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74)
괴식식당-174화(174/613)
174화. 용연향 (1)
용사의 밥집은 주인인 유승우가 워낙 취미 생활도 많고, 기분파라 아침 영업이 제대로 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그 식당의 주 이용객인 A섹터의 주둔군은 군인이나 공무원 출신이 많기에 규칙적인 삶을 모토로 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그들을 위해서 아침 식사는 나비가 꼭꼭 챙겨서 팔아주고 있었다.
슬슬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끼리 안면이 익고, 통성명을 넘어 사소한 교우를 가지게 된 그런 나날.
나비가 끊여준 맛있는 스튜(두렵기 때문에 무슨 고기인지는 묻지 않았다.)를 한 입 먹으며 민이 지현에게 말했다.
“행운의 사탕인지 뭔지로 사고를 칠까 봐 조금 걱정했지만, 기우였군.”
“뭔 걱정이요?”
“카지노로 가서 사고를 치는 게 아닌가 하고…….”
민이 조금 말꼬리를 흐렸다.
그의 걱정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현대의 카지노는 과거의 카지노와는 조금 달랐는데, 이능력자와 초능력자.
각성자의 등장으로 인해서 굉장히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카지노가 한 번 쫄딱 망했던 시절이 있었잖나.”
“그렇죠.”
각성자의 능력은 다양하다.
카지노는 각성자의 출현에 한 발 늦게 대응했다.
각성자의 다양한 능력, 예를 들자면 마인드 리딩.
마인드 컨트롤, 프리커그니션.
클레어보이언스, 텔레파시, 챰 등등.
카지노에서 손님이 사용한다면 절대 승리를 보장하는 능력은 많고도 많았다.
“정신교란 장치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카지노 사업은 암흑기였다죠.”
사이버다인에서 개발한 군용장치 중에는 전파를 발산하는 것으로 정신능력자의 능력을 방해하는 장치가 있다.
군용 장치였고, 파릇파릇한 신장비였기에 천정부지의 고가를 자랑하는 장치다.
카지노는 그것을 전격 채용하여 모든 곳에 설치했다.
민이 스튜를 휘휘 저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막을 수 있지는 않으니까, 카지노는 많이 따는 손님을 경계해서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사적으로 추적도 하면서 감시한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민의 걱정은 이것이었다.
행운의 고양이 앞발 사탕을 가진 지현이 미친 듯이 이겨서 카지노 블랙리스트가 되는 것!
“있는 힘껏 따버리면 큰일 나는 거 아니겠나.”
현직 A섹터 주둔군의 관리직인 황지현에게 붙으면 귀찮아지는 추문이다.
민의 걱정에 지현이 피식 웃었다.
“민 씨도 걱정이 팔자네요. 제가 그런 것도 모를까 봐요. 당연히 적당히 따고 치고 빠졌죠. 면밀한 연구와 통계를 내서 블랙리스트 되는 경계선을 파악하고, 그 전에 멈췄어요.”
“며, 면밀한 연구와 통계? 그런 걸 낼 시간이 있었나…….”
“민 씨는 모를 거예요. 제가 이런 행운의 사탕을 얻게 되면 어떻게 할지, 계획을 몇 번이나 생각하고 고심해서 짰는지!”
지현은 보통의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수십 수백, 수천 개의 플랜이 있었다.
그 플랜은 종류도 많았으며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요컨대 어느 날 갑자기 신에게 선택받아서 상태창이 뜨던가.
이세계로 갑자기 떨어지거나, 혼자서 게이트 사고로 낙오한다던가.
혹은 초절 강력한 이능력으로 각성하거나 행운의 신이 떨어트린 별똥별에 맞아서 우주 최강의 행운을 갖게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살아갈지!
그녀에게는 그런 모든 종류의 플랜이 있었다.
“수억 번은 생각하고 검토했다고요!”
“그런 한가한…….”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가 고작 사탕 때문에 발목 잡힐 거 같아요?”
어느 정도로 행운의 사탕을 써서 돈을 벌지.
얼마만큼 벌어야 카지노에서 경계를 하지 않을지.
이 돈으로 무엇을 해서 돈을 더 불릴지!
지현은 이미 다 계획이 있었다.
냉정하고 냉정하게 생각해서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계획이!
민이 나지막하게 되물었다.
“그쪽도 꽤 계급 높잖아. 돈도 벌만큼 벌고…….”
“그렇죠.”
“그런데 뭐가 문제라서…….”
“제가 벌 만큼 버는 건 맞아요. 그래서요? 그래서 제가 오더나 민 씨가 사는 집 같은 걸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오더가 타는 스포츠카를 살 수 있겠냐고요!”
그녀도 수익으로 보면 상위권은 맞았다.
허나, 주변을 보면 있는 것이 퍼스트 오더, 퍼스트 오더, 지부장이다.
옆을 보면 죄다 최최최상위 0.001%!
“그러니까 저는 열심히 벌어야 해요! 저도 좋은 집과 차가 가지고 싶다고요!”
숨 막히는 패기!
할 말을 잊은 민 대신에 한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현명한 사람이로군. 행운을 최대로 뽑아먹을 수 있는 자는, 평소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뿐이지.”
“지난번에 사탕을 가지고 싸울 때부터 생각했지만, 당신이랑은 말이 통할 거 같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이다. 당신과는 친해질 수 있겠어. 나는 조선제일무당 한유성이오.”
“ISAC 특수 사무관 황지현이에요.”
둘이 굳게 악수를 했다.
얼핏 보면 우정의 발로, 만남의 광장이었지만…….
둘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황지현이라는 처자. 불꽃같으면서도 냉정한 판단이 가능해. 불처럼 타오르면서 얼음처럼 차갑다. 대장군? 앞으로 크게 될 상이니 알아둬서 손해가 될 건 없겠군.’
‘이 한유성이라는 무당. 꽤 이능력이 좋아서 섭외 순위 최상위에 있는 인물이었지. 알아둬서 손해될 건 없겠네.’
우정은 무슨!
이것은 비즈니스였다!!
어른들만 가질 수 있는 더러운 우정!
냉정하다 못해서 추운 인간관계!
민은 조용히 나비가 해준 스튜를 음미했다.
“이 따뜻한 스튜가 아니었다면, 얼어 죽을 뻔했군.”
정말이지, 어른들이란.
자신도 꽤 나이가 들었지만, 역시 저런 건 익숙해지지가 않아.
탱글탱글한 몸으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영식이를 의자에 올리며 민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영식이가 다 안다는 듯이 앞발을 흔들었다.
민이 피식 웃었다.
“이 녀석은 뭘 안다고…….”
“나는 다 안다뿌.”
“그러니까 뭘 알아?”
뭘 아냐고?
승우가 민에게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이렇게 말했었지.
“민은 착한 아이다뿌.”
“!?”
“착하다, 착하다뿌.”
영식이가 앞발로 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민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에 지현과 유성이 배를 잡고 웃었다.
* * *
테라의 이야기를 해보자.
이 시기의 테라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는데, 올림포스 산에서 벌어진 신들의 대전에서 제우스를 비롯한 주신들이 처참하게 몰락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신명 무구를 모두 잃고, 올림포스의 최고 주신 자리에서 물러나서 귀농을 선언.
어딘가 한적한 곳에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아폴론과 헤라를 중심으로 한 신들은 포세이돈과 하데스의 배반이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며, 바다와 명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신력과 힘을 까먹고 있는 판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와중에 로프트기우스의 신관장 레나토는 가이아가 거짓 신임을 선포.
사실은 이미 수백 년 전에 플로라가 가이아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있었다며, 그녀를 차세대 대지의 신으로 추종하는 등.
일반인의 시점으로 보자면 과거 신화시대에 기록으로나 볼 법한 일들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시대는 혼돈!
그런 와중, (구)가이아 교도이자 (현)플로라 교도인 앤드류는 그와 뜻을 같이하는 몇 명의 동지와 파티를 편성하여 용 사냥 중이었다.
드래곤의 강력한 앞발이 휘둘러지자, 땅이 갈라졌다.
그걸 황급하게 피하며 앤드류가 바닥을 굴렀다.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싶다만…….”
몬스터 중 최강, 용종!
드래곤은 과연 드래곤이라, 사냥이 쉽지가 않다.
앤드류는 따악- 따악 하는 드래곤 특유 텅잉 소리.
그러니까 브레스를 쏘기 전에 헛구역질을 하며 혓바닥을 튕기는 소리를 듣고 황급하게 방어 주문을 전개했다.
가이아, 이제는 플로라를 상징하는 육각형의 방어마법이 여러 신의 방어마법 중의 최강이라지만 혼자서는 택도 없었다.
방어 주문이 유리창처럼 깨져 나갔다.
단 1초.
방어 주문이 막아주는 그 1초 동안 동료가 잡아끌어 주지 않았으면 타 죽을 뻔했다.
앤드류는 다시 바닥을 구르면서 짜증을 담아 소리쳤다.
“으아아악-! 대체 내가 왜 이 꼴이!”
그건 다른 동지들도 생각하고 있는 바였다.
세상이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가이아가 몰락하고 새로운 신이 들어설 줄.
기존의 올림포스가 파멸하고, 새로운 주신이 태어날 줄 누가 알았는가!
“앤드류! 집중해!”
앤드류의 동지들은 다들 환생 트럭을 몰던 전도유망한 엘리트들이었다.
환생 트럭, 이세계에서 용사들을 수급해 오는 엘리트의 업무!
안락한 이세계 생활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앙심과 이세계 사람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말빨, 혹은 운전 테크닉이 필요한 최상위 직종이다.
앤드류는 그 환생 트럭 운전기사 중에서 최고의 엘리트였고, 고향으로 돌아오면 가이아에 단 세 명뿐인 신관장 자리가 예약된 대단한 인재였다.
하지만 그는 몰락했다.
“마지막에- 마지막에 실수만 안 했어도!”
그는 마지막 단추를 잘못 끼웠다.
최후의 임무가 실패해서 지구인에게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의 석방을 위해서 테라의 신들이 지불한 대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본인은 몰랐지만 그가 환생 트럭으로 들이박아서 테라로 보낸 사람 중에 유승우가 있었다.
그걸 레나토가 알았다.
“내가 보낸 놈이 몇 인데, 그중에 한 놈이 그렇게 될 줄 내가 알았냐고!”
그 결과 그를 기다리는 건 신관장으로의 승진이 아니라 이름도 잘 모르는 아주 먼 차원으로의 좌천이었다.
이번에 만약 테라를 떠난다면 다시 돌아올 일은 죽기 전까지 없는, 그런 장기 임무가 기다리고 있겠지.
따라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
순응하여 출장을 나가서 시체가 되어 돌아오기.
반역의 깃발을 높이 들고 레나토와 싸우기.
그리고 마지막 하나.
“드래곤, 드래곤의 시체가 필요해!”
모든 걸 무마할 정도로 높은 전공을 세우기.
드래곤의 시체는 모든 종류의 고기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
드래곤을 잡아서, 그 시체를 새로 등극한 대지의 신.
플로라에게 헌상한다.
순응하여 출장을 가도 죽을 것이고, 반역의 깃발을 들어도 죽는다.
그러니 살 길은 드래곤을 잡는다.
그것 하나였다.
“이대로,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십 년을 그렇게 굴렀는데,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죽을 순 없단 말이다!”
그들의 전투는 일곱 번의 해가 뜨고 일곱 번의 달이 질 때까지 계속됐다.
승리자는 앤드류였다.
앤드류는 오열하며 드래곤의 시체를 플로라에게 헌상했고, 레나토는 그런 그들에게 ‘반년의 유예 기간’을 하사했다.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레나토는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 * *
로프트기우스의 대성당.
승우가 천장의 벽화를 감상하며 말했다.
“용서를 하려면 하고, 혼내려면 혼낼 것이지. 반년의 유예 기간? 애매한 시간이군. 드래곤을 잡아온 정성을 봐서 봐주지 그래?”
“당신에게, 그리고 지구에게 큰 해악을 준 자 아닙니까. 도구에게는 죄가 없다고 하지만, 글쎄요. 일단 저는 용서할 수 없군요.”
레나토가 씁쓸하게 차를 마셨다.
도구에게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올림포스의 신들이다.
환생 트럭이라는 시스템을 만들고, 다른 차원의 사람에게 국방을 부담하는 제도를 만든 건 신.
그러니까 환생 트럭 운전자에게는 죄가 없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그 말을 유승우라는 피해자를 생각하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레나토 본인이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나로서는 지난 일이니 넘어가 주고 싶지만, 그쪽 일이니까 너에게 다 맡길게. 난 테라인도 아니고, 테라에 유별난 애정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씀하셔도 말입니다. 슬슬 당신도 결정해야 합니다.”
“뭘?”
“이제는 신력 습득이 체감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테라에 당신의 신전을 짓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엥? 내 신전?”
그것은 씨앗이었다.
몇 번의 테라 여행을 떠났던, 백강혁이 뿌린 씨앗.
그가 뿌린 씨앗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테오도르의 신도와 혼란스러운 시대를 양분으로 삼아서 꽃을 피워냈다.
소수민족과 소외 종족들을 중심으로, 매우 열성적으로!
승우가 얼떨떨하게 말했다.
“나는 딱히 다른 사람에게 내 가호나 은총을 내린 적이 없는데. 아무런 대가 없이 신을 믿는 신도가 있다고?”
“은총과 가호가 없이도 꽃피어난 신앙이니만큼, 참된 신앙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의 화신이 제법 유능하다는 뜻이겠지요.”
승우는 어이가 없어져서 중얼거렸다.
“백강혁. 걔 대체 뭐하는 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