 인외(人外)적인 느낌이 강해서 쓰지 않았지만, 독 내성과 화염 내성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서 꾸준히 익혀 왔었다.
지금 그의 독 내성은 ‘상급’.
어지간한 독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우리 싸장님이 독 내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말이여. 노오오오력이 부족해!”
“그럼 베네치아로 그 사람을 보내주던가!”
“꼬우면 네가 한국으로 귀화를 하든가요.”
“아,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주는 거 없이 밉지?”
아왈트가 투덜거리면서 힐링 스킨을 교체했다.
파스처럼 신체에 부착하는 것으로, 상처의 재생을 돕는 제식 장비다.
그의 이능력은 전투 강행.
아무리 다쳐도 전투를 지속할 수 있다.
좀비 아왈트라는 별명에 걸맞게 독 내성은 없지만 누구보다 오래 버티고, 오래 싸웠다.
그 결과가 남보다 많은 부상이지만, 약간의 재생 능력도 있었으며 힐링 스킨이라는 도구의 보조까지 받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전신에 낭자했던 흉측한 상처가 벌써 다 재생이 되었다.
문제라면 역시 정신적 피로.
독에 대해서 무방비하다는 그 짜증이 그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푸후후후. 이대로라면 최고 공훈은 내가 가져가겠는걸?”
“젠장!”
강혁이 너무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 내성과 화염 내성.
그리고 새로 얻은 몬스터 동료를 사용한 특수 팀의 활약은 아왈트보다 훨씬 대단했다.
강혁이 웃었다.
“그러니까 팀을 짜라니까.”
“…….”
아왈트는 팀을 짜지 않고 혼자서 활동한다.
전투 강행이라는 이능력을 최고로 활용하려면 팀은 오히려 방해가 되니까!
그는 팀 지원비를 전부 ‘아이템’ 구매에 사용하고 있는 특이한 퍼스트 오더다.
“하다못해 독 내성만 있었더라면-!”
“없는 스킬을 찾아서 뭐 하겠어. 낄길, 이대로라면 랭크 91은 내가 되겠네.”
“……!”
랭킹전이 아니더라도 퍼스트 오더의 랭킹은 변동될 수 있다.
대규모 공식 작전에서의 활약은 점수가 되어 랭킹 시스템에 반영이 된다.
일 대 일 대결에만 특화된 능력자가 고위 랭크를 독점하는 걸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아왈트의 랭킹은 91.
92위인 백강혁의 바로 앞이다.
위기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강혁이 웃으면서 말했다.
벌써부터 이긴 것 같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였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봐야 군대 짬밥이지만 굶는 거보다는 낫지.”
“그, 그 사람은 어디로 간 건지 알아?”
“그 사람?”
“그 밥집 사장 말이다. 그 사람도 중국에 왔다면서?”
“아, 싸장님.”
그러고 보니 보이지 않는다.
“올 때는 같이 왔는데 퍼레이드 때부터 사라지더니 안 보이네. 벌써 2일짼데… 관광 중이신가?”
“으으…….”
아왈트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이렇게 된 거 희망은 그 남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