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2)
괴식식당-192화(192/613)
192화. 커졌다.
하나의 하기오스를 먹을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와작와작 하는 튀김 씹는 소리가 들리고, 쑤욱- 쑤욱 하고 나비가 커진다.
대나무가 커지는 걸 촬영하고 150배속으로 재생한 것처럼.
나비는 비상식적인 속도로 커졌다.
그리고 그렇게 나비가 커질 때마다 녀석이 크게 소리쳐 울었다.
“우애오옹!”
맛이 없다.
너무 없어서 눈물이 나온다.
폭포수 같은 눈물이.
문자 그대로 폭포수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폭포수가 요란하게 잔디밭 위로 떨어졌다.
배수가 잘 되어 있는지 눈물은 금방 빠진다만, 어째 나비의 눈물 뒤로 무지개마저 보였다.
태지는 그것이 나이아가라 폭포 같다고 생각했다.
“하하. 무지개가 보이네.”
앉은키로만 보아도 3층 건물만 한 고양이가 괭괭 우는 그 모습은 마치 VR 게임을 보는 것처럼 현실성이 없었다.
“크다…….”
태지는 어안이 벙벙해서 그저 멍하니 올려봤을 뿐이고, 은하는 펑펑 우는 나비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좌우로 뛰어다녔다.
나비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손수건을 꺼냈는데 너무 작다.
어쩌지, 어쩌지 하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는데 삼촌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킥킥 웃기만 한다.
야속한 마음에 삼촌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삼촌은 그래도 재미있는지 여전히 웃었다.
나비가 다시 크게 소리쳤다.
“이거 맛없다냐! 다시는 안 먹는다냐!”
우렁차다.
나비가 소리칠 때마다 쩌렁쩌렁하고 공기가 떨려온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엄청 큰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가, 그 울음소리에 다시 한번 놀라며 귀를 막았다.
승우에게 화내던 중인 은하는 그 큰 소리에 펄쩍 뛰었다.
“우애오옹-!”
나비가 주저앉아서는 혀를 팔랑거리며 앞발을 핥았다.
사악 사악 하고 털을 핥는 소리가 엄청 크다.
그렇게 그루밍을 끝낸 나비에게 승우가 물었다.
“나비야, 너도 요리사인데 체면이 있지. 맛없다는 말만 하면 안 되지.”
“우?”
“프로 요리사답게 분석을 해야지, 요 녀석아.”
“우, 우냥!”
그러고 보면 그랬다!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나비가 황급하게 눈물을 닦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소곳하게 앉으니 하얀 뱃살과 털이 눈부시게 햇살을 반사했다.
아아, 멋진 뱃살 침대다.
홀린 듯이 은하가 태지를 재촉했다.
태지는 둥실 날아오른 은하의 손에 이끌려 조용히 그 뱃살 위로 올라갔다.
폭신하다. 따듯하다.
둘이 그렇게 자리를 잡을 때, 승우가 헛기침을 하고 다시 물었다.
“자, 그럼 맛이 어떠셨습니까. 고양이 셰프님?”
“질퍽하다냐. 끈적하다냐. 끓인 진흙을 씹는 기분이다냐.”
그거 끔찍한걸.
음식에 대한 묘사가 아니었다.
태지와 은하가 배 위에 누워서는 혀를 내둘렀다.
“기름에 데친 음식은 느끼하게 마련이다냐. 하지만 그런데 먹을 때는 산뜻한 느낌이었다냐. 너무 산뜻해서 치약을 씹는 맛이 난다냐.”
웃기게도 테라에서도 치약은 민트였다.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 가져온 물건이 대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승우가 한 이 요리엔 민트는 한 줌도 안 들어갔는데도 치약 맛이 났다.
“투아의 원래 맛이 그래.”
“너무 상쾌해서 뼈까지 시리다냐.”
잘 만들어진 튀김은 아주 강한 고소한 맛이 난다.
표면은 대체로 바삭하게 마련이고 씹으면 요리 본연의 단맛이나 감칠맛이 몇 배나 강해져서 스며든다.
하지만 이 요리는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첫 식감은 뜨거운 진흙이고 그 다음 식감은 고무였다.
그리고 맛으로 말하자면 본연의 민트 맛을 몇 배나 강화시킨 터라, 골수까지 상쾌해진다.
여러모로 다시 먹기 싫은 요리였다.
“다시는 안 먹는다냐.”
“아무래도 그렇겠지. 효과도 거대화뿐이라 꼭 그렇게 먹을 필요도 없으니까.”
앗, 그렇다는 건 이 뱃살은 오늘만 즐길 수 있는 거구나!
은하는 한순간도 아깝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나비의 배 위를 뒹굴었다.
* * *
영식이가 나비의 꼬리를 잡았다.
그러자 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꼬리는 올라가고, 몸은 낮게.
요가에서 말하길 고양이 자세.
고양이가 늘 하는 스트레칭 자세였다.
다른 점은 지금의 나비는 건물 3층 정도의 덩치를 가진 거대 고양이라는 것!
나비의 꼬리가 하늘을 높게 치솟았다.
그 끝에 매달린 영식이가 쉭쉭 하고 공기를 내뱉었다.
각오는 끝났다.
“뿌!”
높게 치켜든 꼬리로부터 낮게 숙인 나비의 머리까지 구른다!
이것은 미끄럼틀이었다.
거대 고양이 미끄럼틀.
이런 크고 거대한 미끄럼틀이 있는데 안 구르고 배길쏘냐!
“뿌오오로오오오로오오오!”
괴상한 소리를 내며 영식이가 데굴데굴 굴렀다.
볼링공처럼 변해서는 엄청난 속도로 굴러온다.
마치 포탄 같은 속도다.
– 꽝!
그렇게 굴러간 영식이가 충격보호 매트에 몸을 들이박았다.
탱글탱글한 몸이 튕겨져 나왔다.
“뿌엥! 재미나다뿌!”
영식이가 진짜 재밌었는지 온몸을 튕겨가며 기쁨을 표현하다가 슬그머니 다시 나비의 꼬리로 굴러갔다.
지켜보던 태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쟤는 아프지도 않은 걸까요?”
“저 녀석은 단순 충격으로는 통증을 못 느껴.”
“보통 슬라임이 아니군요.”
태지는 진지하게 영식이를 관찰했다.
슬라임이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극도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면역은 아니다.
강한 공격으로 치면 핵에 충격을 줄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녀석이 하는 걸 보면 단순 물리 공격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데?
“물리 공격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는 건지?”
“그렇겠지. 마력을 담아서 공격할 수 없다면 힘들걸.”
굉장한 난적이다.
저런 슬라임이 더 없기를 바랄 수밖에 없나?
아군이라고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쓰러트릴 방법은 평소에 찾아둬야…….
‘이런.’
태지는 아차 하고 혀를 찼다.
총장님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그 사람을 많이 닮아가네.
모든 걸 책임지는 사람으로서는 바람직한 자세지만, 나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
태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의 머리를 툭툭 치다가 이내 깜짝 놀라서는 달려갔다.
은하가 슬그머니 영식이를 따라서 나비의 꼬리를 잡으려고 해서다.
쟤가 지금 뭐 하려는 겨!
“은하야!!”
“앗, 걸렸다.”
“너너너-!”
“태지 오빠. 딱 한 번만 해보면 안 돼요?”
“되겠냐!”
“쫌생이!”
“뭐, 뭣?!”
태지가 깜짝 놀라고, 은하가 혀를 내밀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승우는 사진을 찍었다.
커다란 고양이와 그 꼬리에 매달린 두 아이들.
황급하게 달려가는 태지.
재밌는 사진이다.
승우는 그 사진을 은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보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들아, 조심히 놀아.”
“네에에!”
“냐아아……. 냐는 놀이기구가 아니다냐.”
“뿌!”
아이들이 노는 소리와 태지의 곡소리를 흘려들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나비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저 몸으로 대체 무슨 요리를 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오늘의 요리는 전부 다 승우가 한다.
‘하지만 뭐 요즘은 손님이 적은 편이니까.’
대강 쉬면서 만화책이나 보며 일하면 되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게 착각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뭐, 뭐야!”
승우가 깜짝 놀라며 보던 만화책을 덮었다.
손님이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주변의 가게들을 무시하고, 마치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듯이 승우의 가게로 달려왔다.
어째서?
“앞의 거대 고양이, 나비죠? 귀여워라. 제육덮밥이요.”
“저런 종족 스킬도 있었어요? 귀엽네요. 참치찌개요.”
“마스코트가 거대화까지? 사장님, 나비에게 마케팅 비용도 줘야 되는 거 아녀요? 돈가스 주세요.”
이런?
승우가 아차 하고 턱을 긁었다.
“그렇군. 홍보가 되는구나.”
저렇게 커다란 고양이가 공터에 앉아 있는데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 리가 없지.
궁금해서라도 근처에 오게 되어 있었다.
말해 뭐 해.
그런 고양이가 있다면 승우라고 할지라도 신기해서 다가갔을 거다.
“아이고…….”
일복 터졌네.
하필이면 오늘은 도와줄 사람도 하나 없었다.
한유성마저도 없었다.
녀석을 빌려달라고 황지현이 부탁해서 보내줬다.
“흠, 어쩔 수 없지.”
조금 귀찮고 힘들지만 혼자 힘 좀 내볼 수밖에.
다행스럽게도 지난번에 옆 식당 사장님에게 마법의 말을 하나 배웠었다.
지금이라면 그 마법을 쓸 때다.
승우는 목을 가다듬고 손님들을 향해서 말했다.
“오늘부터 월요일까지는 물과 반찬은 셀프입니다.”
과연 일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제법 효과적인 마법이었다.
* * *
구세경은 눈 고래의 그림을 그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림이야 원래부터 잘 그렸다.
유명한 화가에게 배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눈 고래는 같이 온 마음에 안 드는 남자, 백강혁이라는 사람이 ‘가만히 있어, 그러면 이따 맛있는 거 줄게’라는 말에 아주 얌전히 있었다.
가만히 있는 생물체를 그리는 건 누워서 떡 먹기다.
그래서 그림이 매우 마음에 들게 그려졌다.
하지만 무엇인가 마음에 걸린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눈 고래의 매력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예쁘고 멋지고 귀여운 하얀 고래가 어째서일까.
한참 생각하고 있으니 백강혁이란 남자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야 이 녀석은 하늘을 헤엄치는 녀석인데 누워 있는 걸 그려봐야 매력이 없지.”
“뭐라고요?”
“차라리 같이 하늘을 날면서 그려보는 건 어때? 시에라 Mk8로 쏴 올리면 너도 날 수 있을 거야.”
“제가요?”
시에라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남자의 언동에서 기품이나 친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저것도 거짓말이거나 놀리는 거겠지.
세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말을 무시했다.
녀석의 판단은 맞았다.
시에라 Mk8은 헌터 전용이라 아이가 쓸 수 없는 물건이다.
뭐, 이 경박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뭐라고 해도 이젠 괜찮다.
눈 고래보다 큰 생명체는 없다.
‘승부는 내가 이겼어, 서은하!’
세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아뿔싸. 이길 승부였으니까 뭔가 걸어야 했는데!
뭐 좋아, 그 애의 콧대만 콕 눌러줄 수 있으면 다 괜찮아.
다 그려진 그림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세경이 흠흠 하고 웃었다.
백강혁은 턱을 괴고 그걸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치원에서 꼬맹이에게 그림을 그려오라고 하는 건 부모님이랑 좋은 추억을 만들라는 뜻인데 말이야.’
저 아이의 부모라는 작자는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처음 보는 남자에게 돈이나 찔러주면서 눈 고래 구경 좀 시켜줄 수 있는가 하고 컨택이나 넣고 자빠져 있다.
저 꼬맹이의 부모의 멍청함은 정말 끝도 없다.
유치원의 뜻도 모르고 눈 고래의 견학은 무료라는 것도 모르나 보다.
돈을 찔러줄 시간에 그냥 보러오겠다고 문의 한 번 하면 될 것을…….
‘뭐 나야 상관없지. 돈은 돈. 받았으니 그걸로 고래 녀석 간식이나 사주면 되니까.’
만족스럽게 그려졌는지 세경은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발표는 월요일이다.
너무 길다.
참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자랑하고 싶어.
세경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였다.
“지금 가면 되잖아.”
생각나면 바로 움직인다.
세경은 바로 은하가 있다는 식당으로 갔다.
은하의 어머니랑 아버지는 너무 바빠서 친척 집에서 산다던가?
비웃어줄 생각으로 다가가는데 이게 웬걸.
이상한 게 보였다.
“우냐아아. 그만 좀 오라냐아아. 나를 그냥 두라냐아아.”
식당 옆에는 식당보다도 커다란 고양이가 있었다.
하얗고 검은 고양이, 턱시도 냥이다.
그 고양이 옆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뱃살이나 발을 쭈물쭈물 만지고 있었고, 은하는 고양이의 머리에 앉아서는 이마를 긁어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세경이는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귀여워. 고양이.”
눈 고래보다 귀여워.
어쩌지? 이렇게 귀엽고 커다란 거라면 내가 지는데!
당황하고 있으니까 은하가 손짓했다.
“세경아~ 왔어?”
얄미운 것.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나를 어떻게 본 거야!
세경이 당황하니까 커다란 고양이가 길게 앞발을 뻗었다.
그리고 세경이를 앞발에 태워서는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려줬다.
세경은 폭신한 이마에 앉아서 어쩔 줄 모르고 머리를 흔들었다.
높다, 무섭다, 부드러워, 따뜻해.
여러 가지 감정이 회오리쳤다.
은하는 그런 세경에게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세경아, 같이 그리자.”
“으응?”
“도와줘.”
도와달라고? 승부는?
“나비가 너무 커서 한 장으로는 못 그려. 여러 장을 그리고 나서 테이프로 붙일 거야. 같이 그리자.”
여러 장을 그려서 붙인다고!
그거 너무 멋지잖아!
세경은 스케치북을 받아서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렇게 두 아이는 열심히 해가 질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승부 같은 건 이미 둘 다 새까맣게 잊은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