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
괴식식당-14화(14/613)
014화. 대왕 조개 (3)
차원에 균열이 생기고, 그것이 확대될 때 게이트가 발생한다.
한번 생긴 게이트는 내부의 핵을 부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저희 여기서 다 죽는 거 아닙니까?”
“지부의 지원을 믿을 수밖에.”
“그도 아니면 오더가 말한 걸 믿어야지.”
“밥집 주인 말입니까?”
팀원들은 해일처럼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요격하며 투덜거렸다.
균열이 게이트화 되면 가장 먼저 안에 있던 몬스터가 뛰쳐나온다.
그런데 이 몬스터들은 지금까지 보고 된 적이 없는 계통의 적이었다.
“제기랄, 박쥐는 차라리 맞추기 쉬운데 불도마뱀이 어려워.”
“처음 나온 몬스터니까 이게 저 게이트에서 가장 약한 몬스터죠?”
“그래. 이게 처음이면…….”
본격적으로 균열이 확대되어 더 강한 놈이 나오게 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다.
백강혁의 판단은 옳았다.
“쏴라! 화망을 구축해! 밀리면 끝장이다!”
몬스터를 향해서 탄환의 비가 쏟아졌다.
백강혁의 서포터 팀은 전원이 원딜로 구성된 이색적인 팀이다.
메인 딜러인 백강혁의 포화를 기준으로 팀장인 민의 색적 능력과 지휘능력을 살린 집중 포화.
원거리에서 무방비인 적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는 공격 일변도의 방식을 무기로 한다.
이것은 제대로 먹히기만 한다면 깔끔하게 일을 끝마칠 수 있으며 팀원 전원이 부상을 당할 걱정도 없는 우수한 전술이다.
그 우수한 전술이 빛을 발했고,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놓치지 않았다.
승우가 도착할 때까지 말이다.
‘저렇게 약한 사람들이 아무도 안 다치고, 라인을 유지하다니. 대단하네.’
운이 좋았다.
승우는 마침 이곳을 향하던 중이라 이변을 금방 눈치챘다.
그가 불온한 마력의 파동을 느끼자마자 걷는 것은 뛰는 것이 되고.
뛰는 것은 바람이 되었다.
어찌나 빠르게 달렸는지 그가 걸어온 길에 불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서두르길 잘했다.
‘다행이야.’
승우는 그렇게 되새기며 오랜만에 검을 들었다.
바람을 가르고 지면에 착지하며 무심하게 공간을 베었다.
그걸로 상황은 끝이었다.
해일처럼 쏟아지던 몬스터들이 일격에 반으로 갈라졌다.
뒤늦게 충격파가 터졌고, 눈을 뜰 수도 없는 바람이 모두를 덮쳤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서포터 팀이 몬스터의 전멸을 눈치채는 건 승우가 이미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진 후였다.
일시에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몬스터들을 보고 한 팀원이 헤드기어를 올렸다.
“지금 뭔 일이 있었던 거지?”
“집단 환각 증상?”
“그도 아니면…….”
백강혁이 말하던 지원군일까?
지금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다.
사태를 분석하는 것보다 행동이 더 빨랐다.
“원인 불명의 이유로 몬스터의 소멸을 확인했습니다!”
“만약을 대비한 방어판 설치를 서둘러!”
“너는 영상 판독! 새어나간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해라!”
“추가 지원군의 요청, 그리고 탄약의 보급을 서둘러!”
“위생병!”
* * *
백강혁은 후회하고 있었다.
‘여기서 죽나?’
멋있게 서포터 팀에게 일갈하고 뛰어든 것까지는 좋았다.
아니, 균열 안정기를 사용하여 게이트의 확산은 막았을 때까지도 좋았다.
정말이지, 잘 막았다.
판단이 1분만 늦었어도 입구가 더 커졌을 거고 그러면 A섹터는 끝장이다.
‘여기에 있는 거인 놈들이 한 마리만 나가도 끝장이야.’
게이트 추정 S랭크 오버라는 측정계의 기록은 거짓이 아니었다.
백강혁이 지금까지 잡아온 최고 랭크의 몬스터는 S랭크다.
그래, 얼마 전에 잡은 그놈이다.
그런데 여기의 몬스터는 죄다 그 몬스터를 ‘식사’로 쓸 수 있는 놈들이다.
거인, 빌딩 같은 놈들이 태연하게 걸어 다닌다.
이런 놈이 한 마리라도 A섹터로 진입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
[으음? 왜 더 안 커지지.] [모르겠군. 모르겠어. 두들겨 볼까?] [그거 좋군. 일단 두들겨 보자.]거인들이 알 수 없는 말을 나눴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주먹과 발, 돌기둥을 뽑아서 균열을 마구 후려쳤다.
한번 칠 때마다 균열 안정기가 만드는 에너지 장막이 거세게 흔들렸다.
‘에너지 장막을 물리력으로 때려?!’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이다.
이대로 가면 균열 안정기가 만드는 에너지 장막도 부서진다.
하지만 그걸 막을 방법도 없었다.
지금 백강혁이 살아 있는 건 운이다.
몬스터의 해일을 밟으며 들어온 터라, 작은 백강혁을 거인들이 보지 못했다.
그리고 백강혁은 거인이 경계할 만큼 강한 적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살아 있다는 건 좀 웃긴데…….’
생각 없이 무작정 저지른 일은 아니다.
승산은 있다.
‘빨리 오라고 망할 귀환자야!’
믿는 건 바로 유승우.
분명 그 사람은 개입을 안 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라면…….
‘이런 위기에서까지 가만히 있는 개자식은 아닐 거야!’
강혁이 할 일은 멋있게 균열로 들어가서 안정기를 작동시키는 것.
그리고 꼴사납든 비참하든 간에 숨어서 살아남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백강혁을 찍을 다른 바디 캠은 없다.
누구도 자신의 꼴사나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다.
이것이 그가 믿는 두 번째 활로.
‘퍼스트 오더의 특기가 숨는 거라니, 쪽팔려서 죽어도 말 못하지.’
강혁은 딜러 중에서도, 원거리 공격을 전담하는 원딜이다.
그러니 자연 기물과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숨는 일은 당연지사.
그런데 팀원을 다 데리고 게이트로 진입했다면 숨어 다니는 것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혁 혼자서 진입한다면 이렇게 숨어서 시간을 버틸 수도 있다.
‘절대로 이런 곳에서 죽을 생각은 없어! 난 살 거야!’
강혁은 어두침침한 벽을 더듬어 몸을 숨겼다.
‘그나저나 여긴 뭐지? 어둡고 컴컴하고… 아무것도 없네. 정말 몬스터밖에 없어.’
감옥 같은 게이트다.
다른 경험이 많은 퍼스트 오더라면 뭔가 더 많이 알 수 있었을 텐데.
강혁은 스스로의 경험 부족을 느끼며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게이트 진입 후 이제 고작 5분이 흘렀다.
단 5분인데도 체력이 방전이다.
마라톤을 하고도 멀쩡한 몸인데 고작 5분에 허덕이다니.
수면 부족?
잦은 야근?
아니다.
긴장감 때문이다.
‘무서워 죽겠네.’
손발이 식은땀으로 범벅이다.
거인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거인이 움직일 때마다 오금이 저려온다.
저들의 존재 자체가 죽음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 개미를 짓밟는 것처럼, 거인은 인간을 짓밟을 수 있다.
그런 존재를 보며 경계하는 건, 그야말로 신경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변이 생기면 언제라도 달릴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1초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백강혁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지고 피눈물이 고일 때 즈음.
이변이 생겼다.
게이트로부터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를 보는 순간 백강혁의 무릎이 풀렸다.
“왔다.”
살았다.
그가 거인보다 강하다는 확신도 증거도 없지만, 안심이 됐다.
이제 유승우를 도와서 싸운다면 적어도 승산이 있을…….
“어?”
도착한 승우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거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거인들이 괴성을 질렀다.
믿을 수 없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승우가 한숨을 한 번 쉬고, 오른손에 쥔 황금빛 검을 휘두르자 거인이 사라졌다.
마치 마술 같았다.
‘여기에 있던 계란이- 사라졌네요!’ 하는 수준의 마술.
도약하여 주먹으로 치면 맞은 거인이 사라진다.
번개가 번쩍하면 잿더미가 된다.
그렇게 두려웠던 거인인데?
원샷?
원킬?
원펀?
닿는 거마다 폭죽처럼 터지네?
저 녀석 얼마나 쎈 거지?
“괴물 정도가 아니었네… 하, 하하하.”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강함의 기준이 무너질 정도로 강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예전 일이 떠올랐다.
바로 승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다.
“내가 저런 놈한테 뒤돌려차기를 먹인 거야?”
강짜 부리려고 야밤에 문도 따고 들어가고, 밥 달라고 진상 짓도 했는데.
와.
“거기서 죽을 뻔했었구나.”
소름이 가시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 백강혁.
저런 놈한테도 강짜 부리던 사람이다.
이제 세상에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 근자감이 가슴 속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그런 근자감은 어디선가 날아온 돌덩이를 맞고 사라졌다.
‘엑? 내가 돌을 못 피해?’
의식이 희미해진다.
의심할 바 없는 깔끔한 기절이었다.
“이 녀석. 숨어서 뭘 지켜보는 거야.”
돌을 던져 백강혁을 기절시킨 승우가 혀를 찼다.
승우가 1초 정도지만 존재를 잊을 만큼 완벽한 은신이었다.
“나대는 성격이 문제지, 적성은 의외로 암살자나 사냥꾼 쪽 아닐까? 은신이 아주 제대론데?”
뭐, 제대로는 이 사태가 더 제대로 막장이지.
승우는 줄지어 쓰러진 기간테스를 보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기간테스가 싫다.
비단 승우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기간테스를 좋아할 수는 없을 거라고 본다.
타고난 힘으로 모든 걸 깔보는 오만한 종족이니까.
폭력적이고 독선적이며 지배욕으로 불타는 거인이다.
욕망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신이라는 건 그 자체로 재앙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그런 이들이라고 할지라도 다 쓸어버릴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원만하게 게이트를 닫고 그들과의 인연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었다.
“지구 정복을 노릴 줄이야.”
올림포스의 신들과 기간테스가 싸운 기간토마키아 이후.
기간테스들이 타 차원의 침공을 위해서 힘을 기르고 병력과 몬스터를 키우던 중인 건 몰랐다.
게이트까지 만들어서 작정할 줄이야.
하지만 지금은 알았으니 어쩔 수 없다.
모조리 쓸어버릴 수밖에.
레벨 90이 넘는 기간테스라고 해도 싸운다면 승우의 적수가 못 된다.
초마왕에 비하면 이런 놈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의 불행은 하나.
하필이면 승우가 차원 이동을 한 여파로 지구행 게이트가 열렸다는 것.
“다른 차원으로 가서 헛짓거리를 못 하게 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인가?”
기간테스가 만약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으로 갔다면?
그곳은 불바다가 되고 지옥이 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잘 풀린 편이다.
5분도 안 돼서 반응한 덕에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없었다.
일은 제대로 마무리됐으며 오히려 좋은 일만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남았다.
“이곳의 아티팩트나 자원은 인류에게는 아직 일러.”
조화에 맞지 않는 물건은 균형을 깨는 법이다.
지력과 무력, 노력을 더해서 제압한 게이트가 아니다.
유승우라는 치트적인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게이트 공략이었다.
이곳의 자원과 아티팩트가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승우는 그런 판단 아래 멀리서 기기묘묘한 표정을 짓는 백강혁을 기절시키고 바디 캠을 파괴했다.
지금부터 할 일은 그가 봐서 좋은 일이 아니니까.
“이 뺀질이가 대체 여기 왜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챙기고.”
나머지 자원들도 모조리 챙겨야겠다.
승우는 바로 인벤토리를 개방하여 게이트의 모든 자원을 수납하기 시작했다.
모든 걸 수납 후, 핵을 부수면 게이트가 사라질 것이다.
백강혁은?
적당히 게이트 밖에 던져두면 헌터들이 회수해 가겠지…….
이걸로 모든 일은 깨끗하게 해결됐다.
* * *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지.”
“주인이다냐아! 주인! 살려주라냐!”
“하하하, 손님 더럽게 많네.”
분명히 일반인 손님은 하루 10명이라는 제한을 뒀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손님은?
20명이 넘는다.
그럼 이 사람들은 대체 뭘까?
“고양이 귀여워, 고양이!”
“이쪽 봐라~ 이쪽보고 치~즈~”
“귀 먹어도 돼?”
“앞발 만질래!”
그리 고양이가 보고 싶으면 고양이 카페나 가라.
승우는 목젖까지 올라온 말을 꾸욱 눌렀다.
생각해 보면 고양이 카페를 가도 아일루로스는 없다.
“냐아아… 뭐라고 말해도 안 듣는다냐.”
“흠, 너를 혼자 두면 이런 문제가 있구나.”
고양이가 나가라고 경고해 봐야 귀엽다 이거겠지.
일단 10명은 받고, 10명은 쫒아낸다.
그렇게 마음먹고 움직이려던 참이었다.
한 여성이 울먹거리며 승우의 손을 잡았다.
“사장님이시죠?”
“예? 예.”
“저는 게이트 주둔군의 퍼스트 오더 보좌관 황지현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긴급하게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거 혹시 백강혁이 일입니까?”
“네? 네! 맞아요!”
하수구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다녀와 보니 그 잠깐 사이에 가게는 이 꼴이고 웬 여성은 울고 있다.
“흠. 이래서 사장은 가게를 비우지 말라는 거군.”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웠다.
승우는 차분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럼 일단 이야기나 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