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
괴식식당-16화(16/613)
016화. 미끼 상품
하수도 밑에서 S랭크 오버의 측정 불능 게이트가 생겼다.
그리고 그것은 신원 미상의 한 괴인이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소멸시켰다.
이 사실은 조용하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묻혔다.
대외적으로 공표 할 일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도 ‘이해’의 영역을 한참 넘어간 일이었다.
S랭크를 뛰어 넘는 게이트가 있다는 것도 두려운데, 그게 5분 만에 사라졌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거나 방어한 것도 아니라, 그냥 한 괴인이 말 그대로 부숴 버렸다.
이쯤 되면 상식과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는 일이었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S랭크 오버의 게이트는 존재한 적이 없는 일로 처리됐다.
이제 게이트의 존재를 아는 것은 그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 그리고 그들의 명령권을 가진 A섹터의 지휘관과 헌터 협회 중앙 센터의 전담 오퍼레이터 정도였다.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열린 청문회에서 백강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는데요. 저는 본 대로 밖에 말 못 하겠습니다.”
“그럼 신원 미상의 괴인이…….”
“지부장님. 정정할 게 있는데요. 신원 미상의 괴인이 아니라 밥집 사장님이에요.”
“그럼 밥집 사장님이 5분 만에 S랭크 이상으로 추정되는 몬스터 수십 마리를 몰살했…….”
“지부장님, 또 정정할 게 있는데요. S랭크 이상 추정이 아니라 확실한 S랭크 이상이에요.”
계측기가 터져부렀다니까?
백강혁이 이죽거리며 딴지를 걸었다.
‘이 자식, 깐죽거리기는!?’
한국의 지부장인 이정훈은 뿌드득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후, 청문회다. 청문회.
녹음 녹화 중이니까 실언하면 안 돼.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백강혁에게 말했다.
“귀환자 등록번호 21번, 용사의 밥집 사장이 S랭크 오버 몬스터 수십 마리를 몰살한 게 사실인가?”
“제가 봤다는데 의심하실 거라면, 그럼 그냥 제가 잡은 걸로 할까요?”
백강혁은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의자에 몸을 뉘였다.
지부장, 이정훈은 그런 여유 있는 백강혁의 태도에 기가 질린 눈치였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
“아뇨. 모르겠는데요.”
“측정 불가능한 힘을 가진 자가 떡하니 도심 속에 있는데, 이게 그리 우스운 일로 보이나?”
“하지만 지부장님. 생각해 보라고요.”
백강혁이 히죽 웃었다.
“그 측정 불가능한 힘을 가진 사람이 숨어 있었어요?”
“그건…….”
“지구에 오자마자 당당하게 귀환자 등록을 했죠?”
“그, 그랬지.”
“협회에서도 귀환자들이 원치 않으면 안 건드리는 게 관례잖습니까?”
“…그렇지.”
“그렇죠? 밥집이나 하면서 선량하게 사는 사람이잖습니까?”
내내 사령관을 비롯한 지휘부는 그를 ‘신원 미상의 괴인’ 취급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는 공식 21번째 귀환자로서 정당하게 시민 등록을 한 A섹터의 주민, 유승우다.
직업은 밥집 사장님이고, 취미는 더럽게 맛없는 요리를 먹이는 거다.
그러니 그는 신원 미상이 아니다.
“현장 요원을 대표해서 제가 그의 편을 드는 이유입니다만.”
백강혁이 스크린에 표시된 아주 작은, 유승우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은 저를 아는 사람인데도 얼굴도 안 숨기고 위장도 안 하고 당당하게 왔잖아요?”
일을 간편하게 하려면, 모습을 숨기고 바꾸는 일이 훨씬 간단하다.
마스크만 써도 되고 두건만 둘러도 된다.
귀환자이니만큼 기기괴괴한 마법으로 변장하거나, 아티팩트까지 있다면 정말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아무도 모르게 게이트를 파괴했다면?
그거야말로 전대미문의 일이 되어버리는 거다.
그 신원 미상의 헌터를 찾으려고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동원되겠는가?
대체 얼마만큼의 세금이 낭비될까!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이정훈이 반문하니 강혁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 귀환자는 그거에요, 그거.”
“그거?”
“쫄리는 거 하나도 없는 사람. 숨을 생각도 안 하고 떳떳한 사람.”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비난할 게 있다면 비난해라.
할 말 있으면 와서 직접 하고.
그야말로 표리일체, 겉과 속이 똑같은 인간이다.
“그런 사람이 잠재적인 적이 될 거 같지는 않네요.”
적과 아군?
이번 일을 간단하게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강혁이란!
그의 생각 짧은 말에 이정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세상일이 적과 아군만으로 나뉘지는 않는다네.”
이익, 사상, 순간의 변심과 기분으로도 적과 아군은 바뀐다.
저런 힘을 가진 자가 통제 불능인 상태로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만약의 상황을 가정하는 게 일이다. 저자가 선량해 보인다는 이유로,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자유를 줄 근거는 못 돼.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일이니까, 간단하게 판단하지 말게!”
“누가 아니래요?”
“뭐?”
“그걸 판단하는 건 지부장님을 비롯한 웃어르신들이죠. 어쨌든 현장에서의 저는 그렇게 판단했다, 이겁니다. 이거 중요하니까 밑줄 쳐주세요. 서기관님.”
이정훈이 흐르는 땀을 닦았다.
망할! 현장 요원 놈들!
빌어먹을 퍼스트 오더 놈!
이 어려운 일을 말 한마디로 떠넘길 생각인가!
말도 안 되게 무거운 짐을 떠맡아 버렸다.
‘이걸 어쩌지?’
저 귀환자를 가만히 뒀다가 나중에 어떠한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가만히 잘 있는 귀환자를 자극해서도 곤란하다.
귀환자 취급 매뉴얼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일본처럼 될 수는 없어.’
일본은 귀환자를 막 취급한 결과, 인구의 절반이 줄어드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귀환자 취급 매뉴얼을 거의 폭발물 취급처럼 작성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냥 귀환자도 그리 무서운데 이번에 발견된 저 유승우라는 귀환자는 지금까지의 귀환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으으, 시민의 안전도 안전이지만. 역시 저 귀환자는 무서워.’
이 일을 잘 못 처리하면 정훈의 모가지가 날아가는 걸로는 안 끝난다.
최악의 경우는 재해복구지역 A섹터가 아니라, 한국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훈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살폈다.
“이 일은 우리의 권한을 넘은 거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윗선으로 넘기겠네.”
이들의 윗선은 하나뿐이다.
재해방지를 위한 국제전략기구(International Strategy for Anti-Calamity).
약칭으로는 ISAC지만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의미는 달라지지만, 대중적으로 칭해지기를 세계 헌터 협회.
거기서 더 귀찮은 사람은 그저 헌협이라 부르는 국제기구다.
백강혁이 심드렁하게 귀를 후볐다.
“네네. 헌협으로 넘기시든 말든 하고, 저는 이만 가도 될까요? 급하게 할 일이 있는데요.”
“급한 일? 그렇지. 조사도 하고 순찰도 해야지. 민심도 돌봐야 되고!”
이 자식, 일을 떠넘기긴 했어도 자기 일은 다 하…….
“아니, 지부장님도 참 눈치가 없으시다. 땅 사야죠, 땅.”
“뭐?”
“사상 최강의 귀환자가 밥집 사장으로 있지 말임다. 거기 주변 땅, 지구가 멸망해도 저기만은 살아남을 거 같지 않아요? 제 눈에만 땅값 오르는 거 보입니까!?”
“아니, 이 망할 놈이?! 지금 시민 안전이 위험한 상황인데! 뭐 땅?!”
“시민 안전도 좋지만 일단 지갑 안전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 주둥아리 좀 다물어라! 속 터지니까!”
* * *
퍼스트 오더 백강혁의 서포터 팀은 귀환자 유승우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들의 최우선 케어 대상인 백강혁이 꼼짝도 못하고 제압됐다.
그리고 민 오키프가 신세를 지고 온 시점에서 알음알음 정보가 이미 퍼졌다.
쪽팔린 백강혁은 다물고 있었지만, 민이 몇 번이나 강조했던가?
“진짜로 오더가 발렸다고요?”
“오늘 우리를 구해준 게 이 귀환자라잖아. 그럼 답이 나오지.”
“하긴 그 많은 몬스터를 일격에 쓸어버렸는데.”
“이거 뭐 오더와는 레베루가 다르구만요.”
없는 자리에서는 나라님도 깐다는데, 백강혁이 청문회에 잡힌 지금 눈치 볼 것은 없었다.
팀원들은 도란도란 백강혁을 씹으며 밥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오늘 오더, 조금 멋있긴 했어.”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다시 봤다.”
“이게 말로만 듣던 최신효과인가?”
“최신효과?”
“마지막에 한 일이 인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니까 99번 착하게 잘 지내던 사람이 딱 한 번 나쁜 일을 하면 개자식이 되고, 99번 나쁜 일 한 놈이 딱 한 번 잘한 일을 하면 착한 사람이 되는 효과지.”
그거 일리가 있군.
팀원을 인솔하던 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팀장님. 여기가 그 귀환자가 하는 밥집입니까? 평범하네요.”
“몇 번이나 경고했지만, 실례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마라.”
“에이. 저희가 오더처럼 그러고 다닐 사람입니까!”
“맞아, 맞아!”
팀원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민이 납득하며 밥집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한 솥 가득 클램차우더를 끓이고 있는 승우가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십쇼.”
인사를 하는 승우와 민의 시선이 교차했다.
민이 눈으로 말했다.
‘데려 왔습니다, 선생님.’
‘잘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민을 제외하고 총 5명.
오늘의 낚시 대상들이다
민은 짐짓 헛기침을 하며 그에게 인사했다.
“덕분에 무탈했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감사?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감사까지야…….”
내숭이었다.
승우는 게이트를 소멸시킨 게 자신이라는 걸 전혀 숨기지 않았다.
헐레벌떡 다시 뛰어온 민에게도, 보고를 듣고 아연한 표정을 짓는 황지현에게도.
그리고 기절했다가 일어난 백강혁에게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딱 하나, 게이트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보물과 거인족의 아티팩트에 대한 걸 빼고 말이다.
어찌 됐든 게이트를 제거해 줬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승우는 이들 모두의 생명의 은인이다.
“저희가 딱히 해드릴 수 있는 것도 없고 해서 적어도 매상이라도 올려 드릴까 하고…….”
“그래, 밥집인데 그거면 됐지. 다들 서서 뭐 해요. 앉아요.”
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릴라 같은 근육을 가진 남자.
혹은 검이나 싸움밖에 모르는 냉혹한 킬러 같은 사람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평범한 밥집 사장님이다.
아니, 좀 잘생긴…….
아니다. 조금 많이 잘생긴.
아니…….
‘그냥 졸라 잘생겼네. 아이돌이여?’
그저 레벨이 오르다가 환골탈태해서 잘생겨진 것뿐이지만.
어쨌든 식당 주인에게는 과분한 외모였다.
그렇게 팀원들이 얼굴을 뜯어먹는 사이.
클램차우더, 테라식 후끈후끈 스프가 그들에게 대접됐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춥고 냄새나는 하수도에서 2일의 노숙.
튼튼한 헌터라고 해도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리는 일이다.
냉기가 온몸에 박힌 그들의 몸에 후끈후끈 스프가 스며들었다.
몬스터 식재를 먹일 건 예상했다.
팀장, 민 오키프에게 설명을 들었으니까.
그래도 귀환자고 은인이니까 이를 악물고 머금은 한 입이었다.
“오, 오?”
몬스터 식재.
먹을 만하잖아?
아니-!
“죽여주게 맛있잖아!”
그들의 선입견이 단 한 번에 바뀌는 그런 맛이었다.
팀원 하나가 감동에 떨며 말했다.
“팀장님, 저 말입니다. 그 맛있는 거 먹으면 막 우주 터트릴 것처럼 개오바 떠는 거 꼴사납다고 생각했는데 말임다.”
“…그런데?”
“진짜 맛있는 걸 먹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네요! 미미(美味)!!”
후끈후끈 스프.
테라의 회복 요리 중 하나로, 효과는 온몸의 냉기를 몰아내고 냉기 저항을 극도로 상승시킨다.
추위와 노숙에 지친 그들에게 딱인 요리다.
‘맛은 원래 더럽게 맛없다만.’
본래 레드스타 1성의 후끈후끈 스프는 이처럼 맛있지 않다.
하지만 황지현이 먹는 것을 보고 약간의 개량을 한 결과, 심신이 지친 헌터들이 먹으면 회복은 물론 미각마저 춤추게 하는 스프를 완성시켰다.
그들은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그릇을 쌓아 올렸다.
과연 헌터, 먹었다 하면 개인당 5그릇은 기본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승우가 입 꼬리를 올렸다.
‘좋았어. 홍보용 종업원 다섯 명 확보.’
이제 저들은 게이트 주둔군의 기지로 돌아가서 이곳의 요리를 설명할 것이다.
그럼 그들은 호기심에 찾아오겠지.
모든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일단 몬스터 식재에 대한 거부감부터 천천히 제거해 볼까.’
그리고 점차 레드 스타가 달린 요리로 넘어가는 거지.
정신이 들고 보면 맛있는 요리 따위는 먹을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주겠어.
“음하하하!”
이렇게 천천히 게이트 주둔군에 승우의 마수가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