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4)
괴식식당-124화(124/613)
124화. 컴백 홈 (3)
베이징 시 외곽, 중국 인민해방군 중앙과학연구센터.
게이트나 헌터에 관련된 과학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중앙기구다.
과학, 기술.
이 두 가지는 국가와 기업에게 있어서는 가장 민감한 주제다.
그렇기에 당의 주도하에 세계를 호령할 미래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세워진 중앙과학연구센터에는 엄청난 예산이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그 막대한 그 예산은 온전히 기술 개발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이 자식들 연구보다는 산업스파이를 더 잘 쓸걸요?”
강혁이 그렇게 말하며 쌍안경으로 연구센터를 훑었다.
이건 숫제 군사 기지다.
3층 높이는 될 엄청난 장벽과 전기 철조망.
빼곡하게 돌아가는 순환 교대제의 감시병.
“쭝꿔 놈들은 산업 스파이를 잘 쓰는 만큼 막는 것도 잘해요. 와, 미쳤다. 대공포도 있네.”
다른 국가에서 기술을 빼오는 것은 중국이 최고였다.
산업스파이! 회유! 공격적인 인재 스카우팅!
그 때문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중국은 기술 유출을 막는 것도 선수였다.
강혁은 그 규모에 기가 질리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발각될 걸 전제로 해서 움직여야겠는데요?”
“흠, 그렇군.”
승우가 시력 증가의 마법을 사용해서 기지를 확인했다.
과연 강혁이 말한 것처럼 경계가 삼엄하다.
그가 중앙 센터를 관찰할 때, 강혁이 물었다.
“그런데 싸장님이 어쩐 일로 이런 일을 한데요?”
“짜증 나잖아. 벌써 10일이 지났다고.”
만리타향의 땅에서 10일이다.
승우의 인내심은 강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참는 걸 즐기는 성격도 아니었다.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이제 슬슬 집에 가서 따뜻한 나비의 젤리와 영식이의 볼을 만지고 은하에게 맛난 걸 해줘야 하는데-!
“이것들이 별 시답지 않은 정치 수작을 하네. 거기에다가 이천만 명의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을 해? 하하하.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아, 이해했어요.”
그러고 보면 이 사람 생각보다 힘쓰는 걸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지.
강혁은 승우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고는 납득했다.
물론 승우와의 첫 만남에서 먼저 폭력을 쓰려고 한 것은 강혁이었지만…….
승우는 얼핏 보면 속세에 지친 강한 힘을 가진 은거기인 같았지만 의외로 힘을 행사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남이 자극하면 바로 반응한다.
예전에 슬라임 영식이에게 우해나가 위해를 가하자마자 바로 정색하지 않았던가.
무고한 피해나 정부, 고관의 압제를 보면 반발하는 폭탄.
생각보다도 훨씬 격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어쩔 검까?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저야 혼자서 들어가서 무쌍 한번 찍고 시원하게 영창 갈 생각이었는데요. 경계가 삼엄하다고 해도 까짓거 그냥 힘으로 밀어버리면 해볼 만할 걸요.”
안 들키고 일을 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들킬 걸 각오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할 만하다.
당에 소속된 수렵부 헌터가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을 발언이었지만 실제로도 그러했다.
강혁은 퍼스트 오더다.
전 세계 최강의 100인에 들어가는 몸이다.
퍼스트 오더란 사람 하나의 몸으로 전략병기의 취급을 받는 존재다.
수백 명의 무장경비가 기관총을 난사하건, 대공포를 쓰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뒷감당이 문제지 거사를 치루는 건 그닥?”
“음, 그건 아닐 거다. 저기 하나 이상한 게 있네.”
“이상한 거요?”
승우가 살짝 인상을 쓰며 안력을 높였다.
그의 기감에 이상한 것이 잡혔고 있을 수 없는 게 보인 탓이다.
흘러넘치는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인간 하나가 가지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마력.
퍼스트 오더인 강혁을 가볍게 웃도는 힘.
“레벨로 치자면 90이 넘는 놈이 있군.”
“예?! 90이요?!”
강혁이 크게 놀랐다가, 인상을 썼다.
승우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실수할 리도 없다.
그러니 90레벨이 넘는 자가 있다는 건 사실이겠지.
그건 하나를 의미했다.
“미등록 귀환자군요.”
“그렇겠지. 마나의 색이 아주 이질적이야.”
“중국, 이 자식들 진짜 가지가지 한다.”
귀환자 등록은 의무다.
귀환자 본인이 스스로 신고를 해서 ISAC나 정부의 소속이 되거나 또는 야인이 되는 것은 그의 자유다.
하지만 ‘귀환자’의 존재를 알게 된 정부는 그에 대한 신고를 ISAC에 반드시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신고도, 등록도 안 하고 비장의 패로 사용하고 있었나 보네요.”
90레벨이 넘는 귀환자라면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ISAC에게 차출될 일도 없고 정부를 위한 강력한 칼이 되겠지.
그렇다고 해도 그걸 당당하게 저지르다니-!
“저런 녀석을 배치할 만큼, 이번 게이트 고정 작업을 꼭 성사시키고 싶었나 보군.”
“와, 기분 나쁘네…….”
만약 강혁이 혼자 왔다면?
아주 개망신을 떨 뻔했다.
난동을 부리고 귀환자에게 제압당하고, 그걸 식량삼아 얼마나 언론 플레이를 했을지 상상도 안 됐다.
강혁이 ‘잣될 뻔했네’라고 중얼거리며 침을 삼켰다.
뭐 될 뻔했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거다.
승우가 있으니까.
“그럼 싸장님이 처리해 주시는 거죠?”
“그래. 귀환자는 내게 맡겨라.”
“알겠습니다요.”
강혁이 떠났다.
승우는 그런 그를 보며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냈다.
“이걸 써보는 건 오랜만이네.”
단검 아스트라페는 제우스의 상징인 벼락을 의미하는 무기다.
주신의 상징 무기인 만큼 신급 아티팩트 중에서는 단연코 윗줄에 있는 강력한 병기!
마왕 토벌에 대한 대가로 제우스에게 강탈한 무기였다.
승우가 단검으로 저글링을 한 번 하더니 하늘을 향해 던졌다.
“뇌우를 불러라, 아스트라페.”
구름을 향해 날아간 아스트라페가 전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마른 밤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구름은 이윽고 비를 내리고, 벼락을 불렀다.
쾅- 하고 벼락이 내려쳤다.
피뢰침에 떨어졌지만 그 위력이 어마어마해서 중앙센터가 흔들렸다.
날씨를 조작하는 힘.
신의 무기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그렇게 뇌우를 불러일으키고, 승우는 유유히 자리를 떴다.
“어디, 얼굴 좀 볼까.”
* * *
귀환자.
이세계에서 돌아온 사람.
이세계는 테라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곳에서 온 자도 얼마든지 있었다.
진 레이는 ‘지오그란트’라는 세계에서 돌아온 자다.
그곳은 증기 과학이 발달한 곳이었다.
증기 과학, 이른바 스팀펑크다.
그는 지오그란트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고, 그 많은 경험이 작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줬다.
“적습이다.”
“예?”
“멍청한 자식.”
“악!”
진 레이는 얼 타는 경계병을 걷어차며 싸늘하게 말했다.
“갑자기 날씨가 바뀌는 건 적습의 예고다.”
“아니, 날씨가 휙휙 바뀌는 건 요즘 흔한 일입니다. 예지야 자주 빗나가는 일이고…….”
“그래서, 내 말이 틀렸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가겠습니다!”
한 대 더 맞기 싫은 경계병이 헐레벌떡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보며 진 레이는 무기를 들었다.
지오그란트에서 가져온 애병, 증기압으로 다루는 사복검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웨이펑 서기님이 말씀하시길, 게이트 고정 장치를 두고 파괴 공작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 그러니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는 적의 침략이요, 목표는 게이트 고정 장치다!’
머리를 쓰는 자는 어디에나 있다.
당의 행동이 독선적이라고 해서 의미 없이 포악질만 하는 게 아니다.
이미 당은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시라노가 주도하건, ISAC가 주도하건…….
결국 퍼스트 오더나 헌터를 시켜서 방해 공작이 들어올 것을 예상했다.
그러니 비장의 무기인 진 레이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퍼스트 오더라고 해도 최상위 랭커가 아니라면 내 상대가 못 돼.’
공식적으로 발표된 최상위권, 5위 내의 레벨이 90 정도였다.
진 레이의 레벨은 그것보다 조금 높은 정도.
레벨이 곧 강함은 아니니 변수는 있겠지만 진 레이는 자신 있었다.
‘레벨은 내가 같거나, 조금 더 높지. 그런데 나에게는 신급 아티팩트도 있으니까.“
그의 자신감의 원천은 애병, 니드호그다.
증기압을 이용해 원하는 대로 길어지고 줄어들고, 발사되는 사복검.
이 사복검은 그가 있던 지오그란트의 국보였던 것으로 그곳에서 친위기사대장을 역임하던 진 레이에게 임시 대여 되었던 물건이다.
그걸 가지고 돌아왔으니 지오그란트에서는 분명히 난리가 났겠지.
니드호그는 의지대로 늘어나고 줄어든다.
그때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며 주인의 의지에 반응하여 적을 자동으로 추격한다.
기습적으로 니드호그를 휘두른다면 처음 상대하는 적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나는 퍼스트 오더를 알지만, 녀석들은 나를 모르지.’
정보가 공개된 퍼스트 오더와는 다르게 진 레이의 정보는 철저하게 기밀로 봉인되어 있다.
진 레이에게 터무니없이 유리한 상황!
‘와라, 퍼스트 오더라는 헛된 명성을 땅에 떨궈 주지.’
게이트 고정 장치는 크다.
진 레이는 게이트 고정 장치가 들어 있는 컨테이너 앞에 서서 적을 기다렸다.
그리고 과연 적이 나타났다.
“니하오. 밤중에 실례 좀 할게.”
소리도 없이 경계병들이 쓰러졌다.
숨은 쉬는 걸로 보아 죽지는 않았다.
진 레이는 적이 무음암살술, 그러니까 소리를 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에 달인이라는 걸 간파했다.
적은 얼굴도 가리지 않고 있었다.
굉장히 잘생긴 얼굴, 여유 넘치고 자신감 있는 미소.
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다.
“누구지? 퍼스트 오더 중에 너 같은 자가 있었나?”
“퍼스트 오더는 아냐. 밥집 주인이지.”
“밥집 주인……?”
진 레이가 혀를 찼다.
이런 강자가 밥집 주인을-?이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있는 일이다.
강한 힘을 가졌지만 싸우는 데 지친 자들.
“너도 귀환자인가?”
“그래.”
귀환자에게는 흔한 유형이지.
진 레이는 납득하고 검을 쥐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검을 휘둘렀다.
푸슉- 하고 증기압이 배출되며 검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 승우는 없었다.
“원래 이런 건 피하고 검 위에 올라타 주는 게 국룰인데, 사복검이라 올라탈 수가 없네.”
“……!”
“검을 올라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승우는 어느새 진 레이의 머리를 밟고 서 있었다.
깜짝 놀란 진 레이가 머리 위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가 또 사라졌다.
“어, 어디냐!”
“흠. 재밌는 검이네.”
등 뒤에 있었다.
진 레이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움직임의 수준이 다르다.
발작적으로 검을 휘두르니 재차 사라졌다.
“어디야?! 어디냐고!”
“맞춰 봐. 어디에 있게?”
이젠 아예 눈으로 포착하기도 힘들 정도로 움직인다.
공포와 경악 속에서 진 레이가 검을 마구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서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진 레이는 스스로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검을 휘두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단련한 하체는 풀려서 중심이 흔들리고, 시선은 불안하게 위아래로 떨리고 있다.
오른손과 왼손의 움직임은 엉망이고 허리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볼 수 있었다면 얼굴을 붉힐 정도로 검사로서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어디냐-!”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느끼라는 말 못 들어봤어?”
간단한 일이었다.
진 레이가 눈으로 쫓는 속도보다 승우가 빠르다.
인간의 눈이란 비합리적이기 짝이 없어서 시야의 사각이 존재한다.
그 시야의 사각과 사각을 오갈 수 있는 속도가 있다면, 이렇게 코앞에서도 모습을 감추는 것이 가능했다.
“으아아아-!”
한층 더 손놀림을 가속했다.
진 레이는 그러다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검이- 말을 안 들어?’
그의 애병은 단순한 병기가 아니다.
의지를 가지고 주인의 의지에 반응하여 늘어나고 수축하고, 적을 추격한다.
그런데 검이 반응하지 않는다.
“늘어나라고! 적을 추격해!”
진 레이가 다급하게 외쳐도 요지부동이다.
검이 움직이지 않고 마치 방울뱀처럼 몸을 세운 채로 승우를 봤다.
그 모습에 승우가 ‘아’ 하고 신음을 흘렸다.
그가 뒷머리를 긁으면서 말했다.
“그거 혹시 에고 소드냐?”
승우가 미안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