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5)
괴식식당-165화(165/613)
165화. 덫 (2)
아일루로스들이 감탄했다.
나뭇잎을 튀겨서 술안주로 쓰다니, 우아하다.
저 나무의 수액을 졸여서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건 아일루로스도 해보았다.
아일루로스는 괭이 나무에서 태어나다 보니 나무라면 전문가였다.
굳이 따지자면 모든 나무는 친척인 셈이다!
“나뭇잎을 튀겨서 먹는 건 처음 봤다냐.”
“맛있을까냥?”
“맛있어 보인다냥. 주인님도 좋아할 거 같다냐.”
용사들의 든든한 동반자.
아일루로스들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승우를 봤다.
맛도 맛이지만 역시 보기에 정말 멋졌다.
“멋지다냐. 우리 용사님도 저런 술안주를 드셨으면 좋겠다냐.”
“그렇다냐. 햄이랑 닭 튀기는 것도 지겹다냐.”
“우리 용사님은 고칼로리 요리를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다냐.”
“냐들도 그렇냥? 우리 용사님도 그렇다냐.”
아레스가 소집한 용사들의 아일루로스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용사님은 몸에 좋은 걸 절대 안 먹는다.
매번 탄산이니 튀김이니, 달다구리한 맛의 군것질만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까 뛰는 것보다 구르는 게 빠른 몸이 되어버렸다.
“애옹.”
“앳옹…….”
구름 아래에 있는 저 멋진 용사님을 본 후에 자신들의 용사님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잘나가던 용사님들이 퇴물이 되어버린 것에는 아일루로스의 탓도 10%는 있었다.
먹고 싶다고 해서 다 해주니까 그렇게 되어버렸다!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아서!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게 좋아서!
마구 먹이다 보니까 이제는 용사님과 마차 바퀴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10%는 잘못했다.
물론 90%는 용사 본인의 태만의 결정체!
본인이 나태하고 태만한 건데 남을 탓하면 안 되지!
그래도 주인이라고 아일루로스들은 서둘러 자신들의 용사를 두둔했다.
“왕년에는 안 그러셨다냐. 멋진 용사님이셨다냐~”
“우리 용사님도 그렇다냐. 하지만 지금은 너무 쪄버렸다냐.”
“그래도 언젠가는 정신 차리실 거다냥.”
헤르메스가 가늘게 눈을 뜨고 ‘너희들이 그러니까, 용사가 망가지지’ 하고 책망했다.
그러자 많은 야옹이들이 우냥-! 하고 항의했다.
“우리 용사님은 안 망가졌다냐!”
“그 말 취소하라냐!”
“아, 아직 멋있다냐!”
“저 돼지들을 보고 용케 그런 말이 나오는구나.”
이 와중에도 두둔해 주다니.
감동의 도가니탕이지만 뜨끔뜨끔 하고, 용사들의 양심이 아파왔다.
현역 은퇴 후에 찐 살이 몇 킬로던가.
사실 지금도 상당히 무리해서 소집된 것이 현실이었다.
현역 시절에 입던 갑옷은 뱃살 때문에 맞지를 않고, 산을 가르고 악마를 베어 넘겼던 성검은 녹이 슬어서 허겁지겁 손질하고 온 참이다.
레벨이야 여전히 높지만 현장 감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의기소침한 용사들을 보고 괭이들이 뿔났다.
애옹애옹 하고 시끌시끌하게 울면서 헤르메스에게 항의했다.
그 귀찮은 모습을 보며 헤르메스가 날개를 흔들었다.
“응, 취소.”
“…얄밉다냐.”
“그런 말 자주 듣지. 자,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다들 집중하자.”
이들은 지금 헤르메스의 신명 무구, 안개의 날개갑옷으로 보호받는 중이었다.
이 갑옷은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의 무구 중에서도 유독 이채를 발하는 신명 무구였는데, 직접적인 공격력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안개의 날개를 펼쳐서 여러 기물들을 숨길 수 있었다.
사람도, 무기도, 심지어 충차나 투석기까지도 숨길 수 있다.
즉, 대규모 투명화!
그 성능은 여러 사람을 숨겨서 기습 공격을 펼치는 데 안성맞춤이기에 아레스의 신명 무구인 회전하는 황금의 돌격 전차와는 환상의 궁합을 가진다.
‘회전하는 황금의 돌격 전차를 못 쓰는 게 유감이네. 전차로 돌격하면 검신이라고 할지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텐데!’
회전하는 황금의 돌격 전차는 아레스의 신명 무구다.
음속으로 돌격하는 돌격 전차는 그 어떤 것도 꿰뚫는 창이 되며, 많은 사람이 탈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그 돌격 전차에 많은 용사를 태우고, 안개의 날개갑옷으로 숨긴 후에 벼락같은 급습을 펼치는 것.
그것이 아레스의 필살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신명 무구는 신급 아티팩트 중에서 신들의 ‘신명’과 관계된 최고급 아티팩트를 말한다.
신명이 없다면 사용할 수도, 존재할 수도 없어서 아레스가 전쟁의 신명을 박탈당할 때 황금의 돌격 전차 또한 빛을 잃었다.
“없는 걸 생각해 봐야 어쩔 수 없지.”
헤르메스가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다들 준비는 됐지?”
“물론이오.”
용사와 아일루로스들이 제각각의 무장을 갖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잘 알았다.
수백이나 모였지만 자신들도 결국은 미끼다.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신들이 모든 힘을 모은, 진짜 강력한 일격을 날리기 위한 버림 패.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신들에게 빚을 지우는 것도 좋지만 검신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영광이 아니던가.
죽어도 되살아날 수 있으니, 버림 패 취급을 받아도 좋았다.
“그럼 가라.”
헤르메스가 크게 손짓을 했다.
* * *
하늘로부터 수백 명의 용사와 아일루로스가 떨어졌다.
그것과 동시에 존의 발밑에 게이트가 생겼다.
밥집으로 통하는 직통 게이트다.
게이트를 만들면서 승우가 손을 흔들었다.
“밀린 일 처리하고 갈게. 가서 쉬고 있어.”
“어웅?”
존은 취기가 올라 반쯤 졸면서 대꾸했다.
그가 놓친 술잔이 돗자리에 떨어졌다.
쨍그랑 하고 술잔이 깨졌다.
그걸 신호로 승우가 움직였다.
그가 있던 자리로 수천 발의 화살과 마탄이 떨어졌다.
산이 쩍쩍 갈라지고 흙먼지가 치솟았다.
마력이 담긴 화살과 파괴 마법 덩어리들의 위력은 가볍지가 않았다.
용사들의 평균 레벨은 70!
아일루로스들의 레벨은 30대 정도였지만 그 부족한 부분은 여러 아티팩트가 보충했다.
비록 일선에서 물러섰지만 이들 하나하나가 퍼스트 오더급의 강력한 용사다.
어지간한 SS급 몬스터라고 해도 일격에 절명할 위력적인 기습 공격!
허나 승우에게는 닿지 않았다.
승우는 가볍게 한 손으로 텀블링 하여 공격을 피했다.
앉은 자세에서의 회피 동작이라기엔 지나치게 민첩했다.
“공세를 이어가라! 공격으로 전환할 틈이 없게 밀어붙여!”
“공격이다냐아!”
용사와 아일루로스들의 맹공이 이어졌다.
그걸 묵묵하게 피하던 승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기습하기 직전에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을 던진 것이다.
“냥? 돼지?”
아일루로스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승우가 던진 것은 돼지 모양의 풍선이었다.
백강혁 유도 풍선.
ISAC가 만든 최신예 전투 도구!
“웨옹?!”
“우냥-!”
돼지 모양의 풍선을 보자 아일루로스들의 꼬리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처음 보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있지만, 저 실루엣을 보자 무엇인가 가슴이 요동친다.
“흐, 흥분된다냥!”
“냐옹-!”
승우를 무시하고, 아일루로스들의 화살과 슬링 샷이 돼지 모양의 풍선을 향하여 날아갔다.
그러자 풍선이 터지고 이번에는 숨 막힐 것 같은 페로몬이 풍겼다.
이올라비스 돼지의 페로몬.
모든 몬스터를 매혹시키는 마성의 돼지고기 향.
순간 벼락에 맞은 것처럼 아일루로스들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일루로스들만이 아니었다.
용사들, 돼지 용사들.
이올라비스 고기를 먹어본 용사들과 먹어보지 못한 용사들.
어느 쪽이건 상관없이 매혹적인 향을 느끼고는 그만.
“배, 배고파…….”
뚝.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침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렇게 용사들과 아일루로스들의 이성이 날아갔다.
놀라운 효과였다.
“예상보다 효과가 좋은데.”
승우가 씩 웃었다.
그는 이미 연구 결과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몬스터를 유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풍선이지만 몇몇 한정된 인간에게는 통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한정된 인간이라 함은 ‘정신이 나약한 자, 식욕이 이성보다 앞서는 자’를 말했다.
오랜 시간 일선에서 물러나서 나태하게 살아온 퇴역 용사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돼지를 내놔라!”
“냄새 죽인다! 불판을 꺼내라! 당장 구워 먹자!”
쿰척쿰척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용사들이 페로몬 속을 헤맸다.
이미 돼지 모양의 풍선은 터져서 없는데도, 허공을 향해 손짓 발짓을 하며 돼지를 찾았다.
그 꼴이 우스워서, 승우는 한 개의 돼지 풍선을 더 던졌다.
그러자 우왕좌왕하며 용사들과 아일루로스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싱거울 정도로 쉽게 무력화됐다.
승우가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싸움은 레벨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레벨이 70이고 90이면 어쩔 것인가.
현장 감각도 정신 무장도 개판인데.
차라리 레벨 20대의 길드 헌터나, ISAC의 40레벨대 헌터들이 더 잘 싸울 것이다.
저들 용사들은 하나하나가 퍼스트급의 강자였지만, 실제로는 퍼스트 오더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만큼 현역 헌터와 퇴역 용사의 벽은 두꺼웠다.
“한 점으로 잘 모였네.”
백강혁 돼지 풍선의 활용법 중에는 이러한 것도 있었다.
단순히 어그로를 끌어 모으는 것에 지나지 않고, 적의 움직임을 통제해서 한 지점에 뭉치게 하는 것.
그렇게 적을 잘 모아놨다면?
“공격이지.”
ISAC의 헌터들이 실험해 본 바에 따르면, 이 유도풍선과 수류탄은 환상적인 궁합이었다고 한다.
스테이크에 와인, 치킨에 맥주, 국밥에 석박지, 파전에 막걸리처럼 최강의 궁합.
그러나 승우는 수류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승우가 니드호그를 휘둘렀다.
검이 마력을 머금고 좌에서 우로 그어졌다.
우선은 소리가 울려 펴졌다.
좌악- 하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그리고 한 발 늦게 충격파가 터졌다.
수류탄이 터지는 것처럼 요란하고 거친 충격파가 흙먼지를 뿌렸다.
흙먼지 속에서 니드호그가 슈륵슈륵 하는 소리를 내며 줄어들었다.
헤르메스는 그 모습을 보고 눈가를 덮었다.
“또 한 방이야…….”
수호천사들처럼 이번에도 한 방에 정리 당했다.
막을 수가 없다.
단 몇 초라도 발을 묶어둘 수도 없다.
수준 차이가 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섰다.
‘설마 신명 무구조차도 꺼내지 않을 정도의 차이가 있을 줄은…….’
승우의 신명은 세 개.
그렇다는 건 신명이 걸린 신명 무구도 세 개가 존재한다는 건데, 그 무구조차 꺼내지 않고 있었다.
상대는 실력의 반도 보이지 않았는데 손도 발도 내밀지 못한다.
이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면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헤르메스는 이를 갈며 승우를 봤다.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친구의 얼굴에 침을 내뱉고 싶은 기분이다.
아테나의 말이 맞았다.
저자와는 싸워선 안 된다.
지금 숨어 있는 모든 주신과 협력자들의 공격도 통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못 이겨.’
그녀는 진정으로 현명했다.
적으로 만들면 안 되는 사람에게 굽힐 수 있었으니, 올림포스의 누구보다도 현명하다.
하지만 올림포스는 그를 적으로 만들었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할 때다.
승우가 니드호그로 저글링을 하며 말했다.
“잔챙이랑 노는 것도 지겨운데 말이야. 그 잘난 덫. 빨리 보여주면 안 될까?”
바보도 아니고 모를 수가 없었다.
승우의 단련된 기감은 헤르메스의 신명 무구, 안개의 날개 갑옷을 꿰뚫어 본다.
그의 기감은 숨어 있었던 용사와 아일루로스를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덫을 파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리고 또 하나, 덫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주신들 주제에 언제까지 그렇게 두더지처럼 있을 생각이야. 신명이 아깝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것이 올림포스의 신들이 가진, 본성이었다.
싸움을 겁내는 겁쟁이.
이들은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적을 찍어 누르는 싸움과 자신들이 티끌만큼도 다치지 않는 스포츠로써의 전쟁.
그러니까 하계 인간을 사용한 대리 전쟁 게임은 할 수 있어도 진검승부는 할 줄 몰랐다.
그래서 한 발 늦게, 아니, 매우 늦은 타이밍으로.
용사와 아일루로스들이 벌어준 천금 같은 5초는 활용하지도 못한 채로.
신들의 맹공이 이어졌다.
하늘에선 벼락이.
지면에서는 망자의 손길이.
산을 뒤덮는 해일이.
태양 빛과 바람이 승우를 덮쳤다.
그리고 승우는 씩 웃으면서 무지개 버섯을 입에 물었다.
“쇼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