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56)
괴식식당-156화(156/613)
156화. 빌어먹을 축제 (1)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다.
야심차게 도전한 ISAC 헌터 전원의 버섯 좋아 스킬 장착 계획.
지중해 마탑에서 오는 비싸고 희귀한 포션을 낭비할 필요도 없으며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는 멋진 헌터를 양성하겠다는 ISAC의 계획은 결론적으로 말해서 실패했다.
“왜냐! 왜냐?! 왜 내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 거냐!”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버섯에 미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는 건 미치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였다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버섯 좋아 스킬의 습득 랭크는 A.
최상위 랭크의 스킬이다.
그런 스킬을 고작 조금 미친다고 얻을 수 있을 리가.
이상윤은 오열하는 헌터를 보며 느긋하게 버섯 향을 맡았다.
“습득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지.”
“뭐?!”
“너희들의 버섯 사랑은 너무나 이기적이야.”
“!?”
“버섯을 그 자체로 사랑해야지, 너희들은 버섯 스킬을 사랑하고 있어! 그런 녀석에게 버섯 신은 강림하지 않는다!”
버섯에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버섯을 숭상하고, 삶 자체를 버섯으로 바꾼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광기 넘치는 스킬.
오히려 그런 스킬을 얻은 자가 다섯 명이나 되는 게 더 놀라운 일이었다.
“크흐흐흑. 어려워. 너무 어려워!”
오열하는 헌터들과 의기양양한 버섯파이브.
그런 이들을 착잡하게 보던 승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슬슬 버섯 시즌을 끝내야겠군.”
1주일이나 줬는데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승우는 쿨하게 메뉴판에 적힌 버섯 메뉴를 지웠다.
그렇게 버스는 떠나갔다.
헌터들이 한층 더 크게 오열했다.
그렇게 헌터들의 좌절과 오열을 뒤로하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올바른 운영과 보안을 위해서 부대가 다시 재편될 시기가 됐다.
이정훈은 미리 계획한 대로 이들을 뿔뿔이 흩어놓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버섯파이브들은 그들의 끈끈한 우애에도 불구하고 다섯 개의 부대로 나눠서 배치됐다.
그들은 상부가 그들의 우정을 방해한다고 판단, 그 결정에 크게 저항했다.
그러는 순간, 황지현이 버섯을 하나 꺼내며 말했다.
“그럼 이 버섯을 다섯 등분해서 나눠 드셔 보세요.”
“!?”
“공평하게, 그리고 사이좋게 나눠 먹을 수 있다면 재고해 보겠습니다.”
모두 침묵했다.
친구고 나발이고 버섯을 나눠 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상윤이 말했다.
“한번 내 손에 들어온 버섯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나눌 수 없다!”
“다른 네 명도 그렇게 생각해요?”
넷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정훈과 황지현, 페로, 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A급 아티팩트를 발견해도 군말 없이 부대에 헌납하던 정예 헌터다.
전장에서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라도 딱 한 병 남은 포션을 친구에게 양보하는 전우애 넘치는 이들이었다.
그런 정예 헌터, 전우가 고작 마트에서 사온 3500원짜리 송이버섯 때문에 저런 말을 하다니!
그럴 줄 모른다고 예상은 하긴 했지만, 진짜 그럴 줄이야!
“세상에, 어쩜 그럴 수 있어요…….”
“이런 미친놈들. 아니, 미쳐야만 얻을 수 있는 스킬이니까 미친 게 당연한가.”
황지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했고, 민은 이마를 짚었다.
페로는 담담하게 정신과 상담 예약 신청을 했고 이정훈은 위통이 도진 듯 배를 쓰다듬었다.
어쨌든 이들은 확신했다.
[이것들은 같은 파티에 두면 진짜로 버섯 때문에 전멸할 놈들이다.]변명할 말도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냥 평범하게 파는 송이버섯으로도 이럴진대, 던전에서 나오는 희귀한 버섯이었다?
그걸 나눠 먹는다?
천지가 쪼개지는 말이다.
불가능-! 불가능-!
“그럼 다물고 승복하세요. 너님들은 다섯 부대로 쪼개서 넣을 겁니다.”
“너님들이라니, 뭡니까? 그 애매한 존칭은?”
“씁. 대답은?”
“예써!”
그들의 배치가 정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부대가 변하는 건 아니었다.
우선은 스킬의 정밀 분석이 먼저였다.
그들은 ISAC의 연구진과 함께 장기간의 연구가 예약되어 있었다.
인사이동은 곧 시작되었고 그들은 승우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삶을 얻었어요!”
“이 아티팩트는 잘 쓰겠습니다.”
“아, 이 돈이요? 필요 없습니다. 저는 더 소중한 버섯을 얻었거든요.”
“다시 만날 때까지 바이바이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괴식 챌린지의 성공자는 성공자.
그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아티팩트를 손에 얻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모든 돈을 싹 기부하고 가버렸으니…….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뇌까지 버섯이 되어버린 모양이구려. 돈은 왜 주고 가는지 모르겠소이다.”
한유성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가면 갔지 돈은 왜 주고 가는데?
승우도 반쯤은 동감하는 중이었다.
그도 버섯 좋아 스킬은 얻었지만 신명의 보조 효과로 얻은 거지, 버섯에 미쳐서 얻은 스킬은 아니었다.
골수까지 버섯이 차버린 저들과는 달라서 모든 것보다 버섯을 우선시하는 저 행태가 이해가 안 됐다.
그렇다고 해도 존중은 해야겠지.
“떼끼, 이놈!”
“뜨헉-!”
승우는 한유성을 콩 하고 쥐어박고는 책을 펼쳤다.
유성은 ‘아, 주먹에 철근을 박으셨소? 존나 아프구려.’라고 투덜거리며 입을 씰룩하고 내밀었다.
* * *
날이 조금 더 쌀쌀해졌다.
대재앙 이후,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절기는 여전해서 기반이 되는 계절은 있었다.
여름이면 대체로 덥다가 가끔 추운 정도고, 겨울이면 대체로 춥다가 가끔 더워지는 것.
이상기온이라면 확실히 이상기온인, 그런 상황이다.
대재앙은 계절에 많은 영향을 줬는데 우선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 봄과 가을이 사라졌다.
애매한 봄과 가을 따위, 사람들이 체감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여름과 겨울이었고, 이제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는 시기가 됐다.
꽤 쌀쌀한, 영하 5도의 날씨에 승우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앞으로도 더 추워진다고?”
“그렇소이다. 령들에게 물어보니 올해는 확실히 추울 거라고 하더이다.”
유성의 말에 승우가 미심쩍게 봤다.
“공신력이 없잖아. 그거 결국 유령들이 대충 찍어서 말하는 거 아냐?”
“그거야 뭐, 흐. 흐흐흠.”
정곡이었군.
입을 다무는 유성을 보며 승우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봤다.
그러자 나비가 냥- 하고 뛰어올랐다.
나비는 은하가 선물한 빨간 털모자와 털옷을 입고 있었는데, 털이 뽀송뽀송한 고양이 산타 같았다.
고양이 산타가 경례를 했다.
“장작 준비가 끝났다냐!”
“잘했다, 나비 병장.”
“냥!”
밥집의 뒷마당에는 나비와 은하가 주워온 장작이 가득 있었다.
게르니아에서 주워온 마른 장작이다.
신목의 장작도 있었고, 밤나무의 장작도 있었다.
검은색의 개량 한복을 입은 유성이 허허 하고 웃으면서 장작을 봤다.
“요즘 세상에 장작 난로라니, 이 어찌 비효율적인 난방 수단이오.”
“개량 한복을 입고서 잘도 비효율이란 말을 한다?”
“흥, 이 옷의 멋짐과 편리함을 모르다니. 좌우지간 장작 난로보다는 그냥 마석 보일러나 난로를 가져오는 게 낫지 않겠소?”
“난방을 위해서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그걸로는 제대로 요리를 할 수 없다고.”
“장작 난로로 요리를?”
장작 난로로 뭔 요리를 한다는 거지?
“그럼 잔말 말고 난로 설치나 도와.”
“흐음. 알겠소이다.”
유성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우는 하루 종일 중고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장작 난로를 사왔는데, 관리도 잘되어 있어서 당장 써도 지장이 없는 물건이었다.
이런 장작 난로는 유성의 말대로 사실 그리 썩 난방 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것뿐인가, 연기도 나고 장작이 오래 가지도 못한다.
열효율이 나쁜데 연료도 자주 갈아줘야 하니, 전기보일러나 가스보일러.
마석 보일러와는 감히 효율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장점이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연기가 나는 게 의외지만 장점이야.”
“연기를 마시고 잡것들이 빨리 죽는 점 말이오? 소금을 뿌리면 좀 더 효과가 좋소이다.”
“훈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장작을 질 좋은 장작을 써야 하며 마법으로 환기 및 환풍을 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훈연이 가능하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었다.
훈연, 연기로 향과 맛을 덮어씌우는 그것은 고기를 요리할 때 쓰이는 필살기와도 같았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라고 해도 맛없게 만들 수 있지.”
“그게 무슨 개뻘짓이란 말이오? 맛없는 걸 맛있게 만들어야지!”
“그것도 가능은 해. 안 할 거지만.”
훈연, 연기의 마술을 동원하면 설사 이올라비스 돼지고기라고 해도 최저 등급의 돼지 전지 정도로 만들 수 있다.
“뭐, 손이 많이 가니까 일단 훈연은 나중에 하고, 오늘은 가볍게 먹자.”
승우가 씩 웃으면서 빤짝이는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양은 도시락이었다.
양은 도시락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추억의 김치 도시락이지.”
“그게 뭐요?”
“못 먹어 봤어?”
“흠. 솔직히 말해서 그 쇳덩어리가 뭔지도 모르겠소.”
반짝이는 사각형의 쇳덩어리.
정확히는 양은이지만 유성에게는 양은이나 쇳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저 사각형으로 뭔 요리를 한다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유성은 학교를 다닌 적이 없었다.
그러자 승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가서 일단 10인분 정도 밥을 퍼와.”
“알겠소.”
“김치랑 참기름도 가져오고 계란도……. 아, 이제 계란 프라이 정도는 할 줄 알지?”
“물론이외다. 서당 개가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소생도 이제 2주일이나 여기서 일을 했으니 계란 프라이 10개도 문제가 아니지. 하, 반숙과 완숙도 조절할 수 있다오. 반숙으로 하오리까?”
“좋아, 반숙으로 부탁해.”
“맡겨주시오.”
이럴 줄 알고 계란 프라이 연습은 매일 아침 하고 있었지.
유성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주방으로 달렸다.
“뿌?”
쟤는 왜 저렇게 신났지?
털모자를 쓴 영식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승우는 피식 웃으면서 기지개를 폈다.
“내가 먹을 거에는 버섯볶음이라도 넣을까.”
공부, 공부.
에휴, 공부하기 싫다.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차원 법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차원법의 보호를 받는 고등 차원은 그 업무를 분담해서 여러 신이 처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이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고등법관의 경우 쉬는 시간도 없고 수많은 격무에 빠져서 허덕이지 않던가.
그것과 마찬가지로 차원 법을 담당하는 신도 일이 정말 많게 마련이었다.
그 고등 차원 중 테라의 경우에는 제우스와 하데스, 포세이돈으로 대표되는 삼신은, 주신이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가 많다는 핑계로 업무를 다른 신에게 이관했다.
그렇게 일을 떠맡은 신은 두 명이었다.
하나는 가정의 신이자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였고, 나머지 하나는 지혜의 신인 아테나.
덕분에 둘 다 차원 법에 대해서는 꽤나 권위자였고, 그만큼 권한이 강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는데, 헤라와 아테나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고, 아테나는 제우스의 딸이다.
그러나 아테나의 어머니는 제우스의 전처, 메티스였다.
배가 다른 아이니 꼴 보기 싫은 것도 당연하다만 아테나가 유능한 것도 문제였다.
헤라는 가정의 신인데도 불구하고 자식 복이 없기로 유명한 신이었는데 그의 자식은 아레스와 헤파이스토스. 그리고 출산의 여신인 에일레이튀이아와 청춘의 신인 헤베였다.
존재감이 없는 출산과 청춘의 두 신을 제외하면 신명이 알려진 자식은 아레스와 헤파이스토스.
헤파이스토스는 테라 최고의 대장장이고, 또 대장장이의 신이니 대단한 자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못생긴 추남이며 절름발이라 썩 헤라의 자랑거리는 아니었다.
반대로 엄청난 미남으로 알려진 아레스는 생긴 건 번듯하지만 문제가 많았다.
전쟁의 신이라고 해도 온전히 자신만의 실력으로 따낸 신명이 아니라 헤라가 제우스를 압박해서 얻은 신명이었는데, 그나마도 마왕과 유승우에게 각각 박살 나며 신명을 박탈당해 웃음거리가 됐었다.
당연히 아테나는 자기가 전쟁의 신이었으면 발리진 않았을 거라고 언론 플레이를 했고, 그건 헤라의 심보를 또 뒤집어 놓았다.
아무튼 아레스의 일도 있고 전처의 일도 있고 하니 아테나와 헤라의 사이는 영 좋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지금.
아테나의 발언으로 둘 사이의 공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지금, 뭐라 했느냐?”
“노환으로 귀가 조금 안 좋아지셨나 보군요, ‘양’어머니. 축제를 중지해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헤라의 고운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