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22)
괴식식당-222화(222/613)
222화. 훈련 (2)
시라노 베르그송 사령관이 헌터들을 지휘한다.
한 줄로 적힌 이 말은 간단하지만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첫째. 시라노 베르그송 사령관은 총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로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둘째. 이번 일은 SS오버 랭크 게이트 소멸 작전이라 모든 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셋째. 여기는 중국이다.
넷째. 그는 알아주는 다혈질이다.
이 말을 좀 더 깊게 설명하자면 시라노 베르그송 사령관은 엄청난 권력과 뒷배로 일반적인 지휘관은 꿈도 못 꾸는 규모로 계획을 짜, 주변 국가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고, 또한 SS오버 랭크 게이트 소멸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세계의 3대 강국인 중국과 신경전을 치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검을 들고 목을 치려고 할 정도로 막나가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런 인간이 통솔하는 병력이 다음과 같았다.
퍼스트 오더만 25명.
그 휘하 팀 25개.
그것을 보조하는 헌터.
그 헌터를 보조하기 위해 소집된 인근 12개 국가의 육군, 해군, 공군.
그 군인들이 가져온 설비와 설비를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병력.
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싸우게 만들기 위한 지원 병력.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런 숫자를 제대로 통솔하고 작전을 진행시키려면 수백 명의 지휘관과 전략가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작전을 짜고 인명을 편성해야 한다.
그렇게 짜인 편성과 작전 계획의 최종 점검을 하던 시라노가 턱을 긁었다.
“나쁘진 않아.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가 잘 풀려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시라노는 25인의 퍼스트 오더 리스트를 훑어보고는 혀를 찼다.
“최소 2명.”
“뭐가 말임까?”
“25명 중에서 최소 2명은 중국의 스파이야.”
세계 최고의 헌터 100명, 퍼스트 오더.
그들은 인류의 보물이다.
나라마다 얼마나 많은 퍼스트 오더를 보유하고 있는가, 퍼스트 오더에 근접한 헌터가 얼마나 있는가로 국력을 측정한다.
이렇듯 현대의 국력은 헌터의 숫자로 판가름 난다.
그런데 과연 각 국가들이 자국 출신 퍼스트 오더를 그냥 방치할까?
“아니야, 결코 아니지.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속박하고, 통제하려고 하지.”
“ISAC를 무시하고 말입니까?”
“무시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말이야. 방법이야 많지. 가족이나 지인, 학연, 계약 같은 올가미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그렇기에 퍼스트 오더의 소속은 국제기구인 ISAC지만 국가라는 사슬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몇몇 아주 특별한 이를 제외하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
“ISAC 가맹국 204개 중에서 사슬이 가장 크고 굵은 나라가 중국이야.”
“그렇겠죠. 워낙 악명이 자자하잖습니까.”
“놈들은 상당히 미쳐서 그런지 다른 나라의 국민을 상대로도 사슬을 마구 휘두른단 말이지.”
“그래서 나름대로 의심 가는 퍼스트 오더를 한 번 더 솎아냈습니다만 부족하십니까?”
본래 이곳에 소집된 퍼스트 오더는 중국 올스타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애초에 베이징에 생긴 게이트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의 개입이 너무 심해져서 솎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라노의 성에 차진 않았다.
“부족해. 지금 이 녀석들은 상당히 눈이 돌아갔단 말이야. 베이징 시의 게이트 가치도 어마어마하지만 괴식, 사랑스러운 귀환자님의 요리가 탐이 나서 미칠 지경이겠지.”
먹을수록 강해지는 기적의 카레 요리부터, 먹으면 레벨이 떨어지는 악마의 탕추리지까지.
중국은 정말로 반쯤 눈이 뒤집혀서 승우의 요리를 원하고 있었다.
잘하면 유승우의 귀화.
못해도 요리의 레시피나 힌트만은 가져가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전성기의 중국이었으면 25명 중에서 20명 정도는 수를 써놨을 테지만, 지금의 중국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래도 못해도 2명은 손을 써두지 않았을까?”
“긍지 높은 퍼스트 오더에게 어떻게 손을 쓴단 말입니까?”
“짱깨 머니는 달달하거든.”
중국은 돈이 많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담담한 그의 말에 안톤이 깜짝 놀랐다.
“퍼스트 오더가 돈으로 매수되었다고 하시는 겁니까?”
“녀석들을 멋대로 신격화 하지 마. 다 돈 때문에 싸우는 거니까.”
“그래도 퍼스트 오더는 이미 ISAC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돈이라네. 혹시 돈으로 설득이 되지 않았다면 액수가 모자랐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지. 많은 돈, 더 많은 돈 앞에서 안 흔들리는 사람은 없어.”
속물 같은 말이었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아무리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이라도 엄청난 금액의 현금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시라노는 그런 사람을 백 명도 넘게 보아왔기에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랭크 33위 파동의 호우엔, 랭크 47위 백룡의 사이시를 작전에서 제외한다.”
“우 차이리는 남깁니까?”
“그녀는 내가 알아. 중국이라면 아주 학을 떼는 사람이지.”
“알겠습니다. 백룡의 사이시의 후임은 누구로 합니까?”
백룡의 사이시는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공술사로, 이명이 증명하듯 모든 힘을 모은다면 일시적으로 ‘용’으로 변할 수 있다.
“그래 봐야 짧은 시간이지.”
사이시는 변신하게 되면 차크라 경락에 엄청난 손상을 입는 관계로 길게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그 힘은 절대적!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보험의 역할.
그러니까 지금은 유승우가 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퍼스트 오더다.
유승우가 있으니 보험은 필요 없지 않냐고?
보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지. 작은 위험에는 작은 보험을 쓰는 게 이치에 맞으니 비슷한 역할군으로 채워야겠네. 블랙호크, 윤은형으로 하지.”
윤은형 또한 부상을 대가로 초월적인 파워 업을 하는 부류이니 백룡의 사이시와 사용법이 겹친다.
마침 A섹터에서 요청하기도 했고, 한국인이니 적절했다.
문제는 남은 한 자리.
“이 한 자리가 문제인데…….”
“파동의 호우엔은 밀교신승이니까요.”
호우엔은 기공술의 상위 경지라고 할 수 있는 파동을 다루는 이인데, 기의 파문으로 사물을 감지할 수 있는 탐지계 능력자다.
그러면서도 밀교의 비술인 타오와 만트라로 오만가지 오컬트적인 상황에 대처를 할 수 있으니 실로 특급 인재라고 할 수 있는 걸출한 인물!
그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왕이면 마법사로 대체하고 싶은데 마법사 인력이 있냐?”
“마법사요? 아니, 그건…….”
안톤이 말꼬리를 흐렸다.
수많은 각성자, 헌터 사이에서도 마법을 다루는 자는 정말로 보기가 드문 존재였다.
어중이떠중이라면 어떻게든 구해볼 수 있지만 퍼스트 오더급 마법사는 몇 없는 형국이다.
“어렵겠습니다.”
“이래저래 마법사는 쓸데가 많은데 아쉽네. 녹색 존만이 정도의 마법사가 있으면 진짜 딱인데…….”
“풉-!”
물을 마시던 안톤이 성대하게 물을 뿜어내 버렸다.
그가 물을 뚝뚝 흘리면서 황망한 눈으로 물었다.
“잘 못 들었슴다?”
“녹색 존만이급 없냐고.”
“그게 누군지 모르겠슴다?”
“알잖아.”
“모릅니다. 결단코 모릅니다.”
“바로 생각이 났을 거 아냐. 너의 뇌를 스치고 지나간 그 녹색 눈의 쪼그만 녀석 말이야.”
“본관은 그런 오더 모릅니다!”
“난 오더라고 안 했는데. 뭐, 한 방에 생각났나 보구만?”
안톤이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시라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혀를 찼다.
“아니, 덩치도 큰 녀석이 뭘 그렇게 떨어. 떡대가 아깝다.”
“아, 아아아아아, 안 떨게 생겼슴까!”
퍼스트 오더는 100명이나 되고, 퍼스트 오더였다가 여러 이유로 물러난 사람까지 포함하면 퍼스트 오더급의 인재는 그럭저럭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녹색 눈을 가진 사람이라 하면 확 줄어들고, 대부분이 키가 크기 때문에 작다고 하면 해당하는 사람은 몇 없어진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마법사라는 특수 검색 조건을 넣어버리면 딱 하나만 남는다.
“그, 그 사람이잖습니까.”
랭킹 13위. 소울이터.
생과 사를 주관하는 자.
재앙을 부르는 까마귀, 마탄의 사수.
총장의 왼팔, 무력대행자이자 처형자.
그리고 녹색 존만이?
안톤이 오열했다.
“그런 미친 별명으로 자기를 불렀다는 걸 알게 되면 사령관님은 몰라도 저는 죽습니다!”
“야, 설마 그런 걸로 죽기야…….”
어, 죽을지도.
빡친 리비의 모습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는데, 거의 다 죽었기 때문이다.
시라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죽겠네.”
“거 보십쇼!”
“하지만 이 천하의 시라노가 부관 하나 못 지켜주겠… 네. 응. 못 지키겠다.”
게거품 물고 달려드는 리비를 막을 사람은 지구에 몇 없는데 아쉽게도 시라노는 제 몸 하나 간수하기 빠듯한 형국이다.
안톤을 지켜주는 건 무리겠지.
“뭐, 여차하면 녹색 존만이네 PMC로 이직 신청해라. 걔는 자기 사람은 아끼거든. 쓰레기지만 그건 인정해 줘야지.”
“대위되자마자 방출입니까?!”
“그때는 2계급 특진시켜 줄게.”
“사령관님? 그거 순직 특진은 아니지 말임다?”
“아, 진짜 키는 2미터 가까이 되는 놈이 더럽게 쫑알거려요. 아무튼 총장이랑 연결해 봐라. 존만이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제발 말조심 하십쇼!”
* * *
화상통신 속 시라노가 말했다.
-유비무환이란 말도 있잖나. 여기에 어떤 사달이 터질지 모르니 마법사가 있어야 할 것 같아.
할 법한 요구다.
확실히 SS오버 랭크 게이트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야겠지.
주혁진이 바로 반문했다.
“마법사라고 해도 수준은 천차만별. 어느 정도 수준의 마법사를 원하지?”
-녹색 존만이급?
“풉-!”
마시던 물을 성대하게 뿜어내는 주혁진을 보고 시라노가 눈살을 찌푸렸다.
-더럽게시리.
“아니, 아니, 아니. 그게 누군데?”
-아, 내가 지금 녹색 존만이라고 했나? 이거 입에 붙어버렸구만.
주혁진의 동공이 사정없이 떨렸다.
그러자 시라노는 대수롭지 않게 커피를 머금으며 말했다.
-왜 모르는 것처럼 굴지? 알잖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알아야지.
“모, 몰라!”
-씁. 그 좋은 머리로 순식간에 떠올렸을 거 아냐. 리비 말이야, 리비.
이 새끼, 쐐기를 박았어!
주혁진이 기겁했지만 시라노는 여의치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존만이가 하는 일이라고 해봤자 당신 보디가드니까 보내기로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거 아뇨? 알아들었으면 보내주쇼. 그럼.
통화가 끝났다.
주혁진은 손으로 눈을 덮었다.
때가 좋지 않았다.
어쩜, 어쩜 이런 타이밍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인가.
스스로 알고 있고, 말도 했지 않은가.
존만이가 주로 하는 일은 보디가드라고.
그럼 보디가드가 지금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주혁진의 등 뒤 소파에서 얼굴에 책을 덮고 드러누워 있던 리비가 부스스 일어났다.
“저 바게트.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
“…그게 말이지.”
아니, 세상에 이걸 어떻게 실드를 치지?
주혁진이 당황하는 사이, 리비는 조용히 무장을 챙겼다.
임무 때문에 출장 나갔다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멀리 갈 일이 생겼다.
“제트기. 줘요.”
리비의 두 눈에 깃든 분노를 읽은 주혁진은 조용히 제트기 시동키를 내밀었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그날 밤.
시라노가 묵고 있던 5성급 호텔, 룬 타이는 어째선지 소란스러웠다.
너무 소란스러워서 졸고 있던 시라노가 깰 정도였다.
“시끄럽네……. 이렇게 서비스가 나쁠 줄 알았으면 그냥 하얏트 호텔로 갈걸 그랬나.”
중국에는 중국 나름의 맛이 있겠지 하고 중국 프랜차이즈 호텔을 고른 게 실수였다.
시라노는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작전을 점검하다가 잠깐 의식을 잃은 모양이다.
그것은 같이 작업을 하던 안톤도 마찬가지.
녀석도 소란 통에 잠이 깼는지 고개를 흔들며 일어났다.
“소란스럽군요.”
“취객이라도 나타난 건가?”
“나가볼까요?”
“놔둬. 진정되겠지. 컨시어지도 있고 무장 경비도 있으니까.”
5성급 호텔이 괜히 5성급 호텔이 아니다.
이러한 소란에 대한 대처는 금방 하겠지.
“작업이나 마저 하자고.”
“이 작업은 끝나기나 할까요?”
“그러게 말이다.”
투덜거리며 어깨를 풀 때였다.
점점 소란이 커졌다.
이쯤 되면 참기가 힘들다.
시라노가 버럭 소리쳤다.
“아, 더럽게 시끄럽네. 대체 누구야!”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시라노의 방문이 폭발했다.
“녹색 존만이다!”
문을 때려 부수며 리비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