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0)
괴식식당-230화(230/613)
230화. 이세계 요리 (3)
곤계란은 세계의 혐오 음식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혐오 요리다.
사전적으로는 속이 물러서 상하거나 곪은 계란을 의미하지만, 요리로서는 병아리가 부화하기 직전의 계란을 삶는 것을 말한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는 주로 오리알을 사용하니 한국에서 말하는 곤계란과는 다른 음식으로 취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경우에는 독뱀의 알을 사용하니 곤뱀알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곪은 계란이라는 그 이름답게 곤계란의 겉모습은 상당히 비위가 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알에서 부화하기 직전의 모습을 거의 갖춘 병아리다.
아무 생각 없이 껍질을 깠다가 그걸 보면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른다.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그놈의 식감, 망할 놈의 식감도 엄청나다.
깃털이 씹히고 부리가 씹힌다.
뿌득뿌득하고 연골도 씹히고, 아무튼 장난 아닌 식감이 느껴진다.
“그건 너무 성체에 가까운 상태의 곤계란이라서 그런 거잖아요. 제대로 시기를 맞춘다면 먹을 만하다고요.”
레이첼이 항변했다.
부화 직전 거의 성체인 병아리가 아니라, 그 병아리가 만들어지기 직전.
노른자에서 병아리가 되어가는 과정.
깃털도 연골도 없이 흐물흐물한 곤죽 상태로 노른자에 혈관이 보이는 정도.
물론 이 상태도 꽤나 혐오스럽지만, 형태가 다 갖추어진 것보다는 나은 그런 상태에서 삶아 내면 되는 것이다.
“잘만 만들면 걸쭉한 스프 같아서 마셔도 될 정도고 오히려 식감이 훌륭한 노른자 요리예요.”
“그건 그렇죠.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계란이 아니라 독뱀의 알인데, 그렇게 완벽한 상태의 곤계란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외부 고문님은 할 수 있잖아요. 아까 가져온 견본품은 아주 완벽했어요.”
“물론 저야 할 수 있지요.”
맛없고 혐오스럽고 끔찍한 요리일수록 테라에서는 가치가 높은 음식이다.
그렇기에 테라 사람이라면 곤계란은 필수 교양이다.
하지만 그건 테라의 이야기.
이곳은 지구다.
“저만 할 수 있다는 건, 전군이 먹을 계란을 혼자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만.”
“다른 사람들한테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시면…….”
“그렇게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건 알잖습니까.”
“으윽.”
베트남이나 중국 등 곤계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도 곤계란을 제대로 삶는 사람은 드물었다.
운이 좋다면 절묘하게 잘 삶아진 곤계란을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예 그냥 생계란을 삶아서 평범한 삶은 계란이거나 깃털과 연골이 다 만들어진 병아리가 튀어나오곤 한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가.
“눈에 레이저 스캐너가 달리진 않았을 테니 어지간히 익숙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곤계란의 숙성도를 구분하기는 어렵죠.”
나름의 짬밥으로 얼추 맞출 수야 있지만 최적의 요리 시기를 조율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까 관광객에게 끔찍한 상태의 곤계란을 파는 겁니다.”
괜히 곤계란이 손꼽히는 혐오 요리인 것이 아니다.
압도적인 비주얼!
미칠 듯한 식감!
대부분의 지구인에게 곤계란은 비주얼 면에서도 식감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혐오 음식이다.
승우가 염려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괴식은 혐오 음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저 조금 많이 맛없고, 특이한 음식일 뿐. 결코 비위생적이거나 혐오스러운 음식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언젠가는 헌터들에게 지구 기준의 혐오 음식을 먹일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천천히 괴식의 인식을 바꾸고, 이제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싶을 때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직 이릅니다. 그 요리는 너무 파괴적이에요.”
독뱀 알을 곤계란으로 만들었을 뿐인 단조로운 요리.
하지만 그 요리는 너무나 강렬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먹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지구의 헌터들은 그 요리를 감당할 수 없다.
섣불리 먹었다가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다.
괴식의 신은 그렇게 판단했다.
승우와 비교한다면 레이첼은 이제 막 3일 전에 괴식 스킬을 얻었을 뿐인 초짜 중의 초짜.
하지만 그런 초짜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결과가 좋으면 용감함, 결과가 나쁘면 무모함이라고 불리는 도전!
레이첼이 눈을 부릅뜨며 언성을 높였다.
“이르지 않아요. 먹을 수 있어요!”
“아직은 이르다니까.”
“아뇨. 그건 과보호예요. 급식 외부 고문님은 지금 우리를 너무 얕보고 있는 거라고요!”
얕보고 있다고?
승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레이첼이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우리들은 어린애가 아니에요.”
지금 승우의 반응은 마치 아이들이 다칠 것을 두려워하는 보육원 교사 같았다.
그 점이 레이첼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 말이 맞네. 헌터들은 아이가 아니지. 이거 나도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구만-!”
어느 순간부터 리비와의 다툼도 멈춘 채, 급식 책임자 두 사람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시라노의 자존심도 건드렸다.
* * *
시라노와 레이첼은 한 마음으로 외쳤다.
지구인들은 귀환자의 생각보다 강인하고, 헌터들은 효과만 좋다면야 어떤 괴식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시대는 괴식을 원하고 있다!
리비는 생각했다.
아니, 그런 준비 안 됐는데요.
미친 거 아니에요?
“독뱀 알의 부화 정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라면 내가 해결할 수 있네! 전용 부화장과 스캐너를 발주하도록 하지. 그 정도의 기계, 하룻밤이면 설계부터 생산까지 일사천리야. 걱정할 거 없네.”
시라노가 선언했다.
승우 혼자만 완벽한 상태의 곤계란을 만들 수 있다면 급식 계획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
혐오스러운 모습도 모습이지만, 부화 정도에 따라서는 요리의 절묘한 효과가 사라지거나 위생과 건강 면에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용 부화장과 스캐너가 있으면,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보급이 가능할 만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레이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반대로 리비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싸악 가셨다.
“독뱀의 알? 곤계란? 지금 장난해요? 싫어!”
“너는 그 나이 처먹고 뭔 놈의 편식이냐!”
“이게 어떻게 편식 문제예요! 바게트 진짜 무슨 생각인데?!”
리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시라노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 헌터들의 능력을 증진시킬 방안이 있다면 당연히 실행해야지. 뒷짐만 지고 있으면 쓰나!”
그렇다고 해도 몇 번이나 쓸지도 모를 전용 부화장이며 스캐너까지 발주하겠다는 이 스케일!
과연 작전과 관련되면 폭주하는 불도저 시라노 베르그송이었다.
작전의 성공에 지장이 되는 건 무엇이든 배제하고, 작전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실행한다.
명분이 없어도 밀어붙일 판인데 그럴싸한 명분까지 있으니 폭주하는 기관차가 도통 멈추지 않는다.
“사령관님, 멋있어요!”
“하하하!”
환희하는 것은 레이첼뿐이었다.
승우가 미간을 꾹꾹 눌렀다.
쓸데없이 유능하기는.
그리고 리비의 눈에는 서서히 살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는 유난히 더러운 걸 싫어하고 깔끔을 떠는 성격이었다.
아무래도 험하거나 비위생적인 상황에 익숙해지게 마련인 헌터들 사이에서는 마치 결벽증처럼 보일 정도인데, 그런 사람에게 곤계란?
듣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린다.
“그딴 거 내놓을 생각 말아요! 기분 나빠!”
“아, 레벨 오른다잖아! 닥치고 처먹어.”
“그게 뭐 대수라고. 절대로 안 먹어!”
“뭐? 레벨 업이 별 거 아니라고?”
시라노가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지금 헌터들의 지상 과제, 목표를 별 게 아니라고 한 건가?
하지만 리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소리쳤다.
“레벨 같은 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올릴 수 있어요. 레벨 99가 되면 뭘 해도 거기서 100으로 넘어가질 않으니까 마나코어를 추출해서 실험 재료로 썼을 뿐이지. 레벨 업 자체는 별 거 아니라고요!”
“전 세계 헌터들에게 돌 쳐 맞을 소리나 하고 있네……. 이 존만이 자식은 자기한테 쉬우면 남들도 쉬운 줄 알지. 썩을 놈. 그럼 넌 빠져.”
“어?”
“넌 안 먹어도 돼. 아니, 먹지 마.”
“진짜로?”
“진짜.”
시라노와 레이첼은 확신하고 있었다.
이 곤계란은 세계의 권력자와 기관, 길드들이 정신을 놓고 달려들 만큼 매력적인 음식이다.
밖에서 판다면야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레이첼 군이 주장한 전군 보급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군.”
“아쉽지만 선택적으로 보급하는 방식으로 가죠.”
일보전진, 일보후퇴.
레이첼은 당초 생각한 전 메뉴 통일안을 폐기했다.
먹겠다는 헌터들에게만 선택형으로 줘도 만드는 속도가 못 따라갈 판이다.
오히려 더 달라고 아우성치지 않을까 걱정인데.
그런 상황에서 리비가 안 먹는다?
“입이 하나 줄면 좋지.”
“맞아요.”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시라노와 레이첼.
리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안 먹어도 된다면 뭘 하든 상관없지.
“그럼 됐네요. 마음대로들 하…….”
자리에서 일어나던 리비가 멈칫했다.
승우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기 때문이다.
“쯧. 쓸모없기는…….”
“!?”
승우의 저 몹시 싸늘한 눈빛!
뭐지? 내가 뭘 잘못했지?
리비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레이첼은 곤계란의 전군 보급을 주장했다.
유승우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반대하고 있었다.
거기에 시라노가 끼어들면서 곤계란 보급 쪽의 의견이 우세해지고, 현실적인 보급 계획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
귀환자 씨는 이 흐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거구나.
결론을 내린 리비가 다소곳하게 다시 의자에 앉았다.
“…라고 할 순 없겠죠. 아직은 곤계란 자체가 이르지 않을까요.”
“태세 전환 한번 빠르구만.”
“그치만. 승우 씨의 눈이 무서운걸.”
리비가 곁눈질로 승우의 눈치를 봤다.
거슬리는 것은 치워 버린다는 단순명제로 살아온 사이코패스였지만, 그래도 치울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치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몇 없는 친구들 덕분에 싸늘한 눈빛을 받고 화들짝 눈치 보며 머리를 굴리는 데에 의외로 익숙한 리비였다.
하지만 승우의 눈치를 보는 것은 시라노와 레이첼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상태의 곤계란을 만들기 어렵다?
괴식이 혐오 음식으로 취급받을까 걱정이다?
지구의 헌터 수준에는 아직 이르다. 감당할 수 없다?
그런 건 죄다 의미 없다.
문제는 딱 하나다.
이 남자, 유승우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뿐.
시라노와 레이첼이 아무리 진심이어도, 승우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귀환자 유승우는 그런 존재다.
그러니 세 사람이 아무리 논의해 봤자 지리멸렬, 진전이 있을 수가 없다.
그들의 시선을 느끼고 승우가 살짝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저도 살짝 반성하고 있고요.”
지구인들을 조금 아이 취급하긴 했다.
누구를 봐도 약해 보이는데 어쩔 수가 없지.
하지만 이제는 그게 과보호라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헌터들은 사명감과 향상심이 있고, 나름대로 강하다.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곤계란. 합시다.”
그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독뱀 알로 만든 곤계란이 정식으로 식사 메뉴에 추가됐다.
향후 수개월 동안 헌터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는 전설의 시작이었다.
그 전설의 시작을 앞에 두고.
“뭐예요. 그럴 거면 눈치는 왜 준 건데?”
리비가 혼자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 * *
각국에서 모인 정예 장병들은 보통의 헌터가 아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여러 게이트를 이기고 온 역전의 병사들이다.
그들에게 모험을 즐기는 마음은 패시브 스킬이었고 용기는 돈과 이득이 있다면 언제라도 발동시킬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었다.
레벨이 오른다, 강해질 수 있다는 메뉴를 보고 흥미가 동하지 않는 자는 없었다.
처음으로 곤계란이 메뉴에 추가된 점심 식사 시간.
식당에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미스! 숨 쉬어라! 죽지 마!”
“어머니? 어머니, 오랜만이에요.”
쓰러진 스미스의 입가에는 거품이 흐르고 있었고, 그의 손은 허공을 휘저었다.
발작을 일으켜 환각까지?!
스미스는 새로 추가된 메뉴를 먹자마자 쓰러졌다.
“정신 차려!”
에단은 서둘러 스미스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효과는 있었다.
바로 푸슉- 하고 스미스의 코에서 코피가 솟구치고 그의 숨이 돌아왔다.
“야, 야! 괜찮냐!”
“어, 어? 어머니는?”
“어머니는 무슨. 너희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가 몇 년인데 그래!”
“아니, 강 건너에서 어머니가 막 소리치셨는데…….”
“강? 요단강이라도 보고 왔냐.”
이 자식이 웬 헛소리를?