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6)
괴식식당-136화(136/613)
136화. 저녁식사 (1)
유승우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교사.
가르칠 교(敎), 스승 사(師)
가르치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
승우는 자기 자신의 본질이 마왕을 쓰러트리는 용사나,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율자.
혹은 검과 승리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영화를 좋아하고, 야구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하며, 마찬가지로 먹는 것과 먹이는 것 역시 좋아하는.
그러면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라고 여기고 있었다.
교사가 무엇인가. 가르치는 자다.
길을 잘못 든 자를 인도해서 올바른 길로 돌려놓는 사람.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
‘힘들게 하는군.’
리비의 경우는 지식을 가르치는 쪽의 교사가 보기엔 매우 좋은 학생이었다.
우선 암기력이 좋아서 한 번 말하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억한다.
남다른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마법사는 대체로 암기력이 좋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르치는 건 안 어려워.’
지식으로서의 도덕, 윤리는 완벽하다.
어떤 면에서는 승우보다도 잘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리비의 부관 겸 멘토.
그러면서 동시에 친구인 힉스라는 사람 덕분이었는데, 그가 질리도록 윤리를 가르쳤다고 한다.
‘적어도 대학교 수준의 윤리 교육까지는 끝낸 상태야.’
그렇게 지식을 습득하고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퍼스트 오더는요. 정신감정이랑 인성 검사를 하거든요.”
“권한이 강한 만큼 필수적으로 해야 하겠지.”
리비같이 불안전한 정신을 가진 자를 거르기 위해서 존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리비는 통과했다.
이 모순에 대해서, 리비는 생글생글 웃었다.
“자기 자신이 세간에서 말하는 비정상의 범주에 들었음을 인지하고 있다면, 정상을 가장해서 연기하는 것도 간단하죠.”
“…….”
이것이다.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길을 돌려놓는 쪽이다.
‘골치 아픈 학생이야.’
자기 자신이 길을 엇나갔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만, 그것이 왜 잘못되어 있는가는 모른다.
지식으로 습득한 도덕과 윤리는 인지했을 뿐,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걸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은 세간의 상식일 뿐.
내가 굳이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고 받아드리고 있는 것이다.
‘지식으로는 습득했지만 이해와 체득, 공감은 못 하다니…….’
중증의 사이코패스, 공감 능력 결여.
이런 사람을 가르치고 교화하고, 어르고 달래는 건 교사로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프란츠베르크 가문의 비전 요리를 응용하면…….’
예전에 백곰의 수인 페로에게 먹였던, 프란츠베르크 가문의 비전 요리는 내재된 투쟁심을 증폭시키는 요리다.
투쟁의 불꽃을 태워 좋은 투사를 만드는 투사 가문의 비전 요리!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어.’
헤스티아의 서를 읽고 레벨 업 한 지금의 승우라면 그걸 이용해서 다른 방식으로도 요리를 할 수 있었다.
요컨대…….
‘정신 개조.’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의 정신을 인도할 수 있다.
지금 리비의 경우는 공감성,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생기는 일이다.
요리를 통해서 그 빈약한 공감성을 증폭시킨다면 일반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인격과 정신의 개조라니. 교사 이전에 인간으로서도 할 짓이 못 돼.’
요리를 통한 인격 개조라니, 과거에 있었던 전두엽 절제 수술과 다를 게 무엇인가.
의도가 좋았다고 해도 결과나 과정이 그 모양이라면 하지 않는 게 옳다.
승우가 한숨을 쉬니 리비가 다시 생글생글 웃었다.
“솔직히 힉스가 배우라고 해서 배웠지만 정신감정 이후로는 도움이 안 됐어요. 이거 진짜 필요한 학문 맞아요?”
“필요한가, 없는가의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서 다르지.”
승우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도덕과 윤리는 배우지 않는다고 해도 먹고사는 것이나 장래에는 별로 지장을 주지 않는 학문이야. 수학처럼 수학자가 아니더라도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역사처럼 생활에 밀접해 있지도 않지. 배운다면 영어, 국어, 미술이 훨씬 낫지.”
묘한 말이었다.
리비가 호기심을 가지고 되물었다.
“그럼 왜 도덕 선생님이 됐어요?”
“아버지의 입버릇이었거든. ‘사람답게 살아라’라고.”
“사람답게 살아라? 애매한 말이네요.”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공부했지.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되더군. 아무튼.”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리비에게 무엇인가 가르쳐야겠다고 대화를 시작한 지 벌써 1시간하고도 45분이 흘렀다.
그동안 알게 된 것은 리비의 지식 흡수욕은 의외로 상당하고, 능력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의외지만 탄탄한 정신성이었다.
길이 틀렸을지언정 정신성이 파탄 난 상태는 아니었다.
삐딱하게 대각선으로 잘 자라난 대나무 같은 정신은 오히려 강인한 편이었다.
“조울증, 분노 조절 장애, 우울증 같은 정신병은 흔히들 병이라고 생각 안 하지. 우울증은 의지가 부족해서, 분노 조절 장애는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조절되는 약강강약의 성격일 뿐, 병이라는 인지가 부족해. 실제로는 엄연히 병인데 말이야.”
“예예. 그러니까 저는 사이코패스라는 병에 걸렸다는 거죠?”
“아니. 사이코패스라는 정신병은 없어.”
“헤에…….”
“그냥 타고난 인격의 문제지.”
승우가 보기에 리비의 타고난 성정의 문제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태어나기를!
유전자적으로 그리 생겨 먹은 것이다.
그건 가르치고 어르고 달래서 고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교사로서의 승우가 백기를 들었다.
“나는 너를 가르칠 그릇이 아니구나. 하지만 조금이나마 조언은 해둘게.”
“뭔데요. 마법이에요?”
“이번 일을 예로 들자면, 왜 서른 명을 죽였지?”
“기능적으로 살아서 말을 하는 입은 하나면 족하니까요. 그리고 서른 명을 체포해서 가져가려면 귀찮잖아요. 범죄자는 죽어도 싸고요.”
“하나하나 이유를 들어서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반론하지는 않을게. 너에게 이미 도덕과 윤리를 가르친 사람이 백 번은 말했을 거라고 봐.”
“그렇죠.”
리비는 중학교 학생이 아니다.
배울 만큼 배웠고, 살기도 오래 살았다.
1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보이는 외견과는 다르게 그의 나이는 예전에 마흔을 넘었다.
정확한 나이는 불명이지만 적게 잡아도 그 정도였다.
이런 사람이, 그것도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 과연 말 몇 마디 듣는다고 인생관이 바뀔까? 그래서 승우는 리비의 인격을 개조하기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못 박아두기로 했다.
“다음부터는 그런 경우에는 서른 명을 다 살려서 체포해.”
“왜요? 그러면 재미없는데요.”
“사람은 덜 죽는 게 좋으니까.”
리비의 몸이 굳었다.
그 말은 친구인 바실리의 입버릇이었다.
“애초에 전쟁과 살인에 대해서 도덕, 윤리적으로 따진다면 끝이 없어.”
A국과 B국이 싸울 때, A국의 사람이 B국의 사람을 백 명 죽이면 영웅이 된다.
하지만 B국의 사람에게는 백 명이나 되는 사람의 가정을 빼앗은 학살마다.
지금의 시대는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게이트 침공으로 인해서 차원 공격을 받는, 전쟁 시대다.
“관점, 시점, 시대상을 고려하자면 윤리와 도덕만큼 쉽게 변하는 게 없으니까. 그러니 도덕적 완결성을 논하는 것만큼 고루하면서 덧없는 이야기가 없지. 정의에는 유행이 있다는 말 알아? 어제의 정의와 오늘의 정의가 다르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도 내일이 되면 달라질 수가 있는 거지.”
“어려운 이야기네요.”
“그래. 어려운 이야기야. 하지만 너와 네가 사상가도 아니고 철학가도 아니니 그렇게까지 꼬장꼬장하게 따지지는 않을게. 그러니까 바라는 건 하나야.”
“뭐죠?”
“사람은 덜 죽는 게 좋아. 그게 범죄자라도, 아무리 개자식이라고 해도 덜 죽는 게 좋아.”
“하지만 그러면 귀찮은데…….”
“할 수 있는 만큼 해. 이번에 서른 명이랑 싸운 거. 죽이지 않고 제압할 실력이 없었어?”
“그건 아니지만요.”
“그럼 귀찮아도 해. 넌 그럴 만한 힘이 있잖아.”
리비의 힘은 승우가 봐도 제법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페이스로 꾸준하게 성장하면 근 십 년 안에 신명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구는 여러 차원으로부터 침공 받는 중이고 그렇기 때문에 싸울 기회가 많았다.
ISAC의 지원을 받아서 꾸준하게 리비가 성장한다면 신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혹시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히어로 영화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뭔데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아…….”
“스토리 작가는 별 의미 없이 넣은 말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거야말로 선과 악을 가르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 말을 기억하면서 오늘의 수업을 끝내지.”
리비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적어도 무시하는 것 같은 반응은 아니었다.
“그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고…….”
승우가 앞치마를 둘렀다.
슬슬 저녁 식사 시간이 멀지 않았다.
“일단 밥이나 먹어볼까?”
* * *
승우가 저녁 식사로 고른 것은 문어였다.
정확히는 문어처럼 생긴 몬스터, 크라켄.
대명 백화점에 새롭게 납품된 녀석이었는데 한 마리가 무려 5톤이나 되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문어도 충분히 괴물인데 문어 몬스터라니, 사람이 먹을 게 아니잖아요?!”
리비가 발끈했다.
그 모습에 은하가 되물었다.
“문어 맛있어요, 리비 오빠.”
“맛있다고요? 우리 은하가 이상한 소리를 다 하네요. 그런 거 먹으면 안 돼요. 지지예요. 지지.”
“진짠데……. 힝.”
승우가 입맛을 다셨다.
“서양 사람들의 문어 혐오란…….”
“동양인의 식문화가 더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저런 걸 먹을 수 있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양인들 중은 대부분 문어를 먹을 줄 모른다.
육지 동물과는 사뭇 다른 생김새 때문인지 바다의 악마라고 불리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아예 식재료로 분류하지도 않는다.
“생겨 먹은 게 뭐가 대수라고, 맛있는데 말이야.”
“생겨 먹은 게 중요한 거거든요!? 거기다가 그냥 문어도 충분히 괴물인데 문어 몬스터라니! 농담하지 마요!”
“문어 몬스터가 뭐가 어때서. 자이언트 태평양 문어(Giant Pacific Octopus)가 조금 더 커진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조금? 조그으음?”
자이언트 태평양 문어가 250㎏ 정도 하니까, 20배쯤 키우면 되겠네.
과연 용사-!
20배가 조금이란 말인가?
“승우 씨는 수학 교사하면 안 되겠다. 그쵸?”
“애피타이저로 일단 산낙지부터 시작할까?”
“산낙지!?”
문어의 대한 혐오감보다도 산낙지에 대한 혐오감이 더 컸다.
문어야 삶고 굽고 그러지만 산낙지는 산 채로 먹지 않는가.
참기름만 두르고 소금에 찍어서-!
“싫엇-!”
“거, 되게 싫어하네. 원래 서양인이 문어나 낚지를 싫어하긴 한다만 별나게 싫어하는 거 같구만.”
“그치만 징그럽잖아요. 으으, 징그럽고 더러운 거 최악이에요.”
“그렇다면 별 수 없지.”
“다른 걸로 하는 거죠?”
리비가 징그럽다는 눈으로 문어를 보다가 방긋 웃었다.
그러자 승우가 마주 웃어주며 말했다.
“아니. 꼭 먹여야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