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9)
괴식식당-199화(199/613)
199화. 야망 (1)
승우로서는 참으로 심란한 일이었다.
‘이 녀석. 자기 코드네임처럼 별이 될 뻔한 건 알고 있나?’
테라의 여신과 엮이면 그 말로는 별자리 엔딩뿐이다.
막말로 테라에 슈퍼스타 자리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그런 승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혁이 스푼을 입에 물고 딴말을 했다.
“그나저나 다른 고민이 있긴 해요.”
“뭔데?”
“봐요, 싸장님이나 저나 같은 신을 모시는 화신이잖아요?”
승우가 헛기침을 했다.
이 녀석은 내가 화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참으로 신기한 논리의 비약이었지만 일단은 맞춰주는 게 낫겠다.
승우가 잘 움직이지 않는 입가에 힘을 주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 그렇지.”
“우리의 신님은 완전 최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신명도 세 개나 되고.”
“…….”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니?
긍정하면 자기 얼굴에 금칠하는 거고, 부정하면 거짓말을 하는 게 된다.
전자는 부끄러워서 싫고 후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가 싫다.
승우의 눈동자가 좌우로 떨렸다.
할 말을 다하고 사는 승우로서는 드물게 진짜로 할 말이 없어졌다.
그가 입을 다물고 있자 신났는지 강혁이 나불거렸다.
“그런 신님을 모시는 화신으로서 불평할 건 아니지만요. 쓰,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뭔데?”
“자, 잘 봐요. 싸장님은 무지 잘생겼잖아요?”
“…….”
“그리고 저도 뭐 안 빠지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아니, 이렇게 괜찮은 남자 둘이 내리 솔로에다가 연애사업 개망인 걸 보면 우리의 검과 승리, 괴식의 신님을 모시면 연애사업을 조지는 효과라도 있는 게 아닌지.”
“…….”
확실히 신의 신명에는 여러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검, 승리, 괴식의 신이다.
강혁이 손사래를 치며 자기 말에 자기가 반박했다.
“뭐, 솔로의 신도 아니고 연애사업폭망의 신도 아니시니까 그럴 일은 없지만요.”
솔로부대 대원수인 유승우로서는 참으로 반박할 말이 없어졌다.
그가 입을 다물자 강혁이 활기차게 말했다.
“우울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자자, 싸장님도 가만히 있지 말고 기도합시다. 아아~ 위대한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이시여~ 오늘도 당신의 은총 아래 제가 맛있는 밥을 먹습니다아아!”
“뭐, 뭐?”
“당신의 가호가 서린 음식에 이 백강혁, 오늘도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아!”
아니, 네놈이 먹은 밥이 내가 만든 건 맞지만.
그러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승우는 하고 싶은 말을 꾹 눌렀다.
그것은 자신이 신의 화신이 아니라, 신 본인이라는 걸 자백하는 꼴이었다.
그런 걸 강혁이 알아봐야 서로 민망해질 뿐이다.
승우가 난감하게 눈을 감았다.
‘기도하지 마라, 서라운드로 들리잖아.’
앞에서 외치는 강혁의 목소리와 기도를 올리는 강혁의 목소리가 겹쳐서 이중창으로 들린다.
그것은 승우의 고막과 뇌에 상당한 대미지를 입혔다.
바로 부끄러움이라는 대미지였다.
앞에서! 위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찬미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부끄러움의 퍼레이드 쇼!
승우가 어질어질해서 머리를 흔드니 강혁이 뜨거운 눈으로 말했다.
“자~ 사장님. 부끄러워하지 말고 같이 기도합시다.”
“하겠냐!”
“에이 참, 빼지 말고! 자, 이건 제가 개발한 기도법인데요. 우선 검의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엄지를 세우고…….”
“안 한다고!”
승우를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의 화신이라 착각하는 강혁.
그리고 전혀 바라지 않은, 자신을 향한 찬미를 받으며 괴로워하는 승우.
정말 엉망인 신과 화신의 관계다.
그것을 멀리서 뽀득뽀득하고 수건으로 잔을 닦으며 보던 나비가 고개를 흔들었다.
“용사님도 참 고생이 많으시다냐.”
강혁의 찬미는 ‘일 안 하냐! 망할 놈아!’ 하며 고함치는 민이 올 때까지 계속됐다.
* * *
은하가 입을 크게 벌려서 셔벗을 먹었다.
달고 새콤, 이건 정말 맛있다.
뿌아아앙 하고 아주 크게 입을 벌려서 크게 셔벗을 한 입 베어 먹은 영식이가 만족스럽게 입을 파도쳤다.
뿌우- 하고 공기가 빠져나온다.
“고래 같아요.”
“고래뿌?”
“고래는 밥을 먹을 때 입을 크-게 벌려서 다 삼킨대요. 그러고 나서 먹은 바닷물을 뿌~ 하고 뱉어요.”
“고래. 나 고래뿌?”
은하가 살짝 폰으로 검색해서 대왕 고래를 보여줬다.
고래 멋있다.
영식이가 꾸물꾸물하고 자기의 모습을 고래로 바꿔 보였다.
크기는 작지만 놀랍도록 비슷하게 변할 수 있었다.
미니어처 같은 대왕고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 모습으로는 뭔가 먹기가 힘들다.
은하는 그런 영식이에게 셔벗을 한 입 떠 먹여줬다.
“맛나뿌.”
“맞아요. 이건 정말 맛있어요.”
삼촌이 해준 수많은 먹을 것 중에서 이 셔벗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일단은 맛있고 먹기가 편하다.
그리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샤워를 한 것처럼 정신이 또랑또랑해진다.
그래서 이걸 먹으면 숙제가 잘된다.
“하나 더 먹을 수 있을까…….”
영어단어를 적으면서 은하가 슬쩍 눈치를 봤다.
그것에 뒤따라서 영식이도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승우를 봤다.
꼼질꼼질하고 은근히 신호를 보내는 두 아이들.
하지만 승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간식은 하루에 두 번까지야.”
“힝…….”
“뿌잉…….”
아껴 먹을걸.
은하와 영식이가 추욱 늘어졌다.
툴툴거리는 두 아이를 뒤로하고 황지현이 셔벗을 먹었다.
그녀는 어른이라, 벌써 5개째 먹는 중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게 눈 감추듯이 셔벗을 퍼먹고 있었다.
종국에는 익스트림 사이즈라고 해서 비빔밥 그릇에 셔벗을 담아서 먹는 사람도 나왔다.
은하와 영식이는 두 손을 꼭 잡고 ‘빨리 어른이 돼서 셔벗을 맘껏 먹고 말 거야!’라고 다짐했다.
그런 아이들을 귀엽다는 듯이 보며 지현이 말했다.
“크음, 사장님. 솔직히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그래?”
“예. 맛도 좋고 효과도 너무 좋아요.”
“효과가 좋다니, 이거 그냥 약간 정신이 맑아지는 게 전부야.”
승우의 기준으로 이 셔벗을 평가하자면 레드스타 1개도 아깝다.
레드스타 0.2개쯤?
이 낮은 섭취 난이도 때문에 효과도 썩 대단하지가 않다.
여러 술식을 더해서 맛없게 만드는 대신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요리 마법이고 괴식이다.
하지만 이 셔벗은 효과를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제우스가 키운 킬러맨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단맛과 식감.
그리고 새콤함과 원래부터 있었던 명정 효과가 있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원재료의 맛을 잘 살렸다고는 해도 막말로 맛있고 질 좋은 각성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승우 자신의 요리 완성도 평가 점에서는 백점 만점에 10점 정도 된다.
“그냥 손 풀이로 만든 거라 효과가 별로…….”
그러나 지현은 크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아뇨. 이건 진짜 대단한 효과예요. 육체의 피로는 재생력과 포션, 의학 기술로 치유할 수 있지만 정신의 피로는 수면과 휴식 말고는 답이 없단 말이에요.”
“음……. 아.”
헌터들의 초월적인 육체는 총탄도 튕겨낸다.
일반인에게 치명상인 육체의 부상도 의술의 도움을 받으면 감쪽같이 나을 수 있다.
몬스터와 싸우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헌터라고 할지라도 회복 마법과 재생력, 힐링스킨 등의 도구를 쓰면 바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치료가 끝난 헌터가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란 말이죠. 물론 부상이 낫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문제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이미 지쳐 버렸단 말이에요. 트라우마도 있을 수 있고, 피로하고 피곤하죠. 지치면 판단력도 떨어지고 마력 제어도 힘들어져요. 그런 사람을 바로 전투에 투입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며칠이나 쉬게 하고 그게 안 되면 몇 주를 더 쉬게 하는 거죠. 하지만 이 셔벗이 있다면?”
“…….”
셔벗 먹었으니 정신이 맑아졌을 거야.
다시 싸우러 가자.
할 수 있지?
무한 러시가 가능해진다.
승우가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그건 너무 인권을 무시하는 일이잖아.”
“…그건 그러네요.”
“그런 용도로 사용할 거라면 나는 팔지 않을 거다.”
“꼭 그렇게 보고해 둘게요.”
사실 그렇게 끌려가는 건 지현도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도 헌터였고 쉬고 싶은 사람이니까.
아무튼 지현은 이 킬러맨시 셔벗에서 풍기는 엄청난 돈 냄새를 느꼈다.
“이건 진짜 돈이 될 거예요.”
“헌터들에게는 안 판다니까.”
“아니, 헌터들만이 아니라요. 다른 사람에게도 인기 만점이에요. 한국인이 왜 커피를 달고 사는 줄 알아요?”
“각성 효과 때문이지.”
맛과 기호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각성제다.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쫒는다.
커피의 힘이 없으면 출근을 못 하고 일을 못 하는 직장인은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 한 입 먹었을 때는 옛날 생각까지 났다니까요.”
“옛날 생각?”
“커피만 마시다가 처음으로 에너지 드링크를 먹었을 때가 생각났어요.”
뇌에 번개가 치고 동공이 좁혀지면서 세상 사물이 뚜렷하게 보인다.
잠은 사라지고 반응은 예리해진다.
아무리 일을 해도 지치는 일이 없다.
“헌터인 제가 먹어도 정신이 빠릿하게 드는데, 일반인에게는 어떻겠어요. 마치 원시인에게 카페인 원액을 주는 효과일걸요?”
격무에 시달려서 커피를 줄창 달고 살다 보니 혈관에 카페인이 흐르는 지현에게도 이만큼의 효과가 있다.
그렇게 효과가 끝내주는데 커피가 주는 부작용인 의존성과 미친 칼로리의 문제가 없다.
그리고 엄청나게 맛있다.
이게 대박이 아니라면 뭐가 대박이란 말인가.
“이 셔벗만 있으면 사장님은 돈방석에 앉을 수가-!”
“거두절미하고 요점만 말하자면?”
“귀찮은 일은 제가 다 할 테니까, 킬러맨시 셔벗 체인점 하나 내실래요?”
“하.”
한국에 왜 커피 전문점이 많겠는가.
필요하니까 많은 것이다!
그 커피 전문점을 밀어낼 새로운 사업 아이템, 킬러맨시 셔벗 체인점!
골목마다 하나씩 체인점을 둬서 직장인도, 공무원도, 헌터도, 어른도 아이도 모두 다 자연스럽게 하나씩 들고 있는 셔벗!
지현은 그런 셔벗 왕국의 꿈을 꿨다.
“으흣. 이 효과라면 한 컵에 3만 원을 받아도 팔릴 겁니다.”
“에휴.”
그런 이야기였다.
승우가 일없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이걸 가르쳐 준다고 누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왜요?”
“지현 씨는 이거 할 수 있겠어?”
승우가 태연하게 채칼을 잡더니만 킬러맨시를 갈았다.
그러자 마치 철근을 자르는 그라인더처럼, 푸른 불꽃이 튀었다.
사방으로 방전하는 전기와 공사판을 방불케 하는 소음은 덤이다.
“이 당근은 자르는 건 그냥저냥 힘들지만 갈아버리려고 하면 이렇게 엄청 힘든 일이 돼. 당근 안에 응축된 전기가 저항하거든.”
지현이 입을 다물었다.
저런 걸 하려면 근력 강화 능력자, 그것도 엄청나게 수준이 높은 능력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구해서 셔벗 체인점에 요리사로 쓰면…….”
“수익이 안 맞겠지. 인건비로 다 빠지고 싶어?”
“끄, 끄응. 그러면 기계를 주문 제작…….”
“이 전기를 버틸 수 있는 기계를 주문 제작하겠다고?”
육체 강화 능력자 이상의 힘으로 당근을 갈 수 있으며, 전기 공격을 버틸 수 있는 기계를?
지현은 셈을 해보다가 어깨를 떨궜다.
“못 할 건 아니지만 가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네요.”
“그리고 이 킬러맨시는 보통 킬러맨시랑 달라서 구하기가 힘들어.”
메이드 인 제우스다.
애초에 그냥 킬러맨시로는 이런 효과와 맛이 안 나온다.
그리고 보통의 킬러맨시는 이렇게 갈기가 힘들지도 않다.
“재료도 구하기 힘들고 타산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죠. 아, 이거 대박 각인데 너무 아쉽네.”
“끄응, 지현 씨. 요즘 돈 궁해?”
“궁해요.”
“카지노 가서 한 탕 한 건 어디에 쓰고?”
지현이 시원하게 웃었다.
“다 썼어요.”
한 치의 후회도 없다는 듯, 당당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