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9)
괴식식당-149화(149/613)
149화. 출세어 (2)
“출세어가 뭐예요?”
은하가 테라산 송어를 보며 물었다.
“크기에 따라서 이름이 바뀌는 녀석들이야. 마치 진급하듯이 크기별로 이름이 다르지.”
“헤에~”
“농어의 경우 작은 농어는 깔따구라 불리다가 30㎝가 넘으면 그제야 농어라는 이름을 얻지. 그러다가 80㎝ 이상 커지면 따오기라고 불러.”
“레벨 업 하는 거 같네요.”
“레벨 업? 그래. 레벨 업이라면 레벨 업이지.”
“게임으로 치면 클래스 체인지고요. 이해했어요.”
“이해했다니 다행이지만…….”
요즘 애들이라서 그런가, 비유를 못 따라가겠군.
클래스 체인지? 직업 바꾸는 걸 말하는 거면, 뭐 대충 맞겠지.
“아무튼 그래서 이 출세어라는 것들은 좋은 일 있을 때 기념하면서 먹는 거야.”
승우가 그리 말하며 나비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나비가 펄떡이는 테라산 송어를 들어올렸다.
“어디 보자. 등급이…….”
승우는 꼼꼼하게 물고기를 살폈다.
물고기의 외관은 확실하게 송어와 닮아 있었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아마 지구산 송어와 종은 같을 거야.’
환경에 따라서 다르게 진화했을 뿐, 기초적인 종은 같겠지.
그래서 이 녀석은 대체로 송어와 비슷한 형상과 맛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선은 크기.
무지하게 컸다.
나비보다도 커서 거의 승우의 키와 비슷할 정도!
“이 정도라면 에브게니아급이네. 아주 훌륭해.”
“냐핫. 힘 좀 썼다냥.”
크기가 가장 중요했다.
테라산 송어, 튜드는 크기에 따라서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가 달라진다.
미라, 스페스, 에브게니아급으로 측정하는데 뒤로 갈수록 크기가 커지고 효과도 좋다.
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맛은요?”
“맛, 맛……. 맛은 한 마디로는 말할 수가 없는데…….”
“?”
“복권 맛이라고 하면 알까?”
출세어, 튜드는 전반적으로 맛있는 물고기지만 살코기 중 랜덤한 어느 한 부위는 맛이 없다.
그 맛없는 부분은 고작 성인 남자의 주먹 크기 정도!
“이 녀석들은 성장하면서 마나 코어 비슷하게, 살코기에 마나를 모으거든.”
물고기 주제에 마나 코어를 가진 물고기!
그 주먹만 한 살코기에 모든 맛없음과 효과가 몰려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출세어, 튜드는 왕족의 축하 파티에서 사용된다.
“돌잡이 같은 거지.”
여러 사람이 모인 축하 파티에서 파티의 주인공이 가장 먼저 음식을 먹는다.
그때 맛없는 부분을 먹는가, 맛있는 부분을 먹는가로 미래를 점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맛없는 걸 골라야 좋은 거야.”
“…맛없는 거 싫은데.”
은하가 입을 조금 내밀고 작게 속삭였다.
승우는 못 들은 척하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축하 파티에서 멋지게 맛없는 부분을 골라서 먹은 은하가, 튜드의 효과로 레벨 업 했다.
하지만 그 맛없음에 펑펑 울어서 나비와 승우는 은하를 위로하느라 진땀을 뺐다.
영식이는?
“이건 다 내 꺼다뿌.”
탁자 위에 외롭게 있던 튜드의 맛있는 부분을 솔랑솔랑 먹으며 기뻐했다.
* * *
A섹터에서 들려온 좋은 소식, 자신의 딸이 안정적으로 이능력을 각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주혁진의 기분은 영 좋지 못했다.
같이 들어온 소식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되물었다.
“진 레이의 체포가 불발이라고?”
“제가 아무리 대단해도 죽은 사람은 체포할 수 없죠.”
“네가 죽였다는 걸로 들리거든?”
“에이, 체포라고 일을 지정하면 제 손으로는 안 죽여요.”
리비가 심드렁하게 말하니 혁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리비가 바로 부연 설명을 더했다.
“암살이에요. 동행한 사이코 메트러가 확인을 끝냈어요. 확실히 죽었대요.”
“빌어먹을. 정확하게 어떻게 된 일이야?”
“사건 현장은 베이징의 5성 호텔이었는데, 진 레이는 독에 중독된 상태로 자다가 칼침 맞아서 죽었다네요. 독약과 마비약, 마법 물약이 찐덕찐덕하게 묻은 단검으로 3명이서 푹푹푹. 아주 끔찍했는지 사이코 메트러가 토악질을 해서 진짜 확 죽여 버릴 뻔했다니까요.”
“환장하겠네.”
토한 걸로 사람을 죽인다, 살린다 하는 놈도 환장할 일이지만 상황은 더 환장할 지경이었다.
진 레이를 체포하라고 리비를 보내놨더니, 이미 죽어 있단다.
리비가 생글 웃으며 말했다.
“이거 꼬리 자르기죠?”
“중국이 한 건 맞겠지.”
현재 베이징에 생긴 게이트는 진 레이가 훔치고 도주한 신급 아티팩트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유승우의 조언을 듣고 진상을 알게 된 정보였는데 이 정보를 입수한 후부터 쟁점은 이것이었다.
[알고도 한 일이냐, 모르고 한 일이냐.]중국이 과연 진상을 알고 있었는가, 모르고 있었는가.
모르고 진 레이를 숨기고 있었다면 중국도 진 레이에게 한 방 먹은 셈이 되지만 알고도 진 레이를 숨기고 있었다면 그것은 ISAC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일은 우리가 쳤지만, 수습은 네가 해라.
비록 게이트는 베이징에 생겼지만, 어쨌든 너희들의 일이다. 하고 무책임하게 내던진 도전장!
그 진위를 알기 위해서 진 레이를 체포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거지만, 그것이 무산되었다.
암살로 인해서 증언을 할 사람이 죽어버리다니-!
“이걸로는 항의도 못 하겠군.”
“그렇죠, 뭐. 사이코 메트리를 사용한 현장 조사는 법적 효력이 없으니까요.”
이능력을 사용한 수사는 가능하나, 그것은 법적 효과를 가지지 못했다.
현장의 잔류사념을 읽어내는 사이코 메트러라고 할지라도, 그 능력이 정말로 맞았는가.
조작되지 않았는가.
사이코 메트러가 앙심을 품거나, 딴 마음을 가지지 않았는가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거짓말 탐지를 해도, 그럼 그 거짓말 탐지 능력자는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식으로 계속 꼬리를 무니까 말이지.’
중국은 진 레이의 암살에 대해서 발뺌할 것이 뻔했다.
“아마 벌써 뒤처리까지 다 끝냈겠지. CCTV는 조작하거나 삭제하고, 출처까지 다 세탁했을 거야.”
“그런 일은 빠른 놈들이니까요.”
일당 독재국가답게 말이지.
주혁진이 홍차를 단번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입가를 닦으며 되물었다.
“진 레이의 수준은 어때 보였어?”
“못해도 7~80레벨? 퍼스트 오더 중에서도 13위 안에 들어갈 거 같던데요?”
“그런 사람을 죽이다니 재주도 좋군.”
“어쩔 수 있나요. 우리가 뭐 괴물도 아니고 방심한 상태에서 칼침 맞으면 죽는 거지.”
리비는 대수롭지 않게 그리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 레벨 헌터라고 해도 사람은 사람.
방심한 상태에서 독약을 먹고 자던 중에 온갖 버프와 디버프로 떡칠을 한 암살자가 온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독 내성 스킬이 그리 흔한 건 아니잖아요? 저어기 식당에서는 막 퍼주나 보지만. 독 내성 스킬이 있었어도 야습에는 답 없어요.”
“예지능력자나 자동발동형의 능력을 가진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건 알아. 내가 의문인 건 그런 능력자를 막 죽일 정도로 중국이 여유가 있냐는 거지.”
퍼스트 오더급 능력자의 대우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헌터가 곧 국력이고 힘인 시대.
세계 전역을 뒤져봐도 찾기 힘든 퍼스트 오더 톱랭커라면 그 가치는 핵과 맞먹는다.
그걸 그냥 폐기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주혁진이 예상한 중국의 대처는 진 레이의 말살이 아니었다.
‘예상외야. 진 레이의 구명을 위해서 이런저런 걸 내놓고, 협상을 주도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로 진 레이를 처리해 버렸다.
그 사실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중국의 저력이 내 예상 이상이라면? 승인되지 않은 능력자를 여럿 감추고 있다면…….’
진 레이쯤은 처리해도 될 만큼 헌터 자원이 넘친다면?
진 레이에게 목맬 필요는 없게 된다.
혁진이 의문을 갖자, 반대편 화상통신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시라노가 말했다.
–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떼놈들이 언제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거 봤나?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지. 이건 좀 아니잖아.”
– 정도라는 게 있으면 지들 수도 한복판에 생긴 게이트에 개수작질을 안 했겠지. 예전에 병신처럼 백신연구소 누출로 전염병도 안 퍼트렸을 거라고? 떼놈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마. 그냥 그놈들은 그런 병신이야.
“단정하는 건 좋지 않아.”
– 보나마나 떼놈들도 진 레이에게 속아서 당한 거겠지. 그 녀석들 바보잖아. 당할 만하지. 그러다가 진상을 알고 나니까 화나서 푹찍. 어때? 딱 떼놈들이나 할 것 같은 1차원적인 생각 아닌가.
“거, 말끝마다 떼놈떼놈. 인종차별자인 게 자랑은 아닐 텐데 그만하지?”
시라노는 말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 잽스한테 쪽바리라고 하고 쭝꿘놈들에게 떼놈이라고는 해도 한국인에게는 노란 원숭이라고는 안 하잖아.
“그걸 지금 고마워하라고 하는 말인가?”
– 고마워해야지. 다 총장 때문에 그러는 건데. 암. 한국인들은 다 고마워해야 해.
“퍽이나.”
혁진이 인상을 쓰자 시라노가 씩 웃었다.
– 그러니까 다시는 총장 때려쳐 버리고 싶다고 말하지 말란 말이야. 아무리 딸이 예쁘다고 해도 책임을 피하려고 하면 안 되지.
“쯧, 회의가 엇나가는군. 화제를 다시 돌리지. 그래서 베이징 게이트는 어떻게 되고 있나?”
– 잘 처리하고 있어. 그만큼 지원을 해주고, 사령관이 나야. 잘될 수밖에 없지. 하하. 내가 실패한 적도 있던가?”
리비가 방긋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10년 전에 게임하다가 혁진 씨한테 개발렸잖아요. 쪽도 못 쓰고.”
– 넌 닥쳐.
“시라노 씨는 맨날 닥치라고만 말하더라. 재미없게.”
– 그럼 시간 멈추고 나타나지나 말던가! 야밤에 갑자기 눈앞에 네 얼굴이 있으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무서우라고 한 건 맞지만요. 잠깐만, 제 얼굴이 무서워요? 나 귀엽게 생겼다고 칭찬 많이 받는데, 무섭진 않은데? 완전 귀염상인데?”
– 씨이벌-! 귀엽기는 개뿔이나! 눈 깜빡이지마! 짜증 나니까.
회의가 나아가지를 않는군.
주혁진이 눈가를 누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것들이 ISAC 최고임원이라니, 진짜 이래도 되는 건가?
– 애초에 짜리몽땅한 녀석이 힘 좀 세다고 막 나가는데 말이야! 너 그러다가 좆 되는 수가 있다?
“짜, 짜리몽따앙? 말 다 했어요? 너 어디예요. 에펠탑에 매달아 버릴 거예요.”
– 에페엘타아압? 너 인마, 에펠탑이 우습지? 조국의 상징을 어디서-!
“프랑스군에서 왕따 당해서 잘린 사람이 애국심은 있나 봐요? 신기하네요. 헹.”
– 야, 베이징 리전시 호텔로 와라.
“오라면 못 갈 거 같아요?”
오고가는 고성 속에 꽃피는 전우애란…….
주혁진이 조용히 말했다.
“둘 다 입 다물어. 태평양 앞바다에 던져 버리기 전에.”
– 하지만, 총장. 저 땅꼬마 자식이 건방지잖아.
“하지만 혁진 씨. 저 바게트 자식 짜증 나잖아요.”
“너희 둘이 더 짜증 나. 닥쳐.”
이러니까 내가 총장을 못 관두지.
주혁진은 짜증을 담아서 화상통화를 꺼버렸다.
“그래서 이번 일의 결론은요?”
“제대로 된 증거도 없고 심증만 있으니까 정치단계에서 압박을 넣어보지. 겸사겸사 시라노의 계획도 밀어주고.”
그거 참, 중국 애들도 고달파지겠네.
리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느긋하게 말했다.
“바게트 놈이 살판나겠네요.”
* * *
ISAC의 베이징 게이트 처리는 순항 중이었다.
적의 출연과 출입을 저지하고, 적절한 절차에 맞춰서 사냥을 진행한다.
적은 적대로 지구의 전력을 두려워해서 세이프티 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정찰병인 몬스터만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게이트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던전이 닫히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던전, A형 게이트는 마나코어를 찾아 없애면 닫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유형, B형 게이트로 정의된 이 게이트엔 마나코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고.
게이트 전문가는 이 게이트는 저쪽과 이쪽의 상호동의가 없다면 닫히지 않을 거라 추측했다.
그러니까 상황은 이러했다.
무한정 나오는 몬스터.
닫히지 않는 게이트.
그런 상황이니 시라노는 게이트를 무한정으로 경험치 수급 가능한 파밍존으로 인식, ISAC의 신병들을 훈련하는 좋은 교육재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퍼스트 오더들을 일부 남긴 후 그는 발 빠르게 다음의 절차를 밟았다.
우선은 불필요한 인원의 감축!
“휴가요? 좋긴 하지만 왜 갑자기?”
“그래. 백강혁 군은 몬스터와도 상호 회화가 가능하지 않은가.”
“그렇죠……?”
“지금 상황은 아직 자네가 나올 차례가 아냐. 지금은 정찰 목적의 저레벨 몬스터뿐이니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헤헤헤. 제가 좀 고급 인력이죠.”
그렇다고 비상사태 대처 요원으로 쓰기에는 약해서 배치할 필요도 없지.
시라노는 뒷말을 꿀꺽 삼키고 다시 말했다.
“지금은 한가하겠지만 나중에 통역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한시도 못 쉴 거라네. 쉴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니 미리 쉬어두게나.”
“오, 오호라?”
“슬슬 한국이 그리울 것 같아서 한국행 비행기를 준비해 뒀는데 쓰겠나?”
“오오오! 충성충성!”
백강혁은 생각했다.
이 사령관, 너무 마음에 들어.
시라노는 생각했다.
이 녀석, 다루기 쉽네.
둘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굳게 악수를 했다.
“내가 간다-! 한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