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1)
괴식식당-21화(21/613)
021화. 수인으로 산다는 것 (3)
“헥… 헥…….”
페로는 숨을 헐떡이며 달렸다.
승우가 시켰기 때문이다.
달리다 보니 땀이 나고 지친다.
3년 간 서류 작업과 독서 외에는 하지 않은 페로다.
극심한 운동 부족으로 다리가 떨려오고 숨이 가빠왔다.
그런데?
“저기…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인간이라면 단순히 땀 빼고 운동하면 효과가 있죠. 하지만 페로 씨는 인간이 아니라 수인이니까, 이런 걸로는 대단한 효과가 없을 겁니다.”
그럼 왜 시키는데?!
30분이나 러닝을 시키다니 이건 학대다.
페로는 잔디밭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혀를 내밀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나비가 페로의 배 위로 올라왔다.
“에?”
“가만히 있으라냐.”
꾹꾹.
나비가 앞발로 페로의 배를 눌렀다.
“저기, 부끄럽습니다만…….”
“운동을 안 해서 말랑말랑하다냐. 비만이다냐.”
꾹꾹.
쭈물쭈물.
나비가 계속해서 앞발을 놀렸다.
페로는 얼굴을 붉히고 되물었다.
“저기… 이건 뭔가요?”
꾹꾹이에 열중한 나비 대신 승우가 대답했다.
“아일루로스 족의 비전인 안마술입니다.”
“안마술이요?”
“본래는 용사에게만 해주는 건데 오늘은 특별히 해드리는 겁니다. 아일루로스의 안마는 피로회복과 근육통에 특효약이죠. 거기에 놀랍게도 운동 후에 마시지를 받는다면 지방이 두 배는 잘 타들어 갑니다.”
“아니, 그렇게 다양한 효과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 폭발이겠는걸?
그렇다면 마사지 후 운동을 하면 이 지방이 가득 낀 뱃살도 사라진다는 이야기인가!
페로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하지만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어서 앞발로 눈을 가렸다.
그런 나비와 페로를 보며 승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야성의 야도 안보이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야성이 어느 정도는 깨어날 줄 알았다만, 오산이었다.
3년 간 얻은 지성과 본래 가진 상냥한 마음.
그리고 상식 때문에 페로의 갇힌 야성은 쉽사리 깨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서는 게 바로 테라의 요리법이다.
‘세상에. 내가 이 요리를 해보게 될 줄이야.’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지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요리였다.
요리의 이름은 ‘프란츠베르크 유아식.’
테라의 투사 가문인 프란츠베르크 가에 전해지는 아이용 식사다.
투사는 기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기사가 지키는 것, 주군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친다면 투사는 싸워서 이기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각지의 투기장이나 검투장, 마상 전투 시합장을 돌며 싸워 이겨 주군의 이름을 높인다.
그것이 투사의 일이다.
그런 가문에서 유약한, 싸움을 싫어하는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까?
대가 끊어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란츠베르크 가는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특수한 유아식을 먹였다.
먹게 되면 투쟁심이 끓어오르고, 힘이 넘쳐흐른다.
아주 강력한 자양강장(滋養強壯) 효과를 가진 음식을 어렸을 때부터 먹여 훌륭한 투사로 키운다.
그런 방법으로 프란츠베르크 가는 테라의 투사 가문 중 가장 강한 위세를 떨쳤다.
5년 차 검투사인 승우에게 박살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 그들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승부의 결과를 덮는 조건으로 가르쳐 준 요리법 중에 이 요리법이 있었다.
배울 때는 꽤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어린아이에게 강제로 투쟁심을 새기는 음식을 먹여서 투사로 키운다니.
교육자로서 기분 좋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배워두니 이리 쓸 일이 있다.
이래서 세상일은 모르는 거라니까.
승우는 목을 두둑 하고 풀며 칼을 들었다.
‘자, 그럼 만들어볼까.’
메인이 되는 소재는 고기다.
핏 트라이던트라는 아주 사납고 사나운 소다.
머리에 삼지창처럼 뿔이 돋아 있는데, 이 뿔로 눈에 띄는 모든 걸 들이박고 본다.
뿔은 부러지면 부러질수록 강하게 재생되는데 그 덕에 크고 강한 뿔을 가진 핏 트라이던트는 무기의 소재로써도 귀하게 취급된다.
‘예전에 잡아둔 게 5마리 정도 있군.’
인벤토리에 적당히 손을 넣어 핏 트라이던트의 대퇴부 고기를 꺼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잘 조리하면 구워 먹기도 좋고, 쪄먹기에도 맛있겠지.
하지만 이 요리법의 핵심은 유아식이라는 것!
아이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게 쟁점이다.
‘그러니 일단은 다진다!’
승우는 칼을 하나 더 들고 양손으로 핏 트라이던트의 고기를 잘게 다졌다.
아주 곱게 다져서 씹기 쉽고, 소화가 잘 되게 만든다.
‘이걸로 기초 준비는 끝.’
이렇게 잘 다져진 고기에 스타 페퍼를 넣는다.
이름처럼 별 모양으로 생긴 풀인데, 맛은 박하와 비슷하다.
얼음 마법의 매개물로도 종종 사용되는 만큼 차가운 성질을 지녔다.
거기에 추가로 와인을 조금 넣는다.
술은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깊은 풍미를 준다.
테라에서 가지고 온 와인 중 요리용 저품질 와인이 남아서 그것을 넣었다.
‘여기에 설탕과 후추, 소금으로 간을 좀 더 하고…….’
주물러서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준다.
크기는 주먹의 절반 정도, 예쁜 고기 경단 5개가 완성됐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요리다.
보여주고 말해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
이러한 재료를 썼다고 말해주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그런 요리에 가문 비전의 요리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는다.
이 요리가 프란츠베르크가의 비전 요리인 이유는 그들이 만든 고유한 마법 때문이었다.
듣기로는 아이스 드래곤에게 배웠다던가?
승우는 기억을 더듬어 주문을 외웠다.
‘마법 주문의 기반은 얼음. 스타 페퍼와의 공명 효과로 속성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요는 이것이다.
핏 트라이던트의 고기에 깃든 투쟁심을 얼려서 유지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체에 들어갔을 때 해방하여 몸에 투쟁심을 새기는 것이다.
주문 자체가 강했다면 ‘악질적인 세뇌’ 주문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주문 자체는 아주 약한 암시 정도일 뿐이다.
어린아이가 몇 년간 지속해서 먹는 거라면 모를까.
성인인 페로라면 일시적으로 흥분 상태가 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
굳이 말하자면 영화 록키를 보고 음악으로 ‘Eye of the Tiger’를 틀어둔 정도?
흥분한 나머지 집에서 섀도 복싱을 하는 승우 같은 상태다.
‘으, 으음. 예시가 좀 부끄럽군.’
뭐, 누구에게나 소년기라는 건 있는 거니까.
승우는 헛기침을 하며 주문을 끝맺었다.
“잘 새겨졌군.”
고기 경단 안으로 새겨진 주문이 보였다.
이제 겉면을 토치로 구워서 내기만 하면 ‘프란츠베르크가 비전의 유아식, 겉을 살짝 구운 고기 경단’의 완성이다.
“자, 드세요.”
“예? 에에……?”
비몽사몽 간에 눈이 풀린 페로가 눈꺼풀을 비비며 일어났다.
따끈하고 자그마한 육구가 조물거리는 그 감각이란 참으로 노곤노곤한 것이 참을 수가 없는…….
“핫. 제가 잠들었었나요.”
“20분 정도입니다. 딱 좋은 휴식이었죠?”
“그렇군요.”
페로는 앞발과 뒤발을 꼼지락거렸다.
운동을 하고 마시지를 받으면서 잤기 때문인가?
평소보다 의식이 오히려 뚜렷하고 힘이 났다.
그런 페로의 앞에 승우가 접시를 내밀었다.
“드세요. 소스는 취향대로 골라서 뿌리시면 됩니다.”
동글동글하고 고소한 향을 풍기는 고기 경단이 다섯 개.
페로의 몸집에 비하면 작다.
거의 간식 정도?
코끼리 비스킷이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 짝이었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양은 좀 적지만, 훌륭해 보인다.
살짝 붉은 기가 도는 고기 경단이 겉면만 살짝 익어 있었다.
겉면에서는 육즙이 자르르 흐르고, 내부는 마치 소고기 육회와 같은 신선함이 있다.
기분 탓인지 안에서는 약간 차가운 느낌도 났다.
“호의를 받아서 감사히 먹겠습니다.”
운동하고 한 잠 잤더니 막 출출했던 참이다.
페로는 망설임 없이 한 입에 경단 다섯 개를 털어 넣었다.
인간의 주먹 반만 한 경단이라면 한 입 거리도 안 되지.
그런데 이 경단……!
‘맛없-!?’
말도 안 돼!?
이건 사기다!
이렇게 맛있게 생겼는데!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데!
맛이 없다고?!
페로의 동공이 커졌다.
생각 같아서는 내뱉고 싶을 정도의 맛이다.
고기는 냄새와는 다르게 누린 맛이 장난이 아니다.
속였구나?!
뭔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향으로 맛을 덮었다!
그리고 씹는 순간 그 향조차도 페로를 배신했다.
‘바, 박하 향?! 민트! 민트라니!’
고기에서 왜 민트 향이 난단 말인가!
민트 향은 치약 말고는 다른 것에서 나서는 안 되는 향기다!
한국 생활 3년, 입맛만은 한국인인 페로에게 민트는 그런 것이다.
지옥 같은 맛이 페로의 혀를 지나 위장으로 내려갔다.
다행인 점은 양이 적었다는 거다.
페로는 나비가 건네주는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승우를 봤다.
“물이 맛있네요.”
“그렇죠?”
그만큼 경단은 더럽게 맛없었습니다.
페로는 예의 바르게 돌려서 말했다.
승우는 그 말을 이해하고 싱긋 웃었다.
효과는 이제부터다.
“어?”
페로는 뭔가 위장에서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었다.
배탈인가?
아니다.
배탈도 아니다.
위장도 아니다!
이건…….
가슴이 끓는 거다!
페로는 벌떡 일어나 두 발로 서서는 팔을 들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아니! 몸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꾸어어어-엉-!”
페로는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쾅쾅 쳤다.
고릴라나 할 법한 위협!
쿵쿵 하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페로가 다시금 소리쳤다.
“꾸어엉!”
“좋았어, 페로 씨. 여깁니다. 여기.”
“그르르르?”
승우가 마당에 놓인 허수아비를 가리켰다.
페로는 그걸 보자마자 달려들어서 앞발을 휘둘렀다.
투캉-! 하고 엄청난 소리가 나며 허수아비가 ‘터졌다.’
과거 테라에서 검술 연습용으로 쓰이던 허수아비라 튼튼할 텐데, 일격?
승우는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쳤다.
“좋아요. 좋아! 그렇게 하는 겁니다! 나비야! 더 설치해!”
“알았다냐!”
나비가 빠르게 달리면서 허수아비를 설치했다.
페로는 그걸 보고 포효하며 뛰어올랐다.
그렇게 아닌 밤에 중에 백곰의 우다다가 시작 됐다.
신사적이고 지적인 페로는 야수가 되어 22개의 허수아비를 부수고 마당을 수백 번 돌았다.
그가 멈춘 것은 해가 뜰 때 즈음이었다.
보통 이렇게 갑자기 빡세게 운동을 하면…….
* * *
다음 날 아침.
황지현이 아침 식사를 하며 말했다.
“페로는 오늘 병가 내고 쉬는 중이에요.”
“음, 과하긴 했죠.”
뻗기 마련이다.
운동은 대부분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근육의 부하를 늘려가며 육체가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우르크니까 괜찮을 겁니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수준이 어디 안 가죠.”
“우르크요?”
“이름난 전사 종족입니다.”
난폭하고 싸움을 좋아하는 우크르 중에서도 페로 같은 이가 나올 수 있다.
기억상실 때문이지만 어쨌든, 이건 종족의 특성이 어떻든 교육하기 나름이라는 좋은 증거 아닌가?
승우는 싱긋 웃으면서 황지현에게 말했다.
“이번에 좋은 걸 많이 배웠습니다.”
독도 쓰기에 따라서 약이 될 수 있다.
추악하다고 여겼던 프란츠베르크의 비전 음식도 잘 쓰니 도움이 되지 않았나?
그리고 포악할 거라고 생각했던 우르크 족도 잘 가르치면 페로처럼 된다는 걸 알았다.
선선히 감사의 인사를 하는 승우에게 황지현이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페로가 몸은 좀 아프지만 정말 개운하게 잘 잤다고 했어요.”
“그럴 겁니다.”
“향수병이 아니라 운동 부족과 무기력증이라니, 하하.”
깊게 생각해 보면 알 수도 있었을 문제였다.
페로가 너무 착해서 생각을 못한 게 원인이다만, 그래도 사수로서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지현은 반성하며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흐흠. 페로 씨의 문제니까 페로 씨가 갚아야죠.”
“아뇨. 제가 페로의 사수니까요. 부사수가 신세를 졌으면 제가 갚아야죠.”
“그래요?”
이런 바람직한 선배를 봤나.
여기 사람들은 다 착하다니까.
승우는 씨익 웃으면서 냉장고를 열었다.
“그럼 갚도록 하세요.”
“저기요? 사장님? 냉장고는 왜 여세요?”
“먹어서 은혜를 갚으셔야죠. 제가 몇 개 시험해 보고 싶은 음식이 있거든요.”
독도 약이 될 수 있다.
몇 개 확인해 볼 독 요리가 있다.
질겁하는 지현에게 승우가 상냥하게 말했다.
“걱정마지 마세요. 음식이니까, 최악의 경우 맛없기밖에 더 하겠어요?”
“오더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고요?!”
“아, 이런.”
“오더에게 먹인 요리 같은 걸 먹일 생각이죠! 입에서 불 나오는 그런 거?!”
“백강혁이 보이는 만큼 입이 싸군요. 그래도 은혜 갚으셔야죠?”
“다른 방법으로 갚겠습니다!”
승우는 조용히 웍을 들었다.
“늦었습니다. 이미 요리 시작했어요.”
지현은 참담하게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