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2)
괴식식당-202화(202/613)
202화. 야망 (4)
어째서 스파크가?
지현이 의문을 갖는 것과 동시에 다시 한번 스파크가 튀었다.
“아팟-!?”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프다.
당연하다.
몸 안쪽에서부터 전기가 터지고 있으니 아픈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몸 안에서 전기가 터지지?
떠오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밥 먹었으니까 뭔가 문제가 터진 거겠지!’
용사의 식당에서 주는 음식이 정상적인 음식일 리가 있나.
이상한 음식일 게 뻔할 뻔 자다.
‘대비를 하고 천천히 먹었어야 했는데. 너, 너무 급하게 먹었어!?’
천천히 먹어서 적응을 하고 마음과 몸의 대비를 해야 했다.
그렇게 냉정하게 판단을 했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잠깐 정신 줄을 놔버렸다.
2㎏이나 되는 고기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엄청나게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만큼 승우의 슈크르트는 지현의 취향을 저격하는 맛이다.
“대체, 윽, 뭘, 윽, 먹, 윽.”
“대체 뭘 먹인 거냐고?”
아랫배를 중심으로 퍼진 전기는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지현은 전기에 감전된 상태로 억지로 힘겹게 말했지만 역시 힘들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찌릿찌릿한 느낌에 이제는 혀까지 꼬인다.
승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서부터 설명할까. 아, 그래. 재료부터 설명해 줘야겠구나. 지금 먹은 고기는 드래곤 고기야, 골드 드래곤의 등심 부분이지.”
“드, 드래곤?”
승우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소고기보다 대단한 고기라고?
대단한 고기지. 드래곤의 고기니까.
드래곤, 드래곤!
몬스터의 왕.
살아 있는 재앙.
움직이는 자연재해.
오하이오주를 소멸시킨 최강의 몬스터도 용종이었다.
그만큼 드래곤이 갖는 위상은 크다.
그걸 식재료로 썼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그러나 진짜 귀한 걸 재료로 썼구나, 하고 감탄하는 것도 1초뿐.
이어지는 승우의 말에는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드래곤의 고기에는 정령이 깃들어 있어. 지금 요리한 고기는 골드 드래곤이니까 번개의 정령이 아주 꽉꽉 압축되어 있지.”
“번개……!”
“조금 과장 보태서 말하자면 번개를 씹어 먹었다고 해야 할까? 어때? 몸 안의 번개가 느껴지나?”
느껴지냐고?!
파직 파직 튀는 전기를 견뎌가며 지현이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점점 더 아파져 간다.
통증은 점차 세지고 전기는 이제 눈에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사지가 자기 멋대로 툭툭 움직인다.
그런데도 의문은 있었다.
‘먹을 때는 괜찮았었는데 왜 이제 와서?’
“손질할 때 칼날에 수면 마법을 걸었거든. 좀 전까지는 정령이 자고 있었단 말이야.”
고기를 먹기 편하게 큐브 스테이크 모양으로 자를 때, 수면 마법을 건다.
정령을 재우기 위해서다.
왜 재우는가?
“그야 번개의 정령이 눈에 보일 정도면 먹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녀석들이 순순히 먹혀줄 놈들도 아니니까 사람을 공격하면 공격했지, 먹혀줄 리도 없고.”
그건 그렇지.
지현이 부들부들 떨면서 긍정했다.
번개의 정령이 고기 표면에서 드루와! 드루와! 라고 외쳤으면 바로 뒤로 돌아서 나갔을 거다.
결국 드래곤 고기의 쟁점은 그것이었다.
정령의 손질!
귀화로 정령을 태워서 없애 버리거나, 재워 버리거나!
강혁에게 먹인 레우스 스테이크가 전자라면, 이 용의 잠꼬대는 후자였다.
손질 단계에서 재워 버리면 여러 가지로 이득이 컸다.
우선 구워버리는 게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다.
훈연해도 되고 끓일 수도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육회로도 먹을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일단 겉보기가 티가 안 난다는 것이지.”
이것은 정말 큰 장점이었다.
이 요리법은 테라에서 교육용으로 아주 각광 받았다.
“이런 말 알아?”
“?”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용서가 쉽다!”
괴식을 먹기 싫어하는 귀족 가문의 아이가 있다.
부모님은 힘들게 구해온 드래곤 고기를 이 아이에게 먹이고 싶다.
설득하고, 허락을 구해야지.
하지만 그 과정은 힘들다.
아이가 괜히 아이겠는가.
부모의 마음도 모르고 편식을 한다.
아이의 마음이야 뻔하다.
정령이라는 놈들은 성격이 고약하기 짝이 없어서 먹히면 바로 내장을 공격한다.
그게 보통 아픈 게 아니다.
그러니까 안 먹는다.
부모야 부모대로 귀한 걸 구해왔으니 자식이 먹기를 바라게 마련.
그래서 이 방식을 쓴다.
정령을 재우고 먹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정령이 깨어난다.
그 다음은?
아이는 부모를 원망하며 고통을 견뎌야 하고 부모는 손수건을 흔들며 아이를 응원한다.
아이의 성장을 기원하며, 고기 빨이 잘 듣기를 기도하며!
“아아아아- 파아!”
“음, 부모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군.”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는 지현을 보며 승우가 손수건을 흔들었다.
“많이 아파?”
“아파요!”
“그렇군. 아픈 만큼 성장할 거야.”
조금 즐거워졌다.
아프기야 아프겠지만 정령의 공격으로 사람은 죽지 않는다.
진짜 죽을 만큼 아플지도 모르지만 일단 안 죽는다.
녀석들의 공격력은 그렇게 엄청나지는 않다.
그저 내장을 공격하다 보니 유난히 아프게 느껴지는 것뿐!
“아, 킬러맨시 셔벗을 너무 먹어서 효과가 좀 강해졌구나. 그래도 죽지는 않을 거야. 아프기만 할 뿐이지.”
“으아아아! 미치겠네!”
그녀가 바닥을 구르며 온몸으로 바닥 청소를 시작했다.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가만히 있으면 어째 더 아픈 거 같아서 움직여야 했다.
그렇다고 설 수는 없으니 그냥 굴러다니는 게 한계다.
승우가 따뜻한 눈으로 그녀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어쨌든 그렇게 정령이 잠들고 나면 드래곤의 고기는 평범하게 질긴 고기지.”
명색이 드래곤의 고기다.
인간의 연약한 이빨 정도는 튕겨내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그 방어력을 무력화시킨다.
탄산수와 몇몇 향신료를 조합하면 드래곤의 고기도 평범하게 먹을 수 있다.
“나비의 기본 밑 손질이 아주 좋았어. 훌륭해. 잘했어.”
“냥냥.”
나비가 과찬이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나비의 솜씨가 정말 괜찮았다.
혼자서 만들었다면 이거보다 두 배는 더 귀찮았으리라.
“이상, 골드 드래곤의 등심을 재료로 하여 용의 잠꼬대식으로 조리한 오리지널 슈크르트였습니다.”
“냥냥냥.”
승우는 설명을 끝내고 살짝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나비와 승우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요리의 성공을 기뻐했다.
지현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둘을 노려봤다.
아파 죽겠는데 저쪽은 분위기가 좋네.
바닥의 차가움을 느끼면서 이를 가는데 영식이와 은하가 다가왔다.
“나 이거 알아뿌. 전기뱀장어뿌.”
“안 돼요. 만지면 감전돼요.”
“뿌.”
쿡쿡, 영식이가 나무젓가락으로 지현을 찔렀다.
지현은 낮게 끄응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역시 과거의 자신은 현명했다.
괴식이란 건 안 먹는 게 정답이다.
상처 입은 전기뱀장어가 꿈틀했다.
* * *
시청 건물 지하 1층에는 훈련실이 있다.
이 훈련실에는 여러 가지 능력을 위해서 구비된 다양한 트레이닝 기구들과 경험 많은 트레이너가 상주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무료였다.
무료! 공짜!
길드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인 각성자를 위한 복지 시설이라 가능한 일이다.
이 비싼 기구를 공짜로 쓸 수 있다니 국비 지원 사업이 좋긴 좋았다.
각성자의 전면 통제를 원하는 ISAC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이런 복지 정책을 종종 내놓곤 했다.
그렇게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시민의 이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공무원의 일이 대부분 그렇지만 홍보를 하긴 해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
나름대로 애를 써서 준비한 거고, 홍보책자도 만들었고 사이트도 만들었는데 유감이다.
시청 소속의 박주연 서기보는 그렇게 아쉬워하다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요즘은 사람이 있어서 좋네.”
벌써 며칠째, 매일매일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고급스러운 개량 한복을 입은 아주아주 잘생긴 남자다.
말투는 고풍스럽고 혼잣말이 많았으며 말하는 내용도 이상하고, 운동할 때도 한복 입는 기묘한 사람이지만 잘생긴 남자가 땀을 흘려 운동하고 있으니 참 보기도 좋고, 알아서 홍보도 된다고 해야 하나?
요즘은 그런 대로 손님이 있어서 좋은 박주연이었다.
그녀가 한가롭게 잡지를 꺼내볼 때.
“어째서, 이 몸이, 이런…….”
440㎏짜리 강화 바벨을 들어 올리며 한유성이 투덜거렸다.
말이 440㎏이지 400㎏ 정도는 조상신님이 들어 올려주니, 실제로는 40㎏ 정도였다.
좌우에 달린 200㎏짜리 플레이트를 조상신님에게 맡기고 한유성이 드는 것은 봉뿐!
하지만 봉 무게만 40㎏이다.
그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다.
“보, 봉도 들어주시구려. 이러다가 후손 죽겠소.”
안간힘을 쓰던 홍룡이 인상을 팍 썼다.
홍룡도 그리 물리적인 힘이 강한 유형은 아니다.
400㎏짜리 플레이트는 홍령에게도 부담스러운 무게였다.
아니, 애초에는 100㎏도 힘들었다.
힘들었지만 후손이 괴로워하는 게 보기 더 괴로워서 열심히 도와줬다.
그랬더니 이제는 100㎏는 가볍고 400㎏을 들 정도까지 벌크 업 해버렸다.
그 결과 홍룡은 정말 몰라보게 튼튼해졌다.
과거의 홍룡이 새빨간 지렁이 정도였다면 지금은 구렁이 정도는 된다.
그러나 홍룡이 어리광을 받아줘서일까, 후손 놈은 지금도 멸치였다.
홍룡이 꼬리로 플레이트와 봉을 교대로 가리켰다.
바꾸자는 뜻이었다.
“싫소이다. 400㎏이라니 누굴 죽일 셈이오?”
정말이지 도움이 안 되는 조상신님이야.
이깟 거 그냥 쓱쓱 들어 올려줄 것이지.
“앗! 가지 마시오!”
불평불만을 삭히고 있으니 조상신님이 화가 났는지 떠나가 버렸다.
이대로라면 440㎏을 한유성이 들어야 할 판이다.
버틸 수 있을 리 만무!
“앗- 앗앗-!”
바벨을 잡은 손이 힘없게 밀려나간다.
버텨야 하는데 버틸 수가 없다.
그렇게 바벨이 한유성의 가슴을 짓뭉갤 찰나.
“아직도 이거 하나 못 드는 겁니까?”
“어?”
“보기보다 성장이 늦네요.”
지현이 대수롭지 않게 한 손으로 바벨을 잡아서는 원래 위치에 걸었다.
살짝 팔에 보이는 코브라 같은 힘줄의 박력!
그리고 마치 뇌신이 노려보는 것 같은 저 압력!
그녀의 눈에 살짝 번개가 튀고 있었고 머리는 정전기가 일어난 것처럼 치솟고 있었다.
그 예사롭지 않은 모습에 한유성이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성장이 늦고 뭐고 본인이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소만.”
“혼을 불러와서 당신의 몸에 깃들여야 하는데 워낙 몸에 힘이 없어서 버티지 못하는 게 문제. 그러니까 몸을 단련해서 체력을 기르고 근력을 올려야 합니다. 건강한 몸에 강한 정신 모르십니까?”
“됐고, 이제 나 좀 풀어주시구려. 이만하면 된 거 아니오?”
한유성은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는 처지였다.
일신상의 자유는 있지만 이렇게 원치도 않는 체력 단련이나 영능력 향상 훈련 따위를 받아야만 했다.
거절하면 되지 않냐고?
황지현에게 약점을 잡혀서 거절할 수도 없었다.
“구, 국세청에도 좀 잘 말해주시고 나 좀 놔주시오.”
“…….”
그의 약점은 바로 범법 행위!
이능력을 사용한 금전거래에 세금을 크게 물리지 않는 걸 악용해서 여러 부자들을 상대로 탈세를 돕고 그 보수를 받는 둥의 착복 행위를 해온 게 문제였다.
하필이면 그 약점을 안 좋은 사람에게 걸렸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가오는 악적마귀사탄 같은 여자-!’
지현에게 걸렸다.
대체 어떻게 해서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한유성의 약점을 잡았고, 그를 협박했다.
[사람들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유성 씨의 능력이 필요해요.] [남들의 행복을 위해서? 그럼 내 행복은 어떻게 된 거요?] [그건 알아서 쟁취하시고요.] [부, 불합리하오?!]아무튼 힘들다.
숟가락 이상의 무거운 걸 들어본 적 없는 한유성에게 이건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유성이 울 것 같은 눈으로 지현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안 그래도 그럴 작정으로 왔습니다.”
“오, 그럼 이제 자유요?”
“아뇨. 이런 훈련으로는 발전 속도가 너무 늦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방침을 바꿀 생각입니다. 쉽고 편한 방향으로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려. 그게 어떤 방침이요?”
“밥이나 먹읍시다.”
밥이나 먹자고?
얼핏 듣기로는 데이트나 하자 같은 어감이지만…….
유성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헉, 설마! 그 식당에 가자는 거요?!”
“예.”
지현은 착각하고 있었다.
체력단련이고 뭐고 할 필요가 없다.
음식, 괴식이 직빵이다.
음식을 멀리하고 체력 단련을 하다니?
지름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바보짓이었다.
그냥 먹이면 된다.
조금 전의 경우도 그러했다.
440㎏짜리 바벨을 한 손으로 그냥 드는 것은 예전의 지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볍게 할 수 있다.
온몸에 힘이 넘친다.
부작용으로 힘을 줄 때마다 전기가 튀고 아프지만 뭐 어떤가.
강해졌는데.
지현은 자신이 몸으로 체득한 이 결과를 유성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었다.
“갑시다.”
“싫소이다! 그냥 체력 단련하겠소! 내일부터 열심히 할 테니까!”
“갑시다.”
“아니, 오늘부터 열심히 하겠소! 제발!”
“갑시다.”
왔을 때도 강제였지만 갈 때도 강제였다.
지현은 유성을 번쩍 들어서 어깨에 들쳐 메었다.
“놔주시오오오.”
“갑시다.”
유성이 구슬프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