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0)
괴식식당-130화(130/613)
130화. 선입견 (1)
사골국 끓이기.
물을 넣고 사골을 진득하니 끓이면 되는 요리다.
“간단하기 때문에 중요한 게 있지. 사골의 신선도야.”
“냐아, 신선도로 치자면 이건 글러먹은 거 같다냐.”
솥에 수북하게 쌓인 몬스터의 뼈를 보고 나비가 고개를 흔들었다.
뼈는 정말 잘 발골되어 있었고, 살은 한 점도 없다.
보관 상태는 좋았다.
꽁꽁 얼려서 ISAC의 보관 냉동고에 쌓아 두었던 거니까.
위생 상태로도 백 점 만 점이다.
하지만 나비는 역시나 하며 앞발을 흔들었다.
“요리용으로 발골된 게 아니라서 그런지, 신선도가 처참하다냥.”
“이건 식용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승우가 뼈를 하나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성인 팔 길이 정도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정확하게 발골된 뼈.
본 카우, 흑마술사가 되살린 소의 뼈였다.
“이건 장검으로 만들려고 했나 보네.”
“모양이 장검 모양이긴 하다냥.”
그렇다.
몬스터의 뼈들은 본래 무기용으로 발골된 것이다.
깎고 용해시키고 부러트리고 제련해서 무기가 될 운명이었다.
몬스터 뼈라는 게 본래 그런 용도로 수집하니까 당연한 일이다.
ISAC는 몬스터의 부산물에 대해서 강도 높은 테스트를 한다.
그중 하나.
정신 저항력이나 마력 저항력이 높은 헌터 대신 저항력이 없다시피 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착용테스트.
그 테스트에서 착용자에게 정신오염과 착란, 착시, 환청 등 안 좋은 상태를 유발한 하자 있는 물건이다.
무기로서도 하자품이지만 식료품으로서도 하자품이다.
이렇게 엉망으로 발골을 해놨는데 어떻게 사골국을 끓인단 말인가.
“사골국을 끓이려면 뼈와 골의 경계가 분명하게 보이고 마디별로 잘라야 한다냥.”
“오, 잘 아는데?”
“공부했다냐~ 한식 공부는 어렵다냐~”
나비의 말대로였다.
확실히 말해서 이 뼈들은 크기도 제각각이고 오랜 시간 동결 처리해서 신선도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내가 만들 사골국은 정상적인 요리가 아니니까 말이야. 이런 상태로 보관된 게 더 효과가 좋아.”
“그러냥? 냐! 그럼 기름 뺄 시간이다냐!”
“아, 벌써?”
호숫가에 신문을 보던 승우가 시계를 확인했다.
거인의 솥단지에 뼈를 넣고 푸욱 삶은 지 한 시간이 흘렀다.
구수하다 못해서 비릿한 냄새가 솥 위로 풀풀 올라왔다.
“기름은 제거해야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물을 버리고, 깨끗한 물로 바꿔줘야 한다.
물론 지금의 기름이 떠다니는 저 물도 음 속성의 덩어리라면 덩어리다.
효과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역하잖아.”
“냥. 그렇다냐.”
몬스터의 기름과 찌꺼기 덩어리 물이라니-!
속이 다 뒤집힐 것 같은 느끼함과 불쾌한 냄새의 결정체다.
“효과는 저게 더 좋겠지.”
저 기름 물을 먹여도 양의 속성을 음의 속성으로 중화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식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가거나 속이 뒤집혀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입에서 무지개를 뿜어내거나 하면 곤란하고, 솔직히 그런 걸 먹였다가는 영업 정지를 먹은 후에 고객님과 법원에서 보게 되는 수가 있다.
“적어도 먹을 수 있는 걸 만들어줘야지.”
“맞다냥, 맞다냥.”
“그럼 부탁해.”
“알았다냐!”
나비는 솥 걸이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건물 2층 높이의 캠프파이어를 만들고 거기에 솥을 걸어두고 끓이기 위한 것이다 보니, 말이 걸이지 그냥 통나무였다.
그런 통나무 위에서 아래에 있는 솥을 보니 가관이었다.
“잘 끓었구냐~”
수많은 몬스터의 뼈가 보글보글하고 끓고 있다.
푸슉 하고 연기가 올라오는데 어째 흰색이 아니라 보라색이었다.
척 봐도 흉흉한 색깔!
이게 그냥 연기가 아니라는 것은 보면 알 수 있었다.
“음무우우우-!”
연기가 뭉쳐서 거대한 소가 되었다.
소는 다리도 없이 둥둥 떠다녔다.
솥 안에 고인 음의 원소가 뭉쳐서 원령이 된 것이다!
“무우-!”
원령이 된 유령 소가 우렁차게 울부짖으며 나비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에 달린 두 뿔로 들이박겠다는 뜻!
그걸 보는 나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방해 말라냐.”
나비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꼬리를 휘둘렀다.
그러자 첨벙하는 소리를 내며 유령 소가 솥으로 추락했다.
“냐아, 기름이 많이 빠졌구냐.”
초벌 삶기!
뼈를 푹 삶아서 뼈 겉에 있는 기름을 제거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소뼈라면 20분 정도를 삶는데, 아무래도 몬스터의 뼈다 보니까 아주 끈질겨서 1시간은 필요했다.
그리고 시간의 문제를 떠나서 뼈 자체도 문제였다.
불로 끓이니 뼈에 깃들어 있던 음의 속성, 원소, 정령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수많은 뼈를 동시에 끓이니까, 자기들끼리 편을 먹고 이렇게 실체화도 한다.
실체화했으니 이 지옥 같은 솥에서 도망가려고 하게 마련-!
“무우우-!”
“끄아아아-!”
여유 있게 솥의 상황을 관찰하고 있으니까 속속들이 원령이 나타났다.
녀석들의 목적은 하나-!
도주다!
나비는 그걸 알기에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콧김을 후욱 내뱉고는 귀를 쫑긋 세웠다.
“냐아아. 혼나야만 정신을 차리겠구냐.”
나비가 꼬리를 흔들며 무기를 꺼냈다.
국자다.
나비의 키의 5배는 될 법한 큰 국자!
“얌전히 식재료가 되라냐!”
무수한 원령이 나비를 향해 쇄도했다.
나비가 국자를 들고 날아올랐다.
그렇게 솥 위의 외나무다리에서 요리사와 식재료의 싸움이 한바탕 시작됐다.
* * *
사골국 하면 한국인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뽀얀 국물에 당면을 조금 넣은 다음 파를 올리고 약간의 소금.
그리고 새하얀 밥을 말아서 후르륵.
먹으면 속이 편해지고, 땀이 조금 나지만 상쾌해진다.
밥의 고소함과 사골의 고소함이 만나서 맛은 좋고 먹기는 쉽다.
소고기의 맛은 어찌나 좋고, 석박지나 총각김치, 겉절이를 곁들여 먹으면 더더더 맛있다.
“어머니가 자주 해주셨는데…….”
소방관인 아버지나, 공부에 한창인 아들을 위해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사골국을 끓여주시던 어머니.
사골국은 몸에도 좋지만 한 번 끓여두면 정말 오래 먹을 수 있다.
질린다 싶으면 육수로 써도 좋고.
지혜로운 한국 어머니의 음식이다.
“그립네.”
어머니가 끓여주신 사골국에는 항상 시래기가 들어가 있었다.
된장을 살살 풀어서 짭조름한 국물에 푹 익은 시래기.
시래기의 비타민C가 사골국의 칼슘 흡수를 도와주고, 콜라겐의 합성도 도와줘서 뼈와 관절 건강을 도와주고 키도 크게 해주고 머리도 좋게 해주고 아들을 더 잘생기게 만들어줘서 여자 친구도 생기게 해주신다나?
“죄송합니다. 여자 친구는 아직도 가망이 없습니다. 엔드 게임이에요.”
이제는 솔로 경력이 어머니나 아버지의 연세보다도 길어졌다.
승우는 피식 웃으면서 신문을 접었다.
어째 어머니와 아버지가 더 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참, 바쁘셨을 텐데…….”
사골국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물을 넣고 끓이기만 하니 과정은 단순하지만 일이 쉽지가 않다.
사골을 넣고 물이 가득 찬 냄비를 수도 없이 저어주고, 기름을 빼고.
물을 3~4차례는 갈아줘야 하며 불 관리도 해야 한다.
그 무거운 걸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마치 지금 힘내는 나비처럼 말이다.
승우는 그립다는 듯이 솥 위의 나비를 봤다.
녀석의 멋진 국자 풍차 돌리기에 3마리의 원령이 다시 탕 속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어머니가 겹쳐…….
“보일 리가 있냐.”
어머니가 거대 국자로 무쌍난무하면서 사골이랑 싸우진 않으셨겠지.
승우는 밀려오는 추억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고개를 흔들었다.
“현실의 괴리하면 또 그건데…….”
승우는 착잡하게 솥을 봤다.
나비는 레벨 99의 강력한 아일루로스다.
몬스터 뼈에서 나온 저급한 원령 따위에게는 털 하나도 다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내용물이다.
저 내용물은 사실 맛있다.
의외지만 정말이다.
맛있다.
하지만 그 맛있음이 문제다.
승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뭐, 잘되겠지. 나비야- 교대할까?”
멀리서 나비가 국자를 들고 흔들었다.
“혼자서도 충분하다냐!”
아이고, 믿음직한 녀석.
몬스터의 뼈로 우린 사골 국.
완성까지 앞으로 10시간.
* * *
퍼스트 오더 13위, 코드 네임 소울 이터.
리비 라벤슈바르츠.
성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독일의 향기와는 다르게, 그는 독일인은 아니었다.
그저 독일의 마탑으로부터 성을 받았기 때문에 독일식일 뿐.
마탑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중 지중해와 독일, 2곳이 ISAC에 규합된 직후.
독일의 마탑에서 리비를 차기 마탑주로 지목하면서 라벤슈바르츠라는 성을 얻게 되었다는 단순한 이유다.
그러니 국적은 불명.
그의 정보는 대부분이 불명이었는데 간단한 성별조차도 그랬다.
소년인지, 소녀인지.
애매한 외모.
그의 외모는 수년 전부터 시간이 멈춘 듯 정지해 있었다.
그것은 꽤나 많은 뒷소문을 야기했는데 대부분 레퍼토리는 비슷했다.
타인의 젊음을 갈취한다.
피로써 젊음을 유지한다.
제물을 바친다.
그가 흑마법을 연구하는 연구자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소문이다.
가끔 다른 의견으로는 용의 피를 이어서 그렇다, 불로불사의 이능력이거나 시간을 멈추는 능력자다.
혹은 인간이 아니거나, 비밀 실험으로 인해서 개조를 당해 인간을 초월했다는 둥의 소문.
그는 그 반응을 보고 즐기며 여흥으로 삼는 부류였지 직접적으로 해명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소문은 가라앉을 날이 없었다.
그를 아는 사람이나 친한 지인은 그에 대해서 딱 3가지만 알면 된다고 했다.
그는 워커홀릭이라 일하는 걸 매우 즐기는 사람이고, 그러면서도 일의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쾌락주의자라는 것.
그러니 그에게는 쉬지 않고 일을 줘야 한다.
재미있는 일을!
‘이거 난감하게 됐군.’
이정훈이 고개를 숙였다.
리비에게 중요한 3대 요소.
워커홀릭, 쾌락주의자.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바로 ‘변덕쟁이’.
가만히 있겠다고 한 지 한 시간이 안 됐는데, 리비의 태도가 변했다.
“아, 심심하다.”
리비는 살짝 볼을 부풀리고 지부장실에 앉아서 기지개를 폈다.
한가하다. 참을 수 없이 한가하다는 몸부림이었다.
“할 일 더 없어요?”
“저로서도 뭔가 더 일을 드리고 싶지만 없네요.”
이정훈은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상대는 ‘13이라는 숫자가 마음에 든다’라는 이유만으로 변덕스럽게 13위를 고집하고 있는 최상위 랭커다.
마음만 먹으면 1~2위도 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괴짜, 기인, 변덕쟁이.
그러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의 흑마법사라는 타이틀도 있으며 총장의 왼팔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의 권력자다.
소문으로는 지부장 정도는 눈 깜짝하면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퍼스트 오더 실세 중의 실세!
“아아, 심심해! 일! 일하고 싶어!”
“분석은 끝나셨습니까?”
“끝났어요. 그 정도는 5분이면 충분해요.”
5분이면 충분하다니 어제랑 이야기가 다른데?
이정훈이 의아하게 보니 리비가 혀를 내밀었다.
“원인불명의 사태에 대하여 진상규명을 해라! 라고 하면 어려운 일이지만 문제지와 답지를 죄다 보여주면서 맞나 확인해 주세요~ 하면 5분이면 충분하죠.”
“그럼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그 귀환자 말이 맞아요. 마력의 균형이 깨졌네요.”
“고칠 방법은 있습니까?”
리비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흔들었다.
“시민들에게 죄다 저주 한 발씩 먹이면 낫지 않을까요?”
“하하, 농담도…….”
“응? 지금은 농담할 타이밍 아니었는데.”
“…….”
음, 이 사람의 해결책은 기각!
유승우만 믿어야겠군!
이정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메마르게 웃었다.
그러자 리비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금 귀환자 생각했죠?”
“아, 그게…….”
이정훈은 바로 뭔 일인지 직감했다.
이 충동적이고, 재미난 걸 좋아하며, 변덕쟁이가 다음 놀이 상대로.
“귀환자네 가게 주소 좀 가르쳐 줘요.”
승우를 골랐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