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3)
괴식식당-123화(123/613)
123화. 컴백 홈 (2)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깡패라고 불리는 나라다.
엄밀하게 따지면, 시라노의 모국인 프랑스나 영국, 미국처럼 알아주는 나라들도 다 깡패 같은 면이 있지만…….
중국이 가장 심하다는 건 누구도 부정 못 할 일이었다.
그런 중국을 위해서 모여든 이들은 시작부터 조금 불만이 있었다.
헌터도 사람이고 지휘부도 사람이다.
호불호는 당연히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건 점차 악화되었다.
중국의 계속되는 억지 주장과 태클, 물고 늘어지기와 이익 챙기기에 헌터들이 지쳐갔다.
사기는 떨어지고 일부 헌터들은 노골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중국 출신의 헌터조차 눈살을 찌푸리고 퍼스트 오더 중에서도 회의감을 토로하는 이가 늘어 갔다.
사기는 내려가고 작전 완료를 위한 동기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시라노 베르그송 장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관이 중얼거렸다.
“의욕이 안 나시나 봅니다.”
“내가 예전에도 말했지? 중국과 인도에서 일하면 이런 꼴이 된다고. 아, 러시아도 최악이지. 프랑스 육군 새끼들만큼은 아니지만.”
“콕 짚어서 중국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어지간한 나라는 다 싫어하시니 참 일관성 있으십니다.”
“흥,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모국인 프랑스인 걸 알면서 그러나?”
“네네. 그러니까 장성모를 던지고 여기에 오셨겠지요.”
시라노는 이를 테면 모두 까기 인형 같은 사람이다.
까일 거리가 있으면 모국이고 아는 사람이고 간에 가루가 될 때까지 까버리는 귀찮은 스타일.
아군이라면 믿음직하고 적으로 돌리면 최악.
중국은 그런 모두 까기 인형에게 까일 소재를 주고 있었다.
그래서 부관은 시라노의 선택이 좋은 결말로 가진 않을 거라 판단했다.
“좋아. 그럼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지. 우선 게이트의 상황부터 정리할까.”
“예, 그럼 정리현황에 대해서 보고하겠습니다.”
부관이 손가락을 튕기자, 홀로그램 투사 장치가 게이트의 내부를 띄웠다.
넓은 면적을 세세하게 조사한 가상 지도다.
“본 게이트는 현재까지 없던 양상을 보이는 게이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규모가 아예 다릅니다.”
통상의 게이트는 대부분 던전으로 통하는 게이트다.
아주 한정된 지역과 연결되고 그 지역을 벗어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하지만 이 게이트는 확연히 달랐다.
“이 게이트는 영역이 매우 넓습니다. 현재까지 조사된 면적은 약 17,000㎢. 작은 나라 정도의 크기입니다. 여타 던전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지요. 현재 이러한 게이트를 B형 게이트로 정의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계속해.”
“A형 게이트와 B형 게이트의 도드라지는 차이점은 마나코어입니다.”
“마나코어?”
“현재까지 마나코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던전의 중심에 있는 마나코어를 제거하면 게이트는 제거된다.
이게 일반적인 상식이었고 일반적인 제거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게이트에서는 마나코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마나코어가 ‘없을 거라고’ 확정짓고 있습니다.”
“이유는?”
“영역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게 A형 게이트였다면, 이만한 면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마나코어의 크기가 작은 도시만 해야 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만한 마나코어가 발견 안 되는 일이 더 힘들겠지.”
“정리하자면 아직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곳입니다.”
지금까지의 상식을 파괴하는 규모.
그리고 규칙.
연구 자료로서도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이트란 의미다.
하지만 그건 연구자로서의 이야기고, 사령관으로서는 조금 귀찮다는 뜻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부관이 지도에 한 곳을 표시했다.
지구 측에 열린 게이트로 들어갔을 때 도착하는 장소였다.
“이곳에 있는 투명한 벽, 사령관님이 임시로 명명한 ‘세이프티 존’ 외벽의 존재 자체가 첫 발견입니다.”
그리고 우리 진영 반대편에서 세이프티 존과 유사한 곳을 발견했다는 건, ‘투명한 벽을 파괴하고 또 다른 게이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시라노가 입가를 올렸다.
그는 투명한 외벽을 발견하고 세이프티 존을 형성하는 순간, 이미 이 구도를 예견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ISAC가 전장에서 우위에 있는 상태였지만, 자칫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태라는 게 시라노의 생각이었다.
부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게이트 고정기술로 이 지역을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자국의 심장에서 신기술을 테스트하려는 열정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용인할 수는 없군.”
“그러나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녀석들이 이렇게 뻗대는 이유는 이미 아시겠지만…….”
“몬스터가 약해서 그런 거지.”
“그렇습니다.”
SS 오버 랭크의 게이트치고 나오는 몬스터가 약하다.
독을 쓴다는 게 귀찮지만, 이미 귀환자의 요리로 독 내성을 얻어 극복한 상태였다.
독이 아니라면 B~A랭크 정도의 몬스터만 나오는 상태.
“땅덩어리의 크기가 랭크에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랭크에 비해서 확실히 쉽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우리가 손을 떼길 원하고 있다?”
“네, 밀정이 보고하기를 중국은 이미 베이징 시의 게이트를 자국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A랭크 게이트 정도로 취급하겠다 이거지요.”
ISAC에게 패악질을 부리고 간섭을 해서 떠나게 만든다.
그러면 중국 지부 ISAC를 제외하곤 모두 떠나겠지.
떠난 자리의 게이트에 고정 기술을 사용해서 중국의 수렵부인 자신들이 영원토록 관리한다.
이것이 중국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게이트가 없어지지 않는 한, 또 다른 세이프티 존 너머에 있는 세계로 건너가 봐야 할 필요가 있으니 서로가 서로를 방해할 수밖에 없지.”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고정 장치라는 불확정요소에 이천만 명의 목숨을 거는 건 말이 안 되지요.”
중국의 입장과 ISAC의 입장이 너무나 다르다.
게이트의 보존을 통한 장기이익에 집중하는 중국.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제거하고, 새 유형의 게이트를 조사하려는 ISAC.
둘의 의견이 이토록 평행이니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시라노가 중얼거렸다.
“성질 같아서는 진짜 레볼루숑 해버리고 싶다만…….”
못 할 것은 아니다.
이곳에 있는 퍼스트 오더가 25명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중앙위원회에 이들을 떨구면 점령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내정간섭이다.
중국이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주권이 있는 나라다.
ISAC가 국가의 내정까지 간섭하게 되면 그건 더 이상 ISAC가 아니다.
ISAC의 적은 ‘재앙’이지, 지구인이 아니니까.
퍼스트 오더들이 따라줄 리도 없다.
일단 중국 출신의 퍼스트 오더도 많다.
시라노는 울컥한 마음에 작전을 구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이대로 사사건건 중국의 태클을 받아가며 작전을 속행할까?
중국의 다음의 수야 뻔하다.
ISAC의 보안과 통제도 은근히 무시하고 중국 요리사들을 파견한 녀석들이다.
게이트 안으로 무작정 밀고 들어올 거고, 게이트 고정 장치도 반입해서 설치하겠지.
작전 방해는 말할 것도 없고 보급 지연, 유언비어 살포.
언론을 사용한 무차별 인신공격과 정치공작은 당연히 따라온다.
여차하면 시라노의 옷을 벗기려고 할 거고, 재수 없게도 그게 통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일당독재인 중국과는 다르게 ISAC는 국제기구니까.
언론과 여론을 무시할 수가 없다.
시라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방침을 정했다.
“일단 게이트 고정 장치의 반입을 막아야겠군. 현재 개발이 완료된 게이트 고정 장치는 몇 개지?”
“시운전과 실험용으로 제작된 것이 3기, 전량 사이버다인의 연구팀이 가지고 있습니다.”
전량 다 ISAC에 있다고?
시라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저놈들, 자기들이 자체 개발한 장치를 쓰겠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중국이 개발한 독자적인 모델을? 베이징 시에서?”
“그렇습니다.”
중국이 게이트 고정이라는 주제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나라인 건 알고 있었다.
그들의 땅에 대한 집착은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집착은 집착. 기술력이 집착만으로 오른다면 누가 고생하겠는가.
시라노가 글렀다는 듯이 혀를 찼다.
“폭발하겠지?”
“메이드 인 차이나는 폭발 기능 기본 장착 아닙니까.”
“젠장, 이거 가만히 뒀다가는 진짜 베이징 시의 이천만 명이 다 죽게 생겼네.”
부관이 이해는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파괴합니까? 굉장히 힘들 거 같습니다만? 들키면 이거 제대로 중국과 전면전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하하하, 자네. 연장도 쓰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무리 나쁜 물건이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서 쓰임새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시라노는 장인(匠人)이었다.
나쁜 물건의 쓰임새를 찾아서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장인!
그의 눈이 퍼스트 오더를 정리한 25개의 프로파일을 향했다.
그리고 그 25개의 프로파일 중, 슈퍼스타라 적힌 파일을 잡아들었다.
“이 문제 많은 연장을 활용해 볼까.”
시라노의 작전은 심플했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이 퍼스트 오더를 자극한다.
이 녀석은 재미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인성이 쓰레긴데, 의리가 있는 쓰레기다.
그것도 그 의리가 꽤 대단해서 동료나 자신의 조직이 엿 먹는 걸 못 참는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뒤를 생각 않고 수단을 가리질 않는다.
한번 열받으면 뒷생각을 안 한다.
그런 주제에 최근 능력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그런 그를 자극하면?
“알아서 움직여 줄 거라네.”
시라노는 슈퍼스타, 백강혁의 잠재능력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돌발적으로 움직일 때의 행동력과 파괴력, 추진력은 퍼스트 오더 100명 중 톱 급에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
리미터가 끊어져서 망설임이 없어진 백강혁은 테라 대륙을 농락할 정도였다.
괴도왕 백강혁.
시라노의 냉정한 눈이 백강혁의 본질을 꿰뚫어 봤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하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 * *
중국의 개입을 받으며 백강혁과 아왈트의 스트레스는 임계점에 달하고 있었다.
특히 백강혁의 스트레스는 대단했는데 그는 이곳을 ‘징계’ 때문에 온 사람이다.
레벨 5개 못 올리면 대머리가 각오하라고 했는데-!
“전선에 못 나가니까 미치겠네?”
“어쩔 수 없지. 게이트 고정 작업을 하기로 결정이 났나 봐. 시라노 사령관의 표정 봤냐?”
“그래, 봤다.”
시라노는 퍼스트 오더들을 모아놓고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퍼스트 오더들에게 사과를 했다.
중국의 개입을 막을 수 없었고, 앞으로 이 게이트 처리 작전은 지연될 것이라고.
그 때문에 베이징 시의 이천만 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고.
자신은 지휘관 실격이라고 사과를 했다.
“아, 킹받네.”
강혁이 발끈했다.
생각할수록 열 받는다.
일선에서 코피 터지게 지휘하고, 심지어 독 내성 스킬을 얻어서 게이트 내에 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령관이 머리를 숙였다.
“그 일 잘하는 사람이 고개를 숙였단 말이지.”
저런 사령관은 드물다.
인성과 능력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상관이다.
강혁이 인정하는 상관은 ISAC의 총장 주혁진과 이정훈 정도였는데, 시라노의 이름이 추가될 정도로 그는 일을 잘하고 열정적인 좋은 상관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머리를 숙였다.
왜?
중국의 갑질 때문에.
“쓰읍, 쭝꿔 놈이 빡돌게 하는걸.”
스멀스멀하고 가슴속의 불만이 커져갔다.
강혁은 이런 불만을 한 번도 속으로 삭인 적이 없다.
생기면 푼다.
풀지 못하면 안 된다.
참는 자신은 자신이 아니다.
속박할 수 없는 자유로우며 쓰레기 같은 영혼이 울부짖는다.
강혁이 불끈 주먹을 쥐었다.
“오케이. 내가 총대 멜게.”
“……?”
“게이트 고정 장치. 부순다. 그거 때려 부수면 중꿔 놈들도 개수작은 못 하겠지.”
“야?!”
아왈트가 깜짝 놀라서 말렸지만 강혁은 요지부동이었다.
그가 씩 웃었다.
“인마. 내가 저쪽에서는 괴도왕이라고 불리던 사람이야. 이깟 일은 일도 아니지.”
아마 수렵부 소속의 헌터가 하나에서 둘은 있겠지.
그들의 눈을 피해서 잠입한 후 게이트 고정 장치를 파괴한다.
그 후에는 무사 귀환.
강혁의 머릿속에 계획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크고 따뜻한 손.
승우였다.
“싸, 싸장님?”
“이야기는 잘 들었다.”
“싸장님이 말리셔도 소용 없슴다.”
“누가 말린다고 했냐?”
“엥?”
승우가 두둑 하고 손을 풀었다.
“같이 가자.”
“에엑?!”
세계 3대 전략가, 시라노 베르그송도 예측 못 한 변수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