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15)
괴식식당-215화(215/613)
215화. 정면승부 (3)
시라노의 눈이 부릅떠졌다.
개불의 맛 따위는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책에 적힌 내용에 따르자면 개불은 알라닌과 클리신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둘 다 단맛을 내는 성분이다.
그래서 개불은 해산물 중에서도 극히 드물게 단맛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꼬들꼬들한 몸은 마디가 없이 통짜라서 회로 먹을 경우 대단히 탄력 넘쳐서 씹을 때마다 이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는 최고의 식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 틀렸잖아-!!’
단맛은 없다.
쓰다.
노란 개불의 주식은 풀이라고 했던가?
풀 뜯어먹는 개불이라니 이게 무슨 개풀 뜯는 소린가 싶다만 과연 풀을 뜯어먹는 개불답다.
쓰다. 참을 수 없이 쓰다.
알라닌과 클리신이 재빨리 탈주해 버렸는지 단맛은 쥐뿔도 나지 않는다.
시라노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쓴맛에 이를 악물었다.
야속하게도 일반인에 비해서 엄청나게 예민한 혀가 쓴맛을 끝까지 추적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는데도 멋대로!
‘이 쓴맛의 근원은 내장인가.’
이론적으로 개불의 손질은 앞뒤를 잘라내고 깨끗하게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
앞뒤를 잘라내는 이유는 그곳에 개불의 날카로운 이빨이 있기 때문이다.
내장을 제거하는 이유는 맛이 없기 때문이고.
하지만.
‘이 자식. 내장을 일부러 남겼어. 왜?’
시라노가 힐난하는 눈으로 승우를 봤다.
그러자 마음을 읽었는지 승우가 생긋 웃었다.
“그야 내장이 맛없으니까 남겼지요.”
“!”
어째서!
“맛없는 게 효과가 좋은 거라니까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15분 지나서 먹어야 진짜 제대로 된 회 맛을 느끼는 건데 초심자가 잘못 먹었다가 죽을까 봐 15분의 시간 제한을 준 겁니다.”
시라노가 끄윽 소리를 내며 몸을 숙였다.
진짜 더럽게 맛없다.
맛도 더러운데 식감도 더럽다.
꼬들꼬들한?
치아를 마사지하는?
‘개뿔.’
그런 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흐물흐물하다.
아스팔트를 포장할 때 쓰이는 타르를 씹는 기분이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이러한 비유가 과연 요리에 쓰이는 비유인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진짜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시라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 조각의 노란 개불을 해치웠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한 조각을 먹는 데 3분.
모둠회에 올라간 개불은 모두 7종, 21조각.
그렇다면 남은 것은 20조각.
‘남은 시간은 12분. 이 속도라면 늦는다.’
어떻게 할까.
어떤 방법으로 이 난관을 풀어갈까.
마음이 조급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조급해진 상태로 생각한 아이디어는 항상 결과가 나빴다.
조급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된 거 2분은 버린다.’
시라노는 자신의 마음과 몸을 추스르는 데 2분을 쓰기로 작정했다.
침착하게 얼굴의 땀을 닦고, 물을 마시고 옷을 정돈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개불을 관찰하기로 했다.
‘힌트는 있었어.’
먹는 것이 맛과 효과에 반영된다.
유승우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거짓은 없을 터.
풀을 뜯어먹는다는 녀석은 썼다.
붉은 개불은 화산지대에서 살며 철분이 많다고 했다.
철의 맛은 떫은맛이다.
‘떫은맛을 중화시키려면 단맛이 좋지. 이 개불 중에서 단맛을 가진 녀석을 찾자.’
맛과 맛을 중화시켜서 먹기 쉽게 만든다.
아마도 이것이 해답이다.
이것 말고는 답이 없다.
시라노는 차분하게 개불을 하나씩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핥았다.
유성이 혀를 내밀었다.
“웩. 뭐 하는 거요?”
“관찰.”
“그럼 보기만 하면 되지 그걸 왜 핥소?”
“보고, 핥고, 만져야 이해할 수 있지.”
그의 눈은 끝없이 진지했다.
물론 그런 그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
유성이나 시라노의 보디가드의 눈은 아니었다.
“저거 지금 진심인가?”
“…….”
보디가드들이 무심코 긍정하게 될 만큼, 상황이 이상했다.
개불을 진지하게 핥는 시라노 사령관의 모습은 부조리극을 보는 듯했다.
그는 세상에서 잘난 사람을 줄 세웠을 때 열 명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대단한 사람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이자 세계 최고 국제단체의 수장인 주혁진이 최선두에 있다면 시라노의 자리는 그 다음이나 그 다음다음 정도.
주혁진이 휘두르는 쌍칼이 퍼스트 오더 1위의 이시형과 13위의 리비라면 그의 그림자가 바로 시라노였다.
그 시라노가.
“음……. 그렇군. 흠. 흠.”
할짝.
할짝.
진지한 목소리와 할짝이는 소리가 엇갈려서 들린다.
다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곤 천장만 쳐다봤다.
오직 한 사람.
승우만은 그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혀뿐만 아니라 머리도, 감각도 좋군.’
정답이었다.
저 개불 모둠회를 제대로 먹는 법이 바로 저것이다.
승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성공했다고 봐야겠네.’
30알갱이의 콩 사이에 딱 한 알 넣어둔 팥을 찾아내는 얄미운 혀의 소유자다.
뒤는 볼 필요도 없었다.
그는 정답인 조합을 찾아내겠지.
과연 그러했다.
“알겠다. 빨간 개불은 철분이 많아서 떫고, 노랑은 써. 형광은 지독하게 단맛이 나. 형광 개불 쪽은 인위적으로 만든 개불이 아닌가 싶어. 양식인가?”
“어째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인공감미료에 가까운 맛이야.”
“정답입니다. 꿀과 설탕을 먹여서 키운 개불이죠.”
“그런 미친 짓을 왜 하는 건데…….”
“단 게 먹고 싶어서요.”
“단 걸 먹고 싶으면 그냥 꿀을 먹으면 되잖아!”
“꿀을 먹으면 위법이라서.”
“그게 대체 뭔 말이야!? 꿀 먹인 개불은 되고 꿀은 안 돼?!”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다는데 어쩔 건가.
승우의 담담한 대답에 농담이 아닌 진짜라는 걸 안 시라노는 머리를 흔들었다.
“미친 세계네.”
“미친 세계입니다.”
시라노 안에서 테라의 이미지는 광인의 세계로 낙인 찍혀졌다.
그가 수건으로 혀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커다란 개불은 다른 개불보다도 짜. 유난히.”
“짠맛도 여러 맛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짠맛입니까?”
어떤 짠맛이냐고?
시라노는 아니길 기원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땀 맛?”
“정답입니다. 혀가 진짜 대단하네요.”
자이언트 개불은 개불에게 역기를 주고 단련시킨 헬스 개불이다.
활발한 신진대사로 근육이 붙고, 땀샘이 발달해서 압도적인 짠맛이 난다.
시라노가 인상을 구겼다.
“맞추고 싶지 않았어. 제길…….”
“그럼 마지막인 무지갯빛 개불은 어떤 맛이었습니까?”
“뭔가 유니콘의 뿔을 핥는 듯한…….”
“추상적이군요.”
“그니까 으……. 아니, 됐어.”
시라노는 짜증을 담아서 입을 헹궜고, 유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궁금해했다.
“거, 궁금하게 시리. 왜 말을 하다 마오. 끝까지 말해 주시오.”
“그럼 당신이 먹던가.”
“그건 싫소.”
“씁.”
시라노는 혀를 차며 시계를 봤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7분이다.
하지만 모두 파악했으니 이제는 쉬운 일.
시라노는 차분하게 맛을 기억하고 하나씩 조합하여 개불 모둠회를 먹어 치웠다.
“끝이다! 좋았어! 역시 나야-!”
그가 양팔을 들어올렸다.
환희의 승리 포즈였다만…….
“…….”
“…….”
“…….”
“뭐야. 뭐야. 다들 왜 그런 눈을 하고 있는 건데?”
시라노의 보디가드와 한유성의 눈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역시 다시 생각해 보아도 다 큰 성인이 개불을 핥는 것은 보기에 썩 좋지 않았다.
* * *
“약속대로 중국 게이트 소멸 작전에 한 발 걸치기로 하겠습니다.”
“고맙소.”
드디어 한 고지를 넘었구나.
계약서에 서명하는 승우를 보며 시라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떠한 최악의 사태가 발발하더라도 케어가 가능하다.
그에게는 이미 S오버 랭크 게이트를 단시간에 소멸시켰다는 전공이 있다.
한 번 했던 일을 또 하는 일은 어렵지 않겠지.
희희낙락하며 시라노가 웃었다.
하지만 문득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데, 이 요리의 효과는 뭡니까?”
“효과라.”
“당신의 음식은 모두 마법과도 같은 효과가 있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그런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물론 효과야 있죠.”
승우가 시라노의 코를 가리켰다.
시라노는 살짝 의아해하며 스스로의 코를 매만졌다.
그때였다.
코에서 코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
황급하게 티슈로 코를 막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빈혈?’
아니, 빈혈은 아니다.
피가 부족해서 어지러운 증상이 아니다.
두근, 두근 하고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마치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활기.
너무 피가 넘쳐서, 힘이 넘쳐서 어지러운 것이다.
“사령-!”
“가만히 있어!”
다급하게 다가오는 보디가드를 물렸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자신의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시라노의 경우는 정말이었다.
시라노는 의사 면허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나쁜 일이 아니야.”
그가 수건 위로 거세게 코를 풀었다.
철퍽 하고 뭉친 코피가 떨어져 나왔다.
아주 크고 역하게 응어리진 피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연거푸 세 번을 풀었다.
철퍽, 철퍽 하는 소리가 들리자 다들 기가 질렸다.
한 덩어리가 성인의 주먹보다도 컸다.
코에서 나올 양이 아니다.
그리고 색 또한 그랬다.
“이건 어혈이구려. 양놈이라 평소에 기름진 걸 먹어서 그러나? 어혈의 양이 뭐 이리 많소?”
“내가 다른 사람보다 좀 하드코어하게 살기는 하지. 워낙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서 말이야.”
“잠이 보약이요. 잠이나 자쇼.”
“최근 1년간 하루 2시간 이상의 수면은 해본 적이 없군.”
시라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니 유성이 혀를 찼다.
“거의 안 잤다는 소리잖소?”
“수면 캡슐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지.”
“에헤이, 그러니 그만큼 어혈이 나오지. 그 정도의 어혈이라면 몸이 성하다고는 할 수 없을 거요. 이거 또 귀하가 요리로 몸을 고쳐준 거요?”
“모둠회에 특별하게 마법을 쓰진 않았어. 그냥 썰어줬을 뿐이지.”
그렇다는 건 개불 자체의 효과인가.
시라노는 스스로의 몸을 차분하게 관조했다.
탐지계처럼 능숙하게 할 수는 없지만 의사로서의 경험과 헌터로의 경험으로 추측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하나 더.
“폰?”
“게임 시스템 작동.”
현대과학의 정수인 게임 시스템이 있었다.
몸을 스캔해서 현재 상황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게임 시스템보다 효과가 좋은 것은 극히 드물다.
그는 표시된 자신의 상황을 훑어보고는 감탄했다.
“체력 회복, 마력 회복, 피로 회복, 그리고 미약하나마 경험치가 증가했군.”
하나하나 수치는 적었다.
체력 회복은 제대로 된 회복 도구나 포션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마력도 마찬가지였다.
피로 회복은 30분 정도 숙면을 취했을 때 정도.
경험치 증가량은 아주 낮았다.
어혈을 제거해서 당장 기분이 상쾌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엄청난 효과는 아니다.
죄다 포션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먹는 걸로 이 효과를 누렸다는 게 중요하다.
그것도 별다른 요리 과정 없이 회로 섭취했다는 것만으로-!
재료의 힘만으로!
“흠. 과연, 과연. 어째서 이런 요리를 먹이나 했더니만…….”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말없이 보던 시라노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진지한 것은 나뿐이었군.”
어떠한 괴식이 나올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고민했던 게 바보같이 느껴졌다.
유승우는 애초에 시라노에게 괴식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괴식 챌린지는 진검승부의 장이 아니었다.
“이 식재료를 내게 소개시켜 주고 싶었던 거요?”
“테라의 문화가 바뀌는 중이라 질 좋은 개불이 버려질 위기였거든요. 그런 재료를 지구에서 좋은 용도로 써주면 서로 좋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좋은 재료요.”
비싸고 구하기도 힘든 포션처럼 대단한 효과는 없다.
하지만 이 자잘한 효과는 식단에 넣는 것으로 모든 장병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
그의 말마따나 정말 좋은 이야기다.
테라에게도, 지구에게도.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호의를 보이는 거요?”
시라노의 눈은 장난감이 아니다.
그는 유승우의 호의를 느낄 수 있었다.
프로파일에 의하면 그는 상당히 짓궂은 사람이다.
약간의 S성향이 있다고 하는 그가 이 괴식 챌린지에서는 져준 모양새가 아니던가.
어째서 져준 걸까?
승우가 싱긋 웃었다.
“7년 전 서울에서 B등급 게이트 브레이크 사고 당시 서울에 있으셨죠?”
“그랬었지.”
다시 생각해 봐도 좋은 기억은 아니다.
아직 UN이 군림하던 시절이라 체계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UN은 삽질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때 일반인들을 지휘하셔서 구조 작전을 펼치셨다면서요?”
“그렇다만…….”
“그때 순직한 소방관 중에 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전우에게 제가 해코지를 할 수는 없죠.”
순직한 소방관?
“유경래 소방위?”
“기억하십니까?”
기억하고말고.
시라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어린이집으로 갔던 사람이지.”
“기억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아주 인상적인 사람이라 기억할 수밖에. 뒤처리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지.”
시라노와 승우가 쓰게 웃었다.
그가 말하는 뒤처리는 방송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국적으로 방송을 했다더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유감이네. 시대는 영웅을 필요로 했거든.”
승우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재난 중의 상황이니까 이해합니다. 아버지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고맙군.”
시라노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나저나 그래서였구나.
전우라고 생각해 줘서 봐준 거였어.
고마움. 쑥스러움.
만감이 교차한다.
감동, 그리고 여운.
눈을 감고 감정을 정리한 시라노가 슬그머니 물었다.
“근데 해코지를 안 한다고 했는데, 개불을 핥게 하는 건 해코지가 아닌가?”
“…….”
“솔직히 고소도 가능하다고 본다만.”
승우가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