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28)
괴식식당-228화(228/613)
228화. 이세계 요리 (1)
하늘 높이 날아가는 파란 슬라임.
그것은 당연히 영식이었다.
보통의 슬라임은 녹색이거나 갈색이다.
저리 선명한 푸른색을 가진 슬라임은 둘도 없다.
“엑! 퍼랭아!?”
“뿌에에에오오오-!”
빙글빙글 회전하며 영식이가 하늘을 난다.
진짜 전력으로 친 게 맞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황 중에 검성기까지 써버렸다.
검성기-!
검을 사용하는 모든 것에 어마어마한 보정을 더해주는 SSS급 스킬이다.
강혁이 반사적으로 내지른 일격은 스킬이 없던 시절의 공격력보다 수십 배는 강했다!
바람개비처럼 날아가는 영식이를 보고 강혁의 눈이 부릅떠졌다.
‘쟤가 여기 왜 있어?’
어째서 저 녀석이 이곳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이곳이 안전이 확보된 안전구역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ISAC에서 발표한 현 지역의 안전 확보율은 98.6%.
아주 적은 수치인 1.4%의 변수를 제외한다면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병적인 안전 집착을 가진 시라노가 아니라면 토 달지 않을 아주 안전한 지역!
그렇게 안전한 곳이니까 영식이는 소풍 삼아서, 그리고 승우에게 선물을 주려고 미스릴 호미를 들고 식재료를 캐던 중이었다.
참 갸륵한 마음이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
‘왜 하필 내가 순찰 돌고 있을 때 그러고 있냐고!’
강혁은 강혁대로 할 말이 있었다.
ISAC의 전투 수칙에서 납작하게 엎드린 것은 무조건 매복 중인 적으로 규정짓는다.
그렇기 때문에 납작해져서 호미로 땅을 파던 슬라임은 매복 중인 몬스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첫 번째 변명.
두 번째 변명은 부끄럽게도 미숙함이었다.
‘내 검성기 스킬 레벨은 최하라고.’
어쩔 수 없다.
검성기를 익힌 지 이제 며칠이 되지 않았다.
이게 보통 스킬이던가.
헌터 데이터베이스인 나이츠 오브 라운드 프로토콜에 기록된 검성기의 사용자는 두 명.
습득 난이도는 SSS급.
강력하지만 그만큼 사용하기 힘든 스킬이다.
강혁은 검성기를 막 익혔기 때문에 스킬 수준이 낮아서 제어하는 것이 상당히 미숙했다.
그래서 힘 조절도 실패했고, 간격 조절도 실패했으며 공격하려는 반사작용을 이성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의 악조건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일 났다.”
대형 사고를 쳐버리고 만 것이다.
“뿌엑-!”
철퍽- 하고 뭔가 뭉개지는 소리를 내며 영식이가 땅에 처박혔다.
강혁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퍼랭아, 괜찮아?”
대답이 곧 돌아왔다.
영식이가 눈을 치켜뜨고 팔을 붕붕 휘둘렀다.
“나 화났어뿌!”
화살처럼 영식이가 발사됐다.
슬라임의 탄력을 이용한 대포알 같은 몸통 박치기!
단순한 공격이니 피하기는 쉽다.
그러나 강혁은 피하는 대신 피식 웃었다.
‘한 대 맞아주고 쌤쌤 하자고 하면 되겠지.’
강혁은 검을 내리고 배에 힘을 줬다.
퍼스트 오더 코트도 있으니까 별로 아프진 않을 거야.
그런 속셈이었다.
그런데 영식이의 몸통박치기가 몸에 닿는 순간.
“엩-?”
졸라 아프다?
강혁은 하늘 높게 날아올랐다.
* * *
영식이가 강혁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는 찰싹찰싹하고 강혁을 때렸다.
그러자 강혁이 입을 내밀었다.
“아, 그놈 참.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까 쌤쌤 아니냐. 화 풀어라.”
“싫어뿌. 미워뿌.”
“솔직히 내가 더 세게 맞았거든? 넌 슬라임이라서 칼 맞은 걸로는 안 아프잖아.”
“그거 차가워서 아파뿌.”
“그냥 차가운 정도라는 거 아냐. 나는 아우, 담즙이 올라오네. 반 죽는 줄 알았다.”
강혁이 배를 쓰다듬으면서 투덜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무지하게 아프다.
슬라임이 아니라 무슨 철구로 얻어맞은 느낌이다.
슬쩍 옷을 까서 배를 보니까 동그랗게 영식이의 모양으로 피멍이 생겨 있었다.
실로 가공할 만한 몸통박치기다.
이만하면 슬라임에게 맞은 게 아니라 공성병기를 복근으로 막았다고 해도 믿어주겠지.
“근데 너 뭐 먹고 살길래 이리 딴딴하냐? 만져보면 몰캉몰캉한데 이상하네.”
“밥 먹는다뿌?”
“밥 먹고 이렇게 되나?”
“밥이 보약뿌.”
“아, 그건 그러네. 싸장님 밥이 보약이긴 하지.”
강혁도 최대한 열심히 식당에 가서 먹고 있긴 하지만, 삼시세끼를 먹는 영식이만큼 많이 먹지는 않는다.
강해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지.
“너 실제로는 레벨 꽤 높은 거 아니냐?”
“몰라뿌.”
“하긴 네가 몰 알겠냐.”
“뿌.”
“아, 야. 머리털 뽑지 마! 대머리 되면 인기 순위 내려간다고.”
강혁의 머리 위에 있던 영식이가 머리털을 잡아당겼다.
별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구레나룻과 앞머리, 뒷머리를 흔든다.
마치 전투기의 조종간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강혁은 영식이가 조작하는 대로 움직였다.
가령 옆머리를 잡아당기면 옆으로 움직이고 앞머리를 잡아당기면 땅을 판다.
뒷머리를 잡아당기면 일어나는 식이다.
“끄응, 조종당하는 로봇이 된 기분이야.”
“아니다뿌, 슬라임 나이트다뿌~”
슬라임 나이트는 어린 소년 기사가 슬라임을 타고 세상을 여행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슬라임과 소년 기사가 아주 귀엽고, 이야기도 짜임새가 있어서 상당히 인기가 있다.
강혁도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을 정도의 대히트 애니메이션!
“그럴 리가 없잖아, 인마. 슬라임 나이트는 기사가 슬라임을 타는 거라고.”
“뿌?”
“지금 상황은 어디 봐도 슬라임이 기사를 타는 거잖아. 반대라고 반대. 종족 역전 세계냐?”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뿌.”
“끙. 서울이 터진 지 언젠데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만화책뿌?”
“싸장님이 사둔 오래된 만화 컬렉션인가. 내참 요즘은 다 E북인데 뭔 종이책을 본다고, 하여간 구닥다… 악악! 때리지 마!”
조종간인 앞머리와 뒷머리를 잡고 있다고 해서 방심했다.
생각해 보면 슬라임의 팔이 두 개로 고정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영식이는 수십 개의 촉수 같은 팔을 만들어서 강혁의 머리를 때렸다.
통통통, 하고 무엇인가 속이 빈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북소리를 노동요 삼아서 강혁은 계속해서 호미를 움직였다.
“근데 뭘 찾는 거야?”
“이거뿌.”
영식이는 가방을 뒤져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돌멩이?”
“뿌.”
영식이가 자랑스럽게 뿌- 하고 공기를 내뱉었다.
보그르르 하고 녀석의 안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강혁은 몇 번이나 돌멩이를 다시 봤다.
“아무리 봐도 돌멩이인데.”
“깨면 하양이가 나와뿌.”
“음?”
살짝 힘을 주자, 금이 갔다.
강혁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반으로 갈라봤다.
그러자 안에서 새하얀 속살이 보였다.
탱글탱글하고 흔들리는 속살, 더 자세히 보니 검푸른 내장도 보인다.
이것은 돌처럼 보였지만 생물체임이 분명하다.
“안전 확보 구역에 미확인 생명체가 남아 있다니. 이게 어떻게 스캐너에 안 걸렸지?”
강혁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그는 금방 결론을 내렸다.
“스캐너는 이걸 돌로 인식하는구나. 위장술이 제법인데.”
완벽하게 돌처럼 보이기에 스캐너조차도 속이는 위장술.
아마 높은 레벨의 위장술 스킬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겠지.
강혁은 그 높은 위장술 레벨에 놀라면서, 동시에 시라노 사령관의 안전집착증에 다시 한번 놀랐다.
“1.4%의 변수가 이런 거구나. 절대 안전이라는 말은 절대 없다는 건가.”
“뿌?”
“근데 너는 이걸 어떻게 찾았냐?”
“땅 파니까 나왔는데뿌?
“그냥 우연인가……?”
강혁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보물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천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 그런 쪽으로 진화를 한 건가? 생각보다 좋은 식재료일지도 모르겠다. 겉보기로는 석굴 같네.”
“석굴뿌?”
“맛있는 거야.”
확실히 비슷하다.
다만 석굴보다 조금 더 돌같이 생겼고, 튼튼해서 헌터의 악력이 아니면 부서지지도 않을 정도였으며 무엇보다 매우매우매우 비린내가 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바로 코를 막고 비명을 지르면서 내던질 정도로 강한 냄새.
하지만 강혁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검과 승리.
그리고 괴식의 신을 모시는 몸이다.
이세계의 식재료에 굴복해서야 쓰겠나.
“어디 일단 맛부터 보자.”
후루룩, 단숨에 의문의 굴을 먹었다.
조금 따가웠다.
체액이 약간의 산성을 띠는 모양이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사람의 혀는 그대로 녹아버릴 정도다.
하지만 독 내성이 높은 강혁의 혀는 이 정도는 가뿐하게 이겨낸다.
“호. 체액 때문에 방심했는데 의외로 맛있네?”
내장이 달다.
진한 감칠맛이 어째 최고급 소고기의 마블링을 연상하게 했다.
“해산물처럼 보이는데 맛은 진하네. 지방의 맛이 엄청나. 맛있다.”
“뿌뿌! 선물로 줄 거야뿌!”
“응응. 많이 모아서 싸장님 주려는 거였구나.”
“뿌!”
“영 안 좋은걸.”
“뿌?”
영식이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강혁은 진지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싸장님과 나는 괴식의 신을 모시는 몸. 맛있는 소재보다는 맛없는 소재가 좋다! 이건 너무 맛있어서 글러먹었어!”
“뿌!?”
맛있어서 선물이 되지 못하다니!
하지만 영식이도 금방 그 사실을 떠올렸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아빠는 맛있는 걸 받았을 때보다 맛없는 걸 받았을 때 좋아한다.
대명이라는 곳에서 온 아줌마가 준 최고급 대게보다는 이상한 돼지고기를 받았을 때 기뻐했다.
“뿌……. 이건 안 돼뿌?”
“음, 일단 생식으로는 너무 맛있어서 안 되겠네. 하지만 걱정 마라, 퍼랭아.”
“뿌?”
“식재료라는 건 요리하기에 따라서 맛이 변하기도 한다! 살짝 요리해 볼까?”
“뿌…….”
영식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심쩍은 눈으로 봤다.
믿을 수가 없다.
이 빤짝이가 요리하는 모습은 본 적도 없다.
“요리는 어렵다뿌.”
“에헤이. 별거 아냐. 굽고 튀기고 찌면 그게 요리지. 봐라, 일단 구워볼까?”
“어떻게 구워뿌?”
여기에는 불도 없고 냄비도 없다.
돌아가서 하자는 걸까?
“이렇게 하면 돼.”
강혁이 입을 벌리자 불꽃이 내뿜어졌다.
파이어 브레스-!
카일레우스 스테이크라는 보물을 먹고 습득한 귀중한 스킬이다.
랭크가 낮아서 위력도 좋지 않고 사정거리도 짧아서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밀착상태에서의 기습 공격과 가열기구 대용으로는 딱이었다.
그 모습을 본 영식이가 폴짝 뛰며 팔을 휘둘렀다.
“멋있다뿌!”
“그래? 신선한 반응이네. 내 부관은 기분 나쁘다고 했는디…….”
“드래곤 같아뿌! 멋져뿌!”
“오? 그래? 와하하하! 날 더 찬양해라, 퍼랭이!”
“나도 하고 싶어뿌!”
강혁이 콧대를 올렸다.
마침 딱 돌이 익었다.
쩍 하고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그 사이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그럼 먹어볼까!”
“뿌!”
앙- 하고 둘이 동시에 모락모락 익은 돌덩어리 굴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둘의 눈이 동시에 떨렸다.
“우왁! 뭐야 이거!”
“뿌엑!!”
둘이 동시에 굴을 내뱉었다.
* * *
승우가 조용히 만화책을 덮었다.
“그래서 이 돌을 구우면 그렇게 맛이 없다고?”
“읍읍읍-!”
“뿌!”
엄청 맛없다.
말도 못 하게 맛이 없다.
둘 다 아직까지 그 충격에 말을 제대로 못 할 정도다.
나름 잔뼈가 굵은 백강혁조차도 이럴 정도라니, 보통의 식재료가 아니겠지.
승우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돌멩이를 잡았다.
검지와 엄지로 살짝 비트니 마치 땅콩처럼 돌이 부스러졌다.
그가 살짝 냄새를 맡아보더니만 살짝 웃었다.
“장난 아닌데?”
냄새가 굉장하다.
사람은 후각의 지배를 받는 생물이라 냄새가 지독할수록 크게 영향을 받는다.
냄새가 이리 독하다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요리할 보람이 있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