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7)
괴식식당-207화(207/613)
207화. 튀어나와요. 신들의 숲 (1)
승우의 취미는 정말 다양하다.
영화 시청이나 야구 시청, 독서 같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취미부터 낚시나 서핑보드 같이 밖에서 하는 스포츠까지.
그는 인도어, 아웃도어를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취미를 즐기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건 게르니아의 개조였다.
텅 비어 있던 게르니아를 개조해서 살기 좋은 공간으로 바꾼다.
그러기엔 숲과 호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심을 가득 담아서 만들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쓰고 싶은 대로 고급 재료를 마구 사용했다.
취미 중에서 이것보다 사치스러운 취미는 드물었다.
신들의 취미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호사스러운 취미!
승우는 만족스럽게 게르니아를 개조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승우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튀김기!
신목을 사용한 나무로 만든 튀김기인데, 통상의 튀김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영장만 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렇게 클 필요가 있을까냐?”
자신보다 10배는 큰 통나무를 들고 나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승우가 스케치북에 도면을 그리면서 대꾸했다.
“아냐. 크면 클수록 좋아.”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먹여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용도가 아니더라도 크게 지을수록 오히려 일이 편해졌다.
“자고로 튀김이란 통으로 튀겨야 맛있는 법이거든.”
닭은 조각조각 튀기는 것보다 통으로 튀기는 게 맛있다.
돼지도 그러하다.
돼지도 닭도 그러하다면 드래곤은 어떨까?
드래곤도 통으로 튀기면 더 맛있지 않을까?
“통드래곤 튀김이 가능할 정도의 크기가 필요해. 그렇다면 수영장보다도 오히려 커야겠지.”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냐. 그럼 짓겠다냐?”
승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비가 통나무를 땅에 박아 넣었다.
보통이라면 기중기나 대형 중장비가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나비는 별로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쌓여 있던 통나무를 연신 들어올렸다.
쿵쿵쿵 하고 몇 번의 박음질이 끝나니 그럴 듯하게 튀김을 튀길 자리가 만들어졌다.
꽤 커다란 수영장 정도의 넓이를 지닌 거대 튀김기!
그걸 보며 알리스터가 투덜거렸다.
“신목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일반적인 나무에 기름을 부은 후에 가열하면 당연히 나무가 망가진다.
뒤틀리고, 타버린다.
하지만 신목으로 튀김기를 만든다면?
기름에 향긋한 향이 깃듦은 물론 타버리지도 않는다.
알리스터는 대장장이로서 신목의 가치를 잘 알았다.
잘 망가지지 않는 튼튼한 내구성과 가벼운 무게.
사용자의 정신을 보호하는 좋은 향기까지.
신목은 무기로 써도 좋고, 방어구로 써도 좋은 최고의 재료다.
하지만 분하게도 신목이 최고의 재료인 건 요리 도구로 만들 때도 마찬가지라, 신목으로 만들어진 요리 도구가 훌륭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재물 귀한 줄 모르는 놈.”
알리스터는 혀를 차면서 유승우의 사치스러운 취미 생활을 지켜봤다.
승우는 도면대로 나비에게 지시하다가 문득, 알리스터를 돌아봤다.
“불평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아니.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
“네가 인부로 쓰라고 붙여준 사람들 말이다. 진짜로 인부로 써도 되는 사람들 맞아?”
승우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그러고는 잠시 후, 눈가에 살기가 깃들었다.
“걔네들이 왜? 까불기라도 했어? 너에게 뭐라고 하든?”
“아니. 그건 아냐.”
“그럼? 노예처럼 써도 된다고 했잖아.”
“그…….”
알리스터가 머뭇머뭇거리며 말을 골랐다.
그러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하길.
“너무 고귀한 분들 같아서 차마 명령을 할 수가 없어.”
승우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 *
한유성이 떠나고 난 해안가.
그가 목표 레벨을 달성하고 자리를 비움과 동시에 한 남자가 투입됐다.
그 남자의 이름은 포세이돈.
바다의 신이자 해일의 신.
주신 제우스의 동생이며 두 개의 신명을 가진 바다의 지배자이자 올림포스 최강의 신 중 하나.
바다에서는 제우스조차 한 발 뒤로 뺄 정도의 절대자다.
그런 그가 묵묵하게 땀을 흘리며 갯벌을 걸었다.
어깨에 걸친 강고에는 한가득, 소금이 담긴 소쿠리가 걸려 있다.
바다의 절대자의 모습은 없다.
이것은 염전, 염전 노예다.
“…….”
일이 왜 이렇게 됐는가.
그것은 제우스가 귀농한 것이 발단이었다.
제우스는 귀농을 하여 유승우의 손길을 벗어났다.
그리고 의외의 재능을 보여서 승우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최상급, 신급 킬러맨시의 양산에 성공했다.
그 킬러맨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번개를 먹는 채소를 번개의 신이 키웠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유승우는 생각했다.
이 쥐뿔도 쓸모없는 올림포스의 신들도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쓰레기 신의 대명사인 제우스도 그럴듯한 농장주가 됐다.
그렇다면 다른 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건설적이고 생산적이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겠지.
왜냐면 신이니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라고 해도 신은 신이다.
신이 만든 무구는 아주 간단하게 신급 아티팩트 판정을 받고는 한다.
그렇다면 신이 만든 식재료도 마찬가지일 터.
승우가 이렇게 말했다.
[바다의 신이 만든 소금은 질이 좋겠지?]그 한마디로 포세이돈은 게르니아로 끌려왔고 지금 염전을 만드는 중이다.
“나는… 나는… 바다의 지배자… 위대한 포세이돈…….”
포세이돈이 실성한 듯 중얼거리며 대파를 들었다.
대파는 염전에서 소금을 긁을 때 쓰는 도구다.
알리스터가 신목을 깎아서 만든 이 도구는 통상의 대파보다도 확실히 성능이 좋았다.
신급 아티팩트까지는 아닐지라도 대파 중에서는 이견이 없는 최고 성능의 대파!
그리고 그걸 쓰는 것은 바다의 지배자.
최고의 도구와 최고의 인재, 최고의 환경이 만났다.
그러니 이것은 최고, 최강의 소금이라 할 만하다.
천일염이 태양 빛을 받아서 반짝반짝하고 빛났다.
“잘되어 가나?”
“!?”
어느새 기척도 없이 승우가 뒷짐을 진 채로 나타났다.
포세이돈은 자지러지게 놀라며 물러섰다.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신보다는 확실히 기개가 있었다.
승우는 그런 포세이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소금을 살짝 핥았다.
“음음, 어디 어디.”
소금은 세 종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승우가 만든 염전에서 나온 소금.
그리고 알리스터가 만들어본 소금.
마지막으로 포세이돈이 만든 소금이다.
“내 소금… 괜찮네.”
승우가 만든 소금은 의심할 바 없는 최고급의 천일염이었다.
짜고, 그러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살짝 단맛도 난다.
그것은 소금 안에 함유된 미네랄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돈을 받고 팔아도 비싸게 팔리겠지.
“알리스터의 소금은…….”
유감스럽게도 알리스터의 소금은 별로였다.
미네랄의 함유량도 적었고 불순물이 너무 많았다.
한국의 표준 기준으로 0.15%를 명백하게 초과하는 불순물이다.
별 수 없지.
그녀의 직업은 대장장이니까.
소금과는 무관하다.
“그럼 네가 만든 건 어떤가 볼까.”
승우가 포세이돈의 소금을 핥았다.
꿈틀하고 그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걸 보며 포세이돈이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는 이전에 엄포했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맛이 없다? 그것은 네가 일을 대충했다는 의미지. 나는 일을 대충하는 놈을 아주 싫어해.]가만 안 두겠다는 의미다.
포세이돈은 그래서 사력을 다해서 염전을 꾸렸다.
바다의 지배자라는 체면도 버리고, 염전 노예가 됐다.
그렇게 만든 소금이니 맛있겠지?
맛있어야만 하는데-!
“호.”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의심할 것 없이 맛있다.
이것은 진짜 좋은 소금이었다.
천일염을 제대로 즐기려면 2~3년 정도 가만히 방치해 둬야 한다.
그래야 쓴맛을 나게 하는 염화나트륨이 습기를 빨아먹고 녹아서 밖으로 방출되고 맛이 좋아진다.
이걸 간수가 빠졌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포세이돈이 만든 소금은 그냥 완벽했다.
2~3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방금 만들었지만 쓴맛은 깨끗하게 사라졌으며 은은하게 단맛마저 느껴진다.
미네랄 함유량은 자연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만큼 높았으며 불순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것은 완벽한 소금이다.
이 이상의 소금이 없을 정도로 완벽!
“잘했다.”
“…어, 음. 고맙소.”
“처음 만들어본 소금이 이리도 완벽하다니, 놀랍군.”
“거, 거듭 고맙소?”
“지금 소금만 하더라도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완벽한 완성도야.”
“…….”
이 자식이 칭찬만 할 놈이 아닌데 왜 이러지?
포세이돈은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가, 잠시 후에는 오히려 나빠졌다.
자기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느낌마저 들었다.
승우가 씩 웃었다.
“다음에 만들 소금이 정말 기대되는군.”
“…다음?”
이 짓을 또 하라고?
염전 일은 정말로 가혹한 일이었다.
제우스가 킬러맨시를 키우는 것과 대조해 보면 그 노동량은 백배가 넘는다.
당연하지.
예로부터 염전 노동은 가혹 행위의 대명사였다.
하루 종일 햇볕이 쨍쨍한 가운데 바닷가에서 쉴 새 없이 소금물을 엎고, 엎고 뒤엎고, 긁고 긁고 또 긁는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당근에 벼락이나 떨구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개노가다!
“다음?”
“다음.”
또 하라고?
포세이돈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내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다음? 이 짓을 또 하라 이건가?!”
“오히려 놀랍네. 이번 한 번 하고 끝이라고 생각했나?”
승우는 포세이돈을 올림포스의 신 중에서 두 번째로 싫어한다.
첫째는 제우스였지만 그는 자청해서 귀농을 했고, 소중한 그것과 신명 무구를 잃었다.
그러니까 승우는 같은 남자로서 제우스를 봐줄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아니었다.
잽싸게 도망간 것도 그렇고 평소 엿 먹인 걸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그런데 염전 노예 한 번으로 퉁칠까?
은혜는 10배로, 빚은 100배로.
승우는 지금까지 쌓여 있던 포세이돈에 대한 원한을 청구할 작정이었다.
“320톤.”
“뭐, 뭐가?”
“너에 대한 나의 원한의 무게이자 대재앙이 터지기 전의 한국 연평균 소금 생산량이다. 유감이지만 지금의 한국은 해안가가 아주 박살이 나서 연평균 생산량이 2톤 정도로 줄었다더군. 그래서 나머지는 중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고 해. 기왕이면 일제 소금이 더 좋지만, 일본은 한국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 수입처가 중국뿐이라더군.”
중국이 소금을 가지고 강압적인 외교도 한다던가?
여러 가지로 불편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포세이돈만큼 불편하진 않았다.
떨떠름한 눈으로 포세이돈이 반문했다.
“그걸 왜 나에게 말하는 거요?”
“왜긴, 부족한 소금 생산량을 포세이돈표 소금으로 채울 생각이니까 그렇지.”
“!?”
“인구수도 제법 줄어든 모양이니까 딱 연생산량 200톤만 채우자.”
“?!!?!”
200톤?
포세이돈이 망연자실하게 염전을 봤다.
이곳은 염전이 아니었다.
포세이돈의 무덤이었다.
* * *
게르니아에 새로 입주한 주민들은 포세이돈만이 아니었다.
아폴론도 새롭게 입주한 주민 중 하나였는데 그는 특별히 태양 관리 요원으로 채용됐다.
“태양 관리 요원이라, 하. 포세이돈 삼촌보다야 내가 낫긴 하다만…….”
아폴론이 한숨을 내쉬었다.
게르니아라는 곳은 망한 세계답게 있는 게 없는 불모의 땅이었다.
바다가 없어서 포세이돈의 창으로 바다를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바다의 해류 관리를 포세이돈이 직접 했다.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기본 자연환경은 파괴됐으며 시스템은 붕괴했다.
바다가 그렇고 물이 그렇다.
모든 게 망가졌다.
그것은 태양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승우는 아폴론을 잡아다가 말했다.
태양을 고쳐라, 라고.
“태양이 뭔 전구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쉽게 말한다고 될 거 같나. 끄으으으응.”
전구 갈아 끼는 것처럼 간단했으면 소원이 없겠네.
아폴론은 자신의 몸에 깃든 신력을 쥐어짜서 태양을 수리했다.
하지만 투덜거리는 불평은 끊어지지 않았다.
“장르가 다르다고, 장르가!”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 맞다.
하지만 게르니아의 태양은 태양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태양처럼 보이는 광원 조절 시스템이다.
아마도 이 게르니아라는 곳은 과학이 상당히 발전한 곳이었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보다는 헤파이스토스가, 그게 아니라면 아테나가 잘 고칠 거 같은데…….”
태양신에게 기계를 고치라고 하고 있는 격이니 쉬울 리가 있나!
하지만 그렇다고 못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아폴론은 잘생긴 미간을 구기며 탄식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태양은 고쳐야만 했다.
검과 승리, 괴식의 신은 악마다.
인간을 상대로는 한없이 상냥한 모양이지만 올림포스의 신들에게는 가차가 없다.
가차 없는 수준을 뛰어넘어서 호시탐탐 죽일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만약 못 고쳤다면 전구도 못 가는 전구의 신 따위는 살 필요도 없다며 검을 날렸겠지.
그러니까 고쳐야 한다.
어떻게?
“신력이라도 때려 박아야겠군.”
만능의 힘, 신력을 투자하면 가능하다.
아폴론은 가지고 있는 저축을 털어서 태양을, 광원 조절 시스템을 고쳤다.
“흠.”
아폴론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승우는 힘겹게 태양을 고치는 아폴론을 묵묵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흐음, 고칠 수 있구나. 난 또 못 고친다고…….”
그가 인벤토리에 검을 집어넣었다.
아폴론은 부르르 하고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