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6)
괴식식당-206화(206/613)
206화. 한유성의 야망 (4)
부러진 수많은 창 사이에서 한유성이 우렁차게 소리 질렀다.
“이겼다!”
얼기설기 만들어진 돌도끼의 풀 스윙이 망치 새우의 목을 따버린 것이다.
칠전팔기라는 말이 있는데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뜻이다.
여덟 번으로 해결되면 참 다행이지.
망치 새우 한 마리 잡으려고 도전한 횟수는 정확하게 17번.
부서진 창과 도끼를 만드는 데 쓴 시간은 10시간이었으며 싸운 시간까지 합치면 물경 12시간이 걸렸다.
각성자가 레벨 1 몬스터를 잡는 데 걸린 시간치고는 지나치게 오래 걸렸으며 결과도 무참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쨌든 한유성은 승리했다.
“이겼다고! 내 영웅적인 활약을 봤는가, 돌쇠군!”
“…….”
“그래. 멋있겠지. 인정하네. 역시 나는 멋있어.”
그가 말을 거는 대상은 인간도 몬스터도 아니었다.
배구공이었다.
그는 바닷가에서 발견한 배구공에 돌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말동무로 삼고 있었다.
유성은 돌쇠를 향해서 자랑을 하다가 캑캑 하고 기침을 했다.
“아, 목이 쉬었군.”
하도 악을 써서 그런가?
목이 칼칼하다.
“목이 마르네……. 물을 마셔야겠어.”
“…….”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보군. 좋아, 가지.”
망치 새우를 질질 끌고 배구공을 드리블하며 몇 시간 전에 찾은 샘물로 향했다.
물을 마시고 돌쇠를 샘물 위에 올렸다.
그러고 나서는 바닷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몸을 씻었다.
한숨을 돌리자 머리카락이 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이게, 이게 어떻게 가꾼 머리인데!?”
“…….”
“자르라고? 말도 안 돼!”
남자가 머리를 기른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나?
자르기 귀찮아서 머리를 기른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만 그건 정말 멍청한 소리다.
긴 머리는 관리하기가 힘들다.
잘 때는 목을 덮어서 답답하게 하고, 물이라도 조금 묻었다 싶으면 목이나 볼에 달라붙어서 귀찮다.
감을 때는 또 어떤가.
유성처럼 허리까지 가는 긴 머리는 한 번 감았다 치면 바로 수건은 4장이 들어가고 말리는 데는 50분은 걸린다.
최소 2시간은 걸리는 중노동이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아보려고 묶었더니 머리카락이 중간에 뚝뚝 끊어지고 결이 상해서 영양제값이 더 들어간다.
그렇게 해도 상하는 게 머리카락이다.
“으으으. 내 찰랑거리는 머리가…….”
이 비단결 같은 머리를 만들기 위해서 미용실에 바친 돈이 얼마던가.
연예인들이나 가는 고급 미용실에서 비싼 돈 주고 관리 받는 머리카락이다.
“헉! 자세히 보니 이 몸의 꿀 피부가! 손톱이-!”
머리카락뿐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망치 새우와 싸우고 나무를 깎고 돌을 깨느라 손과 피부가 엉망이다.
네일 샵에서 관리 받은 손톱이, 스킨케어를 받은 피부가 끝장이 났다.
유성은 앞으로 얼마나 돈을 때려 박아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까를 생각하다가 주저앉았다.
“아이고오오오…….”
서럽다. 서러워.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
“그래. 나가서. 나가서 다시 관리하면 되긴 해.”
어차피 돈은 벌 수 있고, 시간은 있으니 피부나 손톱이나 머리는 돌려받을 수 있다.
나가면 말이다.
“쓰읍, 그런데 레벨 업을 얼마나 해야 나가게 해줄지 모르겠군. 일단 배가 너무 고프니까 뭐라도 먹어야겠어.”
“…….”
“먹을 게 없지 않냐고? 그건 그렇지.”
멀리까지 걸어보지 않은 관계로 유성의 눈에 보이는 게르니아는 불모의 무인도다.
있는 거라고는 자신과 돌쇠뿐인 무인도!
“편의점도 없고 배달 앱은 안 켜지고…….”
해본 요리라고는 승우에게 먹였던 막장요리가 전부인 유성에게는 다 먹을 수 없는 걸로 보였다.
결국 먹을 만한 소재로 보이는 건.
“흐음. 이것도 새우라면 새우니까 먹을 수 있겠지?”
“…….”
“그래. 자네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망치 새우 정도였다.
유성은 돌 나이프로 새우를 손질했다.
그 손놀림은 의외로 능숙했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 알바 경험이 도움이 될 줄이야.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승우의 식당에서 알바를 하며 하도 신기한 마음에 승우의 요리 과정을 기억해 두고 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유성은 승우를 따라하며 차근차근 요리를 시작했다.
여기서 승우라면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
그는 요리 재료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요리를 좋아했다.
아마 새우가 있다면 새우 본연의 특색을 살린 요리를 하겠지.
새우 본연의 특색을 살린 요리.
“대하소금구이……!”
소금 위에 새우를 올리고 가열한다.
아주 간단하면서 맛있는 요리다.
틀림없다.
알바 경력이 말해 주고 있다.
이 망치 새우로 대하소금구이를 하면 맛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요리하면 될까?
어렵지 않다.
불판이 없으면 돌판을 쓰면 된다.
소금이 없으면 바닷물을 뿌리자.
이제 불만 구하면 된다.
“붙어라아, 붙어라아아아…….”
불을 붙일 수단이 없는 오스트랄로 유성쿠스는 손에 불이 붙도록 나무막대를 비볐다.
라이터가 절실해지는 순간이었다.
* * *
유성이 고생하는 해안가로부터 10㎞ 정도 떨어진 해안가.
파라솔 아래 누워서 나비가 하품을 했다.
흠뻑 젖은 털을 핥았다.
바닷물이라 짜다.
짠맛에 혀를 파르르르 떨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한 모금의 음료수를 마셨다.
시원한 음료수가 목으로 넘어가니 기분이 나른하고 좋아졌다.
“냐아아, 해수욕이란 거 좋구냥.”
“뿌.”
동감한다는 듯이 영식이가 꾸물거렸다.
해변이라 하면 비치발리볼!
은하와 영식이, 나비가 한 조가 돼서 유승우와 발리 볼을 하고, 지친다 싶으면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고 이렇게 물기를 말린다.
맛있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태양을 즐기는 이 기분.
너무 좋다.
“이겼으면 더 좋았다냥.”
“뿌. 쎄다뿌.”
유승우는 너무나 강했다.
눈을 가리고 한 발로 뛰면서 한 팔로만 리시브를 하는데 3:1로도 못 이긴다.
저게 설렁설렁하는 거라니?
“용사님도냥. 승부욕이 너무 강하다냐…….”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데 져줄 수도 있을 것을.
이러니저러니 해도 용사님은 뭔가 져주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기질이 강했다.
그러니 두 번째 신명이 승리겠지.
그렇게 놀아주다가 영식이가 전신의 힘을 모은 슬라임 스트라이크를 공에 갈겼더니 그만 홈런을 쳐버렸다.
아주 멀리까지 배구공이 날아버렸다.
“뿌. 아쉽뿌.”
영식이도 수영복을 벗으면서 드러누웠다.
뿌우- 하고 공기를 내뱉으니 모래가 딸려왔다.
그렇게 쉬고 있으려니 이게 웬일?
“앗, 또 몬스터가 나왔어요!”
“냐?”
망치 새우가 질리지도 않고 또 나왔다.
게르니아에 균열이 생기고 나서 종종 모습을 보이는 녀석은 사실 몬스터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일반인이 작정하고 도구가 있다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녀석!
“에잇!”
은하가 손을 뻗어서 바람의 칼날을 날렸다.
세 줄기의 바람 칼날은 양쪽의 망치 손과 목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승우가 은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잘했어.”
“헤헤.”
약한 몬스터를 잡아서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에 쓰기 좋게 정확하게 망치와 머리를 제거해 줘서 칭찬했다.
은하의 센스란 확실히 평범한 아이들과는 격이 달랐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안다고 할까?
바람을 칼날로 사용하는 걸 가르쳐 주자마자 바로 칼날을 여러 개로 쪼개서 날리는 분열사격과 원하는 부분에 핀 포인트로 날리는 저격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바람 적성을 따진다면 십 점 만점에 십 점. 최고 수준의 적성이야.’
과연 이대로 성장한다면 퍼스트 오더 코트를 입는 데 몇 년이 걸릴까.
소질로 본다면 지구에 와서 본 누구보다도 재기가 넘쳤다.
‘별도로 전투 훈련을 할 필요는 없겠지.’
재능이란 꽃과도 같아서 적당한 물과 태양 빛이 있다면 알아서 꽃피우게 마련.
감춰진 재능을 찾아내서 물과 빛을 주는 것이 교사의 일이라지만 그 일조차도 은하에게는 필요 없어 보였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안정과 즐거운 추억이야.’
능력을 강화하는 요리는 이 아이에게 필요 없겠지.
승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은하가 잡은 망치 새우를 들어올렸다.
망치 새우는 테라의 토종 몬스터는 아니다.
이것은 균열이 생긴 곳이라면 어디서도 발생될 수 있는 몬스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흔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녀석들은 바닷가에 자주 생기는데 바닷물의 질이 안 좋으면 이내 폐사하곤 한다.
“몬스터면서 수질을 따지다니 웃기는 녀석들이다만.”
“맛있어요?”
“응. 맛은 있어. 딱 하나만 조심하면 돼.”
“우움? 이빨?”
망치 새우는 매우 단단해 보였다.
특히 망치 부분이!
은하는 망치를 꾹꾹 눌러보고는 자기 생각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씩 웃었다.
승우는 그런 은하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
“망치는 먹는 곳이 아니니까 괜찮아.”
“그럼 뭘 조심해요?”
“열을 가하면 안 돼.”
“열? 불이요?”
“응.”
이 망치 새우는 열을 가하면 효과가 극단적으로 바뀐다.
열을 가하지 않으면 아주 맛있다.
새우는 커다랄수록 맛이 있는 법.
사람만 한 새우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쫄깃한 새우의 속살을 한 입 가득 먹는다는 사치!
‘말려서 육포로 만들어도 끝내주지. 술안주로는 정말……. 크읍.’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맥주 한 잔에 망치 새우 육포면 하루 종일도 야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열을 가하면?
“굽거나 끓이면 단숨에 레드 스타 2성 수준으로 맛이 없어져.”
쫄깃한 식감은 강철의 식감으로 변한다.
새우의 식욕을 자극하는 그 향기는 대장간에서나 날 법한 쇠 냄새로 변한다.
당연하지만 효과는 그쪽이 더 좋다.
날 것으로 먹는 망치 새우는 맛만 있지 효과는 없다.
열을 가한 망치 새우 요리는 근육을 재생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맨몸으로 먹고 사는 전사들이나 무투가들은 반년 정도 망치 새우 요리만 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역으로 말해 괴식으로 보자면 열을 가해서 먹는 게 표준이다.
“그러니까 은하의 말도 틀린 건 아니구나. 이빨 조심해야지.”
“그럼 이거 어떻게 먹을 거예요?”
“구워 먹고 싶니?”
은하와 영식이가 머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맛없는 건 싫다.
“나도 싫어. 오늘은 노는 날이니까, 맛있게 먹자.”
“와아아아-!”
“뿌-!”
놀러 와서 아이들에게 그런 걸 먹이고 싶지는 않다.
기왕이면 맛있는 게 좋지.
승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조수. 세팅을.”
“우냥.”
나비가 손을 털더니만 가방에서 작은 구슬을 꺼냈다.
아공간 보관마법이 걸린 구슬이다.
구슬이 빛을 발하자 캠핑용 주방도구가 모습을 보였다.
커다란 망치 새우도 올려둘 수 있는 커다란 조리대.
마석으로 작동하는 레인지와 오븐,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
모두 다 백소향이 준비해 준 물건이다.
“자, 그럼 요리를 시작할까. 나는 회를 뜰 테니 너는 샐러드와 치킨을 준비해 줘.”
“냥!”
나비가 경례를 하고는 바로 움직였다.
늘어졌던 영식이가 치킨이라는 소리가 움찔하고 반응했다.
은하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요리하는 둘을 지켜봤다.
* * *
“돌쇠야, 내가 죽거들랑 무덤에 죽어서도 유승우를 저주하겠다고 적어다오.”
“…….”
“그래. 죽기는 내가 왜 죽어. 암. 안 죽고말고.”
이빨이 깨질 뻔했다.
겉보기는 부들부들해 보여서 과감하게 입부터 들이댄 게 화근이었다.
평소 이빨 관리를 열심히 해서 조선제일의 건치를 가진 게 다행이다.
“이 나이에 틀니를 낄 수는 없지……. 아이고오, 이빨이야.”
“…….”
“맛은 어떠냐고? 아주 고약하다. 쇠를 그대로 핥는 기분이야. 이거라도 먹지 않으면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제기랄.”
아주 죽을 맛이다.
배는 고프고 먹을 건 없고, 살기는 살아야겠으니 먹어야 한다.
꾸역꾸역 씹어 먹고 나니 그나마 포만감이 든다.
“그래도 이제 좀 살겠네…….”
이게 행복인가?
누군가가 말했었다.
행복의 근원은 불행이라고.
하루 종일 시달려서 그런지 이대로 쉬기만 해도 행복하다.
우물우물, 아직 입에 남아 있는 망치 새우 구이의 잔재를 씹으며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음냠……. 야망은 무슨. 사지 건사만 해도 감지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