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1)
괴식식당-201화(201/613)
201화. 야망 (3)
지현이 유승우를 알게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녀는 의외로 괴식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야 그녀는 사무직 헌터고, 그닥 괴식을 먹고 싶어 하지 않았다.
먹어서 얻어지는 효과 중에서 얻고 싶었던 건 다이어트 정도였는데, 그건 체조로 해결했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먹어야 했던 것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맛만 봤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현명하게 처신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발목이 잡히다니-!?”
먹기 싫다.
죽어도 먹기 싫다.
그러나 먹어야 한다.
야망의 키 아이템, 희망, 등불.
앞으로의 행보를 비추는 횃불 같은 대명 슈퍼 VIP, 블랙 카드가 미끼다.
그 매혹적인 떡밥을 물지 않을 금붕어는 없다.
뻐끔뻐끔, 할 말을 속으로 삭히면서 황금붕어 지현이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보며 승우가 턱을 긁었다.
난감하네.
“그렇게 먹기 싫어?”
“어째서 사장님이 그렇게 상처받은 표정인데요?”
“기껏 생각해서 음식을 해주려는데 그렇게 질겁하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지.”
“앗, 그건 죄송해요. 하지만 맛없는 음식은 싫다고요!”
지현의 입맛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맛있는 게 좋다.
고기가 좋고 단 것이 좋다.
그것뿐인가.
맛있는 음식은 그녀의 버팀목이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뜯는 치킨 한 마리의 행복!
고기로 범벅이 된 피자와 시원한 맥주!
막걸리에 해물파전!
그녀의 터질 듯한 스트레스를 진정시켜 주는 건 오로지 술과 음식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맛없는 음식을 먹으라니!
그녀는 사무 관리직이다 보니 많은 괴식 피해자를 보아 왔다.
그들의 병가나 휴가, 입실을 관리한 것이 바로 황지현이다.
그 대열에 자신이 합류하기 싫다.
그리고 괴식을 먹고 난 후에 병가를 내고, 그걸 스스로 승인하는 짓도 하기 싫다.
승우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까지 맛없는 게 싫다고 하니 특별하게…….”
“특별하게?”
“더 맛없게 만들어주지.”
“왜, 왜!”
“빈정 상하잖아.”
실수했다.
이 사람 의외로 심술쟁이였고, 의외로 뒤끝도 있다.
황지현 통한의 실수!
그녀는 망했다-! 라고 중얼거리며 테이블에 납작 엎드렸다.
* * *
괴식 챌린지는 버섯 이후로 잠정적으로 중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일단 승우가 바빴고, 아이들도 케어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궤도에 올랐으며 은하의 상태도 매우 안정적이 됐으니 슬슬 괴식 챌린지를 다시 시작할 때가 됐다.
“자, 그럼 어떤 메뉴가 좋을까. 이번에는 조금 더 신경 써서 만들어보자고.”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괴식의 원조가 어디인가.
바로 테라다.
테라에서 괴식이 출발했다.
맛없는 요리를 통해서 육신을 강화한다.
가정의 신인 헤스티아는 비록 사람을 천천히 생물병기로 만든다는 의도가 있었지만 어쨌든 괴식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다.
“헤스티아 본인은 만들다가 도주해 버렸지만 말이야.”
“벽에 부딪쳐서 도망간 거냥?”
“아니, 아무래도 사람들을 생물병기 취급하는 게 마음에 걸렸나 봐. 그녀가 남긴 책을 보면 맛있으면서 효과도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애쓴 흔적이 있어. 물론 하다하다 안 돼서 벽에 부딪친 건 맞나 보지만…….”
“그렇구냥…….”
“그녀의 숭고한 의지건, 인간 개조계획이건 간에 어쨌든 지금은 테라에서도 괴식이 사라지는 중이야.”
기간토마키아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으니 이제 더 이상 인간들에게 괴식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
레나토가 그것을 공표하자 정말, 정말 엄청난 속도로 괴식이 사라지고 있다.
맛있는 걸 좋아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라고 해도 이것은 정말 놀라운 속도였다.
“레나토뿐만이 아니라 아테나가 장려해서 말이지.”
“아테나냥?”
“그래.”
그녀는 자신의 두 번째 신명을 미식으로 만들 작정인지, 평소에 여러 차원을 순회하며 얻은 맛있는 요리에 대한 정보를 아낌없이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요리사의 육성을 장려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는 최고 신 둘이 괴식은 이제 필요 없다, 맛있는 걸 먹자고 광고한다.
그리고 그 밑에서는 이세계 출신의 용사들과 모험가가 고향의 맛을 전파하고자 노력한다.
그런 환경이 깔리고 나니 사람들의 맛있는 걸 좋아하면 안 된다며, 억지로 억눌렀던 본성이 깨어났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지금이야말로 지구가 괴식의 원조가 될 때다.”
“우, 우냐아…….”
테라에서 괴식이 사라지는 것과 발맞춰서 지구에 괴식을 부흥시킨다.
괴식의 신이 태어난 차원이 괴식의 원조가 되는 게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승우는 이번 괴식 챌린지부터 아예 쐐기를 박아서 괴식 하면 지구, 지구 하면 괴식이 되도록 노력할 작정이었다.
그 첫걸음이 될 요리, 허투루 정할 수 없다.
처음부터 고급 재료를 써볼까.
“드래곤 고기가 슬슬 숙성됐을 거야.”
엘더 레드 드래곤 카일레우스의 고기는 조금 자극이 강하니, 한 등급 낮은 드래곤 고기를 써야겠다.
마침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온 골드 드래곤이 있었다.
다만 드래곤의 고기는 산성이기 때문에 상당히 긴 시간의 훈연과 숙성이 필요하다.
“확인해 보겠다냐.”
나비가 후다닥 달려서 지하실로 달렸다.
그리고 게이트를 넘어서 오두막 옆에 지어진 훈연실로 향했다.
시간이 남아도는(거의 상주하고 있다.) 알리스터가 승우의 부탁으로 지은 훈연실이다.
거의 운동장 정도는 되는 크기다.
알리스터는 승우의 부탁대로 짓기는 했지만 쓸데없이 크게 지었다고는 생각했다만 이게 웬걸.
신목과 상수리나무, 향나무를 조화롭게 사용해서 지어진 이 커다란 훈연실에는 까맣게 타들어간 골드 드래곤의 고기가 걸려 있었다.
그 양은 톤 단위!
한 마리를 통째로 훈연하려면 운동장만 한 훈연실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비는 나이프를 꺼내서 고기를 조금 잘라보고는 냥, 하고 입에 넣었다.
찌릿찌릿한 드래곤 고기 본연의 맛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진한 고기의 맛!
잘 숙성된 드래곤 고기다.
가져가면 되겠다.
“냐? 얼마나 가져가면 되냥? 용사님이 양을 안 말씀해 주셨다냐.”
일단 황지현이 먹을 거였지.
그 사람이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잠깐 생각하던 나비는 전투적으로 피자를 흡수하던 그녀를 떠올리고는 10㎏ 정도를 뚝 하고 떼었다.
“이 정도는 먹을 수 있겠지냐?”
나비가 고기를 들고 달렸다.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서 고기를 내려놨다.
쿵- 하는 요란한 소리에 지현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그쪽을 향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1인분 아니지?”
“냥? 역시 부족했냥? 위가 크구냐.”
“아니야! 못 먹어!”
“냥?”
그걸 다 먹을 수 있으면 사무직 하겠냐!
푸드 파이터로 이직하지!
지현이 기막혀 하는 동안 승우는 레시피를 구상했다.
대충 각이 나왔다.
“용의 잠꼬대가 좋겠군.”
“용의 잠꼬대냐? 알았다냐!”
“…….”
용의 잠꼬대, 뭔가 기묘한 느낌의 이름이다.
지현이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내밀 때, 나비가 움직였다.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요리 이름만 말해주면 밑 준비는 나비가 다 할 수 있다.
나비가 운석으로 만들어진 웍을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 물을 붓나 싶더니 어째 물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탄산수?”
“탄산수 맞다냐.”
탄산수를 끓이니 기포가 더욱 더 심하게 올라왔다.
어째 탄산수의 포효가 들리는 느낌이다.
“어째서 탄산수를?”
“탄산수로 고기를 끓이면 육질이 탄력 있어진다냐. 냄새도 줄어들고냐.”
“헤…….”
그렇게 나비가 웍을 달구고 탄산수를 끓이는 동안 승우는 고기를 썰었다.
드래곤의 고기는 기본적으로 산성이다.
그것도 강산성이라서 그냥 먹으면 염산을 먹는 것과 다름이 없어 크게 다친다.
그걸 해결하려면 업화로 플람베를 해서 산성기를 날리거나, 훈연을 해야 한다.
플람베를 하면 할 수 있는 요리의 종류가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훈연을 했다.
고기에는 약하게 향나무 냄새와 신목의 향기가 배어들었는데, 썩 나쁘지 않았다.
이만하면 소고기와 큰 차이가 없다.
아마 속이고 먹여도 괜찮을 정도의 맛이 날 것이다.
타들어간 것을 조금씩 잘라냈다.
붉은 살코기와 하얀 지방질이 보인다.
손끝으로 눌러보니 탄력 있게 손가락을 밀어냈다.
마치 고무 같은 이 느낌, 자비 없이 이빨도 튕겨 내주리라.
‘숙성이 잘됐군.’
승우가 고기를 큐브 스테이크처럼 적당한 크기로 정사각형이 되게 잘랐다.
물론 그냥 무턱대로 자르진 않았다.
‘여기가 중요하지.’
고기에 손을 대기 전, 중화식도에 마법을 걸었다.
베인 대상이 잠드는 수면 마법이다.
그렇게 수면 마법이 걸린 칼날로 고기를 자르고 나면 다음은 통이 필요하다.
고기를 담을 통.
기분 같아서는 좋은 나무로 하고 싶지만 이 이상 좋은 재료를 더했다가는 지현이 먹을 수 없는 물건이 되고 만다.
적당하게 타협을 하자. 대나무가 좋겠다.
대나무라는 식물은 참 특이해서 한 마디씩 끊어내면 좋은 통이 된다.
죽통을 만들어서 차곡차곡 고기를 넣었다.
그리고 약간의 향신료를 더했다.
생명을 상징하는 올리브 잎.
마찬가지로 생명을 상징하는 올리브기름을 살짝 뿌리고, 약간의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서 청양고추를 넣었다.
이것만 있으면 섭섭하지.
토마토도 조금 넣고 파프리카도 넣었다.
빨간 토마토와 노란 파프리카가 들어가니 한결 보기가 좋았다.
그렇게 해서 한 통에 꾹꾹 눌러 담았다.
곁눈질로 무게를 재어보니 2㎏ 남짓의 고기가 들어간다.
가지고 온 고기는 10㎏.
“내가 다섯 통 먹으라고 하면…….”
“그건 진짜 화낼 겁니다.”
“그렇겠지.”
다섯 통을 요리하고 나머지 네 통은 다른 사람을 줄까.
승우는 순식간에 죽통 요리를 완성했다.
그것을 나비에게 건네주고, 탄산수에 넣었다.
소리는 조용했다.
매우 조용했다.
티딕티딕 하고 탄산이 조금 튀기만 했을 뿐.
가게에 틀어둔 재즈 음악이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의 3분이 흐른 후.
“다 익었다냐!”
나비가 죽통을 건져 올렸다.
승우는 재빨리 그릇을 펼쳤고, 나비는 죽통을 열었다.
촤악- 하고 내용물이 그릇에 쏟아졌다.
옅은 분홍색의 고기에 토마토와 파프리카, 올리브 잎이 아름답다.
거기에 살짝 통후추를 갈아서 뿌리고 삶은 감자와 통통한 소시지를 곁들였다.
그러니 겉모습만은 매우 맛있는 평범한 고기요리가 됐다.
지현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슈크르트?”
“비슷해. 슈크트르를 알다니 제법이군?”
슈크르트는 프랑스식으로 만들어진 수육 비슷한 거다.
한국의 수육보다는 조금 더 기름지고, 감자와 베이컨.
소시지 등을 같이 먹는다.
한국에서는 꽤 생소한 요리겠지만 지현은 자주 사다 먹는다.
조리 방법은 굉장히 달랐지만 평소에 사다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요리와 흡사한 요리라니?
“끄응……. 이건.”
이건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아니, 무지막지하게 지현의 취향에 딱 맞는 요리였다.
어쨌든 고기, 고기, 고기니까.
살짝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맛있겠는데요?”
“그건, 글쎄. 하하.”
“맛없구나…….”
“일단 먹어봐.”
지현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요리를 봤다.
따뜻한 김이 솔솔 올라오는 고기 요리.
슬며시 승우가 내민 것은 맥주다.
차갑게 만든 라거, 생맥주.
그래 슈크르트와 맥주는 환상 궁합이지.
저 이름 모를 고기의 수육을 딱 건져서 한 입 입에 넣고 씹다가 맥주를 머금으면 최고다.
그 맛을 상상하며 지현이 씨익 웃다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이상해. 아주 이상해.”
이렇게 먹기 쉬운 걸 내놓을 양반이 아닌데?
수상하다. 끝없이 수상해.
먹고 싶지만 먹고 싶지 않다.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들었다.
지금 지현은 투 페이스 지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딱 두 개의 마음이 양분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있나.
“으으흠~♪”
얄밉게도 승우가 다시 블랙 카드를 흔들었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알았어요! 먹어요!”
지현이 크게 심호흡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고기를 넣고 살짝,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돌처럼 딱딱하지는 않다.
아주 부드럽게 씹힌다.
파프리카 때문일까, 아니면 탄산수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3분이라는 매우 짧은 요리 시간 때문일까?
야들야들한 고기는 이빨이 닿자마자 반으로 갈라지며 따뜻한 육즙을 뿌렸다.
살짝 느껴지는 올리브의 향과 레몬의 향.
그 사이로 느껴지는 박력이 넘치는 고기의 맛.
부드러운 식감과는 완전 딴판으로 내가 바로 고기다! 라고 외치는 뚜렷한 이 고기의 맛!
“와아……. 이게 무슨 고기죠? 엄청 맛있네요.”
“고기의 왕이지.”
“소고기?”
“그거보다 좀 더 대단한 고기.”
“양고기?”
“아쉽네. 그거보다도 대단한 고기야.”
정답은 드래곤 고기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지현은 홀린 듯이 2㎏이나 되는 고기를 모조리 먹어치웠다.
어렵지도 않았다.
너무 맛있어서 그냥 한 입만, 한 입만 하다 보니까 다 먹게 됐다.
2㎏이면 세상에- 10인분은 되겠다!
“다, 다이어트 해야 되는데 어쩌지…….”
“지금은 다이어트를 걱정할 때가 아닐걸?”
“예?”
“슬슬 시간이다. 잠에서 깰 때가 됐군.”
승우가 싱긋 웃으면서 시계를 봤다.
이제 수면 마법이 풀릴 때가 됐다.
“으, 으응?”
찌릿, 하고 느껴지는 복통.
지현은 스스로의 아랫배를 만졌다.
그러자 아랫배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스파크가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