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9)
괴식식당-119화(119/613)
119화. 황금마차(1)
강혁이 히죽거렸다.
아왈트의 생각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녀석이 갑자기 유승우를 찾는 이유야 뻔했다.
독 내성이 생기는 요리를 해달라고 할 참이겠지.
“아왈트 씨, 김치 국물 너무 드링킹 하신다. 한 끼마다 1억 내면서 먹고 싶어? 그 양반이 하는 음식이 그리 싸지 않아요.”
“젠장, 랭킹을 뺏기느니 1억을 내는 게 낫지.”
“그건 그렇지. 인정.”
아왈트가 한숨을 쉬며 막사를 나섰다.
그런데 어째 병영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묘하게 달아올랐다고 해야 할까?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이유는 알기 쉬웠다.
병영 주차장에 있는 푸드 트럭.
황금마차라고 한글로 적혀 있는 푸드 트럭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마치 축제분위기처럼 날뛰는 헌터들을 보며 강혁이 중얼거렸다.
“불길하다, 불길해.”
“불길해? 황금마차면 그거 아니냐, 한국 군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트럭.”
“그 황금마차에서 어째선지 내가 아는 사람의 냄새가 나. 그리고 그 사람이 내게 향해질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무자비하게 싹 쓸어갈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뭐냐, 그 추상적이면서도 묘하게 구체적인 감상은?”
이번 전쟁은 거의 강혁의 독무대였다.
백룡 사이시도 파동의 호우엔도, 자이언트 킬러 우 차이리도 맥을 못 쓰고 있다.
기공술의 극의를 이뤄 기로 만든 용을 부리는 사이시라고 해도 기공술로 독을 해독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파동의 호우엔은 파동이라는 특수한 힘으로 주변을 감지하는 장님이었는데 사방에 깔린 독 안개를 경계하느라 아무것도 못 한다.
거인도 일격에 쓰러트린다는 최고의 강권사 우 차이리도 마찬가지.
독 때문에 적에게 접근도 못 한다.
그런 와중에 강혁만 활약할 수 있었던 건 다 뭐 때문인가.
독 내성 때문이다.
강혁은 그걸 상기하고는 치를 떨었다.
불길한 예감이 그를 지배했다.
“저 황금마차 때문에 내가 망할 거 같아.”
“뭐냐, 그 확신은? 어쨌든 배고픈데 가자.”
“으으으, 가기 싫으면서도 가야 한다는 이 불행한 예감이 싫다.”
강혁은 불행한 예감은 어째 틀리는 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혀 안 놀랐다.
“줄 서세요! 도시락은 아직 많습니다!”
마차에서 들리는 목소리.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
유승우의 목소리를 들어도 말이다.
“그럴 줄 알았다. 에라이.”
“으하하하! 그 사람이구나! 그 사람이지!?”
“보면 모르냐, 문어대가리야.”
아왈트가 활짝 웃었다.
저 도시락이 뭔 도시락인지 안 먹어봐도 알 수 있었다.
“야! 저 도시락은 분명 독 내성 스킬 도시락이겠지?!”
“몰라, 임마.”
강혁이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짧은 봄날이 갔구나…….”
진짜 짧은 봄날이었다.
너무 짧았다.
강혁은 ‘이제 스포트라이트도 다 받았네’라는 생각에 울적한 마음으로 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그래서 어쩌라고 빙구야’라는 답변은 그를 좀 더 우울하게 만들어줬다.
* * *
장 우이는 명인 인증을 받은 사람답게 요리의 식견이나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마법적인 비술과 능력이 필요한 요리를 만드는 능력은 없지만 실력 있는 요리사는 그 자체로 도움이 되는 법이다.
헌터들에게 팔 도시락에 대한 기초전략을 수립하는 것!
작전 회의의 시간이었다.
명인, 우이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했다.
“중국인들은 도시락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음식이 아니라면 잘 안 먹거든요.”
“아, 그건 이해합니다. 한국인도 그렇습니다. 찬 반찬을 잘 먹는 건 일본인 정도죠.”
“자고로 식사란 건 갓 한 따끈한 밥에 뜨거운 국과 반찬. 그리고 고기 아닙니까.”
“동감입니다. 그래야 속도 따뜻해지고 먹은 느낌이 나죠.”
중국의 도시락 문화는 의외지만 일본, 한국, 중국 중에서는 발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찬 음식을 즐기며 편의점 음식을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일본.
전화 한 통이면 어디서도 배달되는 배달음식이 발달한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도시락을 만드는 환경이 열악해서는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공장제라는 말이 붙으면 우리나라를 이길 나라는 없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말이지.
“그건 누구도 부정 못 할 겁니다. 하하…….”
“공장 문화가 이리도 발달했는데 도시락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따뜻하고 질 좋은 음식을 어디서라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허? 어디에서라도 말입니까?”
“갓 만든 음식을 길거리 어디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푸드 트럭은 지천에 있고 노점도 많습니다. 아주 귀찮아하는 일부의 사람을 위한 배달음식도 요즘 성행하고 있고요.”
식(食). 먹는 문화로는 중국이 단연 최고다.
우이는 자부심을 담아서 그렇게 말했고, 승우는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
나라에 대한 호오를 접어둔다면 이 나라의 음식은 존중받아 마땅하며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따라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평범한 도시락은 팔리지 않습니다. 따뜻하지 않고, 맛이 없으며 포만감이 없는 도시락이 될 테니까요. 그런 도시락은 시장에서 외면 받습니다. 망하기 딱 좋지요.”
“따뜻하고, 맛있고, 배부른 도시락. 어려운 일이네요.”
“베이징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세계 최고의 음식 거리에서 팔릴 만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니, 어려운 일이죠.”
승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지에 적힌 ‘쑥떡’에 슥슥 선을 그었다.
“독 내성 스킬을 주는 건 쑥떡이 최고라서 쑥떡으로 하려고 했습니다만.”
“스킬은 잘 모르겠지만 떡은 안 됩니다. 떡은 식사가 아니라 간식입니다.”
“흠, 그럼 주로 먹는 도시락은 무엇입니까?”
“역시 고기 덮밥이죠.”
“고기덮밥. 역시 중국에서도 고기 덮밥은 통하는군요.”
“하지만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는 좀 기름지게 먹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거보다도 훨씬요.”
우이가 씩 웃었다.
“베이징에서 장사를 하면 전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보여주게 되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음식이 기름지다고 하더군요.”
“우이 씨의 음식은 대체로 담백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선생님이 외국인이라고 생각돼서 조절한 겁니다. 제가 먹을 건 좀 더 기름지게 만들어요.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중국의 음식은 기름의 음식이니까요.”
중국은 수질이 나쁘기로는 손에 꼽히는 국가다.
예로부터 그랬다.
중국은 황하를 비롯하여 큰 강이 많았고, 그 강은 시시때때로 범람하여 인간을 괴롭혔다.
그래서 황제의 의무는 치수, 물을 다스리는 것이었고 그것에 실패하면 큰 화를 입었다.
그만큼 물은 중국인의 골칫거리였으며 좋은 물은 구하기 힘든 것이었다.
우이가 정수기 물을 흔들면서 말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쉽게 정수기 물을 마실 수 있지만 예전에는 달랐습니다. 좋은 물을 구하기 힘드니까, 기름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음식이 기름져진 거지요. 그러니까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은 조금 더 기름지게 만드셔야 할 겁니다.”
“흠, 기름진 고기 덮밥이라.”
느끼해. 김치가 생각난다.
듣기만 해도 호불호를 꽤 타는 느낌이었다.
승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중국인들만 먹는다면 상관없지만 외국인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덮밥은 조금 생소할 거 같습니다. 기름지다면 더더욱 호불호를 타겠고요.”
지금 게이트에 들어간 헌터들의 비율은 대략 절반 정도가 중국계이고, 나머지는 외국인이다.
중국계를 위한 메뉴를 구상했다가는 나머지 절반의 고객에게 낭패를 볼 것 같았다.
우이가 긍정했다.
“그렇죠. 그들에게 쌀은 주식이 아니니까요.”
“덮밥은 확실히 무리가 있는 거 같습니다. 다른 의견 없으십니까?”
“흠, 그렇다면 면은 어떻습니까?”
“면……!”
면, 면은 좋다.
승우가 눈을 빛냈다.
“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좋군요. 외국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종류도 많고 요리법도 다양하니까요. 많은 사람에게 도시락의 형태로 먹인다면 국물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그런 면이 있지.
승우가 씩 웃었다.
“딴딴미엔?”
“오, 딴딴미엔! 좋지요!”
우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딴딴미엔, 딴딴면(擔擔麵).
중국식 비빔국수다.
땅콩과 고춧가루와 마늘을 기반으로 한 소스에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하여 비벼 먹는 국수!
“딴딴미엔은 좋은 선택입니다. 아주 좋아요. 국물이 필요하면 육수를 좀 더 넣으면 되고, 면과 육수를 따로 보관하니 보존도 간단합니다. 국물만 끓여서 주면 어디서라도 쉽게 팔 수 있지요.”
“기름지게 먹으려면 고명을 좀 더 넣으면 되고, 고기와 국물이 있으니 포만감도 들 겁니다. 가격은…….”
“저렴할 수밖에 없지요. 크게 비싼 재료는 들어가지 않으니까요. 애당초 딴딴미엔은 노동자의 음식입니다. 빨리 먹을 수 있고 저렴하며 포만감이 제법 오래갑니다. 그래, 한번 드셔보는 게 어떻습니까?”
“좋지요. 직접 해주시는 겁니까?”
“그것도 좋지만 일단 주변의 수준을 아시는 게 더 좋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우이는 가게를 나서서 길가의 한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
그는 양쪽에 짐을 단 봉을 어깨에 걸친 남자였는데, 그 봉이 바로 딴(擔)이었다.
봉의 한쪽에는 육수를, 다른 한쪽에는 면을 담아서 언제라도 딴딴미엔을 팔 수 있게 하는 것.
남자는 우이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두 그릇의 딴딴미엔을 말아줬다.
그걸 보며 승우가 감탄했다.
“바로 되는군요.”
“이 속도감이 매력이죠. 자, 그럼 드십시다.”
딴딴미엔은 굳이 말하자면 사천 지방의 음식이었다.
맵고 강렬한 맛이 사천의 특징이다.
베이징에서 먹는 딴딴미엔은 본고장의 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땅콩을 졸여 볶아서 조금 달았고 국물은 진했다.
하지만 그것은 승우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과연 요리대국 중국, 길거리 음식도 이리도 맛있다니!
승우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좋습니다. 딴딴미엔으로 하지요.”
“그럼 저는 면을 만들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면은 우이가, 육수와 고명은 승우가.
그리고 수익은 정확히 절반.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우이에게 승우가 억지로 쥐어준 배율이었다.
그렇게 우이와 승우의 푸드 트럭의 초안이 짜여졌다.
다음의 과제는 딴딴미엔의 육수와 고명에 독 내성의 스킬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그냥 독 내성을 추가하는 건 간단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쉽지 않았다.
‘거부감 없이 술술 먹을 수 있게 하면서, 독 내성 스킬을 얻을 수 있게. 그러면서 맛이 있는 육수와 고명.’
보통의 괴식과는 아예 궤를 달리했다.
맛없게 만들면서 독 내성을 추가하는 건 이제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다.
그러한 요리는 이미 수백 번은 만들어왔으며 어떠한 음식에도 도입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쌓였다.
하지만 이번에 만드는 요리는 나쁜 점이 조금도 없는 요리.
이를 테면 완전무결한 요리였다.
이것은 과연 쉬운 일이 아니다.
화륵 하고 웍에서 보라색의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승우는 기괴하게 말라비틀어진 카이로돈의 등심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이것도 아니야. 제길, 또 실패군.”
벌써 실패한 횟수가 50번이 넘는다.
어떠한 요리를 만들어도 단번에 성공했던 그에게는 정말 드문 일이었다.
마법으로 물을 만들어 웍을 청소하던 승우가 입술을 살짝 핥았다.
그의 표정이 변했다.
포기하는가, 짜증을 내는가?
아니었다.
“이게 오랜만에 불타게 하네.”
그는 웃었다.
안 되는 게 있다니, 이렇게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쉽게만 되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우선 조금 방식을 바꿔서 우회해 볼까.”
시도할 방법은 아직도 많았다.
승우가 다시 웍을 들었다.
그로부터 2일 후.
그가 소리쳤다.
“됐다-!”
그는 괴식의 신으로서 한꺼풀 벗었다.
유승우, 레벨 258.
그는 다시 한 번 벽을 넘었다.
* * *
푸드 트럭, 황금마차.
헌터들은 이미 유승우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ISAC의 정예, 정보에는 나름 빠삭한 편이었다.
한국에 가면 스킬을 올릴 수 있다, 더어어-럽게 맛이 없지만 강해지는 음식이 있다.
사전지식은 이 정도였다.
매일 먹는 강혁은 그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기대했다.
“어차피 뜨내기들은 입을 대자마자 도망가게 되어 있어. 흥.”
그러니까 독 내성 스킬은 쉽게 얻지 못할 거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지?
조심스럽게 비빔국수를 먹던 아왈트가 소리쳤다.
“마, 맛있어!?”
잉? 맛있어?
강혁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